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2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23화(323/497)
214. 백금룡의 레어 (4)
부우웅……!!
카릴의 라크나에서 돋아난 검날이 보랏빛 전격을 뿜어내며 번뜩였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처지는 마력의 검날은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휘어지면서 라엘을 갈랐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아케인 블레이드가 복도의 끝 벽과 충돌하며 콰앙―!! 하는 폭음을 일으켰다.
“…….”
하지만 카릴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몸을 회전하며 이어지는 이검(二劍)이 아래에서 오른쪽 상단으로 비스듬히 베어질 때 라크나의 검날에서 뿜어졌던 보랏빛의 힘은 붉은 화염으로 변했다.
화르륵……!!
일순간 레어의 벽에 달려 있던 횃불이 일렁였다.
화염이 폭발하듯 복도를 채웠고 마법으로 보호되어 있던 천장이 카릴의 공격에 허용된 한계치를 넘은 듯 시커멓게 그을렸다.
“흡!”
정점에서 멈춘 검을 거두어 뒤를 돌며 카릴이 자신의 옆구리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뜨겁게 달궈졌던 붉은 검날이 순식간에 푸른빛이 도는 빙결의 검날이 되어 라엘의 몸을 꿰뚫었다.
쩌적……. 쩌저저적……!
창날처럼 라크나의 손잡이에서부터 뻗어 나가는 얼음 칼날이 라엘의 몸을 꿰뚫으며 벽에 박혔다.
“소용없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카릴의 무수한 공격을 받으면서도 라엘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즈으으응…….
카릴은 그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더욱 마력을 끌어 올렸다.
검날은 은회색을 띠기 시작했다.
조금 전 키메라를 일도양단했던 검귀의 마력이었다.
“제 본체는 이곳에 없습니다. 저 역시 명에 따라 남겨 놓은 허상일 뿐. 일종의 기억인 것이죠. 허상을 공격한다 한들 본체에게 타격을 줄 순 없는 일입니다.”
“알아. 하지만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력을 남겨야 하지. 그리고 그건 술자의 마력과 이어져 있다는 것.”
라엘은 여전히 표정을 감추고 그를 바라봤다.
“당장 널 죽일 순 없겠지만 허용 범위 이상의 타격을 준다면 술자인 네게까지 영향이 갈 터.”
그녀는 되물었다.
“실과 같은 옅은 충격의 흔적을 읽어 대륙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저를 찾겠다는 말씀입니까? 대마법사라도 그건 불가능할 텐데요.”
“네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찾을 순 없을지라도 최소한 그 흔적은 찾을 수 있을걸.”
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카릴은 있는 힘껏 검을 내려쳤다.
레어의 벽이 크게 흔들리며 엑스 자의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
라엘의 몸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흐릿하게 흔들렸다.
“어때. 충격이 좀 오나?”
“그럴 리가…….”
배짱 있게 대답을 했지만 확실히 조금 전과는 반응이 달랐다.
“이제 찾아볼까. 불행히도 우린 대마법사도 하지 못하는 마법을 쓸 수 있거든.”
탁―
카릴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앞에 공간이 소용돌이처럼 휘감기더니 기류 속으로 갈라지며 눈동자 하나가 나타났다.
눈동자는 반으로 갈리고 그 안에는 하나의 풍경이 나타났다. 밀리아나는 그것이 초대 마법인 우월한 눈의 마경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는 낯익은 풍경 하나가 떠올랐다.
“헤임(Heim)이로군.”
카릴은 라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마력의 흔적이 가장 짙게 남은 곳이 교단이란 말은 바로 네가 교단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겠지.”
“…….”
“백금룡과 무슨 사이인지, 또 놈이 무슨 생각으로 널 데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교단이 백금룡과 한패라는 것을 알겠어.”
시종일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던 그녀의 얼굴에서 살짝 떨림이 느껴졌다.
“뭐, 별로 놀랄 것도 아니지. 놈이 이미 제국을 돕는다는 것을 북부에서 확인했으니 처음부터 제국을 밀어주던 교단과 손을 잡을 수도 있을 거야.”
카릴은 라엘의 환영에 꽂았던 검을 뽑았다.
“그런데 네가 교단에 있다면 말이 달라지지. 나인 다르혼으로부터 너의 존재를 들었거든. 결국 네가 이곳에 나타난 것만으로 교단이 우든 클라우드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되어버렸군.”
“……헛소리.”
“그 반응 덕분에 더 믿음이 가는걸.”
라엘의 목에 라크나를 겨누고서 카릴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네가 백금룡의 심복인지 아니면 그저 녀석의 장난감 중 하나인지 알 바 아니지만 선택해.”
카릴은 차갑게 말했다.
“숨을 죽이고 처박혀 있던가 아니면 날 죽이러 당당히 전장에 나와. 뭐, 나르 디 마우그의 날개 아래 숨는 것 정도는 용서해 주지.”
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차피 네놈들 모두 끝을 내줄 거니까.”
“말도 안 되는 협박이군. 그런 말이 내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믿고 안 믿고는 네 사정이겠지. 하지만 내가 흔적을 찾지 못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면 백금룡이 직접 자신의 기억을 남겼겠지. 어째서 번거롭게 너를 대신 썼을까.”
카릴은 차갑게 말했다.
“자신의 위치를 발각되지 않기 위함이겠지. 녀석은 너희가 모르는 마도 시대에 존재했던 우월한 눈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까.”
“…….”
라엘은 카릴의 말에 살짝 얼굴을 굳혔다.
“그러니 꺼져.”
휘이이이익…….
그의 일갈에 복도에 있던 횃불들이 흔들렸다.
라엘이 그를 노려봤다.
부웅―!
그 순간 카릴이 라크나를 휘둘렀다.
라엘의 형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서서히 연기처럼 사라졌다.
‘전생에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던 자가 두 발로 알아서 나타나다니.’
카릴은 얼굴도 보지 못했던 광신교주가 저리도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는 것에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라지기 전에 보였던 눈빛.
얼음장처럼 차가운 그 눈빛은 결코 어린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카릴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본능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검이 나간 것을 깨달았다.
‘네피림과 엘프의 피를 가진 여자야. 겉모습은 어려 보여도 어쩌면 그 나이는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르지.’
카릴은 겉모습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올리번의 미소와 백금룡의 행동.
그 모든 것을 전생에는 믿었지 않았던가.
하지만 회귀를 한 현생에서는 그 믿음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언제 그런 마법을 익힌 거야? 환영을 공격해서 술자와 연결된 마력의 흔적을 찾는다니…….”
“사실 거짓말이야.”
“……뭐?”
밀리아나는 연기처럼 사라진 라엘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다가 카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초대 마법은 복수의 퍼밀리어(Familiar)를 통해서 여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법일 뿐이지 마력의 흔적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냐. 게다가 나는 초대 마법을 제대로 익히지도 않았는걸. 이스라필을 통해서 그저 엿볼 뿐이지.”
“그럼 아까 그건…….”
카릴은 그녀의 말에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별거 아닌 마법이지. 4클래스의 일루젼(Illusion)인 걸. 이걸로 마경을 만들어서 헤임의 풍경을 보여줬지. 다행히도 내가 그전에 그곳을 가봤었거든.”
“교단과 관계있는 게 아니었으면 어쩌려고?”
“어느 정도 정황은 포착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알아차렸으면 어떡할 뻔했어?”
“나름 신중하게 결정한 일이야. 녀석이 본체였다면 모를까 환영이라면 이게 진짜 마경인지 일루젼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 기회라고 생각해서 수를 던졌지. 다행히 먹혀들어 간 것 같지만.”
“하여간…….”
밀리아나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자칫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도박을 태연하게 해버렸으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검을 휘두르는 그 짧은 순간에 그런 생각까지 해낸 카릴의 비상함에 새삼스럽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좀 의외인걸.’
카릴은 그런 그녀를 두고 생각했다.
백금룡과 우든 클라우드와의 관계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우든 클라우드 속의 라엘이라는 존재가 백금룡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질 만한 사이라는 것은 카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걸까. 설마 그녀가 백금룡이 키운 아이라도 되는 걸까. 그렇다면 전생에 존재했던 블루로어라는 광신교 역시 백금룡이 관여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놈은 어째서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든 그들을 살려둔 거지.’
카릴은 얼굴을 굳혔다.
‘설마 그 반대?’
놔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만든 배후가 사실 나르 디 마우그라면……?
‘타락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적어도 그들은 대륙을 지키기 위한 명예라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광신도들에 의해 무차별하게 죽은 자들은…….’
꽈악―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을 주었다.
광신도(狂信徒).
이름 그대로 미쳐 버린 그들은 자신의 구원을 위해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서 인간을 택했고 놈들은 사지를 토막 낸다든지, 화형에 처한다든지 혹은 몬스터의 먹잇감으로 던진다든지 하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였다.
‘나르 디 마우그. 정말로 그 배후가 네놈이라면 이번 생에서는 최소한 명예롭게 죽을 기회도 없이 죽은 그들의 원통함까지 짊어져야 할 것이다.’
밀리아나는 옅은 살기를 내뿜는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돌아갈 거야?”
“아니. 이왕 온 것 안쪽까지 더 들어가 봐야지.”
“아무것도 없다면서?”
카릴은 그녀의 말에 싸늘하게 웃었다.
“놈의 말을 믿어?”
“……응?”
“내 눈에는 오히려 이 안에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는 조금 전 검으로 무너진 벽을 바라봤다.
빼곡하게 쌓여 있던 관이 부서지고 그 뒤에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진 통로가 보였다.
조금 전 키메라와 라엘이 들어 왔던 곳이었다.
카릴은 지체 없이 그 안으로 걸어갔다.
“자, 잠깐!”
그런 그를 따라 밀리아나 역시 걸음을 재촉했다.
* * *
“……없어. 없어. 아무리 찾아봐도 빈집이야.”
밀리아나는 단단하게 가로막혀 있는 동굴의 벽을 두들기며 조금 지친 듯 말했다.
“설마 명색이 드래곤인데 거짓말을 하겠어? 그만한 마법을 쓸 수 있는 존재인데 깡그리 가져갔겠지. 안 그래?”
“글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 동안 레어를 뒤져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 전 라엘의 말대로 실험실 뒤에는 그저 커다란 공동에 불과할 뿐이었다.
[드래곤을 믿지 말라는 것에는 나 역시 동의하지만 이번에는 헛다리를 짚은 것일지도 모른다. 백금룡이 허투루 일을 처리했겠느냐.]알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밀리아나의 말대로 드래곤의 마법이라면 레어 전체를 옮기는 것도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지. 그들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 9클래스의 소유자니까.]솨아아악―
그가 손을 펼쳐 벽을 한 번 훑자 반응하듯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네가 레어에 있는 드래곤의 무구라도 한탕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거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게 사실이야.]알른은 자신의 손바닥을 쥐락펴락 하면서 말했다.
[아니면 군자금에 쓸 보석이라도 말이지. 드래곤이란 놈들은 탐욕스러워 레어에는 보석들이 쌓여 있다고 하니까. 뭐 그 정도로도 충분히 녀석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보게 될 줄이야.]그의 말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그리고 약은 도마뱀 녀석은 그걸 눈치채고 이미 싹 가지고 떠난 지 오래였지. 자신의 전령만을 남겨두고 말이야.”
“그래.”
[그걸 알면서 왜 빈집에 이렇게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군. 반대로 생각하면 나르 디 마우그는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던 거라는 말이잖느냐. 보란 듯이 시체와 관을 둔 놈이 자신에게 약점이 될 만한 걸 남겨 뒀을까?]“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보군. 정말 백금룡이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았다고 말이야.”
[……흐음? 네 녀석. 뭔가 알고 있는 눈치로군.]알른은 여전히 차근차근 벽을 뒤지는 카릴의 모습에서 의아한 듯 물었다.
[나 역시 그와 똑같다. 너희 인간과 달리 우리는 백금룡과 같은 전장에 있었다. 그의 성격을 안다는 것이지. 적어도 그는 감추거나 숨길 녀석은 아냐.] [우리는 나르 디 마우그를 직접 보고 전장에서 마주했었다. 알른 역시 마찬가지겠지.]“겪어봤기 때문에 잘 안다?”
카릴은 라미느와 두아트의 말에 입꼬리를 씰룩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내가 가장 놈을 잘 알지.”
그는 조금 전 알른이 만졌던 검은 연기가 난 벽면을 훑으면서 말했다.
“확인해 봐야겠다. 마엘, 이 벽 안으로 신력(神力)을 흘려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