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4화(34/497)
31. 암시장
“미…… 미쳤…….”
에이단 하밀은 바닥에 떨어진 큐란의 머리를 바라보며 넋이 나간 얼굴로 카릴에게 뭐라고 소리치려다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자신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이런 짓을 벌여놨으니 관리자들이 알아차리는 건 시간 문젠데…….’
눈앞의 꼬마가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
아니,
강하다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금사자의 목을 벨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금껏 공국이나 제국에서도 호시탐탐 타투르를 노리고 있었다.’
남부의 이스트리아 삼국 위에 존재하는 실로 대륙의 중원이라고 할 수 있는 타투르.
하지만 그 위치적 특성 때문에 각국의 경계로 인해서 쉽사리 함락시키기 어려웠다.
‘이대로라면……. 지금껏 해왔던 물밑작업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 버린다.’
더 이상 수안 하자르를 얻고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에이단.”
“네, 네?”
“여동생은? 찾지 않고 왜 여길 온 거야?”
꿀꺽-
카릴의 물음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준비해놓은 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이 자꾸만 마르는 느낌이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그게……. 아무래도 항구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도시 안에 있을지도…….”
“그래?”
입술을 삐쭉 아래로 당기며 카릴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없겠지. 근처 어딘가 숨어 있을 테니까. 큐란이 죽으니 더 나오지 않겠지. 하여간 엿보기 엄청 좋아하는 여자라니까.’
카릴은 도시 안에 있을 여동생이 지금 이곳에 숨어서 처음부터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왔을 때 느꼈던 날카로운 시선은 사라졌지만 카릴은 그녀가 쉽사리 물러났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큐란의 목을 노리고 있었던 것을 자신이 방해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방법이 있지.’
그는 에이단 하밀을 향해 말했다.
“도시 안에? 그럼 너도 같이 가야겠군.”
“네?”
“너도 같이 가자.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혼자 떨어지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카릴의 대답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단 하밀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제길.’
어쩐지 당하고 있는 기분.
눈썰미가 좋은 에이단은 지금 느끼고 있는 불안이 감히 말할 때마다 슬며시 올라가는 카릴의 입꼬리에서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당신 정말 평민이야? 마법 조종이 제법 뛰어나던걸. 이 정도면 길드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하, 하……. 아닙니다……. 보잘것없습니다. 마침…… 바람이 같은 방향이라 운이 좋았습니다.”
“아하? 그래. 운이 좋았군.”
카릴은 에이단의 말에 묘한 웃음을 지었다.
“덕분에 성공했어. 보답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동생을 찾는 일을 끝까지 도와주지.”
“…….”
카릴의 입술은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어쩐지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야……. 젠장.’
당장에라도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눈빛이었다.
확실하다.
단순한 기분이 아니었다.
에이단 하밀은 마치 자신의 속내를 훤히 들킨 것 같은 찝찝함이 진짜라는 느낌을 더 이상 지울 수 없었다.
‘날 알고 있나? 설마, 그럴 리 없어. 저 꼬마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데……. 1년 가까이 타투르에 있던 날 안다고?’
의심스럽다.
에이단 하밀의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렇다고 뭐라 대꾸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괜히 눈에 띄는 짓을 했다가는 의심만 더 살 뿐일 테니까.
그는 그저 묵묵히 카릴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수안 하자르는 진심으로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타투르엔 왕이 없지. 하지만 관리자라는 게 있다. 수안, 이곳을 왕래하는 너라면 들어 봤겠지.”
카릴은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죽은 큐란의 품에서 무언가를 뒤졌다.
“흐음, 여기에 없나.”
그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4명의 관리자. 아니, 이제 한 명이 죽었으니 3명이라고 해야겠지.”
자유도시의 실질적인 실세(實勢).
무법항의 큐란, 암시장의 두샬라, 빈민가의 캄마.
그리고 마지막 한 명.
매해 새롭게 바뀌는 타투르 투기장의 우승자는 실제로는 관리자는 아니지만 관리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걱정 마. 녀석들은 큐란이 죽었다고 해서 눈 하나 깜빡할 인간들이 아니니까. 오히려 그 자리를 어떻게 뺏을까 입맛을 다시고 있을걸.”
카릴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를 주시할 눈을 붙이긴 하겠지만 당분간은 그냥 둘 거다. 무법항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일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카릴은 큐란의 옆에 떨어진 자신보다 더 큰 태도의 손잡이를 들어 올렸다.
“게다가 투기장의 우승자 말고 나머지 둘은 전투와는 거리가 멀거든. 대놓고 싸우진 못할 터.”
부웅-
마치 풍차가 돌아가는 것 같은 바람 소리가 들렸다.
“흐음.”
카릴은 몇 번 더 태도를 휘두르고는 천천히 도신(刀身)을 살폈다. 그러고는 있는 힘껏 아그넬로 태도를 내리쳤다.
콰득-!!!
두꺼운 태도의 날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말을 잇지 못한 채 바라봤다.
쾅!! 쾅!! 콰앙!! 쾅! 쾅!!
몇 번이나 계속해서 태도를 두들기자 끝내 날이 부러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후우…….”
카릴은 숨이 차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다시 봐도 놀라운걸. 전생(前生)에는 품에만 넣어두고 사용한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그는 만족스러운 듯 아그넬을 한 번 더 바라봤다.
큐란과의 접전에서 단검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밀리기는커녕 대등하게 싸웠다.
‘무슨 재질로 만든 거지? 이토록 단단하다니 말이야.’
아르딘을 상대할 때야 그렇다고 쳐도 큐란의 태도는 해명철(海鳴鐵)이라는 바다에만 나는 특수한 광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제 와서 느끼지만 이 검……. 이민족이 만든 검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야. 북부에서는 이런 금속을 본 적도 없고 이걸 제련할 실력도 안 되니까. 아니, 북부가 아니라 제국을 뒤져도 이만한 강도의 검은 몇 안 될 것 같은데.’
전생에서 그는 내로라하는 제국 대장장이들의 무기를 써봤었다.
그러나 투박한 장식과 달리 아그넬의 날과 강도만큼은 죽기 전 썼던 그의 애검보다도 더 훌륭했다.
‘12살의 작은 체구가 아니었다면 나는 당연히 단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또 이 검의 진가를 놓쳤을 테지.’
카릴은 그렇게 생각하며 부러진 날 중앙에서 뭔가를 끄집어냈다.
“여깄군.”
손바닥보다 작은 원판 같은 물건이 도신 안에 박혀 있었다.
수안과 에이단은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뭡니까?”
“관리자의 증표. 각각의 관리자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다. 모양도 재질도 다 달라. 이렇게 물건일 수도 있지만 몸에 새기는 문신일 수도 있지.”
“…….”
수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카릴을 바라봤다.
“관리자가 되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설마. 4명이서 나눠 먹는 자리를 굳이 자진해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힘들게 싸워서 말이야.”
카릴은 피식 웃었다.
이제 수안은 그 웃음을 볼 때마다 어쩐지 살 떨리는 기분이었다.
“가자. 어차피 남은 녀석들을 처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니까. 최대한 빨리 가야 해.”
“……네? 어디를요?”
그의 물음에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당연히 도시 안이지.”
꿀꺽-
긴장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카릴이 말했다.
“걱정 마. 우린 관리자를 죽였다.”
‘그러니까 이러지! 미친 거 아냐? 이 지경을 만들어 놓고 당당하게 도시로 가겠다고?’
에이단 하밀은 당장에라도 그를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위험해 보이겠지. 하지만 반대로 관리자의 증표가 있다는 건 실력이 안 되는 놈들은 덤빌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 거다.”
마치 그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카릴은 조금 전 큐란의 태도에서 뽑은 장신구를 눈앞에서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여전히 두 사람의 낯빛은 밝지 못했다.
‘어떻게 저렇게 장담할 수 있지? 꼭 타루르에 와본 것처럼.’
수안 하자르는 인상을 찡그리며 카릴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특권도 누려야지.”
“설마……. 거길 가시려는 겁니까?”
수안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란 듯 카릴을 바라봤다.
“맞아.”
카릴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타투르의 안쪽.
건물조차 없이 천막이 쳐 있는 슬럼가는 가뜩이나 무법지인 도시를 더 어둡게 느껴지게 했다.
“하하하하……!!”
“꺄르르……!”
불이 켜진 천막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림자 여럿이 뒤엉켜 있었다.
스르륵-
천막이 걷혔다.
“네가 남은 관리자 중 한 명인 캄마로군.”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천막 안에 있던 노인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무…… 무슨!!”
여인들에 뒤엉켜 있는 전라의 노인.
검버섯이 핀 얼굴을 바라보며 카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뭔가를 던졌다.
툭-
그의 뒤에 서 있는 수안의 낯빛은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시선을 돌렸다.
“당신은…….”
천막 안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수안을 알아본 듯 뭔가 말을 하려다가 떨어진 물건에 시선을 옮겼다.
“……!!!”
그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진 순간.
“꺄악!!”
“이, 이게 뭐야!!”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러댔다.
꿀꺽-
그건 다름 아닌 잘려 나간 큐란의 목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여인들이 옷가지를 들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호들갑 떨지 마.”
콰악-!!
“움직일 때마다 썩은 내가 나는 것 같으니까.”
여인들을 따라 도망치려던 노인의 어깨를 잡아 밀치며 카릴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양쪽 다 말이야.”
큐란의 머리와 그를 번갈아 가리키자 노인은 굳은 얼굴로 입술을 움직였다.
“카, 카브…….”
“카브? 그게 요 앞에서 경비를 서던 부하의 이름인가? 그 녀석을 찾는 거라면 포기해. 이미 죽었으니까.”
“…….”
“골목의 셋, 옆 건물에 열다섯. 길가에 배치된 일곱 명까지. 빈민가의 우두머리는 거리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돈이 많은가 봐. 경비를 많이 뒀던데.”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 뭘 원하는 거요?”
“빈민가의 캄마.”
카릴은 그의 위아래를 한번 훑으면서 말했다.
끄덕-
노인은 떨리는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카릴은 그의 모습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곳의 문을 관리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 말에 노인의 눈동자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바닥을 굴러 자신의 허벅지에 닿아 있는 물건.
“자격은 이걸로 충분하겠지.”
캄마는 엉망이 된 큐란의 목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큐란이 죽었다.
그런데 아무런 보고도 듣지 못했다.
카릴이 무법항을 지나 시간은 불과 몇 시간.
하지만 밤이 된 지금까지 이렇다 할 보고를 받지 못한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정상적인 체계라면 당연한 일.
‘무법항에서 들어오자마자 숨어 있는 캄마의 수족들이 누군지 귀신같이 알고 척결했어.’
에이단 하밀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귀신…… 인가?’
그가 말한 숫자 속에 있는 자들은 단순히 캄마의 호위병이 아닌 도시 외각에서부터 이곳까지 캄마가 비밀리에 배치해 놓은 부하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괴물…….’
무법항을 피바다로 만들고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캄마의 낯빛을 보니 무법항에서 살아 도망친 사람은 없는 듯싶다.
‘아니면 겁을 먹고 숨어 있는 걸지도.’
무법항에 그 난리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타투르의 수뇌부인 캄마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여관에서 질펀하게 술을 먹던 자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시체로 돌아오다니…….’
캄마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그렇다면.
‘금사자가 조금 전에 죽었다고? 설마, 이 꼬마에게?’
“정당한 승부였다. 참관인도 있었고. 저자가 증인이 되어 줄 거다. 관리자라면 저 사람이 누군지는 알 테고.”
카릴이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 캄마의 시선이 움직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수안 하자르를 향해 그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정당한 승부였다니. 그건 완전히 일방적인 싸움이었잖아.’
수안은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암시장은 원래 정해진 날에만 열립니다……. 관리자의 승인이 있지 않은 이상 갑자기 여는 건…….”
카릴의 말에 캄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직.
1년에 단 한 번.
1월 1일.
대륙의 모든 진귀한 것들이 있는 암시장.
저택을 떠난 뒤.
카릴이 가장 첫 목적지로 타투르를 삼은 이유 중에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아직 그 물건이 공개되지 않고 이곳에 있을 터.’
그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늦여름.
캄마의 말대로 지금은 시기가 아니었다.
그의 말에 카릴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가지고 왔잖아. 관리자의 승인.”
카릴은 품 안에서 큐란의 장신구를 꺼냈다.
그의 장신구가 관리자의 증표라는 것을 알고 있는 캄마는 큐란의 목으로도 충분한데도 증거를 놓치지 않은 카릴의 준비에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타투르가 세워질 때부터 암시장을 여는 건 둘 이상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정해 놓은 거라…….”
스르릉-
“너까지.”
“…….”
카릴은 담담한 표정으로 단검을 뽑아 캄마의 목에 가져갔다.
“됐지? 당장 암시장(暗市場)의 문을 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