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4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42화(342/497)
222. 탈출 (2)
카릴은 벽을 넘어 안쪽, 아니, 바깥으로 나갔다.
도심을 가로막는 벽을 넘었지만, 그 밖에는 마찬가지로 울타리가 쳐져 있어 마치 안으로 다시 들어온 기분이었다.
“여긴?”
주위를 훑었다.
같은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란스러운 침입자를 찾고 있는 황도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곳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폐허 같은 부서진 석조 건물들이 몇 개가 있을 뿐이었고 주변에는 관리하지 않은 풀들이 듬성듬성 자라 있었다.
“무덤이다.”
설명을 요구하는 듯 카릴이 란돌을 바라봤다.
그의 부족한 대답에 카릴은 다시 한번 그를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이러니하지. 여긴 경비가 없지만 금역이지. 정확히는 황도에서 버려진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문을 열어 둬도 들어 올 사람도 없으니 그런 거겠지만.”
[확실히 좋은 기운은 아니군.]화아아악-!!
알른이 검은 형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주위를 훑으면서 말했다.
[사자(死者)의 기운이 느껴진다. 자르카 녀석이 있었더라면 정확히 알 수 있을 텐데. 아쉽군. 케이 로스차일드를 데려왔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자리에 없는 녀석을 아쉬워 해봐야 소용없지. 그런데 죽은 자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황도 안에 정말로 무덤이 있다는 게 조금 이상한데…….”
이곳은 황제가 사는 곳이다.
헤임이라는 교단의 성지만큼이나 성스러운 장소가 바로 제국의 황도여야 하는데 죽음과 연관된 무덤을 두는 것은 타이란 슈테안의 성향과는 결코 맞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무덤이 아니니까.”
“그게 무슨……?”
“황도라고 해도 모두가 부유한 것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심하면 더 심하지. 타투르로 도망친 자들을 보면 알겠지만, 이곳엔 노예도 있고 어느 도시보다 부랑아들도 많으니까. 이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암암리에 이 안으로 모여든다.”
“어째서?”
“무덤 안에 있는 보물을 찾기 위해서.”
스으으으윽—
놀랍게도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위에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음산한 기운에 카릴조차도 살짝 긴장한 얼굴이었다.
“구 제국시대의 유물들을 모아 놓은 곳이야. 선황이셨던 타이란 슈테안께서 과거의 유물들을 모두 이곳에 두었지. 관리는 수십 년 동안 되고 있지 않지만.”
“유물을, 어째서?”
블레이더의 5대 무구와 같이 마도 시대의 유물들은 하나같이 귀하고 값진 것들이었다.
유적에서 발견된 쇠붙이 하나도 현대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마도 시대의 물건들엔 짙은 마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유물이라기보다는 정확히 말하자면 잔해에 가깝지만……. 이따금 떨어진 쓰레기 중에 값이 나가는 것들이 있거든. 공포보다 배고픔이 두려운 아이들은 그래서 이곳을 찾지.”
“…….”
황궁의 보고에 있어야 할 유물들이 황도 한구석에 있다는 말에 카릴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값이 나가는 것들이 있는 곳을 아무런 경비도 없다 하니 더욱더 이상했다.
“선황은 욕심이 많은 자였어. 그런 자가 버젓이 유물이 있는 곳을 그냥 뒀다고? 농담 같지 않은 소리 집어치워.”
카릴은 란돌의 말을 무시하며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 주위를 살폈다.
“우리가 유적이라 부르는 경우는 두 가지지. 하나는 말 그대로 마도 시대의 사람들이 세운 건축물들. 그 안에는 무수한 함정과 결계가 있긴 하지만 그 안에 값어치가 있는 물건들이 있지.”
하지만 란돌은 여전히 걸음을 걸으면서 말했다.
“또 다른 경우는 마굴이었던 곳이 그 효력을 잃고 안정화가 된 경우지. 마굴에는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고 섬멸되었을 때 마굴은 힘을 잃고 더 이상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지. 대신 마굴의 안쪽에서 값비싼 무구들을 얻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설명은 그런 게 아닐 텐데.”
“황도에 있는 유물들을 어째서 선황은 관리도 되지 않는 이곳에 모아 뒀을까.”
“…….”
“모아 둔 게 아냐. 일부러 둔 것이지. 제물로서.”
“어째서?”
“공포보다 배고픔이 두려운 아이들이 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카릴은 그의 말에 굳은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스으으으으으…….
기분 탓일까?
공기가 일순간이지만 차갑게 변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굴이로군.]알른이 란돌의 말을 듣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도 안에 마굴을 두다니……. 클클. 미친놈은 제국에도 있었군. 마굴의 등급은 원래 처음에 결정되지만, 그 마굴이 얼마만큼의 인간의 피를 먹어 치우느냐에 따라 등급이 오르지. 황제는 마굴을 키우고 있었군.]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바로 이 말이겠어. 가장 위험한 것은 가장 근처에 숨겨야 모두를 속일 수 있는 법이니까. 과연 선황 때 만들어진 것일까. 만약 이것이 구 제국 시대부터 존재하는 것이라면……. 수백 년간 키워 온 마굴이 되겠군.]섬뜩했다.
알른의 말에 카릴은 주위를 다시 한번 훑었다.
만약 낮은 등급의 마굴이라면 시간이 흘러도 상관없지만 그것이 S급의 마굴이기라도 한다면…….
그 마굴이 수백 년간 인간을 잡아먹으며 성장했다면, 어쩌면 저 안에 끔찍한 것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방법이 있다. 벽을 넘어 스무 발자국 그리고 왼쪽으로 오십 걸음. 다시 앞으로 직진.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어갈 것. 흔한 말장난 같지만 의외로 이 규칙이 통하거든.”
란돌은 묘한 미소를 띠었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로군.”
“맞아. 이 뒤에는 병사들이 없을 거다. 믿어도 좋아. 이제 거의 도착했으니 진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걸 어째서 네가 알고 있는 거지? 이 장소가 마굴이라는 걸. 네 말대로라면 기껏해야 어린 시절 몰래 들어 왔었던 경험뿐일 텐데. 황궁에서도 쉬쉬했던 비밀을 말이야.”
카릴의 물음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굴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귀족들은 모르는 평민들만이 아는 소문 같은 것이니까. 다만……. 내가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다.”
“그게 뭔데?”
그는 발걸음을 세어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를 비롯하여 우리들의 근신을 명받았을 때 명령의 부당함에 나는 티렌 형님을 찾아갔었다. 맥거번가의 형제 중 유일하게 폐하의 곁에 있는 분이니까.”
“티렌…….”
카릴은 둘째의 이름을 되뇌었다.
어쩌면 그라면 올리번과의 관계 속에서 이런 비밀을 알 가능성이 있긴 했다.
앞으로 미래에 그는 재상에 오를 자였으니까.
어떠한 형태로든 이미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형님을 기다리던 중 형님의 책상에서 조금 의아한 것들을 봤었다.”
“뭐지?”
“어떤 물건들에 대한 정보였다. 아마……. 비밀리에 뭔가를 조사하시는 것 같은데 정확한 것은 모르나 세 개의 유물에 대한 것이었지.”
[카릴. 설마 그거…….]알른이 황급히 카릴에게 물었지만 카릴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묵시(黙示)의 목걸이.
노움국에 있던 영혼 샘에서 찾았던 목걸이.
과거 엘프의 성지라 불리던 에리얼 우드를 지키던 엘븐하임의 수장인 나르한 타누비엘이 만든 3개의 조각 중 하나.
‘그래. 전생에 우리에게 내려진 신탁이기도 하지. 나를 포함한 신탁의 10인이 찾았던 신물(神物).’
대륙을 유린하던 괴물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 여기며 죽을힘을 다해 완수했던 신탁이었다.
그 묵시의 목걸이와 함께 나머지 두 개의 조각.
극격(極格)의 갑주.
통탄(痛嘆)의 부정.
단지 세 개라는 숫자만으로는 단정 지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카릴은 어쩐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게 이상할 게 뭐지? 황궁의 보고에만 해도 숱하게 그런 무구들이 쌓여 있는데.”
일단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하지만 오히려 카릴의 물음에 란돌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우든 클라우드.”
“……?!”
“유물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내가 그것은 주시했던 이유는 티렌 형님께서 만난 인물 때문이다.”
“네가 그 미친놈들이 누군지 어떻게 알고 있지? 그들의 실체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카릴은 이곳이 아직 황도 안이라는 것을 잊은 채 물었다.
“기억나나? 처음 우리가 아니, 네가 우든 클라우드의 첩자를 잡았던 고블린 사냥 때. 첩자의 죽음으로 인해서 아버지께서 곤욕을 치르게 되었지.”
“그게 곤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공을 결국 너와 티렌에게 주어 지금 티렌은 황제의 옆을 보좌하는 자리에 올랐는데.”
“맥거번가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포로지만 말이야.”
“그렇게 하려던 자는 지금 죽어서 땅속에 묻혀 있지. 지금의 황제에게 말이야. 그러니 전화위복인 셈이잖아?”
카릴의 신랄한 대답에 란돌은 쓴웃음을 지었다.
“뭐……. 어쨌든 아버지께서는 그 날 이후 우든 클라우드가 제국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라 여기셨는지 비밀리에 우든 클라우드를 조사하셨다. 그 일을 보좌한 것이 엘리엇 형님이셨고.”
“엘리엇이?”
“너도 알다시피 형님은 비록 몰락하긴 했으나 상인 가문의 아들이니까. 의외로 어두운 경로에도 익숙하시거든.”
“조심성이 없는 것이 문제지만.”
그렇게 말했지만 엘리엇은 형제들 중에 가장 튼튼한 체력을 가진 사람이었으니 궂은일을 하기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든 클라우드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곳들을 예의 주시했었다. 그중 하나가 공국이었지. 그리고 살피던 몇몇 사람 중 공국이 네 손에 넘어가고 난 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 자들이 있었다.”
“그게 누구지?”
“더글라스 훈트.”
카릴은 그 이름이 란돌의 입에서 나왔을 때 무릎을 탁 칠 뻔했다.
‘의외로 제대로 파고들었는걸.’
더글라스는 다름 아닌 예전에 레디오스와 함께 우든 클라우드의 줄기 중 한 명이었으니까.
비록 그 위의 뿌리에는 닿지 못했지만, 그 정도면 큰 수확이었다.
[네가 판 덫을 저 녀석들이 이용했군. 아마도 공국내전이 끝난 뒤에 노움국에서 놈들의 탈출을 도울 때의 일인가 보군.]‘맞아. 우리도 주시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카릴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내가 형님을 찾아갔을 때 그가 서신을 건넨 것을 봤고 그게 유물에 관한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곳 중 한 곳이…….”
“바로 여기로군.”
란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솔직히 말해. 티렌의 책상을 우연히 본 게 아니라 뒤진 모양이로군. 헤임에서 선황을 죽이던 황제의 모습을 보고서 마음이 조금은 바뀐 모양이야. 그런 놈을 옹립하는 티렌을 의심할 마음이 생길 정도면 말이지.”
“글쎄……. 나는 제국을 위해서 싸우는 기사지 우든 클라우드를 위한 말이 되고 싶진 않으니까.”
“크웰 경도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나?”
“아직은.”
[카릴. 만약 그 나머지 유물이 정말 네가 말했던 신탁의 보구들이라면 그것을 모두 모으게 되었을 때 엘프의 피를 가진 자가 모은다면 차원문을 열 수 있게 된다 했었지?]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정령계뿐만 아닌 마계의 문까지 열 수 있지.’
[우든 클라우드 놈들이 그 세 개의 유물을 찾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군. 황제가 우든 클라우드라면 전생에 네놈이 순진하게 그걸 놈들에게 갖다 바친 꼴이 되는 거고 말이지. 클클…….]알른의 웃음에 카릴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인정하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묵시의 목걸이가 이미 내 손에 있는 한 놈들은 3개의 유물을 완성할 수 없다.’
[그래. 하지만 너 역시 다르지. 이번엔 네가 그 유물들을 사용할 차례다. 마계의 문을 열어 타락이란 괴물들로 인해 혼란스러운 대륙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그걸 모아 정령계의 문을 연다.’
[바로 그거지.]스으으으으…….
다시 한번 음산한 기운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두 사람을 감싸던 안개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숲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나타났고 카릴은 그 샛길이 황도의 뒤편 협곡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로 무사히 빠져나왔군.”
카릴은 뒤를 돌아봤다.
‘묵시의 목걸이 때도 그렇고 지금 저곳도 내가 신탁을 받았을 때 발견했던 유물들의 위치와는 다른 곳이다.’
만약 폐허와도 같은 저곳에 정말 신탁의 유물이 잠들어 있는 것이라면 어쩌면…….
‘신탁의 유물들조차 이미 발견되어 인위적인 장소에 놓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겠지.’
우든 클라우드의 손에 의해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아쉽지만 드래곤들이 자신을 찾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여유롭게 유물 탐사를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언젠가 다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카릴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곳에 발을 다시 들여놓았을 때.
그때는,
‘황좌에 올랐을 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