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2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29화(329/497)
216. 베스탈 습격전 (1)
“흐음…….”
카릴은 지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홀 안에는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제국의 10만 군세가 현재 남부로 향하는 중이라는 보고입니다.”
가장 먼저 운을 뗀 사람은 다름 아닌 앤섬 하워드. 공국에서 출발한 그는 칼 맥의 배를 타고 가장 먼저 타투르로 합류한 전력이었다.
“공국에서 골렘 부대의 수송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포나인 강으로 통한 일부 전력 이외에 나머지 전력들은 현재 남부로 향하는 중입니다.”
앤섬은 지도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타투르에서 붉은색의 줄이 만들어지더니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빠른 급습을 위해서라면 비룡 부대가 제격이겠습니다만 다만 레볼의 수송을 위해 현재 비룡 부대 전 부대가 투입된 상태라 비룡 부대를 사용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그는 갈라진 빛의 실선 중 하나를 손으로 잡아 옮겼다.
“대신 기동력이 빠른 소형 골렘 부대를 이용한다면 제국군과 비슷한 시기에 도착할 수 있을 듯싶습니다.”
“황후의 반란이 오히려 우리에게 전장을 제공하는 꼴이 되었군.”
“제국으로서는 황후를 남겨 두는 것이 우환으로 여겨질 테니까요. 아마 이번 전쟁을 통해서 정리할 속셈일 듯 보입니다.”
“맞아. 차라리 황후가 죽는 것이 우리의 포로가 되는 것보다 나은 일이라 생각할 테니까. 녀석은 마지막 황제의 흔적까지 완벽하게 지우려고 하겠지.”
“골렘부대를 이용하는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긴 합니다만 더 빠른 선택을 고려하신다면 라니온 연합의 병사들을 이용하여 먼저 베스탈 후작령을 점령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상 피해는?”
“사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작은 피해마저 제국에게 돌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뿐입니다. 제국과 황후가 전투를 벌이게 되었을 때를 노리기 위함입니다.”
카릴은 앤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은?”
“브랜 가문트라고 합니다. 조사를 해봤습니다만 이렇다 할 경력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경험이 없는 지휘관을 맡기다니 조금 의외의 결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브랜 가문트라…….”
앤섬의 말과 달리 카릴은 그 이름을 한번 곱씹으면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결국 올리번의 휘하로 들어갔군.’
전생의 제국 7강이자 자신이 기억하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책략가.
아쉬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이후 황궁과의 인연이 없었으니 브랜과의 연결점을 만들기 어려웠으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첫인상만으로는 단번에 그를 휘어잡을 수 없었던 모양이지.’
모든 인재를 자신의 아래에 둘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게다가 카릴은 자신이 만났던 그 당시의 브랜이 전술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직접적으로 전쟁을 할 정도의 용기는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은 어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있어서 그 역시 변했으리라.
‘반대로 전생에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명을 달리했던 앤섬 하워드를 얻은 것으로 일단은 만족해야 하겠지.’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공국의 내전부터 프란의 죽음까지.
솔직히 앤섬 하워드 한 명을 얻기 위함도 무수한 노력이 필요 했었으니까.
어쩌면 브랜 가문트마저 매료되길 바란 것은 욕심일지 모른다.
‘그는 전쟁의 천재이자 전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건 싸우기 어려운 상대라는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완벽한 전투를 할 수 있다면 그에게 나를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
하지만 카릴은 아직 그를 포기하지 않은 듯 보였다.
오히려 욕심을 부렸다.
어렵기는 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앤섬 하워드와 브랜 가문트.
앞으로 있을 신탁 전쟁에서 그는 바로 이 양익(兩翼)의 천재들의 힘이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를 가벼이 보면 안 돼. 아마 이번 전투는 꽤 쉽지 않은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네?”
“앤섬. 자네에게 베스탈 영지전의 지휘권을 일임하지. 명심할 것은 이번 상대가 전력으로 싸울 상대로서 모자람이 없다는 것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카릴의 말에 앤섬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과의 첫 결전이다. 승패에 따라 기세가 달라질 거라는 것은 알겠지.”
“기대에 부응토록 하겠습니다.”
그야 말로 세기의 대결이라 할 수 있었다.
전쟁의 천재라 불리는 브랜 가문트였지만 전생에 유일한 패배를 안겨 준 자가 바로 앤섬 하워드였으니 카릴은 마치 두 사람의 대결을 즐기듯 바라보는 입장이었다.
“키누 무카리, 카일라 창, 베이칸.”
카릴은 앤섬의 뒤에 서 있는 세 사람을 불렀다.
“네, 주군.”
그들은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너희들에게 자유군 5만을 내어 주겠다. 각각의 부족들과 합류하여 앤섬을 지원토록 하라.”
“알겠습니다.”
“저희 라니온 연합은 어찌하면 좋을까요.”
명령을 받은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홀의 가운데에 기다리고 있던 비올라가 말을 이었다.
“앤섬 경의 말대로 저희 연합의 병력으로 먼저 황후를 잡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그녀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면서 말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카릴을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여전히 공을 노리는 것인가?”
“그럴 리가요. 다만 골렘 부대를 통한 전투가 가장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앤섬 경의 말씀이 꼭 옳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요.”
비올라는 허리에 차고 있는 은빛의 세검 위에 손을 얹었다.
“하명하시옵소서.”
그녀의 옆에 있는 그레이스 역시 자신의 검으로 바닥을 짚으며 말했다.
‘밀리아나의 말대로군.’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이스트리아 삼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스탄 왕국에서 만났던 밀리아나와 그레이스.
그 당시에 그녀의 눈에 들어 왔던 그였기에 밀리아나는 카릴과 북부에서 남부로 내려 오는 비룡 안에서 그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에이단과 마찬가지로 소드 마스터의 문턱을 조금 넘어섰군.’
그레이스에게서 풍겨지는 기운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갈했다.
같은 상급 소드 익스퍼트라 할지라도 소드 마스터의 문턱에 발을 들여놓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그것은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는 자와 영원히 익스퍼트에 머무르는 자의 차이였으니까.
전생에 이미 그레이스가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카릴이었지만 전생보다 훨씬 더 빠른 성취에 이제는 확실한 타투르의 전력 중 하나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비단 두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무장을 하고 있었다.
궁 안으로 무구를 가지고 들어온다는 것은 제국의 황궁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자가 없다는 당당함.
다른 이가 한다면 오만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이 안에 모여 있는 그 누구도 그런 생각을 가지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당당함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이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감상과 달리 카릴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라니온 연합은 제국 전선에 집결한 뒤 대기를 하도록. 남부의 일은 지금 호명한 자유군으로 마무리 짓도록 한다.”
“하오나…….”
“조급해하지 마라. 너의 병사들은 훨씬 더 중요한 자리에 쓰여야 하니까.”
그의 말에 비올라는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올라. 삼국전쟁 때의 일을 빚이라 생각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내가 없어도 너는 분명 삼국을 통일했을 테니까. 너의 연합은 나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너의 통솔로 쟁취한 것이다.”
“송구하옵니다.”
그녀의 마음을 눈치챈 듯 카릴이 먼저 말했다.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인 자들이 많군. 뭐, 그건 그것대로 인복이라 할 수 있겠지.]알른은 눈을 빛내며 카릴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느 하나 전쟁을 두려워하는 자가 없이 스스로 전장을 나서려 하니 말이야.]그의 말에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시르.”
“네. 주군.”
“북부의 군사들을 집결시켜 남하할 준비를 하도록 한다. 베스탈 후작령에서 전투가 시작되는 즉시 우리는 북부군과 트윈 아머에 집결해 있는 디곤 일족을 통해 위아래에서 일제히 압박해 들어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시작을 알리는 전투가 앤섬 네 어깨에 달려 있다. 자신 있는가?”
카릴은 확인하듯 앤섬을 바라봤다.
“해협을 건너와 기동이 가능한 소형 골렘의 수는 약 200대입니다. 그들의 전력은 가히 15만의 군사를 상회 할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자유군까지 지원해 주셨으니 오히려 넘치는 전력입니다.”
“그래?”
“하나 이로써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앤섬은 마치 즐거운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는 아이처럼 기쁜 듯 말했다.
“주군의 계획을.”
“……?”
“……?”
그의 표정처럼 마지막 그 한마디에 모두가 의아한 듯 앤섬을 바라봤다.
다만 카릴만이 그 대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 * *
“장관이로군.”
“저게 골렘인가. 저 안에 사람이 탄다는 말이지? 신기하군.”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5만의 병력과 질서정연하게 집결되어 있는 골렘부대를 바라보며 키누와 베이칸은 나지막하게 감상을 내뱉었다.
베스탈 후작령.
등 기사단이 있는 남부의 국경 지대지만 이곳은 이렇다 할 전투가 벌어진 적이 없었던 곳이다.
평온했던 이곳에 수만 명의 군사가 집결되자 무거운 전운이 감싸기 시작했다.
“저 너머에 제국군이 있다, 이거지?”
두 사람과 달리 카일라 창은 긴장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남부 일대의 마굴 토벌을 도맡아 해왔지만 전쟁의 경험은 거의 전무하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수도 부족간의 전투 따위가 아니었다.
베스탈 후작령을 중심으로 남부엔 자유군이 북부에는 제국군이 대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수만 무려 20만이었니까.
자유군이 도착하기 이전에 황후를 처리할 것이라 예상과는 달리 제국군은 베스탈 후작령을 침공하지 않았다.
대군을 앞에 두고 먼저 싸움을 걸 수 없는 상황에서 황후는 제국군과의 대치 이외에 다른 방법을 쓸 수 없었다.
앤섬은 그 형국을 보고 적군의 지휘관인 브랜 가문트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님을 직감했다.
“적군 중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자가 있을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던 세 사람은 자신의 왼편에 서 있는 앤섬 하워드를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사령관님.”
키누 무카리가 그에게 물었다.
공국 내전에 유일하게 참석을 했었던 그는 다른 둘과 달리 앤섬의 실력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당시에 비록 적군이었지만 그의 전쟁 능력은 발군이었으니까. 그런 그가 놀랐다는 것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님을 의미했다.
“저 진형을 보십시오. 제국군은 후작령의 후위에 배치되어 있는 상태이지 않습니까.”
“흐음.”
세 사람은 앤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황후를 손에 넣으려고 할 겁니다. 만약 그들이 황후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쉬운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후의 목숨 따윈 상관하지 않는다면 전쟁이 어려워질 겁니다.”
앤섬의 옆에 서 있던 부관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요만을 공략할 때 세리카를 보좌했던 부관이었다.
“후자라면 베스탈 후작령이 폐허가 되어도 상관없다 여기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시군요. 하나 황후를 보호한다는 것은 결국 영토를 보호하면서 싸워야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만큼의 걸림돌이 생기는 일이지요.”
“맞아.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앤섬은 지도 위에 세 개의 말을 내려놓았다.
“반대로 우리가 황후를 취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황후의 목숨을 배제한다면 쉬운 전쟁이 될 수 있지.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쉬운 전쟁이 될 경우는 어떤 것일까.”
부관은 그의 물음에 살짝 고민을 하는 듯 전방을 바라봤다.
“사령관은 지금 당장에라도 전투가 벌어질 전장에서 스무고개라도 하실 생각이야?”
카일라 창은 앤섬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제국이 황후를 보호하고 우리가 황후의 목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겠군요.”
“맞아.”
부관의 말에 앤섬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책처럼 후작령을 사용하기 위한 포진은 자칫 제국이 황후를 우리와의 전쟁에서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 겉으로는 황후의 목숨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도 회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일 터. 전자의 가능성을 충족시킨다.”
앤섬은 나머지 세 사람을 바라보며 집게손가락으로 후작령을 가리켰다.
“저들은 연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황후를 지킬 것이니 들어오라고. 아마도 이미 후작령 안에는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하지만 적군의 수장이 뛰는 자라면 우리의 주군은 나는 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미 적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계셨으니까.”
“그게 무슨 뜻입니까?”
“연기를 하는 것은 제국만이 아니라는 것. 배우는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5만의 군사와 더불어 골렘 부대까지. 실로 충분한 병력. 아니, 과할 정도로 많은 병력을 저희에게 제공해 주셨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으음……. 완벽하게 승리를 하라는 의미?”
“비슷합니다.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우리가 황후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테니까요.”
앤섬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과연 주군께서 황후의 목숨을 중히 여기실까요. 아닙니다.”
“황후의 세 치 혀를 이용해서 승리하기보다 전력으로 승리를 쟁취하실 분이시니까.”
베이칸의 말에 앤섬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국은 그것을 알지 못할 터. 제국은 우리의 병력을 보고 반대로 황후를 이용해서 우리를 잡으려 할 겁니다.”
“그럼 어찌 하는 것이 좋습니까?”
“아무것도. 싸울 필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이곳에 와서 확신을 했습니다. 주군께서 왜 이리 많은 병력을 주었는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황후와 후작령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세 사람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놀랍지 않을 수 없구나. 주군께서는 자리에 앉아 전략가들의 생각을 꿰뚫으셨으니까. 라니온 연합을 왜 타투르에 그냥 두신 것인지 알겠군. 주군은 그들을 쓸 생각이었어’
하지만 앤섬은 연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제국은 황후 하나에 정신이 팔려 있겠지만 주군은 이미 대국에 집중하고 계셨습니다.”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10만의 전력이 고작 미끼였음을.”
“……!!!”
“……!!!”
그 순간 모두의 눈이 커졌다.
* * *
어스름이 펼쳐진 새벽.
풀숲 사이로 검은 인영들이 숨어 있었다.
발걸음 소리마저 죽인 채 은밀하게 이동하고 있는 무리의 선두에 서 있던 한 소년.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예상대로 병력의 증강은 없습니다. 아마도 적은 저희가 이곳으로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싶습니다.”
보고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성입니까? 트윈 아머 이후 포나인의 수왕을 견제하기 위해서 쌓은 방어성이.”
“맞아.”
[크르르르르…….]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쉬. 쉬. 조용. 오랜만에 보니 살의(殺意)가 짙어지는 거냐.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
소년의 앞에 흐르는 강물.
언제나 거세게 흐르던 물살마저 조용해진 밤 그 안에는 거대한 눈이 끔뻑거렸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공포스러운 괴수의 으르렁거림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는 달랐다.
그저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는 동물을 보는 것처럼 거대한 씨 써펀트의 이마를 툭툭 두들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카릴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 번뜩이는 수많은 병장기가 보였다.
“날뛸 시간을 줄 테니 말아야.”
카릴은 수왕의 머리 위에 걸터앉아서는 팔짱을 낀 채 저 멀리 솟아 있는 성을 바라봤다.
‘황후? 그따위야 목을 가져가든 살려 데리고 가든 올리번 네 마음대로 해.’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나 전장(戰場)은 내가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