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3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30화(330/497)
216. 베스탈 습격전 (2)
“이상 무.”
“좋아. 교대다.”
새벽 4시가 되자 성벽 위에 서 있는 병사들은 기다렸던 교대 시간이 되자 피곤한 기색으로 새로이 올라오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으……. 피곤하다.”
“본국에서 군사들이 출진했다면서?”
“이미 10만의 병사가 남부로 내려갔다던데. 정말로 전쟁이 터지긴 했나 봐.”
“다행이지. 그래도 여기서 전투가 벌어지진 않을 테니까. 이곳에 배치를 받은 건 천운이라구. 안 그래?”
병사들은 성벽을 내려가면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었다.
“포 나인의 괴물 덕분이지 뭐. 트윈 아머에서 그런 난리를 치르고 난 뒤에 폐하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강가에 성을 세우는 일이었잖은가.”
“뭐, 덕분에 우리는 편해졌지만 말이야. 성을 세우고 난 뒤에 오히려 강가의 몬스터까지 사라졌잖아. 처음에는 변방으로 배치되는 건 줄 알고 얼마나 싫었는데. 본국에 있었으면 지금 전쟁에 끌려 나갔을걸.”
“낄낄……. 맞아.”
“그런데 말이 돼? 수왕이 정말로 인간의 말을 따른다는 것이 말이야.”
“틀리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제아무리 수왕이라 하더라도 육지를 걸을 순 없으니까. 우리는 그저 보초나 잘 서면 되는 거야.”
“하긴, 그 말이 맞군. 어서 돌아가서 잠이나 실컷 자야겠어. 전쟁이다 뭐다 우리랑은 상관도 없는 일 같은데 덩달아 보초의 수를 늘려서 난리로구만. 가뜩이나 인원도 부족한데 말이지.”
병사들은 피곤한 기색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그러게 말일세. 가는 길에 시원하게 한잔하고 들어갈까? 어때?”
대답이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옆에서 함께 성벽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있던 동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병사는 귀찮은 듯 손을 저었다.
“거, 사람 보게. 물었으면 대답을…….”
툭―
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
그와 동시에 떨어진 물건은 퉁퉁거리며 계단을 튕겨 굴러떨어졌다.
“……!!!”
투구였다.
병사가 황급히 고개를 돌린 순간 날카로운 검날이 그의 목에 겨눠졌다.
“쉿.”
짧고 굵은 한 마디.
하지만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 한 방에 병사는 오금이 저리는 기분이었다.
“……누, 누구…… 읍!”
병사의 외침은 거기까지였다.
손으로 입이 가려진 채 그대로 복부를 찌르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검날.
일체의 반항 따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쓰러지는 병사는 어느새 찾아온 기습인지 알 수 없다는 듯 그저 의아함과 놀람 속에서 몸을 부르르 떨 뿐이었다.
“쉽군.”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감상.
“숫자는?”
“성을 지키는 병사는 1만. 하지만 기사는 없습니다. 마법사도 기껏해야 하급뿐인 것으로 저희들의 침입을 알아차린 상황은 절대 아닐 겁니다.”
“정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나.”
“곧 끝납니다.”
계단 위로 올라오던 그레이스는 병사의 시체에 박힌 검을 뽑으면서 말했다.
“검은 눈 일족이 침입 즉시 주요 수뇌부들을 모두 암살했습니다. 지휘관을 잃은 적군이야 위험이 되지 못하죠.”
순식간에 계단 아래에 있던 병사 수십 명의 목숨을 취한 그들은 위를 바라봤다.
“하나……. 이 정도로 훌륭하게 만들어진 성인데 지키는 병사의 질은 극히 떨어지는 것이 이상하군. 짐작하건대 아마도 이 성은 눈속임이었던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성의 외관과 달리 수비 병력도 무척이나 적습니다. 어쩐 일일까요.”
그레이스의 옆에 서 있던 비올라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자신들의 의문에 답을 줄 사람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까지는 그러했겠지.”
펄럭―
성벽에 기대어 있는 카릴의 망토가 가볍게 흔들렸다. 이미 교대를 하러 올라온 병사들은 미동도 없이 바닥에 너부러져 있었다.
“병력도 얼마 두지 않은 이 성을 왜 이렇게 거창하게 만들었을까. 누가 그 이유를 말해보겠나.”
적의 성안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전쟁의 전술을 가르치는 것처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포나인의 수왕 때문이 아닐까요. 트윈 아머에서 대패를 한 이후에 이 성이 세워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대답을 한 것은 하시르였다.
“맞아. 그 이유 때문이지. 겉으로 보기엔 말이야. 하지만 단순히 방어를 위해서 라고만 생각해?”
“교두보로 삼고자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이어서 들려오는 대답의 모두가 뒤를 바라봤다.
은빛 세검이 횃불에 번뜩였다.
비올라였다.
“교두보라……. 이유를 설명해 봐.”
“이 성이 만들어진 것은 하시르 님의 말대로 트윈 아머전(戰) 이후입니다. 포나인 강의 수왕을 경계하고자 하는 목적은 이 성을 세우기 아주 좋은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그건 주군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겉치레일 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포나인 강은 무사히 건너기 위함이겠죠.”
“강을 건넌다, 라…….”
카릴이 비올라를 바라봤다.
그녀는 주위를 훑으며 말을 이었다.
“올리번은 황후를 핑계로 베스탈 후작령을 새로운 요충지로 삼기 위해 그곳으로 군사를 보냈습니다.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함이지요. 당연한 일이지만 남부를 통하여 타투르로 진격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후작령은 공격의 요충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후작령은 남부의 국경지대였다.
그곳에 군사가 집중된다면 카릴 역시 그곳을 보안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제국이 후작령을 교두보로 남부를 통해 타투르로 진격하려는 속셈이라는 것.”
하시르는 비올라의 의견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릴을 바라봤다.
“계속해 봐.”
“단순한 수 싸움이라면 그러겠지만 제국은 남부를 노리지 않을 겁니다.”
“노림수가 따로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베스탈 후작령은 서로를 낚기 위한 미끼를 푼 장소일 뿐. 진짜 교두보는 바로 이 성이기 때문입니다. 남부 쪽으로 이목을 돌려놓고 우리의 뒤를 치기 위한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이런 거대한 성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것도 미리 말이죠. 제국은 저희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카릴의 물음에 비올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맞아. 녀석들은 트윈 아머의 패배 이후 겁을 먹은 척 성을 쌓아 올리고 발길을 끊은 척 속여 왔던 것이지.”
그토록 오랜 시간을.
차곡차곡 올리번은 연기를 해왔던 것이다.
앤섬조차도 카릴의 말이 아니었다면 예측하지 못했을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국이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비올라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우리가 마도 범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군요. 그로 인해서 이미 골렘을 포함한 마도공학병기들이 해협을 건넜다는 것을요.”
하시르는 이번엔 알아차렸다는 듯 말했다.
“맞습니다.”
“그로 인해 벌게 된 시간을 통해 녀석들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까지.”
“수 싸움에서 서로 주고받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골렘 부대를 사용할 수 있는 저희가 영지전에서 한 발 더 먼저 앞서간다 할 수 있겠지요.”
하시르는 두 사람의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10만이라는 병력을 투자하면서 후작령을 미끼로 삼는 대담한 계획이라니……. 설마 브랜 가문트라는 자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요.”
“글쎄. 아직 미흡할지 모르지만 그는 전술 대가의 자질을 가진 자이지. 확실히 얕볼 수 없는 인물이지만……. 브랜은 그럴 위인이 아냐. 솔직히 말해서 이번 전쟁에서 내가 판도를 보는 변수에서 그는 포함되지 않거든.”
올곧은 성격만큼이나 그의 전투는 뒷공작 따위는 하지 않는다. 특히나 이런 오랜 시간을 걸친 계획은 그와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얄팍한 수에 능한 자가 있지.’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으흠……. 그럼 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티렌. 티렌 맥거번.”
전생에 그는 제국의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만한 자질을 가진 자였지만 단순히 뛰어난 내정 능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티렌이 그 위치에 올랐을 때는 공국과 삼국을 정리하는 시점과 더불어 신탁까지 내려진 상황. 즉 전시(戰時)였다.’
그를 돋보이게 만든 것은 전쟁이 아니라 책략.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그의 눈은 이따금 이런 식으로 빛을 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카릴은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후작령에 집결된 군사의 수를 가늠하겠지. 골렘과 함께 10만에 가까운 전력을 보냈으니 녀석을 속이기에 충분할 터. 이제 우리의 뒤를 치기 위해 포나인 강을 건너려 할 것이다.”
두드드드드드…….
그때였다.
저 멀리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을 바라보며 카릴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 말이 맞지?”
그 광경에 부하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적군 확인! 흑(黑) 기사단으로 판명됩니다! 그 외 마법 병단 약 200명을 포함하여 적의 병력은 15만으로 추정된다 하옵니다!!”
이미 숲에서부터 매복을 하고 있었던 병사들로 인해 보고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황도 방위를 위한 흑 기사단을 가장 먼저 이곳으로 배치시키다니. 제법 무게를 줄 심산이로군.”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올라.”
“네.”
“흑(黑) 기사단의 단장인 카이신은 오랫동안 황도의 수비를 맡아 왔던 기사다. 그만큼 수성의 능력이 뛰어나지.”
“하나 성은 이미 저희들의 손안에 있습니다. 그의 장점은 무용지물일 겁니다.”
“그래. 넌 언제나 네 힘을 증명하고자 했으니 이번에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카릴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음을 알았다.
“늑여우 부족을 이곳에 두겠다. 하시르와 함께 이곳에서 흑 기사단을 멸살하라. 포나인 강은 대륙을 관통하는 수로와 같다. 이곳을 완벽하게 점령하여 제국으로의 통로로 삼을 것이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네게 지휘를 맡기지. 놈들을 맞이하라.”
“네.”
비올라는 카릴의 말에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지휘를 그녀에게 맡기시는 겁니까? 그럼 주군께서는……?”
“후작령과 이 성으로 서로 한 수씩 주고받았지만 전쟁은 지금부터다. 이곳이 점령됐다는 것을 알고 나면 북부 국경지대를 비롯해서 키웰 해안, 라브탄 협곡, 교단이 있는 헤임의 깊은 숲까지. 산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겠지.”
하시르의 물음에 카릴이 말했다.
“하지만 아직 본 부대가 움직인 것은 아니다. 산발적인 전쟁의 피해는 결국 기껏해야 수만. 100만이라는 대군을 보유한 두 세력에겐 옅은 상처에 불과하지. 결국은 본 부대가 서로 부딪혀야 끝나는 전쟁이라는 말이다.”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100만 대군…….”
“서로의 주공(主攻)이 격돌해야 끝이 나겠군요. 지금 이 전쟁들은 결국 전야제에 불과하니까요.”
그의 한마디에 부하들은 지금 자신을 향해 적군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라고 생각하겠지. 모두가.”
“네?”
카릴은 반문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하늘을 가리켰다.
“다녀오겠다. 제국을 흔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