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2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20화(320/497)
214. 백금룡의 레어 (1)
“여기로군.”
섬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일행은 큰 무리 없이 화산 입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금역이라는 둥 드래곤의 성지라는 둥 잔뜩 겁을 먹게 한 것 치고는 시시한데.”
조금 전 치렀던 전투는 잊어버리기라도 한 모양인 양 밀리아나는 오히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숲에 있는 몬스터들 역시 드레이크가 복종하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 것이겠지. 아니면 버거스터를 박살 낸 네 기세에 기가 눌린 걸지도.”
“흐음. 결국 별거 아닌 놈들이라는 뜻이군.”
카릴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여유로워 보이는 그녀와 달리 에이단은 줄곧 유지했던 긴장 때문에 조금 피로한 듯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암연의 암살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와 네가 있는데 오히려 긴장은 저치들이 하고 있네.”
밀리아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드래곤의 성지는 그만한 곳이니까. 그래도 저들 정도의 실력이기에 아직까지 버틸 수 있는 거라네. 자네들 모닥불을 피워서 물을 좀 끓일 수 있겠나?”
알테만은 품 안에 주렁주렁 달아 놓은 약병 중 하나를 꺼내어 에이단에게 건넸다.
“이걸 마시면 조금 나을걸세.”
“정신력이란 결국 믿음에서 나오는 것일 뿐이야. 믿음이 강하면 두려움도 없어지지. 카릴의 자유군이 아니라 내 부하들을 데리고 왔어도 저들보다 손이 덜 갈걸.”
알테만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밀라아나는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그렇지 않을걸. 밀라아나, 넌 용마력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이곳의 마력은 대륙과 달라.”
카릴은 손바닥을 펼쳐 허공을 쓸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는 마치 소금처럼 새하얀 입자들이 묻어났다가 사라졌다.
가루들을 털어 내며 카릴이 말했다.
“이건……?”
“마력이 결정화된 거야.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그 때문에 이곳의 공기는 무척이나 무거워. 체력의 강함을 떠나 소드 익스퍼트의 수준이 아니면 여기에 버티는 것도 힘들걸.”
“흐음.”
“하지만 그것도 움직임의 최소 기준일 뿐이야. 암연의 암살자들은 어릴 때부터 마력 저항에 대한 비술을 배웠으니 그나마 전투를 할 수 있는 거지.”
“카릴의 말이 맞네. 공기 중에 속성석이 남아 있는 것과 같은 거지. 자신의 속성이 아닌 다른 속성석의 가루를 들이마시는 것과 같으니…….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지.”
알테만의 설명에 밀리아나는 오히려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더 짐이 되는 거잖아? 도대체 저 녀석들을 왜 데리고 온 거야? 두 사람의 말에 더 이해가 가지 않는걸.”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대답 대신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잠시 쉬도록 하지.”
타닥…… 타닥…….
모닥불의 불씨가 아지랑이처럼 하늘 위로 물결을 그리며 피어올랐다. 알테만의 회복약을 먹은 스나켈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제법 그럴싸한 식사가 준비되었을 때 사람들은 섬에 들어와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
“드시죠. 덕분에 배가 부서지지 않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에이단이 밀리아나에게 그릇을 넘겼다.
김이 나는 스프는 투명한데 향이 무척이나 짙어 밀리아나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살수 치고는 준비가 제법인걸.”
“동방국은 임무를 맡아 대륙 각지로 나뉘어 생활을 하게 되니까요. 살수라지만 정보원부터 물자를 담당하는 인력까지 다양합니다. 스나켈 역시 암연 출신으로 그런 생활을 모두 겪었으니 야외 생활도 익숙할 수밖에요.”
“흐음. 맛있는걸?”
밀리아나는 에이단이 건넨 스프를 맛보더니 의외라는 듯 말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식사 당번을 위한 것이라면 한둘만 있어도 충분한데 말이지.”
여전한 그녀의 태도에 에이단은 쓴웃음을 지었다.
“카릴.”
말과 달리 밀리아나는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고 세 그릇째를 먹을 때가 되어서야 그녀는 돌아온 카릴을 향해 손짓했다.
“어딜 다녀오는 거야?”
“잠시 화산 주위를 살피고 왔어. 레어의 입구를 찾았다. 쉬고 나면 바로 움직일 거야.”
“특이한 것이라도 있나?”
“드래곤의 레어가 다 그렇듯 결계 마법이 있더군. 경보 마법과 함정 마법도 있는 것 같은데……. 아쉽게도 내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서 어떤 마법이 걸려 있는지는 모르겠어.”
알테만의 물음에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만이 쓸 수 있는 혼효결계(混淆結界)다. 다중봉인이라고 하지.]알른이 검은 형체로 나타나며 말했다.
[마도 시대 때 7인의 원로회 중 한 명이었던 판 오만의 특기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속성이 퍼즐처럼 끼워져 있어 쉽게 깰 수 있는 것이 아니지. 그냥 들어갔다가는 백금룡에게 바로 발각될 거야.]“그럼 레어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인가?”
[쉽지 않다는 것뿐 깰 수 없다는 말은 아냐. 단지 판 오만의 것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정교해서 어려울 따름이지. 게다가 이 녀석이 7클래스 반열에 아직 오르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지.]알테만은 알른의 말에 카릴을 바라봤다.
6클래스의 반열에 오르고 난 뒤 카릴은 드디어 알른의 지식의 보고를 새로이 열어 볼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대마법사의 지식을 모두 습득하지는 못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냐.”
하지만 의외로 카릴은 담담했다.
“다중 결계를 해제할 수는 없지만 어떤 속성의 마법이 걸려 있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그에 맞춰 내 마력의 속성을 변화시키면 된다.”
“변화라니…….”
[결계를 푸는 것이 아니라 결계에 맞게 침입자의 육체를 변화시키는 일이지. 레어의 마법을 뚫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야.]“그런 게 가능한가?”
알테만은 알른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오직 하나의 속성만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것은 비단 인간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엘프든 다른 종족이든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태생의 속성을 변화시킨다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색의 속성을 가진 자라면 가능한 일이지.”
“아……!”
알테만은 그의 대답에 낮은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이곳에 무색의 마력을 가진 사람은 자네와 그녀 둘뿐이지 않은가.”
“맞아.”
“……그럼 왜.”
“당신과 저들을 데리고 왔느냐고?”
그가 가지는 의아함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 카릴은 웃었다.
“와 본 적은 없지만 예전에 들은 적이 있거든. 백금룡의 둥지가 있는 제도의 섬은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각각의 크고 작은 섬들에는 모두 마굴이 존재하고 용마력이 짙게 깔려 있다고.”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지. 사실 이렇게나 대기 속에 마력이 짙게 깔린 곳은 이번이 두 번째기도 해.”
알테만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클클…….]하지만 회색 교장에서 카릴에게 무색 기검을 전수해 주며 마력의 공간을 만들어 준 장본인인 알른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비약적인 성과를 얻었지.”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데?”
밀리아나의 물음에 카릴은 대답했다.
“여기야말로 능력을 상승시킬 최적의 장소라는 말이지. 만약 이곳에서 자유롭게 본래의 실력을 모두 낼 수 있다면 대륙에서는 2배, 아니, 3배 이상의 힘을 가지게 될 거다.”
카릴은 에이단과 주크 디 홀드를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인원을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가진 자들이어야 해서 말이야. 그게 너희들이지.”
두 사람은 그의 시선에 흠칫했다.
확실히 이곳에 와서 카릴과 밀리아나의 압도적인 무력에 자신들과 얼마나 큰 차이를 가지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암연의 살수들. 개개인의 전투 능력이 뛰어나며 암살자라서 생존능력도 탁월하지. 뿐만 아니라 마력의 저항 역시 높아서 죽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높거든.”
“죽지 않을 가능성이라뇨……?”
에이단은 순간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카릴이 웃었기 때문이다.
저 미소.
그가 뭔가를 이미 계획하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다들 충분히 쉬었지?”
콰아아아아앙―――!!!
그때였다.
거대한 오랑우탄같이 생긴 몬스터들이 일제히 수풀을 뚫고 튀어나왔다.
“훈련 시간이야.”
[크아아아아아아!!] [카아악!!]여기저기에서 몬스터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버거스터보다는 좀 더 수월할 거야. 하지만 무리의 수는 그에 3배는 될 테니 조심하는 게 좋아.”
“조심해!!”
에이단과 주크 디 홀드는 들고 있던 그릇을 냅다 던지며 녀석들의 공격을 피했다.
“이게 무슨……!”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거지?!”
아쉽게도 카릴의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밀리아나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너……. 설마 레어를 조사하러 간 게 아니라 몬스터들을 부르러 간 거였어?”
“겸사겸사.”
“버거스터가 있다면 다른 마물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백금룡 그놈이 어디까지 타락을 부릴 수 있는지 말이야. 뭐, 그것과 별개로 다행히 적당한 녀석들이 있더군. 게다가 조금 전에 너 혼자 쓸어버린 덕분에 나에 대한 경계심은 좀 없었나 봐. 몇 마리 죽여 버리니 금세 달려오던데.”
“……미친.”
밀리아나는 순식간에 벌어진 몬스터들의 습격에 황급히 검을 뽑으려 했다.
“그만둬. 넌 나와 간다.”
“뭐?”
“내가 저들을 데리고 온 이유를 말했잖아. 네 말대로 백금룡의 레어를 공략하는 건 우리로 충분해. 저들을 데리고 온 것은 이곳에서 그들의 실력을 한층 더 올리기 위함이지.”
콰앙―! 콰가가강―!!
사방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고 스나켈들은 일사불란하게 몬스터들의 주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버거스터를 사냥했던 이력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보다 그들의 움직임은 훨씬 더 매끄러웠다.
“그리고 알른의 말을 들었지? 알테만. 저들은 당신에게 맡기지.”
카릴의 말에 알테만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거 한 방 먹었는걸. 나를 데리고 온 이유가 저들의 조력자로 사용하기 위함이었군.”
“확률은 반반이었어. 레어에 걸린 결계를 당신이 통과할 수 있다면 생각을 달리하려 했었으니까. 하지만 용마력이 없다면 통과할 수 없어. 뭣하면 확인을 해도 좋아.”
“아닐세. 자네 말이 맞겠지. 내가 저들을 돕도록 하지. 아무래도 이곳에 저들만 놔두는 것도 위험한 일일 테니 말이야.”
알테만은 고개를 저었다.
“북부의 스승이라는 명성만큼 저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부탁하지.”
“훗…….”
“그들은 제국 전쟁에서 주요한 전력이니까. 대전쟁이라도 꼭 많은 피를 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저들로 하여금 수뇌부들을 정리하도록 할 거야.”
“그래서 이곳을 저들의 수련의 터로 잡았다는 말이야? 금역이라 불리는 드래곤의 성지를 고작 훈련장으로 삼다니……. 너 같은 인간은 없을 거야.”
밀리아나의 말에 카릴은 그저 옅은 웃음을 지었다.
* * *
“악랄하긴.”
밀리아나는 몬스터들의 무리에 부하들을 던져 놓고 아무렇지 않게 걸음을 옮긴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말과 달리 얼굴에는 기대가 되는 듯 웃음을 띠었다.
“이스트리아 삼국전에서 암연의 살수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의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동방국이라는 우물 안에서 이미 세계가 변했음을 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싶더군.”
카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만약 전생이었다면 그들의 실력도 충분히 대륙에 통할 것이었다.
하지만 밀라아나의 용마력이 그렇듯 타투르의 자유군을 비롯해서 공국의 병력까지 카릴에 의해 대륙의 전력은 전체적으로 상승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달리 동방국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아 전생의 수준 그대로였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사이몬 코덴이 에이단에게 패배하지 않았는가.
‘제국과의 전쟁은 기껏해야 한 달 남짓 안에 시작될 거다. 암연의 실력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서는 실전만큼 좋은 것도 없지.’
카릴은 자신의 예상과 맞아 떨어짐에 썩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암연은 에이단에게 맡기도록 할 거다. 이참에 서로 합을 맞춰 두는 것도 좋겠지.”
전생에 에이단은 이미 유성이라 불리는 제국의 정보 단체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보다 더 암연을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여긴 카릴은 이번 약속의 땅에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었다.
“하여간……. 당신 계책을 예측할 수 있는 자가 과연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야.”
밀리아나는 피식 웃으며 앞을 바라봤다.
우우우웅……. 우웅…….
두 사람이 화산 아래 커다란 동굴 앞에 서자 입구에 유리처럼 투명한 막이 파르르 떨렸다.
밀리아나는 양손으로 막을 밀자 마치 슬라임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것 같은 끈적거리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마력이 느껴지는군. 용마력이 아니라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야.”
그녀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쑤욱―
‘드디어…….’
카릴은 입구에 발을 들여놓으며 떨리는 마음으로 주위를 훑었다.
전생에도 와보지 못한 백금룡의 둥지.
“미로로군.”
밀리아나는 레어에 도착하고 난 뒤의 감상을 짧게 얘기했다.
“레어는 처음이지만 썩 낯설지는 않아. 마치 마굴을 보는 것 같은걸. 설마 드래곤의 레어도 일종의 마굴인 것은 아니겠지.”
“글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레어는 가장 오래된 마굴이겠군. 대륙에 남아 있는 것 모두가 족히 천 년은 가볍게 넘었으니까.”
“천 년 된 마굴이라……. 확실히 드래곤이라면 그에 걸맞은 보스 몬스터겠어.”
쿠그그그그……. 쿠웅.
레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이따금 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한 걸음, 두 걸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밖에서 흐릿하게 들려오던 전투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이따금 땅이 흔들리며 내던 소리마저 사라졌을 때 카릴은 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건 몰라도…….”
미로라고 말했던 밀리아나는 처음과 달리 묘하게 자신 있는 걸음걸이로 앞을 나아갔다.
마치 그녀의 몸에 있는 엘프와 드래곤의 용마력이 그녀를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제법 오랫동안을 가다 보니 처음에는 흙가루라고 생각했던 잔해들이 점차 큼지막한 덩어리들이 되어 바닥에 깔리기 시작했다.
“백금룡이란 놈. 취미 한번 고약한 건 알겠어.”
조금 더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덩어리들은 형태를 갖추었고 그것이 팔이나 다리 혹은 몸통이나 엉덩이와 같은 조각의 잔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흩어진 잔해들이 마치 잘려 나간 시체처럼 보여 밀리아나는 인상을 구겼다.
게다가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조각상 잔해들이 다리가 안쪽으로 머리가 바깥쪽을 향해 있다는 점이었다.
“이게 뭐지? 부서진 석상들을 이런 식으로 바닥에 잔뜩 놔두다니……. 제국의 귀족들처럼 몬스터의 시체를 박제해 놓는 괴상한 취미 같은 건가?”
툭―
카릴은 바닥에 부서진 조각상의 손을 발로 건드렸다.
“아니.”
그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건 진짜 인간이다.”
파악―!!
약간의 힘을 주자 부러진 조각상의 손이 태우고 남은 유골처럼 가루가 되며 바스라졌다.
“……뭐?”
그 순간 미로의 끝에 커다란 광장과 같은 거대한 공간이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레어의 중심부.
밀리아나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도대체 뭐야?”
그 안에는 마치 거대한 무덤을 보는 것처럼 벽면 안쪽에 셀 수 없는 관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놈이 우리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무엇을?] [종족의 가능성.]그 순간,
북부를 떠나기 전 나누었던 대화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하나둘 다시 떠오르며 퍼즐이 맞춰지듯 합쳐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확실한 것은 놈이 오랜 세월을 걸쳐 계획을 준비해 왔다는 사실이겠지.]“…….”
그 증거가 바로 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