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1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18화(318/497)
212. 약속의 땅
“당신. 엘프의 냄새가 나는군.”
“그러는 그쪽 역시. 오히려 나보다 더 신기하다면 신기하군. 엘프의 냄새가 나면서도 반대로 드래곤이 체취도 나니 말이야. 그러면서 육체는 인간이라……. 어떻게 세 가지의 힘을 한꺼번에 가질 수 있지?”
비룡의 위.
평범한 사람이라면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할진대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바람을 맞으면서 서 있었다.
“모르지. 내가 사실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이었을지도. 드래곤들은 폴리모프를 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엘프들이 사라진 이유 중에는 드래곤의 제물이 되어서 그런 거라는 얘기도 있던데.”
“남부의 여제도 실없는 소리를 할 때가 있군.”
밀리아나는 알테만의 곁에 다가와 나지막하게 말했다. 두건을 쓰고 귀와 머리를 가리고 있던 알테만은 그녀의 말에 씁쓸하게 웃었다.
비룡을 타고 있는 사람은 모두 네 사람이었다.
북부에서 출발한 카릴과 에이단 그리고 알테만과 밀리아나였다.
“쓸데없는 소리 하긴. 그건 그렇고 밀리아나. 남부의 군사를 두고 혼자와도 괜찮아?”
살짝 도발적인 그녀의 말에 싸늘해진 분위기를 느끼곤 카릴이 그들을 중재했다.
“키누가 있으니까. 그리고 내 형제들이 군사를 이끌고 있으니 상관없어.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움직일 준비를 할 테니까. 대초원의 부족들 말고 5대 일가들도 이미 합류했으니 남부의 준비는 끝났다고 봐도 되겠지.”
“으흠. 빠르군.”
“물론. 우리는 대륙 가장 밑에 있지만 일착으로 제국에 도달할 생각이니까.”
카릴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백금룡의 레어를 털 생각이야? 대륙의 드래곤들 중 대부분은 수면기에 있지만 나르 디 마우그는 다르잖아. 비록 여태까지 큰 행동은 보이진 않았지만 얼마 전 등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그의 레어 역시 다른 녀석들과 달라.”
“알고 있어. 몇 해 전 리세리아의 레어인 화룡의 거처에 갔었으니까.”
“기관과 봉인은?”
“그대로였지. 거기서 아인트리거를 얻었으니까.”
밀리아나의 물음에 나머지 사람들은 250년 전에 이미 죽어 버린 드래곤의 레어도 그러한데 아직 활동하고 있는 드래곤의 레어가 얼마나 위험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설마 무서운 건 아니겠지.”
“누, 누가?!”
카릴의 말에 밀리아나는 당황한 듯 소리쳤다.
“250년 전에 최초의 용사냥꾼이라는 카이에 에시르는 혼자서 염룡을 사냥했어. 그에 비한다면 우리는 과거 그의 동료였던 자와 소드 마스터 반열에 오른 디곤의 여왕 그리고 그에 준하는 실력에 함정과 암기에 능한 암살자까지 있지.”
그는 마지막으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무엇보다 내가 있다. 알테만, 당신이 생각하기에 내가 카이에 에시르보다 약한가?”
알테만은 그 물음에 대답 대신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면 250년 전에 비한다면 호화스러운 멤버 아냐? 백금룡이 레어에서 기다린다면 오히려 놈을 잡아 그 비늘까지 깡그리 털어 와야 할 수준인걸.”
“하여간…….”
밀리아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지만 무모할 정도로 언제나 당당한 그 모습은 말하지 않아도 강한 믿음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민족과 야만족을 포함하여 이제 백만이 넘는 대군을 이끄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백금룡의 레어.’
동방국에서 좀 더 밑으로 떨어진 작은 섬.
포나인의 강 아래쪽 남부로 흐르는 해역에서부터 작은 섬들이 모여 있는 제도가 있는데 신기하게도 거센 파도가 이는 바다 한가운데임에도 불구하고 섬 주변만큼은 물살 하나 없이 잔잔했다.
외관만 본다면 파도도 치지 않고 해역에서 섬까지의 해로도 힘들지 않아 제도의 섬들은 인간이 살기에 너무나도 적합해 보였다.
심지어 토양부터 기후까지도 너무나 좋아서 섬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대륙의 거의 1.5배는 될 것 같이 울창했고 하팝과 같은 고대 신화 시대에 있었던 식물들까지 자라고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수백, 수천 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이곳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 크고 작은 섬들에는 모두 마굴이 존재했고 그 안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A급 이상.
사람들은 이곳을 금역이라 칭해지며 망령의 성과 함께 절대로 갈 수 없는 난공불락의 섬이라 여겼다.
“바다 냄새가 나는군.”
“이제 곧 해역입니다. 주군. 동방국에서 배를 준비해 두었을 겁니다. 저희와 함께할 스나켈 부대도 말입니다.”
에이단이 카릴에게 대답했다.
“후우……. 이제야 좀 쉴 수 있겠군.”
밀리아나는 그의 말에 다행이라는 듯 낮은 한숨을 내쉬고는 끈적거리는 셔츠의 카라를 앞뒤로 흔들었다.
비록 비룡을 타고 가고는 있지만 몇 날 며칠을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않고 날아온 것은 충분히 강행군이었다.
“배 안에서 충분히 쉬는 게 좋겠지. 그곳에 가면 밤낮없이 바쁠 테니까. 섬에서 돌아오기까지 씻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생각만 해도 끔찍한걸.”
밀리아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부에서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날 기다려도 좋았을 것을.”
“싫어.”
그녀는 카릴의 핀잔에 대답했다.
“널 만나러 북부로 갔는데 또 널 기다리라고? 차라리 함께 가는 게 낫지. 드래곤의 레어든 어디든.”
카릴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대륙에는 이미 사라진 염룡과 백금룡을 제외하고 세 마리의 드래곤이 살고 있다.
황금룡 토스카의 후예라 불리는 드래곤의 수장, 골드 드래곤 에누마 엘라시, 그 밑으로 레드 드래곤 퓌톤이 북부 지역 동쪽에 살고 있었으며 이제 맞서듯 남부 지역에는 서북부 쪽에 그린 드래곤 크루아흐가 있었다.
드래곤이 그러하듯 이 세 마리의 드래곤 역시 대륙의 지배자로서 거칠고 포악했다.
인간을 벌레 보듯하며 나약한 존재로 여기는 그들이지만 그들도 인간과 똑같은 점이 있었다.
바로,
백금룡의 레어가 있는 섬은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에 사람들은 금역인 이곳을 약속(約束)의 땅이라 부른다.
촤악― 촤악―
비룡이 아래로 날갯짓을 하며 착지하자 해변가에는 거대한 범선이 정박해 있었다.
범선은 숯으로 칠한 듯 검은색이었고 그곳에 있는 자들 역시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기다렸습니다.”
카릴이 비룡에서 내리자 배 안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손을 모아 인사를 하고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건을 벗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두건 아래에 있던 긴 머리카락을 좌우로 흔들며 고개를 든 여인은 그의 말에 살짝 어깨를 떨었다.
“아셨습니까.”
“물론. 암연에는 비술들이 많으니까. 모습은 달라졌지만 풍기는 기운은 같거든.”
주크 디 홀드는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암연 직속 부대인 스나켈(Snakel) 이 모두 집결했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고 있지?”
“보고 받았습니다.”
“명령은 아니다.”
그녀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암연은 따를 뿐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명령이든 아니듯 내려 주시는 것을 시행할 겁니다.”
“드래곤의 레어로 가는데 시시덕거리긴. 너, 즐겁나 보지?”
“……네?”
“똑바로 해. 비켜, 난 씻어야겠으니.”
밀리아나는 뭔가 못마땅하단 표정으로 주크 디 홀드를 어깨로 툭 치면서 밀고 지나갔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카릴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조금 지쳐 보이는 드레이크의 뺨을 가볍게 두들겼다.
[크르르르르…….]그러자 붉은 드레이크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우리 네 명을 태우고 오느라 고생했다. 돌아가서 기다리도록 해. 곧 너와 네 동료들을 부를 테니까.”
마치 카릴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 양 드레이크가 머리를 조아리더니 화악―!! 하는 날갯짓과 함께 상공으로 뛰어올랐다.
“출항!!”
에이단이 외치자 커다란 돛이 활짝 펴지며 바람을 타고 범선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솨아아악――!!
파도를 가르는 소리가 상쾌하게 들렸다.
쿠그……. 쿠그그그그……!!
하지만 청명한 날씨는 금세 먹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고 당장에라도 비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 날씨가 되었다.
“이게 왜 이러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구름이 낀 적이 없었는데.”
언제나 맑은 하늘만 있었던 섬 주변이 갑자기 배를 몰고 가자마자 급변하니 암연의 조타수는 당혹스러운 듯 말했다.
“왜 그러겠어.”
에이단은 그런 그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섬이 우리를 거부하는 것이겠지. 우리는 드래곤조차 발을 들여놓지 않은 금역(禁域)에 온 거라고.”
“…….”
암연 출신답게 조타수의 얼굴에는 처음 당혹감은 사라지고 어느새 살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툭―
에이단은 그런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
“절대로 키를 놓치 마라.”
콰직―!!
그때였다.
범선 주위에서 사방으로 터지는 핏물.
바다 아래에서 뭔가가 서로 뒤엉키고 있었고 이따금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것은 뜯긴 살점들이었다.
“조심해.”
갑판 위로 튀어 오른 몇 마리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물고기들이 파닥거렸다.
하지만 카릴의 외침과 동시에 스나켈들은 기다렸다는 듯 튀어 오른 몬스터들을 단숨에 해체 시켜버렸다.
“고작 이런 녀석들로 조심할 자는 없습니다.”
주크 디 홀드는 식인어의 주둥이를 두 손으로 박살 내면서 말했다.
신체변형술로 그녀의 두 팔은 가녀린 체구와 달리 강철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반기는 녀석들이 많네요.”
에이단은 식인어의 시체를 발로 차 갑판 밖으로 던지며 말했다.
[크에에에에에―――!!]그 순간 날카로운 포효 소리가 귀를 때렸다.
조금 전 던져진 몬스터의 시체를 낚아채며 거대한 입이 에이단을 덮쳤다.
“피해!!”
조금 전의 여유와 달리 이번에는 스나켈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일제히 검을 뽑아 몸을 날렸다.
“드레이크……?!”
주크 디 홀드는 떨리는 눈동자로 하늘을 까맣게 드리운 몬스터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크윽?!”
에이단은 황급히 축지(縮地)를 써서 자신을 노리며 입을 벌린 드레이크를 피했고 스나켈들이 뒤에서 날카로운 바늘 수백 개가 쏟아냈다.
하지만 드레이크가 날개를 한 번 화악―! 하고 젓자 바늘들은 아무런 힘도 내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마력이 담긴 공격을 막아?”
“무슨 저런…….”
“비룡 부대의 드레이크들도 불가능한 것을…….”
스나켈들은 자신들을 덮친 비룡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생이로군. 이제는 보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곳에서 살고 있었나.”
그 광경을 바라본 알테만이 허리에 차고 있던 연검을 뽑으면서 말했다.
“저 비늘과 덩치를 보게. 공국이 드래곤의 피로 합성시킨 인공체와는 차원이 다르지. 마력은 없어도 육체의 능력은 준 드래곤급이라 봐도 과언이 아냐.”
그가 연검에 마력은 담자 부드럽게 휘어졌던 검날이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저런 놈들이 하나도 아니고 하늘 위에 잔뜩 있다니……. 저들로서는 무리일세.”
스나켈들은 동방국의 정예이기는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도 시대를 살았던 알테만에게 그들은 큰 전력으로 보이지 않는 듯싶었다.
그가 갑판에 매달린 드레이크를 떼어내기 위해 달려가려던 순간 카릴이 그를 막았다.
콰아아앙―!!!
“거봐. 어중이떠중이 잔뜩 데려갈 필요 없다니까. 말만 많아서는.”
순간 범선이 강렬한 충격에 한쪽으로 휘청거리며 들려 올라갔다. 조금 전 드레이크의 턱이 갑판에 처박혔다.
“야생 드레이크? 카릴, 이놈이 네가 가진 비룡보다 낫다는 말이야?”
방금 씻고 나온 듯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밀리아나는 허벅지에 달아 놓은 검집에서 검을 뽑고는 부서진 갑판에 처박힌 드레이크의 머리를 발로 지그시 눌렀다.
“그렇다는데.”
카릴은 그런 그녀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알테만은 단 일격에 기절해 버린 듯 축 늘어진 드레이크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래?”
그 순간 그녀에게서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동자가 일순간 은회색으로 변했다가 사라졌다.
밀리아나는 개운한 듯 말했다.
“그럼 나도 하나 길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