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5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52화(352/497)
227. 수 싸움 (2)
“폐하.”
한 차례 난동이 지나가고 부서진 태양홀은 한창 보수 중이라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공사를 하는 인부들은 벽돌과 자재들을 나르면서도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먼지 가득한 이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한 소년 때문이었다.
“먼지가 심합니다. 옥체가 상하실까 걱정입니다. 돌아가시지요.”
재상 브린 이니크는 자욱한 먼지를 손으로 훔쳐내며 말했다. 황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공사를 중지해야 하는 것이 맞으나 올리번은 마치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것처럼 부서진 황좌 위에 앉아 있었다.
“재상의 말씀이 옳습니다. 폐하께서야말로 제국 그 자체이십니다. 전쟁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니 폐하께서 쓰러지시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옵니다.”
황좌의 옆에 함께 서 있던 티렌이 조심스럽게 재상의 말에 동의했다.
“글쎄. 티렌, 제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이 고작 단 한 명에게 부서졌다. 이런 상황에 내가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하오나…….”
“안 그렇습니까?”
올리번은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마지막 물음이 자신에게 한 것이 아님을 안 브린 이니크는 고개를 돌렸다.
“먼 길을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었다.
“크웰 경.”
“…….”
차가운 냉기가 태양홀에 흘렀다.
“신(臣), 제국의 기사로서 명을 받들고자 폐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쿵- 쿵- 쿵-
육중한 갑옷의 무게가 울렸다.
크웰의 뒤에는 첫째 마르트와 셋째 엘리엇이 함께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당장에라도 전선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의욕 넘치는 얼굴이었지만 마르트는 그와 달리 어두운 표정이었다.
“상황은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캄 그레이 경께서 살해당하였고 베스탈 후작령은 함락이 되어버렸습니다. 참으로……. 제국으로서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송구하옵니다.”
올리번의 말에 크웰은 침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제국은 실로 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 지금이야말로 경의 충정을 보여줄 때라 생각합니다.”
“폐하!!!”
그때였다.
태양홀 입구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외침.
황금빛의 두꺼운 갑옷을 입고도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벨린 발렌티온의 모습이 들어왔다.
“신에게 명을 내려 주십시오. 제가 병력을 이끌고 더러운 이민족 놈들을 일망타진하겠나이다!”
총 기시단장인 벨린 발렌티온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크웰을 순간 노려보고는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며 소리쳤다.
“그대의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휘관의 자리는 이미 다른 이로 정하였습니다.”
올리번의 말에 벨린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자를 어찌 믿겠습니까! 지금 제국에 검을 드리우는 적을 키운 것이 바로 저자이옵니다.”
“…….”
그의 노성에 크웰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크웰 경. 제국 최고의 기사로서 내게 승리를 안겨다 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올리번은 벨린의 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크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크웰은 다시 한번 손을 모아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올리번은 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크웰. 경에게 자켄을 붙여 주겠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직 퍼지지 않았으나 제국의 두 번째 소드 마스터입니다.”
“소드 마스터…… 입니까?”
크웰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습니다. 비록 전쟁 경험은 부족하나 경이라면 그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자켄 볼트.
전생에 제국 7강 중 한 명이자 전쟁광이었던 그는 북부에 있던 크웰도 풍문으로 들어 본 이름이었다.
‘황자 시절부터 비밀리에 특임대를 만드셨다는 것을 들었는데……. 감춰진 자들 중에 유일하게 이름이 알려진 자로군. 북부 원정 때 고든과 함께 갔었다고 하던데……. 소드 마스터라니 언제 그런 실력자를 키우셨지?’
올리번의 가신으로서 오랜 세월 그를 모셨던 크웰이지만 그는 이따금 자신이 생각보다 올리번에 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올리번과 자신과의 거리감이 깊이 느껴졌다.
마치, 그를 배제하고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
“돌아가도 좋습니다.”
올리번은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돌아가는 크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를 믿으십니까?”
황좌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올리번이 가볍게 손을 젓자 재상과 총기사단장이 물러났다.
“나는 그가 충신이라는 것과 그의 실력에 대해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나 이번 상대는 드래곤마저 실패한 일입니다. 공작께서도 아시다시피 후작령이 함락되고 퓌톤은 포획되었습니다.”
“…….”
“좀 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닐 블랑 경.”
그의 말에 티렌이 긴장된 눈빛으로 황좌 반대편에 서 있던 닐 블랑을 바라봤다.
베일에 감춰졌던 마지막 공작인 그는 올리번이 즉위함과 동시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그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그와 함께 제국을 방문했던 세 사람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티렌은 혹여나 이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퓌톤이 패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황급히 태양홀로 달려온 그는 크웰이 온 것을 확인하고는 어쩐지 조금 안도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때문일까.
티렌의 걱정과 달리 닐 블랑은 올리번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그리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폐하. 퓌톤은 다른 드래곤들보다 호전적인 만큼 조심성이 부족한 자이옵니다. 그의 실패는 뼈아픈 실책이나 에누마 엘라시와 크루아흐는 다를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겠죠? 닐 블랑 경.”
“폐하의 혜안에는 당해 낼 수가 없군요. 드래곤들의 힘은 강력하나 그들은 독단적인 존재들. 그들만을 믿을 수는 없는 법이지요.”
“그래서?”
“교단(敎團)이 힘을 빌려주기로 하였습니다.”
티렌은 닐 블랑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교단은 선황과 깊은 관련이 있던 곳인데……. 언제 그들을 포섭하신 걸까.’
“지휘관은 누구입니까?”
“최근에 주교가 타계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번에 새로이 뽑힌 자라 하였습니다.”
“흐음……. 이것 참. 교단에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전쟁 준비로 정신이 없어 소홀한 대처를 하고야 말았군요. 주교가 직접 전쟁에 참여하다니……. 큰 은혜를 입게 되었군요.”
말과 달리 어쩐지 올리번은 주교의 죽음에 그다지 놀라지 않은 듯한 말투였다.
오히려 그 죽음이 당연한 수순이라 여기는 것처럼.
하지만 헤임에서의 일을 알지 못하는 티렌은 그저 의아할 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신입 주교가 누구입니까?”
“라엘.”
닐 블랑은 허리를 천천히 아래로 숙이고는 올리번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라엘 스탈렌이라 하옵니다.”
* * *
[큭……. 크윽!]카릴은 퓌톤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일어섰다.
동이 트고 나서도 드래곤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앤섬에게 말했다.
“퓌톤의 말대로군. 두 마리는 다른 전장으로 갔겠지. 앤섬, 후작령은 남부와 연결된 관문이다. 이곳의 방비를 철저히 해두는 것이 좋다. 소형 골렘들을 대기시키고 라니온 연합으로부터 마광산에서 속성석을 보충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초원의 부족들은 남부로 가서 디곤을 지원하도록 한다. 카일라 너는 앤섬과 함께 나를 따라 중앙으로 간다.”
앤섬이 긴장 가득한 카일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초원의 부족들은 확실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5대 일가의 수장인 너희는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지. 안 그래?”
그의 말에 카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를 앤섬에게 붙여 준 이유는 창 일가의 맹화진(猛火陣)이 남부의 그 어떤 부족의 전술보다 훌륭하기 때문이야. 그 말은 너희 일가의 전사들이 누구보다 무진(無陣)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자들이라는 뜻이겠지.”
“이미 다른 계획이 있으신 거군요.”
앤섬의 말에 카릴은 기지개를 켜며 나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린 중앙으로 간다.”
“……!!!”
“……!!!”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드래곤이 있는 전장이 아니고요?”
“그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전장은 우리가 선택하게 만든다.”
카릴은 눈을 빛냈다.
“이건 제국과의 전쟁임과 동시에 드래곤과의 싸움이기도 하니까. 누가 그랬지. 이 전쟁 자체가 도전이라고. 필멸자 중에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존재라면 역시 드래곤뿐이니까.”
[크, 크흠…….]알른은 그의 말에 나지막하게 헛기침을 했다.
“그래, 드래곤의 힘은 확실히 인간이 대적하기에 확실히 강력하지. 하지만 녀석들과 달리 우리에겐 이게 있다. 바로 이 안에.”
카릴은 검지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들겼다.
[웃기는군. 기껏해야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드래곤의 앞에서 지고의 지혜를 자랑하는 것이냐.]퓌톤은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듯 너덜너덜해진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희가 지혜로운 존재라고 누가 그랬지?”
툭- 툭-
카릴은 마치 애완견의 머리를 두들기는 것처럼 퓌톤의 머리를 내려쳤다.
“너흰 그저 수천 년 동안 신의 애완동물로 살았을 뿐이다. 시간이 지혜를 준다면 그건 착각이다. 시간은 그저 안주(安住)만을 줄 뿐이다.”
그는 퓌톤의 머리 위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자율의지(自律意志). 우리는 그릇된 것을 그릇되다 말하며 스스로 변혁하고자 하니까. 과거에도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네놈도 블레이더(Blader)의 후예라는 뜻인가. 같잖군. 그들은 결국 패배했다. 그리고 죽었지.]“그럼 너희가 얻은 것은 승리인가?”
[……뭐?]“신에 빌붙어 보존한 그 목숨이 과연 승리라 할 수 있느냔 말이다.”
퓌톤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이걸 예행연습이라 생각한다. 좀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와 싸우기 위한.”
[설마…….]카릴의 말에 퓌톤의 눈빛이 떨렸다.
[너는 또다시 끔찍한 전쟁을 저지르려는 것이냐.]“끔찍한 전쟁? 퓌톤 네 나이가 몇이지?”
퓌톤은 갑작스러운 그의 물음에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라는 것을 세는 것조차 이제는 무의미할 정도의 삶을 살아왔던 자신에게 그런 것을 묻다니 말이다.
“정령왕들에게 들었다. 지금의 드래곤 로드인 에누마 엘라시가 헤츨링이었던 시절이라고. 그런 네가 과연 신령 대전 때 태어나긴 했나 모르겠군.”
[……뭐?]“겪어보지도 못한 애송이가 뭘 안다고 그래?”
카릴의 말에 알른은 자신도 모르게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퓌톤은 입술을 씰룩이며 언짢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너는 뭐지? 인간인 네가 그 전쟁을 겪었을 리 없는데 어째서 잘난 척 말하는 거지?]“그보다 더 끔찍한 걸 아니까.”
[……뭐?]“과거가 아니다. 내가 아는 것은 신을 믿게 되면 벌어지게 될 미래니까.”
퓌톤은 카릴을 바라봤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우리가 너희를 따라야 할 이유가 그것이라는 것이냐? 인간의 자율의지? 그것이 미래를 바꿀 열쇠라 하더라도 고작해야 인간의 힘을 어찌 믿을 수 있지?]하지만 카릴은 퓌톤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따르라고 부탁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믿지 않는 녀석들은 그냥 힘으로 굴복시킬 뿐이라고. 너처럼 말이야. 기다려봐라. 멱살을 잡아 진실의 앞에 데리고 가 두 눈으로 확인시켜 줄 거니까.”
[…….]퓌톤은 어쩐 일인지 카릴의 말에 전과 달리 반발하지 않았다. 그의 이마에 진하게 남아 있는 손자국이 마치 인장처럼 남아 있었다.
[염룡의 힘은 레드 드래곤 일족에겐 절대적이다. 하나 나는 제국과의 전쟁에서 널 도울 순 없다.]“어째서지?”
[백금룡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다른 드래곤들 역시 마찬가지지. 네가 드래곤 로드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제국 전쟁에서 그들을 쓸 순 없을 것이다.]“백금룡이 드래곤 로드보다 높은 위상이란 뜻인가?”
카릴의 물음에 퓌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특별하니까. 가장 오래 살아왔으며 가장 강한 드래곤이기도 하지. 신령 대전에 참가한 유일한 드래곤이기도 하며…….]퓌톤은 마지막 말을 삼켰다.
“블레이더이기도 했지. 비록 신에 편에 선 배신자이지만.”
카릴의 물음에도 그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만약 내가 백금룡의 심장을 가진다면?”
[……뭐?]“너뿐만 아니라 다른 드래곤들도 내 말을 따르게 되지 않을까.”
퓌톤은 어이가 없었다.
[너는 백금룡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하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수 있는 거다.]“글쎄. 과연 그럴까.”
카릴은 그의 말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꿀꺽-
카릴의 말에 퓌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진심으로 이 전쟁에서 너희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는 거냐. 네가 없이 나머지 두 드래곤에게서 승리 수 있다 생각하느냔 말이다.]카릴은 대답 대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물론.”
툭- 툭-
“네 두 눈에 보여주겠다.”
카릴이 퓌톤의 머리를 가볍게 두들겼다.
화아아악……!!
그러자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날개가 펼쳐졌다.
결국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수장을 잡아야 하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카릴은 다른 전장이 아닌 중앙으로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곳에 녀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나르 디 마우그가 있는 곳으로.
* * *
“그레이스.”
“말씀하십시오. 전하.”
포나인 강의 방어성을 점령하고 있던 비올라는 쌀쌀한 북부의 바람을 맞으며 떨리는 눈으로 상공을 바라봤다.
새하얀 달빛에 반사되는 황금빛 비늘.
거대한 날갯짓으로 맹렬하게 날아오는 골드 드래곤의 위용에 모두가 패닉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모시는 왕의 식견에 실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구나.”
하지만 놀랍게도 방어성의 자유군들은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등장이 아닌 그 앞에 서 있는 다른 이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실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말이로군.”
비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서 있는 하시르를 향해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오해는 하지 말길. 나쁜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니까.”
그녀의 말에 하시르는 후드로 얼굴을 가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관없습니다. 저 역시 그리 생각하니까. 그녀는 북부에서도 이미 괴물 같았던 사람인걸요.”
그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늑여우 부족의 전사들이 그를 따라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지금은 ‘같았던’이 아니라 진짜 괴물이 되어 나타났군요. 골드 드래곤은 이제부터 지상 최고의 괴물과 싸워야 할 겁니다.”
[크르르르르르…….]방어성 앞에 일대의 병사들이 서 있었다.
저마다 서로 다른 무구를 들고 있는 그들은 다름 아닌 북부의 이민족들이었다.
천둥일가, 무쇠일족, 호표, 붉은달, 늑여우, 잔나비……. 제각각이었던 그들이 하나로 뭉친 순간이 과연 얼마 만이던가.
‘카릴, 당신이 이렇게나 준비를 해놓았다니……. 이런 상황에서 드래곤을 잡지 아니한다면 그거야말로 나의 무능을 보이는 꼴이 되겠지.’
비올라는 드래곤의 등장에 맞춰 마치 기다렸다는 듯 북부를 질주하며 달려온 이민족들의 모습에 전율을 느끼고 말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것은 이민족의 선두에 서 있는 라이칸스로프였다.
달빛이 내리는 밤.
마치 그 달빛을 흡수하는 것처럼 눈에 이채를 띠고 있는 괴물은 위풍당당하게 이민족의 전사들 앞에서 서 있었다.
잔나비 부족의 수장, 화린.
목에 빛나는 에메랄드 보석이 번뜩이는 순간 그녀는 날카로운 포효를 토해냈다. 그냥 겉모습만 본다면 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성을 잃고 그저 한낱 맹수가 되었던 그때와 다르다.
[클클……. 북부에서 내려오자마자 이토록 완벽한 사냥감을 만나게 되다니. 고생한 보람이 있어.]그녀는 기다란 송곳니를 보이며 웃었다.
[북부의 전사들이여.]라이칸스로프는 놀랍게도 또렷한 인간의 언어로 전사들에게 소리쳤다.
[저기 저 도마뱀 새끼를 찢어발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