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4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41화(341/497)
222. 탈출 (1)
“찾아라!!!!”
“발견 즉시 신호탄을 울려라!!”
“포위망을 좁혀라!!”
“모든 결계를 강화하라!!!”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병사들의 외침.
골목을 따라 달리던 카릴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몸을 돌렸다.
[난감하게 되었군. 황도 전역에 드래곤의 결계가 완성되었다. 아무래도 놈들은 너를 쉽사리 보내줄 생각이 없는 듯싶군.]그의 뒤를 따르는 알른은 이제 검은 연기의 영체 형태로 상공을 훑으며 말했다.
[그 정도로 도발을 했으니까. 솔직히 그 자리에서 드래곤들이 싸우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지.]라미느의 핀잔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걱정 마. 놈들은 이곳에서 싸우지 않아.’
카릴은 다리를 쉬지 않고 내달리면서 머릿속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알고 있다. 그게 유일하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부분이지. 드래곤들도 너를 잡기 위해서는 황도를 폐허로 만들 각오를 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이상하군. 어째서 드래곤이 제국에 손을 들어 준 것이지?] [제국이라기보단 그 소년 때문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행방이 모연했던 블레이더의 무구까지 설마 그들이 찾아낸 것이라면…….]‘찾을 수고를 덜어줘서 고마울 따름이지.’
카릴의 말에 모두가 그의 배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어딘가 틈이 있을 거다. 이곳을 전장으로 쓰고자 하더라도 아직은 병력을 철수하는 데 시간이 걸릴 테니까. 뭐, 애초에 병사들로 너를 찾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일 테니…….]‘내가 경계를 하도록 의도 하는 것이겠지.’
혹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소란을 피해 움직이게 되는 길들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워 지고 있다는 것을 카릴 본인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맞아. 다행이라면 너 역시 용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군. 무색의 마력이 드래곤의 색적마법(索敵魔法)을 융화시켜 피할 수 있으니까.]알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썼던 구 제국의 비밀 통로는?]‘거긴 이미 막혔겠지.’
[흐음……. 다른 통로는 없더냐. 황도라면 모름지기 몇 개의 비밀 통로들은 더 있을 것 같은데.]알른의 물음에 카릴은 가볍게 고개를 으쓱했다.
‘글쎄. 내가 알고 있던 건 그것뿐이야. 아쉽게도 전생의 대부분을 전장에 있어 황궁에 머물렀던 시간이 적으니……. 게다가 딱히 그런 통로를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너무 빨리 패를 꺼낸 꼴이 되었어. 난감하군.]‘뭐, 어쩌겠어. 필요했던 수순이니까. 상관없어. 원래 하던 식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카릴은 황도의 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성문 밖에는 아마도 적어도 드래곤들 중 하나는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황도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있는 3개의 문에 각기 한 마리씩 널 기다리고 있겠지. 부디 에누마 엘라시가 아니길 빌어야겠군.]‘어째서?’
[그는 신화 시대의 드래곤 로드였던 황금룡 토스카의 후예니까. 마법적인 능력에 있어서 그를 따를 자는 없다. 아마도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상대겠지.]‘백금룡이 드래곤들을 이끌었다고 하지 않았나?’
[조금 의미가 다르다. 로드가 아버지 같은 정신적인 지주라고 한다면 백금룡은 전투를 이끈 지휘관 같은 존재였으니까.]라미느는 추억을 되짚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드래곤들은 개체의 수도 적지만 애초에 개개인이 워낙 강력한 존재이기에 무리 생활을 하지 않지. 드래곤 로드가 있긴 하지만 다른 종족들처럼 절대적인 힘을 가지진 않아. 그저 의지를 조율하는 역할이지.]카릴은 그의 말에 집중했다.
[개성이 강한 드래곤들이 하나로 뭉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백금룡이 특별한 이유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드래곤들은 그의 아래에 뭉치니 말이야.]‘이유가 뭐지?’
[글쎄……. 강함이 아닐까.]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너라도 그가 진심으로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을 거다. 비록 적이었지만 신령 대전에서 모습은 가히 전율적이었으니까.]‘그 정도였나.’
[그는 모든 정령왕들과 계약을 했던 유일한 존재니까. 주덱스와 함께 블레이더의 강자 중 한 명이었다.] [물론, 놈이 신의 편에 들며 우리와의 계약이 깨졌지만…….] [그게 신령 대전의 크나큰 패착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지. 그를 믿었던 게 우리의 잘못이지.]카릴은 어쩐지 정령왕들의 그 말 속에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그 역시 나르 디 마우그를 믿었으니까.
[그게 네가 상대할 적이다.]카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계약된 정령이기에 그의 분노를 느낀 걸까.
라미느는 차분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알른은 못마땅한 듯 이를 가는 듯 대답했다.
그때였다.
“이곳으로.”
골목 안쪽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남자가 살짝 얼굴을 보이자 카릴은 순간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넌…….”
“어서.”
그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황급히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꺾었다.
“…….”
골목 안쪽으로 사라진 그를 보며 카릴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곧 성문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그를 따라갔다.
* * *
“대단한 짓을 벌였더군.”
골목길을 따라 들어간 작은 건물 안쪽 바닥을 열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그는 지체 없이 안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성문 쪽 추격대들은 믿을 만한 사람들이다. 몰래 빠져 나갈 수 있을 거야.”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지?”
카릴은 그를 향해 물었다.
황도의 또 다른 비밀 통로를 알고 있다는 사실보다 위험천만한 이런 상황에서 그를 만난 것이 카릴에게는 더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란돌.”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남자의 걸음이 잠시 멈추었다.
“북부에서의 일은 들었다. 대전사의 칭호라니…….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게다가 이민족을 통합하자마자 전쟁이라니. 언제나처럼 놀랄 일만 만드는군.”
“묻는 말에 먼저 대답부터 해.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느냔 말이야.”
오래간만의 형제의 재회였지만 애틋함이나 다정함 같은 감정은 없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란돌은 언제나 같은 그의 태도에 어쩐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안쪽으로 돌아서 나가면 광장 뒤쪽으로 빠져 나갈 수 있는 샛길로 갈 수 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카릴이 란돌에게 물었다.
“이 앞에 있는 게 탈출구가 아니라 함정이라면?”
“믿고 안 믿고는 자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정면 돌파보다는 이쪽 길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어차피 싸운다면 말이야.”
카릴의 물음에 란돌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네 옆에 내가 있으니 함정이라도 날 방패로 쓰기에 수월하고.”
“방패도 방패 나름이어야지. 네 목숨이 얼마의 가치가 있을지 알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군.”
“하여간……. 쓴소리는 여전히 잘하지.”
란돌은 계단 아래를 내려가면서 말했다.
“평민이기 때문이다.”
“평민?”
“구제국 시대에 있었던 비밀 통로 같은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황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샛길이 있다. 오직 평민들만 아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걸을 하던 아이들만 아는 길이지.”
그의 출신이 평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카릴은 그의 어린 시절까지는 알지 못했었다.
“…….”
생각지 못한 그의 과거사에 카릴은 입을 다물었다.
“구걸을 하던 아이가 운이 좋게 소드 마스터의 눈에 들어 제국의 기사까지 올랐다, 라…….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미래를 내가 망친 거로군.”
“맞아.”
란돌은 통로를 빠져 나가며 여기저기 미로처럼 얽혀 있는 지하길을 통과하며 말했다.
“네 덕분에 삶이 완전히 바뀌었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덕분에 나는 지금 기사가 아니다.”
“흠……?”
“헤임에서의 일을 너도 알잖는가. 나와 마르트 형님은 그 날 이후 기사직을 박탈당하고 저택에서 자숙하라는 명을 받았다.”
“전쟁에서 실력 있는 자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기사를 그것도 둘이나 빼다니. 올리번 놈도 여유만만이로군. 듣자 하니 크웰 맥거번 역시 저택에서 자숙을 명받았다던데…….”
“이제 너는 정말로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군.”
“적대감을 떠나 위치의 차이니까. 뭐……. 서로 검을 겨누는 사이가 된 것은 다름없지만. 언젠가 그리 부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자연스럽게 바뀌겠지.”
그의 대답에 란돌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검을 든 것은 마르트인데 어째서 당신까지 함께 그렇게 되었지?”
“널 막지 않은 죄겠지.”
“날? 누가? 네가? 그건 억지야. 다들 봤을 텐데. 크웰 경과 나의 싸움을. 그런 상황에서 네가 날 막을 수나 있다고 생각하겠어?”
카릴의 말에 란돌은 어깨를 으쓱했다.
“핑계든 트집이든 이유로는 충분하니까. 나는 기사였고 적을 막지 않은 방관자지.”
그의 대답에 카릴은 살짝 눈을 흘겼다.
“그럼 자숙을 하라는 명을 받고도 이곳에 왔다는 것은 두 가지겠지. 드디어 제국의 명을 거절하고 혼자 행동을 할 마음을 먹었든지 아니면 제국의 명으로 날 함정에 빠지게 만들려는 것인지.”
탈칵―
란돌은 몇 개의 폐가 문을 통과하며 빠르게 걸음을 걸었다.
여기저기에서 울리던 병사들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지는 것을 카릴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거짓은 아닌 모양이로군.] [하지만 샛길을 이용한다고 드래곤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데…….] [그들이 카릴이 황도를 벗어나도록 묵인한 것일지도 모르지. 이곳을 전장으로 쓰지 않기 위해서.]다시 또 골목을 지나 몇 개의 벽을 뛰어넘고 나자 황도 끝에 숲에 가려진 벽의 작은 틈새가 나타났다.
“좁지만 통과할 수 있을 거다. 내가 들어 온 곳도 이곳이니까. 감시병은 없을 거야.”
“나를 쫓는 자들은 드래곤이다. 밖으로 나가는 즉시 그들에게 잡힐 수도 있는데 어떻게 확신하지?”
카릴의 말에 란돌은 어깨를 으쓱했다.
“여긴 금역이니까.”
“……황도에 그런 곳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대부분 모르는 일이지. 이곳은 무덤이니까.”
“……?”
란돌은 오래된 성벽 사이의 틈을 살짝 엿보면서 말했다.
“사람의 무덤이 아니거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란돌은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벽 아래로 몸을 숙이며 말했다.
“카릴. 만약 나로 인해 황도를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게 된다면……. 날 데려가라.”
그의 말에 카릴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말의 의미는 제국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하지만 그의 물음에는 란돌은 대답하지 않았다.
“…….”
예상하지 못한 일.
하지만 카릴은 어째서 지금 그가 황도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심경의 변화를 겪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군. 넘어와도 좋다.”
란돌은 성벽 밖에서 그에게 말했다.
“이 벽을 넘게 되면 네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게 되겠군.”
“아직도 함정인가 의심하는 건가. 설사 함정이라 하더라도 천하의 카릴 맥거번이 설마 그걸로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카릴은 조금 전 그가 바라봤던 틈 사이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교차 되었다.
“조금 전에 내 덕에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지?”
그의 말에 란돌의 눈빛이 떨렸다.
“그렇다면 넌 내게 감사해야 할 거다. 나락 바위에서 동료를 잃고 헤임에서의 일로 기사직을 박탈당한 것 따위는 사실 별거 아냐. 이미 넌 나로 인해 가장 큰 산을 넘었거든.”
“……뭐?”
“네 삶의 미래가 언제부터 바뀌었던 것인지 넌 모를 거다.”
삶이란 결국 살아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
카릴은 옅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