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5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54화(354/497)
228. 포나인 전(戰) (2)
“좀 더 지도를 확장해!!”
밤낮을 잊은 채 전략을 짜고 있는 두샬라의 외침에 지도를 만들던 마법사들이 마력을 쥐어 짜내었다.
타투르의 전역을 비추던 마경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 더욱더 넓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지도가 포나인의 강물이 감싸고 있는 타투르 앞에 펼쳐진 드넓은 평야까지 확장되자 그 위로 몇 개의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의 위치는?”
“척후병의 보고에 의하면 현재 제국군의 본군은 총 3진으로 나뉘어 출진 중이라 합니다. 선봉을 맡고 있는 제1진의 병력 10만! 그리고 중앙 본진에 35만 마지막으로 식량을 실은 후방 지원 부대 5만이라고 합니다.”
“1진은 지금 어디까지 도달했지?”
“현재 포나인 상류 시작점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상류 시작점은 타투르와 거리가 멀지만 대신 물살이 약해 뗏목으로 건널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10만 군이 모두 이동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지체될 것입니다. 보고에 의하면 선두병력의 주력이 마법사라는 것으로 보아 땅 자체를 갈라 수로를 내고 다리를 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10만 중에 마법사들을 중심으로 배치하다니. 대범하기 짝이 없는 전술이로군.”
두샬라는 부하들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근접전에서 약한 마법사들은 대부분 호위가 탄탄한 후방에 배치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포나인을 건너기 위해 선두에 배치했다는 것은 그들의 호위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제1진에 청기사단이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설마……. 제국군 총사령관이 본진이 아닌 제1진에 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대륙제일검의 호위라……. 어지간히 자신만만할 만하군. 제길……. 지금으로선 1진을 막을 방도가 없는 건가.”
그녀는 그 말에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은 곧이곧대로 듣기 어렵군요. 크웰 맥거번이 최강좌의 자리에서 물러난 지는 이미 오래전이니까. 이제는 그 역시 한 명의 소드 마스터에 불과할 뿐.”
그때였다.
상황실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기사가 들어왔다.
두꺼운 풀 플레이트 메일의 무게가 아무렇지 않은 듯 성큼성큼 걸어 온 남자는 날카로운 인상으로 말했다.
“가네스 아벨란트. 비룡 부대 1천 기를 이끌고 지금 막 타투르에 도착했습니다. 해협에서 제국군과의 전투로 인해서 함대의 합류가 힘들어 먼저 이동할 수 있는 병력부터 데리고 왔습니다.”
두샬라는 그의 귀환에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로써 한 시름 놓았네요. 크웰 맥거번을 상대할 수 있는 기사가 현재로서는 타투르에 없었는데 말이죠. 경께서 오신 덕분에 아군의 사기도 올라갈 겁니다.”
확실히 소드 마스터인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동방국의 살수 집단인 암연 출신이었던 두샬라에게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오히려 그 이전보다 더 날카로워진 느낌이었다.
세리카 로렌의 창술을 훈련 시키기 위해 그녀와 함께 창왕(槍王) 더스틴 필립을 찾아갔을 때 그 역시 그곳에서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이 분명했다.
그의 등에는 더 이상 낫과 같은 긴 날을 가졌던 울티마툼으로 만든 할버드는 없었지만 대신 순수한 청린을 압축해서 새로이 만든 할버드가 날을 번뜩였다.
“비록 강철함대는 없지만 공국에 남아 있는 은익 함대를 주축으로 안개 함대와 동각 함대가 해협 전선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곧 공국의 병력이 지원할 수 있을 겁니다.”
“말만으로도 힘이 나는 소식이네요.”
대답하는 두샬라의 눈빛을 읽은 가네스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창왕께서는 오시지 않았습니다. 흑참칠식을 세리카에게 전수해 준 것으로 더 이상 대륙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겠다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두샬라는 조금 아쉬운 듯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네스 아벨란트의 실력도 뛰어났으나 상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제가 비룡 부대를 이끌고 제1진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포나인 상류를 그냥 둔다면 제국군 본진의 침공을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포나인을 중심으로 안과 밖 모두 적군이 놓이게 된다면 저희가 가지는 포나인의 거센 강물이 주는 이점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그녀는 가네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은 10만입니다. 비룡 부대가 강력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들을 격퇴하기 부족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미 아군이 포나인에 집결되어 적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네?”
두샬라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막아라!! 포나인 상류의 거점을 절대로 수호해야 한다!! 방패병 1열 태세로!! 마법 병대는 즉각 사살 준비!!”
부관의 외침에 병사들을 재빨리 전열을 가다듬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랜 시간 동안 실전을 거듭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르르르르……!!]날아오는 화살과 마법들에도 불구하고 수왕과 해왕은 마치 거대한 장벽처럼 제국군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우드득—!!!
수왕의 이빨에 병사들의 사지가 토막이 났고 해왕의 다리에 잡힌 자들은 그대로 허리가 꺾여 나갔다.
“아아악!!”
“으아아악……!!”
병사들의 비명을 들으며 크웰의 얼굴이 굳어졌다.
“수왕도 모자라서 해왕까지 이곳에 있다니……. 민물을 싫어하는 해왕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해협 전선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겠지.”
크웰의 말에 티렌을 비롯한 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없다. 해전에서 패배를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던 공국의 대병력이 대륙을 넘어 자유국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제국군의 주력 병력이라 할 수 있는 청기사단을 제1진으로 대동한 이유 역시 그 때문이겠지.”
“맞습니다. 대병력이 맞붙는 대전이지만 전선을 갖추고 싸울 만큼의 여력은 아쉽게도 저희에게 없습니다.”
“드래곤이 합류 한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숨 가쁘게 움직이게 되다니…….”
셋째인 엘리엇의 말에 티렌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만큼 자유군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하겠지. 카릴 개인의 힘도 힘이지만 제국은 어느새 서쪽 해협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남과 북 그리고 동쪽으로 포위되어 있는 형국이 되어버렸으니까.”
“칫……. 이민족 놈 주제에.”
“말을 삼가거라.”
“이제 와서 뭐 어떻습니까. 놈이 태양홀에서 자기 몸속에 흐르는 피를 감췄다지만 이제 녀석은 명실공히 이민족들의 왕입니다. 처단해야 마땅한 적일 뿐입니다.”
엘리엇은 호기롭게 말했다.
대륙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서 마르트를 비록해서 티렌, 란돌은 카릴과 얽힌 일들이 많았지만 엘리엇은 달랐다.
카릴과 헤어진 이후 이렇다 할 연결고리가 없었던 그에게 있어서 형제애가 있을 리 없다.
아니, 애초에 다른 형제들도 그와 형제애로 엮였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단지 엘리엇의 말에 안색이 어두워지는 마르트는 우애 이전에 감춰진 진실에 대한 문제로서 갈등이 있을 뿐이었다.
“내가 직접 나선다.”
그의 결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현재 제국군에서 수왕과 해왕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는 실력자는 그뿐일 테니까.
“병력을 물려라. 내가 귀왕들의 목을 베어 사기를 높이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부우우우우우우—!!!
둥! 둥! 둥! 둥!!
두둥! 둥!!
나팔 소리와 함께 요란한 북소리가 포나인을 울리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카그그그…….]강물에 숨을 죽이며 경계를 하고 있는 수왕과 해왕이 크웰이 풍기는 날카로운 위압감에 긴장한 듯 낮게 울기 시작했다.
“크웰 님이시다!!!”
“대륙제일검!! 대륙제일검!!!”
“와아아아아아아—!!!
그의 등장만으로도 병사들의 사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질적인 기운이 그에게서 감돌았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마력.
크웰은 천천히 자신의 애검인 율스턴 검집에서 뽑아내었다.
* * *
“조금 늦었나…….”
가네스는 비룡의 머리 위에서 포나인 강물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강물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제국군의 함성에 전투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녀석들의 발을 묶어 놓을 수 있었다. 이번 전쟁에 일등 공신이라면 너희들이겠지…….”
마치 조의를 표하듯 수왕과 해왕의 죽음에 그는 할버드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 그 기수를 내가 넘겨받지. 하지만 녀석들이 쉽게 강을 넘게 하진 않겠다.”
가네스는 비룡의 고삐를 잡아당기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콰아아아앙—!!!
막사 아래로 떨어지는 불꽃들에 포나인에 수로를 내고 있던 병사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뭐, 뭐지?!”
“적의 습격이다!!”
“비룡부대다!”
가로막던 해왕과 수왕을 죽이고 전의를 불태우던 제국군은 또다시 이어지는 비룡들의 습격에 상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마법 병대! 보호 마법을 최대로 펼쳐라! 드레이크의 화염은 범위가 적다! 방패병들은 오을 유지하라!!”
그때였다.
거대한 할버드가 호를 그리며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조금 전 외치던 부관의 몸뚱이가 반으로 잘리며 살점들이 터져 나가듯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크웰 맥거번.”
전장에 한복판에 나타난 가네스의 모습에 제국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신답게 거창하게 일을 벌였군. 당신 같은 자가 한낱 미물을 잡는 것이 뭐가 그리 자랑할 일이라고 저렇게 벌여 놨지?”
가네스는 포나인의 강가 앞에 세워진 거대한 창대를 가리켰다. 잔인할 정도로 창대의 끝에는 수왕과 해왕의 잘린 목이 꽂혀 있었다.
“괴물 다음에는 드레이크인가……. 카릴의 권세엔 정말 이놈 저놈 다 모여 있군.”
크웰은 하늘 위를 날고 있는 비룡 부대를 잠시 바라봤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마리의 괴물을 사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얕은 찰과상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구나.’
가네스는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내가 과연 그를 얼마나 붙잡고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이런 생각이 들자 목숨을 내어놓은 수왕과 해왕의 죽음이 더욱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나 역시 목숨을 걸어야 하겠어.’
“그 이놈 저놈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
크웰은 가네스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5대 소드 마스터의 위엄도 당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가 보군. 하긴 잘나신 대륙제일검께서 눈에 뵈는 게 뭐가 있겠어.”
“적이라면 검을 뽑게.”
“하긴, 이제 대륙제일검도 아니니 저런 식으로라도 자신을 알려야 하겠지. 최강좌의 자리를 자신의 아들에게 빼앗긴 패배자이니.”
“놈!!”
크웰에게서 맹렬한 투기가 느껴졌다.
‘온다.’
가네스는 본능적으로 있는 힘껏 할버드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반 박자 빠르게 크웰의 율스턴이 검집에서 뽑혀 나왔다.
맥거번가 전승 검술 1번째 – 파열인(破熱刃).
“……!!!”
그 순간 가네스는 단 일검으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눈으로도 쫓을 수 없는 크웰의 검은 이미 몸이 반응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 인지한 순간 그의 목에 닿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이 정도로…….’
자신 역시 피나는 수련을 거듭하여 올라선 소드 마스터의 경지였지만 이 한 합으로 깨달았다.
격이 다르다라는 것.
‘마물들보다 못한 꼴이 되었군…….’
크웰의 검이 그의 목에 닿는 순간 가네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두 사람의 사이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검날.
저릿저릿한 검풍에 크웰과 가네스는 서로의 무구를 쳐내며 뒤로 물러섰다.
“헉…… 헉…….”
가네스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목을 쓸어 넘겼다. 끈적끈적한 핏물이 손바닥에 묻어났다. 상처의 욱신거림보다 조금만 더 깊게 베였다면 자신의 목 역시 저기 두 마리의 귀왕들과 마찬가지로 바닥에 떨어졌을 것임을 직감했다.
“가네스. 손을 내려도 좋다. 마지막 순간에 비룡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려고 하다니 자네답군.”
츠으으으윽…….
충격으로 인해 일순간 솟구쳤던 먼지구름이 흩어지자 상공에서 날카로운 포효가 들렸다.
“드래곤?!”
제국군은 그 모습에 자신들의 원군이라 생각하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드래곤이다!!”
“제국의 수호룡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알지 못했지만 레드 드래곤이 이미 후작령에서 패했다는 보고를 들었던 수뇌부들만큼은 불안한 얼굴로 앞을 주시했다.
“설마…….”
그중에서도 특히 티렌은 귀에 익은 그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서두른 보람이 있군. 이만한 병력을 가지고 와서 타투르에 닿기는커녕 아직도 포나인도 건너지 못하다니 말이야. 이건 제국군이 약한 건가……. 아니면 나의 군이 뛰어난 건가.”
먼지가 걷히면서 목소리의 주인공 얼굴을 확인한 순간 맥거번가의 사람들은 일제히 굳은 얼굴이 되었다.
“둘 다겠지.”
카릴은 포나인의 강 초입에 거대한 창에 꽂힌 수왕과 해왕의 잘린 머리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는 두 마리의 귀왕의 머리가 박혀 있는 거대한 창대를 땅에서 뽑아내었다.
“가네스. 저 녀석들의 수급을 정리해라. 전쟁이 끝나면 이 자리에 녀석들의 동상을 세우겠다. 단둘이서 10만의 발을 묶은 영웅이니까. 일검에 당할 뻔한 자네보다 나은걸.”
“명을 받들겠습니다.”
카릴의 말에 가네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릴 막기 위해 혼자 왔다는 건가.”
티렌은 50만 대군 앞에서 나타난 카릴의 등장에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한 명이면 충분하지. 내가 없을 때도 건너지 못한 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왔다는 것은 이 전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너희도 잘 알겠지. 너희들은 루온 황자가 그랬던 것처럼 영원히 포나인의 강 너머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엄하다!!! 감히 더러운 이민족들이……!!”
기사 중 한 명이 외쳤다.
퍼걱-!!
그 순간 수왕과 해왕의 머리를 꽂았던 창대가 그대로 조금 전 외쳤던 기사의 머리에 박혔다.
창대의 크기나 너무나도 커서 기사의 머리는 마치 수박이 깨지듯 완전히 부서졌고 사방으로 그의 피가 흩어졌다.
“다시 지껄여봐.”
기사의 머리를 부수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날아가던 창대는 수십 미터를 더 지나간 뒤에 막사를 무너뜨리며 벽에 박혔다.
“으…… 으으아악!!”
“아악!!”
기사의 주위에 있던 병사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진 살점이 섞인 핏물에 비명을 질렀다.
“너희들론 안 돼.”
카릴은 그런 그들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백금룡을 데려와라.”
10만의 대군이 그의 한마디에 위축이 된 듯 움찔거렸다.
“모두가 보는 눈앞에서 발라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