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3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36화(336/497)
220. 닐 블랑 (1)
“피……!! 피해라!”
“도망쳐!!”
황궁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원칙적으로 수도 방위를 맡고 있던 흑 기사단이 포나인의 방어성에 가 있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제국의 황도는 현재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곳을 급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100만이라는 엄청난 대군을 가지고 있는 적의 심장을 그대로 찌르겠다는 계획을 어느 누가 생각해내겠는가.
그것도 단신으로 말이다.
체크메이트(Checkmate).
결국 모든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왕을 잡는 일이다. 그만큼 왕은 강력하지만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 한 명.
모두가 각 진형의 주공이 격돌해야 할 순간이라 생각하는 시점에서 카릴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100만이란 대군이 격돌하는 대전쟁이지만 전장에 나서는 지휘관은 결국 왕이 아닌 기사.
결국 100만이 모두 소진되어도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스스로가 왕이라는 존재의 부담감 따윈 없는 듯.
어찌 보면 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왕일지 모른다. 가장 위험한 전장에서 가장 선두에 선 왕이었으니까.
카앙―!!
카릴은 검을 들었다.
불시에 찾아온 기습적인 공격이었지만 마력을 최대로 끌어 올린 그에게는 마치 눈으로 훤히 지켜보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흐음.”
기사들이 그를 에워쌌다.
갑옷의 색깔은 금색이고 기사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은은한 기세를 품고 있는 것이 소드 마스터에 근접하는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들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
카릴은 마치 감회가 새롭다는 듯 그들을 훑었다.
개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제국에서 가장 실력 있는 자들로만 구성된 황제의 친위대. 전생에 많은 기사들이 타락과의 전쟁으로 죽어 나갔다.
그런 와중에 카릴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있는 자들이자 자신의 뒤를 맡겨 본 적이 있는 자들이란 의미였다.
금(金) 기사단.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노성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거대한 대검을 겨누는 그는 다름 아닌 총기사단장인 벨린 발렌티온이었다.
“결계 준비.”
우우우웅…….
태양홀 바닥의 마법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나의 거대한 원이었던 마법진은 이어 두 개로 다시 네 개로 겹쳐졌다 사라지면서 삽시간의 수십 개의 원을 그렸다.
[조심해라. 드래곤의 마법인 혼효결계(混淆結界)와 비슷한 다중봉인진(多重封印陳)이다. 제법 공을 들였군. 이 정도라면 대마법사라도 쉽게 깰 수 없어.]알른의 말을 들으며 카릴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색의 깃털 모양 장식이 되어 있는 고풍스러운 지팡이가 마력이 응축될 때마다 가볍게 흔들렸다.
벨린 발렌티온의 옆에 서 있는 궁정 마법사인 카딘 루에르가 태양홀의 결계를 발동시킨 것이다.
그의 뒤에는 카딘의 직속 부하인 듯 보이는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결계진을 발동하는 것에 집중을 쏟고 있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로군!! 저자의 목을 쳐라!!”
벨린 발렌티온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상급 기사인 그들이기에 오히려 자신들과 카릴의 실력 차이를 확연하게 알고 있었다.
“진정하시게.”
카딘이 그런 그를 막았다.
“눈앞의 적은 소드 마스터이지 않소이까. 신중해야 합니다. 태양홀 전체를 감싸는 결계가 완성되면 아무리 그라 하더라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카딘과 달리 벨린은 여전히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로 소리쳤다.
“내 어찌 가만히 있겠소. 황궁으로 적이 들이닥친 것은 기사로서 가장 큰 수치……! 그런 일이 내가 있는 이 순간에 벌어지다니……! 뭣들 하느냐!!”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직접 와보시지? 제국의 기사단장과 궁정마법사를 이곳에서 모두 죽이면 적어도 이곳에 온 최소한의 수확은 거두는 것일 테니까.”
“뭐…… 뭣이!”
“아니면 내가 가지.”
그 순간 수십 명의 기사가 황급히 몸을 움직이며 카릴을 막아섰다.
부우웅―!!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검날을 시작으로 마치 그물처럼 수십 개의 검망이 그를 에워쌌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사들의 검은 모두 허무하게 허공을 스치며 목표물을 잃고 흩어졌다.
“……!!”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던 기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쩌걱―!
파스스스…….
자신들이 들고 있던 검이 순식간에 시커먼 가루가 되어 부서져 흩날렸기 때문이다.
‘저건…….’
카딘 루에르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어쩌면……. 그가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오.”
“그, 그게 무슨…….”
기껏해야 4클래스에도 도달하지 못한 기사들이었기에 카릴의 마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력에 관해서 정통한 카딘 루에르는 달랐다. 일순간 기사들의 검에 뿜어냈던 카릴의 마력이 단순한 마나 블레이드가 아닌 마법이라는 것을 그는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그가 7클래스에 도달했다는 말인 겐가? 소드 마스터가 대마법사의 영역에……?! 말도 안 되는 소리!”
벨린 발렌티온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놀라움에 답 대신 카릴은 그저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의 발걸음 소리만이 홀에 울렸다.
그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처럼 모두가 그에게 집중했고 그의 걸음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제국이……. 고작 한 명에게…….”
벨린 발렌티온은 지금 이 자리에 크웰 맥거번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헤임에서의 일 이후 그는 올리번으로부터 자택에 머무르라는 명을 받았다.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제국의 최고 기사를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크웰은 그의 명을 따랐고 그의 제자들 역시 아무런 반발 없이 돌아갔다.
적국의 왕인 카릴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란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올리번이 자신의 손으로 황제를 죽인 것을 본 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감춘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지금 이곳에 대륙제일검이라 불리는 유일한 강자가 없었고 아무도 카릴을 막을 수 없었다.
“무례하군.”
그때였다.
황좌의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카릴을 향해 말했다.
“비록 서로 검을 겨누는 전쟁이라 하여도 국가의 명예가 걸린 지엄한 일. 적어도 상대에 대한 예우는 지켜야 할 것임을. 이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다니 말이야.”
낮고 중후한 목소리였다.
올리번의 언령과는 또 다른 힘이 느껴지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카릴에 의해 홀을 감싸던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그 순간,
카릴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충격을 받은 듯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자는 누구지?] [이런 마력을 가진 자가 존재하다니…….]보기 드문 은발을 가진 남자는 제법 온화한 미소로 카릴을 바라봤다.
정령왕들은 혼란스러운 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릴 리 없었는데 어쩐지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듯싶었다.
“닐 블랑이라 하네.”
제국의 4공작 중 마지막 한 명.
베일에 싸여 정체를 알 수 없던 그의 등장에 카릴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닐 블랑?”
어이가 없다는 듯 그의 이름을 되묻는 카릴과 달리 그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제국의 마지막 배후라 불리는 자로군.]알른 역시 그를 유심히 바라봤다.
[신기하군. 이렇게 순도 높은 마력이라니 말이야. 정령왕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하겠군. 마도 시대에도 이런 자는 없었으니…….]수군거리는 소리를 뒤로한 채 카릴은 그런 닐 블랑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조금 전의 놀랐던 얼굴을 감추고서.
“기껏해야 공작 주제에 나에게 예우를 논해? 살기 위해 진흙탕에서 굴러보지도 않은 주제에 네들이 목숨의 무게를 말할 자격이 있나?”
카릴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죽고 죽이는 전쟁에서 뭐가 예우인데? 30만이 타투르를 노리며 출진했다고? 네들의 그 세 치 혀와 가벼운 손가락으로 30만의 목숨을 앗아가게 만드는 게 네놈들이 말하는 전쟁의 예우인가?”
츠즉……!! 츠즈즈즉……!!
카릴의 손에 들린 라크나가 전격을 뿜어내며 으르렁거리듯 울기 시작했다.
‘결계진은?’
‘준비 끝났습니다.’
‘좋아. 내가 명령하면 즉시 발동시킨다.’
카딘 루에르는 부하의 말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카릴을 주시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제국의 황제가 직접 나와야지. 적어도 예우를 아는 놈이라면 적국의 왕이 친히 찾아왔는데 말이야.”
“화친을 위한 만남이라면 언제든 환영하나 이런 식의 만남은 그저 습격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데 어찌 제국의 황제가 당신을 만날 수 있겠나.”
닐 블랑은 카릴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런 소란을 만들어 내고도 내가 나온 이유는 한 가지일세. 여전히 올리번 저하는 타투르와의 전쟁을 석연치 않아 하시네. 나 역시 마찬가지. 아마 전쟁을 반대하는 몇 안 되는 대신 중 하나겠지.”
“그래서?”
“전쟁이란 결국 취해야 할 이득을 위해서 벌이는 것. 하나 그대의 말대로 얻을 이득보다 흘릴 피가 더 많다면 충분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안 그런가.”
“그게 무슨 소리요! 지금 제국의 황도에 침입한 자에게 화평이라니!!”
벨린 발렌티온은 닐 블랑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카릴은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하나같이 제국이라며 콧대를 세우는 자들이 나와 싸우는 것을 꺼릴까.”
“그거야 대륙에 많은 피해가 있을 것을 알기 때문이지 않겠나.”
“아니. 난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
그 순간 닐 블랑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너, 아니, 너희들.”
카릴은 그를 바라봤다.
“우든 클라우드에서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지? 이 전쟁으로 얻으려고 하는 것이 뭐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얼굴이야 언제들 바꿀 수 있다.
신화 시대에서부터 마도 시대까지.
그 어디에도 드래곤이 하나의 얼굴로 살았다는 기록은 없었으니까.
풍기는 기운 역시 마찬가지다.
드래곤 정도의 능력이라면 제아무리 정령왕과 비전력을 가진 알른이라도 그 차이를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었다.
신화 시대에 백금룡을 만났던 정령왕들도 마도 시대에 가르침을 받았던 대마법사도 모두 그의 얼굴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일 뿐.
“정령왕도 마도 시대를 살았던 대마법사도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달라.”
카릴은 닐 블랑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얼굴도 기운도 숨길 수 있다 하더라도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이 있다.
‘미래에서 온 나만이 알지. 네가 이번 시대에 어떤 얼굴로 살 것인가 하는 것. 하나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드디어 그리운 얼굴을 보게 되는구나.’
“신탁을 위해 온 게 아니었어…….”
카릴은 아무도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놈은 처음부터 올리번의 편이었던 거지. 그런데 왜 녀석을 죽게 놔뒀지?’
그러고는 천천히 검을 들며 닐 블랑 아니, 나르 디 마우그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어디서 약을 팔아? 이 드래곤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