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2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22화(322/497)
214. 백금룡의 레어 (3)
파앗―!!
카릴의 몸이 섬광처럼 빠르게 키메라의 머리 위로 튀어 올랐다.
[카아아악!!]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였지만 녀석은 본능적으로 카릴의 궤도를 예측하며 커다란 혓바닥을 내밀었다.
츠으으윽……!!
채찍처럼 휘어지는 기다란 혓바닥 아래로 뜨거운 김을 뿌리는 독액이 떨어졌다.
“실드(Shield).”
그가 위에서 아래로 손바닥을 내려긋자 주위로 우윳빛의 막이 생겼다.
치지지직!!
키메라의 독액이 닿는 순간 새하얀 연기가 나며 순식간에 실드가 와해되었다.
하지만 비록 한 번뿐이더라도 녀석의 공격을 막은 것이 중요했다.
찰나의 빈틈 속에서 카릴의 인영이 움직였다.
파르르르……!!
키메라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투명한 날개를 연신 움직였다. 주위의 포자처럼 새하얀 분진이 날개에서 떨어져 흩어졌다.
쾅! 콰강!! 콰가가가가가강!!!!
날개에서 흘러나온 가루들은 공기에 닿자마자 모조리 굉음을 내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플레어(Flare).”
카릴은 오히려 그 가루를 피하려 하지 않고 응축시킨 초고온의 화염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연쇄적인 폭발을 하던 가루들이 일순간 한꺼번에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가루가 폭발한 그 공간은 마치 공기가 사라진 듯 아주 잠깐 텅 비었고 키메라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은신을 하던 가루들이 사라지자 녀석은 당황한 듯 힘껏 바닥을 차며 뛰어올랐다.
메뚜기의 뒷다리처럼 생긴 몸통은 엄청난 도약력으로 카릴의 머리 위로 올라섰고 등에 달린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록 스톰(Rock Strom).”
카릴의 주위로 5개의 돌기둥이 교차 되듯 솟아오르며 녀석의 몸을 가로막았다.
콰앙!
키메라는 자신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돌기둥에 부딪히며 비틀거렸다.
[크륵?!]녀석은 개구리의 머리답게 커다란 눈알을 굴리며 아래를 바라봤다.
그 순간,
그가 품 안에 있던 아그넬을 꺼냈다.
메뚜기 같은 두꺼운 뒷다리를 이용해서 황급히 뛰어오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녀석의 움직임보다 카릴의 검이 더 빨랐다.
콰직―!!
카릴은 녀석의 딱딱한 등껍질 위에 올라타서는 그대로 머리를 짓눌렀다.
[카각!!]키메라가 비명과 함께 충격에 입을 다물자 녀석의 긴 혓바닥이 축 늘어졌다.
“가만히 있어. 아직 조준이 어려우니까.”
마치 단두대에서 사형수의 목을 치는 것처럼 카릴은 키메라의 뒷덜미를 향해 두 자루의 검을 교차시켰다.
우으으응……!!
아그넬과 라크나가 마치 서로 반응하듯 떨렸다.
카릴이 라크나의 검날 위로 아그넬을 비껴 나가듯 내리치자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그 순간,
교차된 두 검의 지점에서 날카로운 검기가 응축되며 쏟아졌다.
파카카카캉……!!
지금까지와는 다른 검격.
아그넬의 검날에 피어오르는 화염과 함께 검귀의 검술이 라크나에서 펼쳐졌다.
섬격(殲擊).
“저게…….”
밀리아나는 고작 카릴의 주위가 번뜩였다는 것밖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단지, 들려 오는 것은 폭발 소리와 함께 후폭풍으로 밀려오는 거센 바람.
“큭.”
그녀는 홀을 가득 채우는 열기와 먼지에 황급히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돌렸다.
[어떠냐.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반응할 수 없을걸.]알른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밀리아나는 그저 멍하니 흙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봤을 때 카릴이 한쪽 다리로 키메라의 잘린 목을 밟고 그 옆에 서 있다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릴이 여정을 끝낸 뒤 아그넬을 무덤에 돌려주겠다는 이유가 바로 저 때문이지. 라크나는 마력 그 자체로 만들어진 검날이기에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력 자체를 응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아그넬은 반대거든.]
알른은 마치 그가 싸운 것처럼 카릴보다 더욱 신이 난 모습으로 말했다.
[같은 청린으로 만든 무구라 하더라도 신기하게도 저 북부의 검만은 다르더란 말이야. 순도 100%의 완벽한 청린으로 된 아그넬의 날은 라크나가 하지 못하는 마력의 응축을 가장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도구였다. 어쩌면 아그넬과 라크나는 세트일지도 모르지. 진실 된 대전사(大戰士)를 위한 무구.]“……됐어. 설명이 길어. 구구절절이 얘기하지 않아도 저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힘이라는 건지 알겠거든?”
밀리아나는 그의 말에 피식하며 웃었다.
하지만 알른의 모습은 마치 애지중지하는 제자의 성장을 바라보는 것 같이 보였다.
[아니. 넌 모를걸.]“뭐?”
[네 말대로 나 같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녀석이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게 미완성이라는 것이다.]알른은 팔짱을 끼며 카릴을 향해 턱을 움직였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 원한 따윈 이제 아무래도 좋다. 내 욕심이라면 그가 검술뿐만 아니라 나머지 반쪽인 마력을 얻어 완벽하게 위대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을 보는 것이겠지.]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력과 검의 극의는 힘을 탐구하는 자에게 달콤한 유혹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뭐, 물론 그 힘으로 백금룡의 목을 잘라 버린다면 더 좋겠지만.]콰직……!!
알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키메라의 잘린 머리가 박살이 났다.
산산히 부서진 거대한 개구리의 얼굴 잔해 위에 서 있는 카릴은 아그넬과 라크나를 집어넣으면서 낮은 숨을 토해냈다.
“…….”
저릿저릿한 손목.
단 한 번 힘을 발산한 것인데도 충격 컸다.
‘위력을 줄였는데도 반발력이 이 정도라면 마력을 최대로 끌어 올렸을 땐 손목이 날아가겠군.’
어쩐지 카릴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쁜 듯 보였다.
반발력이 강한 기술은 그만큼 사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팔 하나 주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확실하게 적의 목에 검을 박아 넣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는 달랐다.
어려운 기술일수록 그 위력도 강하다 여겼으니 오히려 더 집중하게 만들게 되는 일이었다.
강함에 대한 욕망.
그 진실 된 욕구가 지금의 카릴을 만든 것임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자신이 상대해야 할 적은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온전한 상태로 이길 수 있을 만큼 쉬운 상대가 아님을 애초에 다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촤아악―!!
카릴은 키메라의 단단한 껍질로 되어 있는 몸통에 검을 박아 넣으며 있는 힘껏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녀석의 몸통 안에서 시커먼 점액이 흘러나왔다. 쏟아진 점액은 바닥에 닿자 시커먼 연기로 산화되었고 껍질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근육이나 뼈가 없군. 그런데도 움직일 수 있다니……. 골렘도 기본적인 뼈대는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흐음……. 이것 역시 마법적인 술법이 들어간 건가? 확실히 평범한 마물은 아니란 말이로군.]알른은 키메라를 살피며 말했다.
[이건 확실히 나나 불멸회가 연구했던 암흑력으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냐. 정령왕의 말대로 빛의 힘이 가미된 것인데……. 나르 디 마우그가 어떻게 빛의 힘을 가지고 있었던 거지?]알른은 키메라의 시체를 살피면서 말했다.
“나르 디 마우그.”
파슥―!
카릴은 단단한 키메라의 등껍질을 부서뜨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네놈은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그때였다.
“카릴 맥거번.”
레어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직후 그에게 들려 오는 옅은 목소리.
“……!!!”
카릴과 밀리아나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퉁― 퉁― 퉁―
어두운 레어 안에 통로 양쪽으로 횃불이 순차적으로 켜지고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는 마법진들이 복잡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끝에 서 있는 한 소녀.
카릴은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동자가 하나는 금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은색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오드 아이(Odd Eye)……?”
밀리아나는 대륙에서 볼 수 없는 이질적인 그 눈동자를 가진 소녀를 경계하며 말했다.
“그분의 전언(傳言)입니다.”
하지만 소녀는 그녀의 물음은 상관없다는 듯 오직 카릴을 주시했다.
‘눈치채지 못했다.’
카릴은 살짝 긴장된 얼굴로 소녀를 바라봤다.
이런 괴상한 장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녀인데도 신기하게도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설마…….’
카릴은 그녀의 오드 아이를 주시했다.
대륙엔 혼종이 많고 두 개의 눈 색깔을 가진 사람도 더러 있었으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주시한 것은 그녀의 눈동자의 색깔이었다.
은빛과 금빛.
두 개의 색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모두 인간의 것이 아니기에.
카릴은 불멸회의 나인 다르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대륙에서 저 두 색을 모두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인간은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라엘……?”
조각처럼 아름다운 소녀는 카릴을 향해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라엘 스탈렌입니다.”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는 마치 인사를 하듯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카릴은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저 꼬마가…….’
대륙을 미치게 만든 광신도들을 이끈 광신교의 교주일 줄이야.
자신이 그토록 찾았던 베일의 인물을 여기서 만날 줄은 카릴조차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헤임에서 찾을 수 없었는데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아니, 정말로 내가 알고 있는 라엘이라면……. 그녀가 백금룡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던 건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앞으로 자신의 미래가 어찌 변할지 모를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맑은 표정으로 그저 카릴에게 말을 이어갔다.
“백금룡의 전언을 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와 키메라를 사냥하는 자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키메라를 사냥하는 사람에게? 그럼 여태 우릴 지켜봤다는 말이잖아? 우리가 이곳에 올 줄 이미 알았단 소린데. 너 정체가 뭐야?”
밀리아나가 경계를 하듯 물었다.
“신이 아닌 이상 이곳에 누가 올지는 알 수 없는 법이지요. 다만, 키메라에게 잡아먹힌다면 그것으로 그만. 거기까지의 수준인 것이니 백금룡의 전언을 들을 수 없었겠군요.”
그녀는 마치 밀리아나에게 보란 듯 대답했다.
“너……!”
감정 없는 그 말에 밀리아나는 키메라에게 당한 손목이 욱신거리는 기분이었다.
“북부 원정 이후 누군가 이 레어에 온다면 그자에게 말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으르렁거리는 밀리아나를 뒤로하고 그녀는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이 되었든 원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빈집은 그저 빈집일 뿐.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니 마음껏 둘러봐도 좋다. 금역에 도전한 자에 대한 보상이니.”
“허…….”
밀리아나는 허리에 차고 있는 쌍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카릴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완전히 허탕을 친 모양인데……. 백금룡이 처음부터 자신의 레어에 침입자가 있을 것을 예상한 모양이야.”
“당신은 드래곤의 레어를 침입한 것입니다. 설마 그가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고작 인간의 생각을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는 지고(至高)의 지식을 가진 존재인 것을.”
라엘은 그런 밀리아나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오히려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카릴은 오히려 그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넌 백금룡과 무슨 관계지?”
“…….”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뭐, 좋아. 놈이 이미 눈치를 챘다, 라……. 확실히 드래곤은 드래곤이야. 그런데 실수를 한 게 있는데?”
그는 낮은 한숨과 함께 차갑게 말했다.
“내가 여기에 올 것을 예측했다면 꽁무니 빼고 집을 비울 게 아니라 나를 기다렸다 쳤어야지.”
라엘이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가지고 갈 게 없다고? 아니지. 덕분에 가져갈 게 생겼는데. 오히려 찾을 수고도 덜었으니 네게 감사해야겠군.”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하는 라엘은 카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카릴은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았다.
“……!!”
바로 옆에 있던 밀리아나조차 반응하지 못할 엄청난 속도로 섬광이 일었다.
카릴이 있는 힘껏 라엘을 향해 검을 내려치며 말했다.
“네 목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