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3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31화(331/497)
217. 제국을 흔들다 (1)
[베스탈 후작령에서 제국군 10만과 자유군 5만 격돌! 전(前) 공국의 골렘부대가 자유군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 전선은 호각을 다투고 있습니다!] [황후의 생존 여부는 확인 불가. 후작령의 영토 절반이 전투로 폐허가 된 상태라 합니다.]통신구를 통해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포나인 강 상류에 위치한 방어성이 자유군에 의해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흑 기사단의 카이신 부대와 대치 중!] [마론 협곡 보고! 화린이 이끄는 잔나비 부족 예하 이민족 부대들이 7만이 협곡으로 남하 중. 녹 기사단의 잔류 병력과 합쳐 새로이 편성된 캄 그레이 경의 려(綟) 기사단이 거점을 완성하여 수비 중이라고 합니다.]통신을 집중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하나둘 들려 오는 보고에 떨리는 눈으로 위를 바라봤다.
[키웰 해안에서 제국군 2, 3, 7함대와 자유군의 함대가 접전 중이라 합니다! 5함대를 침몰시킨 마도 범선은 전선을 이탈하여 남부로 이동 중!]쏟아지는 보고들.
대륙 전역에서 일어나는 각각의 전투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거대한 마경(魔鏡)에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투가 상세히 보여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콰강!!]연신 들려 오는 폭음 소리.
수만의 군세가 서로 뒤엉키며 싸우는 전쟁을 바라보며 올리번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방어성을 빼앗긴 것이 뼈아픈 실수로군. 베스탈 후작령을 미끼로 삼았는데 아무래도 낚이지 않은 모양이야.”
“그런 듯싶습니다.”
“자넨 어찌 생각하는가. 내 연기가 부족했던 걸까?”
올리번의 말에 그의 옆에 서 있던 티렌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충분히 훌륭하셨습니다. 그저 적도 전국을 보는 눈을 가진 것이겠지요. 공국과 이스트리아 삼국을 손안에 넣은 자입니다. 애초에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지요.”
“골치 아프게 되었군.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처럼 황후가 있는 베스탈 후작령에 10만의 군사를 보내면서 무게를 잔뜩 주었는데 말이지.”
어쩐지 올리번은 방어성이 함락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썩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대신들은 잘도 속였는데 그만한 병력을 투자한 것 치고는 대국의 흐름에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버려진 장소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그와는 달리 올리번의 말을 듣던 티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외람되오나 현재 타투르 자유국과 저희의 권세는 호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후작령에 그들 역시 비슷한 군사를 투입했습니다. 소모전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티렌은 홀의 중앙에 있는 지도를 움직이면서 말했다.
“하나 전선을 수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수성(守城)을 목적으로 흑 기사단의 카이신 경을 보낸 것이 방어성의 탈환을 생각한다면 좋은 상황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카이신 경은 뛰어난 기사지만 공략에는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철수하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
“방어성을 포기하자는 말인가? 그곳은 황도와 직결되어 있는 곳이야. 우리가 뒤를 치려던 계획을 우리가 당할 수 있다는 말이지.”
“걱정 마십시오. 그들은 방어성에서 나오지 않을 겁니다. 아니, 못 나올 겁니다.”
“흐음?”
올리번이 답을 요구하듯 티렌을 바라봤다.
“산발적인 전투는 결국 판 위에 여러 개의 말을 뿌려 놓은 것과 똑같은 상황입니다. 피해는 있지만 그 강도는 미약하고 결국 전황에 큰 영향을 줄 순 없습니다.”
“글쎄. 그렇게 쉽게 생각하다가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야금야금 경계가 허물어질 수도 있어.”
“적군의 눈을 돌리기 위한 후작령전이 비록 실패하였으나 피해는 서로 비슷합니다. 다른 전선 역시 마찬가지구요. 예외가 있다면 키웰 해안이나……. 그는 새로운 지원군이 합류한다면 해결될 것입니다.”
“그럼 자네의 생각은?”
“방어성을 통한 진격을 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눈을 돌리게 만들면 됩니다.”
“전면전(全面戰).”
티렌의 말에 올리번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네. 대화(大火) 앞에 작은 불씨들은 결국 먹힐 뿐입니다.”
“큰불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이로군.”
“결국 승패를 가르기 위해서는 서로의 주공(主攻)을 무너뜨려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하는군요. 자르반트 경.”
올리번은 앞을 바라봤다.
태양홀에 있는 황좌 아래에 붉은 갑옷을 입은 노기사가 무릎을 꿇은 채로 그를 바라봤다.
“그 불길을 내는 선착(先着)을 경께서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신(臣) 자르반트. 명을 따르겠습니다.”
“힘든 전투가 될 겁니다. 모든 게임은 결국 왕을 잡으면 끝나지만 이번 싸움에선 왕이 가장 강한 적이니까요.”
“쓸모없는 늙은 육신을 폐하를 위해 쓸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길 따름입니다.”
올리번은 황자 시절부터 자신을 따랐던 충신의 호기로운 대답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자르반트 경의 선발대는 본국의 군사들이 집결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역할입니다. 100만이라는 대군이 서로 맞붙을 수 있는 장소는 세 곳. 황도의 앞마당과 포나인을 끼고 있는 트윈 아머.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부의 대초원입니다.”
티렌은 지도 위에 세 개의 말을 내려놓았다.
“경께서는 지금부터 군을 이끌고 이 세 곳을 흔들어 놓으셔야 합니다. 통신구를 이용해서 전략을 지시하겠으나 상황은 언제나 시시때때로 변하는 법. 경의 오랜 경험을 믿고 의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난전(亂戰)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누구보다 오랫동안 전장에서 굴러먹었던 자이옵니다. 비록 노장이나 이 한 몸 바쳐 적군의 눈을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적(赤)기사단의 기사단장인 자르반트 레다크는 노년이 무색할 만큼 강대한 기운을 내뿜었다.
투구를 쥐고 있는 두꺼운 팔 근육이 꿈틀거렸다.
“제국의 50만 본대가 출진을 하였을 때, 세 곳의 진형에 모두 제국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을 것입니다.”
올리번은 그의 대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 몸을 바칠 필요까진 없네. 부디 살아서 나를 맞이해 주길 바라지. 여봐라.”
“예, 폐하.”
“그것을 가지고 오거라.”
올리번이 명하자 병사들이 황금으로 단단히 봉인된 커다란 상자를 짊어지고 왔다.
“이것은?”
“얼마 전 구한 것일세. 아마 제국의 기사 중에 자네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탈칵―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자르반트는 황송하다는 얼굴로 올리번을 바라봤다.
“이…… 이건.”
화르르르륵――!!!
상자 안쪽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쳐 나왔다.
“들어 보게.”
노기사인 자르반트는 마치 기사 서약을 받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쥐었다.
치이이이익……!
보호 마법이 걸린 건틀릿을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오…….”
“저게 소문만 무성했던 무구인가!!”
“실로 대단하구나.”
대신들은 홀 안을 가득 채우는 뜨거운 마력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불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차크람, 불타는 징벌(Flame Punish).
“레드 드래곤의 레어인 퓌톤의 둥지에서 찾아낸 것이지. 리세리아의 후예이자 현존하는 유일한 염룡이야. 그의 피를 차크람에 담았으니 역사에 기록되었던 시절보다 더 강력할 걸세.”
“……이걸 제게 주시는 겁니까. 폐하.”
“대신 내게 승리를 가져가 줄 것이라 믿네.”
“화, 황공하옵니다. 신(臣), 명을 완수하겠습니다!!”
자르반트의 외침과 함께 불타는 징벌의 열기가 더욱더 뜨겁게 타올랐다.
“흡……!!”
적기사단을 상징하는 건틀릿의 붉은 안료가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는 호기롭게 오히려 무구의 손잡이를 더욱 꽉 잡았다. 흘러내린 안료가 굳으면서 마치 차크람과 자르반트의 건틀릿이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출정 준비를 하라!!”
올리번은 자르반트의 어깨 위에 자신의 검을 가볍게 내려 두었다 떼면서 소리쳤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마경을 통해 보이는 바깥의 병사들의 함성이 황도를 흔들었다.
30만이라는 대군이 집결되어 있는 앞마당엔 뜨거운 전의가 불타기 시작했다.
올리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블레이더의 무구를 제때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로써 다섯 개의 무구 중에 3개가 저희 쪽에 있는 것이겠죠.”
“그렇지. 무한의 숨결(Infinite Breath)은 계획대로 궁정마법사인 카딘 경에게 내리는 것이 좋겠지. 제국 내에서 그가 유일하게 그 무구를 다룰 수 있는 자이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군의 출정식 이후 올리번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피곤한 듯 따뜻한 차로 목을 축였다.
“며칠 동안 밤을 새운 듯싶은데. 조금은 쉬는 게 좋아. 인간의 몸은 휴식이 필요하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戰時)입니다. 그것도 제가 황위에 오르고 난 뒤 처음이자…….”
올리번은 목이 탈 것처럼 뜨거운 찻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고통을 마치 일부러 감내하는 것처럼 꿀꺽 삼켰다.
“마지막이 될 전쟁 말이죠. 닐 블랑 경.”
“고집은…….”
“제국에는 아직도 50만의 군사가 더 집결 중입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저를 믿고 전투에 임할 테지요. 그들에 비한다면 며칠 밤을 새운 것 따윈 아무런 고통도 되지 않습니다.”
그는 찻잔을 들어 보였다.
“오히려 지금 이걸 삼키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정도니까요.”
“내게 언령(言靈)을 쓰려 하지 말거라.”
올리번의 말은 가만히 듣던 닐 블랑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령이라니요. 태생적으로 갖게 된 힘이니……. 제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네 생각에 동조하나 네 생각을 따르는 것과는 다르니까.”
닐 블랑의 말에 올리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뒤에는 세 사람이 더 있었다.
짧게 자른 붉은 머리카락을 세운 남자의 손등에는 칼로 벤 듯한 흉터가 있었고. 녹빛의 긴 머리칼을 질끈 묵은 여인은 차분한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짙은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중년의 남자는 온화한 미소로 올리번을 향해 가볍게 인사했다.
“덕분에 쉽게 불타는 징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보관을 하고 있었을 뿐. 어차피 내가 관심을 가지던 물건이 아니었으니 상관없네. 무구의 성능이 격차를 조금은 메꿀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붉은 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자르반트 경은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실력자입니다. 그가 블레이더의 무구를 잘 다룰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부디 그러면 좋겠군.”
“닐 블랑 경의 부탁으로 나왔지만 사실 이 전쟁에 저희들이 참여하는 것은 규율에 위배 됩니다.”
딱딱한 태도의 붉은 머리 남자와는 달리 중년의 남자는 차분한 어조로 들고 있던 상자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아마도 저희들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겠지요.”
그는 상자의 잠금쇠를 풀어 뚜껑을 열었다.
“블레이더의 다섯 번째 무구인 쌍검, 뇌격(雷擊)과 뇌전(雷電)입니다.”
“이것이로군요. 찾고자 하였으나 소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물건인데…….”
“그럴 수밖에요. 이 검은 조금 특별합니다. 다른 무구들은 마도 시대에 만들어졌으나 이 두 자루는 새로이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마도 시대의 블레이더가 만든 무구는 봉인의 매개체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봉인이라 함은……?”
“번개의 정령왕이 우레군주 쿤겐의 힘이 담겨 있습니다.”
올리번은 그의 말에 살짝 떨리는 눈으로 두 자루의 검을 바라봤다.
“다른 속성과 달리 번개의 힘은 특별합니다. 아니,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하여 제가 직접 보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제게 내어주시다니. 큰 결심을 하신 것이군요.”
“닐 블랑 경께서 부탁하신 일이니까요.”
“세 분께서 함께하신다면 제국 전쟁의 판도가 쉽사리 저희 쪽으로 넘어 올 텐데 말입니다.”
올리번은 상자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닫고서 아쉬운 듯 말했다.
“규율에 위배가 되지 않는다면……. 고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만 닐 블랑 경께서 계시는데 저희들이 굳이 함께할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이미 전쟁의 결말은 정해진 것이지 않습니까.”
남자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교, 교도 용병단에서 급보입니다!!”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
“무슨 일이냐.”
온화한 미소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갑작스러운 병사의 보고에 전황은 급변했다.
“북부 상공을 날고 있던 용병단의 비공정이 피격당했다고 합니다!!”
“……!!!”
“……!!!”
단 한 사람으로 인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