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5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51화(351/497)
227. 수 싸움 (1)
“후우.”
적군의 피로 얼룩진 갑옷을 거칠게 벗어 던지며 밀리아나는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전황은?”
“소환된 사령들로 좌익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 꼬마 대단한걸요. 부서지는 언데드의 수보다 오히려 다음 날이 되면 더 많은 수를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거의 혼자서 한 부분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둘째인 카노초는 반대쪽 막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게다가 그녀가 사용하는 인형의 실력도 대단합니다. 움직임은 말할 것 없고 인형이니 지치지도 않으니……. 게다가 검술로도 저희 자매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그녀는 제법 케이 로스차일드가 마음에 든 눈치로 말했다. 확실히 실력 위주인 디곤 일족들은 전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도리어 밀리아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건 결코 달가운 얘기가 아닌걸. 디곤 일족이 고작 꼬마 한 명에게 뒤처진다는 것이 말이 돼?”
“걱정 마십시오. 우익을 맡고 있는 디그가 혼자서 적 기사단의 부관의 목을 베었다고 합니다. 자르반트가 한쪽 날개를 잃었으니 내일부터는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흐음.”
카노초의 말에 밀리아나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디그에게 1천 기를 내어 주도록 해. 내일 동이 트고 시작되는 전투에서 그녀를 창으로 쓰겠다. 우측에서 중앙으로 돌파하여 적의 진형을 가로 긋는다.”
“기뻐할 겁니다.”
밀리아나의 말에 카노초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보고드립니다!!”
그때였다.
막사의 문이 활짝 열리며 다급히 부하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베스탈 후작령이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뭐?”
막사 안이 술렁였다.
아군의 승전보를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곳에 있는 디곤의 전사들은 살짝 밀리아나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애송이 책사 녀석이 며칠이나 걸리면서 시간을 끌던 곳이 어떻게 단번에?”
“그게……. 보고 된 바로는 후작령에 주군께서 가세하셨다고 합니다.”
“역시…….”
“그렇다면 가능한 일이겠군요.”
전사들은 이제야 조금 안도한 듯 여기저기에서 수긍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뭘 안심한 듯 인정하고 있는 거야.”
꿀꺽-
하지만 밀리아나의 냉기 어린 한 마디에 전사들은 긴장 가득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너희들 다 들었지? 저 말은 우리가 일착(一著)을 빼앗겼다는 말이다. 카노초.”
“네.”
“디그에게 1천 기가 아니라 5천 기를 내어 주도록 해라. 이대로는 디곤의 자존심이 용납 못 해. 내일 안으로 승부를 본다. 그리고 베스탈 후작령으로 군을 북상시킨다.”
그녀의 말에 막사 안은 전운이 감돌았다.
“알겠습니다.”
“이만 해산하도록. 내일의 전투를 준비해라.”
“네!!”
전사들이 호기롭게 대답하며 막사의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큰일 났습니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척후병의 외침이 들렸다.
“저, 전방 상공에 미확인 물체가 확인되었습니다……!!”
부하의 다급한 외침에 밀리아나는 굳은 얼굴로 하늘 위를 바라봤다.
[크아아아아아아—!!]그 순간,
날카로운 포효가 울렸고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날개가 상공에 펄럭거렸다.
“……!!”
* * *
[크…… 크큭.]날개와 몸통에 말뚝이 박힌 채로 힘겨워하는 퓌톤은 카릴을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왜 웃지? 고통에 드디어 실성이라도 했나?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천 년을 갇혀 살던 사람도 있는데 고작 이걸로 힘들어하면 안 되지.]알른이 그런 드래곤의 몸뚱이에 손날을 찔러 넣으면서 말했다.
[칵!! 크아악……!!]피가 아직 마르지 않은 상처를 잡아 후비듯 알른이 검은 손으로 퓌톤의 가죽을 뜯어내자 제아무리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은 전쟁에서 질 것이다.]퓌톤은 이를 악물며 저주하듯 카릴을 향해 말했다. 비어 버린 후작령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카릴이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어째서?”
[날 미끼로 에누마 엘라시와 크루아흐를 불러들일 생각이었겠지. 네가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네 부하들은 그렇지 못할 테니까. 드래곤들을 모두 네가 상대할 생각으로 말이야.]“…….”
퓌톤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넌 잘못 생각했어. 그들은 다른 전장으로 갈 것이다.] [퉷! 용족은 동료애도 없는 건가? 그걸 자랑이라고 잘도 말하는군.]알른 자비우스는 그를 바라보며 거칠게 말했다.
“용족이 아니라 나르 디 마우그겠지. 아니, 닐 블랑이라고 해야 하나? 그놈이라면 네 목숨보다 제국의 승리를 먼저 생각하겠지.”
[……잘 아는군.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몸은 하나다. 서로 다른 전장에 떨어진 드래곤들을 혼자서 상대할 수는 없는 일이지. 크큭.]퓌톤에 말에 앤섬을 비롯한 전사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역시……. 꿰뚫어 보고 있었던 건가.’
이곳이야 카릴과 레볼이 함께 있었기에 쉽사리 레드 드래곤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다른 곳은 다르다.
‘현재 자유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남부의 디곤 일족과 포나인의 방어성이다. 밀리아나 님과 그레이스 님의 실력이 소드 마스터급이라 할지라도 드래곤을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앤섬은 불안한 눈빛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글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하지만 퓌톤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오히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그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그린 드래곤이다!! 모두 대피하라! 놈의 브레스엔 산성이 있어 닿기만 해도 위험하다!”
카노초는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크루아흐를 경계하며 소리쳤다.
“어찌할까요? 본진을 옮기심이…….”
“물자를 옮길 시간이 부족해. 게다가 이 초원에서 어차피 숨을 곳도 없다. 우왕좌왕하다가 오히려 적군에게 뒤를 잡힐 수 있어.”
“하지만 이대로 제국군과 협공을 당하게 되면 퇴로마저 확보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밀리아나는 카노초를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
“1군을 네가 이끌어라. 중앙의 수비를 굳건히 한다. 그리고 타카오, 우몬. 너희는 카노초의 중앙군 앞에서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낸다. 방패병들을 모조리 끌고 가도 좋다.”
“알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하소, 바슌. 너희들은 각 1만씩 좌우의 방책이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르반트 저 노인네가 중앙으로 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수비를 할 수 있는 방패병들이 앞선 두 사람에게 모두 투입이 된 상황에서 하소와 바슌의 군대는 방어가 취약한 전사들뿐이었다.
“넵.”
“몸을 던져서라도 놈들을 붙잡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의 명령에 대답했다.
“지금 당장 둘째를 불러와라. 그녀에게 내린 1만 기병을 중앙군 뒤로 배치한다. 창날의 목표가 바뀌었다.”
“창날이라 하심은…….”
카노초는 밀리아나의 대응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 얼굴로 되물었다.
“드래곤의 목을 딴다.”
밀리아나의 말에 디곤 일족의 전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인 드래곤의 앞에서 냉철한 대처를 넘어 사냥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녀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은 디곤 일족의 전의를 다시금 불태우기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밀리아나는 낮게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제2의 창날은 내가 될 것이다.”
그 순간 디곤의 모든 전사들은 안일했던 자신을 질책했다. 그리고 아직 자신들의 여왕은 포기를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여제를 따라라!!!”
“모두 검을 들어라!!!”
“디곤의 사냥이 시작된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전사들의 함성이 전장을 고조시켰다.
* * *
[디곤 일족의 여왕? 인간치고는 쓸 만하지. 미약하지만 그녀는 용마력을 가졌으니까. 하지만 그래봐야 조금 얻은 힘일 뿐. 드래곤의 압도적인 힘 앞에 그들은 제물에 불과하다.]“압도적인 힘?”
퓌톤의 말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의 턱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거대한 퓌톤의 눈알에 비친 카릴의 모습이 비쳤다.
“난 왜 그걸 볼 수 없었을까. 응?”
[큭…… 크윽…….]“인간을 얕보지 않는 게 좋아. 지금 네 상황을 인지해라. 넌 내게 졌고 결국 굴복할 것이다.”
[절대적인 복종? 힘으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인간 따위에게 우리가 머리를 조아릴 것 같아?]실성하듯 소리치는 퓌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카릴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너희가 굴복한 이유가 뭐지?”
[……뭐?]“신령 대전 때 인간을 배신하고 신의 개가 된 이유 말이야. 신에게 굴복한 이유는 그렇게 당당하고 타당한 것이던가?”
퓌톤은 그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결국 신의 힘 앞에 굴복한 것이겠지. 신은 위대하고 인간은 하찮다? 그건 결국 자기 위안밖에 되지 않아. 네 들은 종족의 중요성이 아니라 그저 힘 앞에 나약한 것뿐이니까.”
[큭…… 크윽!!]카릴은 퓌톤의 역린을 비틀었다.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차근차근 알아볼 테니까.”
[네놈……. 이러고도 용족이 가만있을 것 같으냐! 에누마 엘라시와 크루아흐가 네놈의 군대를 절멸시키고 마지막에 널 찢어발길 것이다!!]“퓌톤.”
순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카릴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에 퓌톤은 어쩐 일인지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었다.
“내가 아까 말했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뭐?]퓌톤은 그의 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지금 네가 누굴 걱정할 입장이냐? 네 앞길이나 걱정해. 네 말대로 밀리아나의 용마력은 미약하지. 하지만 난 달라. 특히 레드 드래곤인 너라면 더욱 잘 알 텐데?”
화르륵……!!
카릴의 손바닥이 마치 인두처럼 붉게 변했다.
[크…… 크아아악!!!]이마를 짚은 손에서 새하얀 연기가 솟구쳤고 퓌톤의 비늘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야.”
카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순간 퓌톤은 마치 자신의 앞에 염룡(炎龍)을 마주하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과연 그 어떤 안배도 해놓지 않고 전쟁을 시작했을 것 같아? 단지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 드래곤으로 바뀌었을 뿐. 하지만 너희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아. 내가 벼른 검날은 드래곤에게도 박힐 테니까.”
* * *
“진형을 유지하라!!”
“서둘러!!”
드래곤이 디곤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이 점차 가까워졌다. 자르반트가 이끄는 제국군은 크루아흐의 등장에 사기가 하늘에 닿을 듯 치솟기 시작했다.
“……만만치 않겠군요.”
“전쟁이 언제 쉬운 것이 있더냐.”
밀리아나의 말에 카노초와 디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부터 펼쳐질 전투는 자신들이 겪었던 그 어떤 결전보다도 치열할 것이었다.
“간다.”
자신의 애검인 아크와 게일을 뽑고서 타고 있던 카르곤의 옆구리를 두들겼다.
전운이 감도는 전장.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전방 주시했다.
“나 참, 드래곤의 성지에서 겨우 벗어났더니 대륙에 드래곤이 날아다녀?”
그때였다.
“……!!”
“……!!”
밀리아나는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그녀가 기척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고수가 지금 이 전장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저놈은 먹기 싫게 생겼는데……. 일단 잡아 볼까.”
한 명이 아니었다.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피골이 상접한 얼굴이었고 입고 있던 새하얀 도복은 너덜너덜 걸레짝이 된 지 오래였다.
드래곤에 대한 감상을 고작 먹잇감으로 말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밀리아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 이름을 불렀다.
“……에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