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5화(35/497)
32. 좋은 건 나눠 쓰자
암시장(暗市場).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강 포나인의 한가운데에 있는 인공(人工)섬, 타투르에는 대륙에는 없는 3가지가 있다.
첫째, 자유.
둘째, 정보
셋째, 물건.
이곳은 법이 없는 자유만이 존재하는 도시며 제국과 공국 그리고 삼국의 중심지에 놓여 양지든 음지든 모든 정보가 한데 모이며 마지막으로 황실에서조차 구하지 못하는 수많은 물건이 어둠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하루.
매해 1월 1일에는 다른 국가의 귀족들마저 비밀리에 암시장을 찾는다.
사실상.
자유도시인 이곳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충분히 요충지가 될 수 있는 타투르를 귀족들은 서로의 실리를 위해서 암묵적으로 침범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었다.
“뭐야, 캄마. 당신이 사람을 데리고 오다니.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말이야. 다른 관리자들도 아는 일이야?”
“시…… 시끄러. 다른 사람들은 내가 따로 얘기할 거다. 그보다 넌 이 분을 상대해드려.”
“흐음?”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늦은 밤에 찾아온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건물.
캄마라 불리는 관리자 중 한 명인인 그가 자신의 뒤에 있는 카릴을 가리키며 벌벌 떨고 있으니 상점의 주인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네가 이렇게 호들갑인 거야?”
상점의 주인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자신의 가슴 정도밖에 오지 않는 아이였다.
“뭐야, 요즘 계집들하고 신나게 놀아나더니만 설마 취향이 바뀌거나 한 건……. 컥!!”
“시, 시끄러! 미친 소리 하지 말고!!”
황급히 자신의 목을 조르는 캄마의 손을 때리며 주인은 소리쳤다.
“장난이라고!! 이 미친 노친네야!! 크크크”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듯 그는 캄마를 향해 웃었다.
하지만 캄마는 오히려 그 모습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듯 황급히 귓속말을 했다.
“입 다물고 내 말 들어. 벤클리가 죽었다. 그러니 주둥이 그만 나불대고 어서 열쇠나 내놔.”
그의 얼굴엔 공포가 있었다.
상점의 주인은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벤클리? 설마 그 투기장의 우승자?’
황급히 다시 한번 캄마의 뒤에 있는 카릴을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그저 앳된 아이에 불과했다.
‘설마…….’
무법항에 대한 소문을 그 역시 들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수안.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주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네. 나 참, 3개월밖에 안 돼서 암시장을 다시 여는 건 내 평생 처음이군. 1년에 몇 번을 여는 거야.”
“걱정하지 말고 열어. 어차피 손님은 나 한 명뿐이니 금방 끝날 거다.”
주인의 우려와 달리 담담한 카릴의 모습에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야, 이 꼬마 녀석……. 뭐가 저리 당당해? 꼭 여기에 와본 것 마냥.’
다 큰 어른도 벌벌 기는 타투르였다.
상점의 주인은 신기한 듯 카릴을 바라봤다.
“알겠다. 지금 당장 열지. 캄마가 허락했으니 더 이상 확인을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주인은 서랍에서 낡은 열쇠 하나를 꺼내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서 있던 바닥의 카펫을 걷고는 열쇠를 집어넣었다.
철컥-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3개월? 그건 무슨 소리지. 내가 알기로 타투르의 암시장은 매년 1월 1일에 열리는 게 아닌가?”
지금은 가을을 맞이하는 늦여름.
주인의 말대로 3개월 전이라면 겨울과는 상관없는 봄이었다.
“이상할 게 뭐 있어. 당신 같은 사람이 3개월 전에도 있었다는 거지.”
“헛소리. 저 노인의 말에 따르면 세 명의 관리자가 승인하지 않으면 열 수 없다던데. 그때는 금사자도 살아 있었을 테고.”
카릴은 수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들창코인가 하는 녀석도 3년간 우승자였다면서. 안 그래?”
“맞습니다.”
“벤클리? 아아……, 물론 그 녀석이 매해 우승을 거머쥐었지. 그놈이야, 승자의 혜택을 노릴 깜냥도 안 되지. 어차피 금사자가 대진표를 조작하니까.”
“그래서?”
“당신이 말했잖아. 관리자의 승인이 있으면 암시장을 열 수 있다고. 승인을 받을 만한 사람이 있었으니까. 문을 열었겠지. 안 그래?”
“그게 누구지?”
주인장이 바닥에 숨겨진 문을 잡아당기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글쎄. 나 같은 말단이 높으신 양반들이 하는 일을 알 수 있나.”
그의 말에 캄마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 나도 모릅니다. 그건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관리자들이 승인한 일이었으니까.”
“흐음……. 그래?”
카릴은 살짝 눈을 흘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하는 상점 주인의 말에 카릴의 고민이 일단락되었다.
“자, 들어와서 골라보시게. 갑자기 문을 연 거라서 급하게 준비되는 바람에 부족할지 모르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
“흐음.”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계단을 내려오자 마치 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았다. 길게 늘어선 횃불 사이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무구.
‘오랜만이군.’
주인은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찾고자 하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구하지 못하면 대륙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을 거니까.”
* * *
‘암시장에선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다. 하지만 제한 시간은 1시간. 1년에 한 번 여는 암시장의 문을 연 것만으로도 혜택은 이 정도로 충분하지.’
카릴은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시간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갈 곳은 정해져 있으니까.’
그는 주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단, 신중하게 고르는 게 좋을 거야. 번복은 불가하니까. 문을 열고 들어간 가게에서 무조건 사야 하네.
-그 이상을 산다면?
-죽겠지. 암시장의 주인에게.
카릴의 물음에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
하지만 되묻는 그를 향해 상점의 주인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금사자를 죽인 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암시장의 주인이라…….’
기억을 더듬으며 그는 한 여인을 떠올렸다.
히잡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 안으로 보이는 핏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와 독사의 것과 같은 눈동자.
‘두샬라.’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얼굴.
4명의 관리자 중 한 명.
하지만 실질적으로 타투르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카릴은 어쩐지 그 여자를 떠올리자 몸이 서늘한 기분이었다.
‘정말 쓸데없이 주인도 많은 도시야. 조만간 만나게 되겠지.’
녀석의 성가신 성격.
아마 암시장까지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그녀는 분명 자신이 이곳을 나올 때쯤엔 무언가 손을 써놨을 것이다.
‘어차피 만나게 될 사람이다. 고민을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지.’
물론.
그녀가 손을 쓸 만큼.
자신 역시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으니까.
카릴은 가볍게 웃으며 생각했다.
‘일단은 원하는 물건부터.’
수많은 물건이 쌓여 있는 곳이었지만 카릴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대로 계속 직진했다.
이미.
그가 원하는 것은 머릿속에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턱-
발걸음이 멈췄다.
그 둘 중 하나가 지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 * *
“어디야? 어디로 들어갔어?”
“4-GJ-73이던데? 거기가 어디지?”
“뭐야? 정말?”
“어딘지 알아?”
“당연히 알지. 와……. 거길 어떻게 알고 들어간 거지? 아니, 알고 들어간 게 맞긴 한가?”
“그게 어딘데.”
“자네들은 암시장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나 보군. 저긴 칼립손네 가게야.”
“저 문이 열리긴 열리네. 얼마 만에 손님이지?”
“몰라. 저런 꼬마 때문에 이 밤중에 가게를 연 거야? 쓸데없는 고물상에 들어가다니.”
“보는 눈이 꽝이군. 꽝이야.”
복도를 걷던 카릴이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작은 창문 틈 사이로 소란스러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쉿……!! 조용하게. 저래 봬도 저 꼬마가 큐란의 목을 그냥 쓱-! 잘라 버렸다잖아.”
“맞아. 거기다가 벤클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다던데.”
“그럼 뭐 해? 기껏 얻은 보상으로 고물이나 얻을 텐데. 저 할아범의 가게에 어디 제대로 된 물건이라도 있었나.”
“그래도 모르지. 암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니까.”
“그러고 보니 할아범이 타투르에 온 게 언제였지?”
“글쎄 내가 왔을 때 이미 있었는걸.”
“나도.”
“얼레, 맞아. 나도 그런데?”
“노인네……. 그러고 보니 살아 있긴 한 건가?”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칼립손의 가게 문이 열린 건 수십 년만이었으니까.
* * *
“망했군. 하고 많은 가게 중에 여길 택하다니.”
“…….”
“그건 고장 난 거다. 어이, 그건 손대지 마라. 부서진 걸 그냥 세워둔 거니까.”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난쟁이처럼 작은 체구의 노인은 의자에 기대어 귀찮은 듯 말했다.
“꼬마야,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갑자기 암시장이 분주해서 뭔가 싶었더니 여기까지 오는데 운을 다 쓴 모양이구나. 첫 끗발이 아주 개끗발이야…….”
그는 커다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찾는 게 한 가지 있는데.”
“그래. 암시장엔 없는 게 없으니까. 그런데 여긴 아닐걸. 있는 것 빼고 다 없으니까. 전부 다 100년은 넘은 쓰레기들뿐이거든.”
“내가 찾는 게 바로 그거다.”
“……뭐?”
가게 안에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카릴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먼지를 쓸어 털어내며 그를 향해 말했다.
“인간은 모르는 것.”
“…….”
“킬립손, 아니, 노움(Gnome) 칼립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 순간.
카릴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무슨 말인지…….”
완벽한 인간이었다.
칼립손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걱정 마. 나 역시 평범한 인간은 아니니까.”
“……!!!”
순간.
카릴의 눈동자가 검게 변했다.
“서, 설마.”
칼립손은 그 모습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습을 변하게 해주는 아이템이야 많았다.
하지만 모든 마법 무구에는 사용 조건이 있었다.
바로.
착용자가 마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마법이든, 마법 무구든 어떤 방법을 썼더라도 결국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소년에게 마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민족이……?!’
떨리는 눈으로 그가 카릴을 바라봤다.
“당신 비밀을 밝히려고 온 게 아냐. 멸종했다고 알려진 노움이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여기저기에서 난리일 테니까.”
“…….”
“해부를 좋아하는 마법사들부터 노움의 눈동자에서 보석이 떨어진다는 헛소리를 믿는 귀족들까지 말이야.”
카릴은 가볍게 웃었다.
“당신의 노후를 망칠 생각은 없다. 나 역시 비슷한 처지거든. 내 비밀을 보여 준 것이 신뢰의 증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받기 위한 대가.”
그는 당혹스러워하는 늙은 노움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노움? 아아……. 기억나지. 그들은 옛날부터 드래곤에게 보물을 상납했었지. 마법 무구를 만드는 재주로 따지면 드워프보다 그들이 훨씬 낫지.]-그래? 아쉽군. 노움은 이제 멸종되었다고 하니까. 한 번쯤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볼 수 있다.]-……뭐?
[최근까지도 가끔 레어로 찾아와 꽤 재밌는 걸 가져다주던 녀석이 하나 있거든…….]나르 디 마우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꺼내 봐.”
카릴이 그에게 말했다.
“백금룡(白金龍)에게 상납할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