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5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53화(353/497)
228. 포나인 전(戰) (1)
“이런 식으로 다시 복귀할 줄은 몰랐습니다.”
폴 헨드는 입고 있는 갑옷이 어색한 듯 황도의 막사에 있는 책상 위에 투구를 벗으며 말했다.
“자네 말고는 맡길 사람이 없더군. 미안하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청기사단의 부단장을 위임하다 퇴임 이후 맥거번가의 아이들의 검술 교관이었던 폴 헨드는 감회가 새롭다는 듯 대답했다.
“저 같은 늙은 몸뚱이를 다시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몸이 녹슬어 제대로 움직일 수 있기나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폴 헨드 경의 실력이야 누구보다 저희들이 잘 알고 있으니 그런 말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막사 안에 있던 마르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가르쳤던 그의 대단함을 잘 알고 있었다.
기사 서임을 받고 난 뒤에도 폴 헨드와의 대련에서 그를 이긴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의 승리도 지금 생각해 보면 일부러 그가 져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허허, 그들이 과연 저를 잘 따를지 걱정입니다.”
늦은 밤.
태양홀에서 올리번의 명령을 받은 후 크웰은 빠르게 군사를 정비했다.
그리고 캄 그레이가 만들었던 편대를 대대적으로 수정하였고 창단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졸지에 단장을 잃은 비(翡) 기사단을 폴 헨드에게 맡겼다.
몇몇 기사들은 현역이 아닌 그가 다시 복귀하는 것이 단장이라는 것에 반발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서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기사들이었다.
경험이 오랜 기사들은 오히려 폴 헨드의 복귀를 반기는 눈치였기에 그들의 반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형님 말씀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저씨, 아니, 폴 헨드 경. 전쟁이란 전투와 다르니까요. 경의 연륜이야말로 단장으로서 제격이라는 것은 검술을 모르는 저조차 교관으로서의 경의 모습을 봐왔으니 잘 알고 있습니다.”
막사의 문이 열렸다.
“티렌.”
크웰은 문 앞에 서 있는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이름을 불렀다.
“오랜만입니다, 아버지.”
“폴 헨드를 폐하께 추천한 것이 너라고 들었다. 이제 제법 제국 귀족의 모습이 잡혔구나. 하긴, 너는 누구보다 황도에 어울리는 아이였으니까.”
“과찬이십니다.”
“잘 지냈느냐.”
“네. 형님께서도 좋아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좋아 보인다는 말에 마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아꼈다.
“조금 늦었지만 황명이 내려졌습니다. 후작령의 책사였던 브랜 가문트가 죽고 폐하께서 전술 지휘관으로 저를 임명하셨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전장에 설 예정입니다.”
크웰은 티렌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구나. 너희 형제들이 모두 같은 전장에 나서게 되다니.”
“아닙니다.”
떨어져 있었던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크웰은 티렌이 마치 수십 년간 못 본 사이처럼 멀게 느껴졌다.
“아버지.”
“……?”
“제가 이 시간에 온 것은 달리 드릴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뭐지?”
“우든 클라우드에 대하여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티렌의 말에 크웰의 얼굴이 굳어졌다.
“교단의 세 가지 유물. 혹여 그것을 찾고 계셨던 것이 아닌지요.”
“그걸 어찌 네가…….”
“란돌이 일전에 저를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것들에 대한 정보가 적힌 고서가 책상에 너부러져 있었습니다만 정체를 알지 못한다면 한낱 낡은 책에 불과할 뿐일 것들이었습니다.”
티렌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한데 어쩐 일인지 그것들에 대하여 흥미를 보이더군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뭔가를 찾고자 하는 눈빛이었습니다.”
“일부러 동생을 시험한 게로구나.”
크웰의 말에 티렌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단지 의아했을 뿐입니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첫째 형님과 란돌이 카릴을 죽이는 것에 대해 주저를 하는 것일까.”
마르트는 그의 말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흐음…….’
티렌은 순간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형님은 아닌 건가.’
맥거번가(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한 친자인 그를 제외하고 발생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말입니다.”
“……너는 그 이유를 알았단 말이더냐.”
“모릅니다.”
일말의 망설임 없는 티렌의 대답에 크웰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하나 아버지께서 제국과 우든 클라우드와의 관계로 폐하의 제국심을 의심한다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라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선황께서도 제국의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 교단에 힘을 빌리셨습니다. 이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되려 묻고 싶습니다.”
“교단과 우든 클라우드는 다르다. 율라의 뜻 아래 백성을 보호하는 교단과 달리 우든 클라우드는 공국에서 비롯된 집단이지 않으냐. 비록 그들의 창시자가 교단과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아니, 같습니다.”
“어찌 네가 확신하지?”
“그것은 전장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전쟁에 교단의 지원이 있을 것입니다.”
티렌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는 작별을 고했다.
“아버지. 기사가 되신 지 오랜 세월이 지나 혹여 잊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크웰이 무슨 의미인지 묻는 표정으로 티렌을 바라봤다.
“율라(Yula)에 맹세하노라. 나는 오직 신이 허락하는 진실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
기사 서약.
크웰의 뒤에 서 있던 마르트의 얼굴이 굳어지며 자신의 아버지를 힐끔 쳐다봤다.
저 숭고한 언약을 두 명의 동생에게서 똑같이 황궁에서 들을 것이라고는 그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물론, 같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이 담고 있는 의미는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건방진……!! 기사도 아닌 네가 그 서약을 입에 담다니. 그것도 아버지께!!”
“네, 형님. 저는 기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제국과 폐하에 대한 충정은 기사 못지않습니다.”
어째서일까.
그 순간, 크웰은 자신의 아들이 제국의 책사가 아닌 마치 교단의 로브를 두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저는 아버지의 충성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전장에서 뵙겠습니다.”
크웰은 그 순간 자신의 아들이 더 이상 자신의 품 안에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자신은 닿을 수 없는 더 높은 곳 그리고 훨씬 더 위험한 정상에 서 있음을 느꼈다.
“전장에서…….”
크웰은 피하려 마지않았던 그곳에 끝내 스스로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게 된 참혹한 현실에 낮은 한숨을 토해냈다.
‘고든……. 어쩌면 나는 이 전장에서 내 삶이 끝날지도 모르겠구나. 불안하게도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혹여 내 미래가 그리된다면……. 너를 믿는다.’
동이 트고 있었다.
크웰은 막사의 문을 열며 마력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출진 준비를 하라.”
밝아오는 여명과 함께 그의 목소리는 마치 전장의 나팔처럼 바람을 타고 수십만 대군의 귀에 들려왔다.
* * *
“자, 자, 전투 준비다! 전투 준비!! 뭣들 하느냐. 발이 보이지 않도록 뛰어라!”
“네!!”
“알겠습니다!!”
캄마는 경례를 하며 흩어지는 지휘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피곤한 듯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후우,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군.”
“물자 확인은?”
“모두 끝냈지. 현재 재고량을 모두 파악해뒀다. 또한 아조르에서 보내온 장비들을 병사들에게 장착시켰고.”
“톰슨이 데리고 온 마법 병대는?”
“함선에 배치를 끝냈다. 아무리 제국군이라 하더라도 포나인을 쉽게 건널 순 없을 테니까. 칼 맥이 이끄는 마도 범선이라면 녀석들 유린할 수 있겠지.”
“고생했군.”
“두샬라, 네 입에서 감사 인사를 들을 날이 오다니 이거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실없긴.”
캄마의 말에 두샬라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미소와 달리 타투르 안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제국에 심어 놓았던 첩자에게 제국군 50만이 남하하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받고 난 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제국군의 본대가 노리는 곳이 어디인지 단번에 직감할 수 있었다.
“빈민가를 굴러다녔지만 여긴 너보다 내가 더 오래 살았던 내 보금자리다. 주군이 자리를 비운 동안 쉽사리 놈들에게 빼앗길 수 없지.”
캄마는 어울리지 않게 전의를 불태웠다. 두샬라는 그 모습에 가볍게 웃었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자였지만 지금만큼은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병력은?”
“타투르에 남아 있던 자유군은 모두 10만. 그리고 아조르에서 합류한 울카스 길드의 마법 병대가 5천. 이게 전부다.”
“5배 싸움이로군.”
“어쩔 수 없지. 애초에 타투르는 기껏해야 도시 하나에 불과했으니까. 타투르 자체의 병력은 크지 않아. 우리 자유군이 클 수 있었던 것은 야만족들의 힘 때문이니까.”
두샬라는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는 병력 지도를 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남부의 디곤 일족은 자르반트의 병력과 대치되어 있었고 북부 쪽의 방어성에 있는 병력은 골드 드래곤인 에누마 엘라시에 의해 발이 묶여 있는 상태였다.
‘계획대로라면 이민족들을 남하시키면서 제국군의 허리를 칠 요량이었는데……. 하필 드래곤들이 가세하게 되다니.’
“쉬운 싸움은 아니겠군.”
두샬라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클클, 언제 우리가 쉽게 살아온 적이 있었던가. 밑바닥 인생이었던 우리는 하루하루가 진흙탕이었는 걸. 이 정도……. 문제 될 것 없어.”
호기로운 캄마의 말이었지만 그런 그조차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었다.
그때였다.
“보고 드립니다. 라니온 연합의 마르제 경과 아벤 경께서 병력 5만을 이끌고 타투르에 당도한다는 전갈입니다!”
“……!!”
병사의 말에 캄마는 자신도 모르게 짝-! 하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
“하늘이 도왔군. 마르제라면 이스탄의 방패라 불리던 노장 아닌가. 수성(守城)의 명장인 그가 있다면 제국군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되겠어.”
하지만 소란스러운 복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급보입니다!! 불멸회에서 저희에게 지원을 위한 흑마법사 5천을 급파하였다고 합니다! 이동마법진을 통해 이동할 예정이라 이틀 안에 도착 예정이라 합니다.”
“오……!!”
“또한 상아탑에 있는 미하일, 세리카 로렌 그리고 나인 다르혼 님께서 이틀 안으로 타투르에 합류하여 마법 병대를 지휘하겠다 하셨습니다.”
“하…… 하하.”
캄마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씰룩이며 기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순간 또 다른 병사가 숨을 헐떡이며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또 뭐야?!”
“상공에 비룡 부대 포착!! 선두에 선 사람은 가네스 아벨란트입니다!! 비룡 부대의 숫자는 약 1천!! 전(前) 공국에 남아 있던 비룡부대가 모두 타투르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비룡 부대 1천 기?! 그 정도면 수만 명의 병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하, 하하……. 두샬라. 이 타이밍에 이런 지원군들이라니. 정말 다행이야. 이거야말로 천운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캄마는 감격해서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울먹이며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베스탈 후작령을 점령한 주군께서 창 일가와 함께 타투르를 향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
마지막 병사의 보고에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주군께서 드디어…….”
두샬라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병사의 보고를 되뇌며 말했다.
“천운이 아냐. 신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뭔데?”
“뭐?”
“주군이 이뤄 낸 일이다. 주군이 도착하시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타투르를 지켜내겠어.”
캄마는 그녀의 말에 등골이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그 옛날 타투르를 지배했던 관리자의 날카로움이 다시금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싸움…… 이제 해볼 만해.”
그 순간 두샬라의 눈빛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