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5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59화(359/497)
229. 대전쟁(大戰爭) (3)
“온다.”
카일라는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5천 기의 기병들이 일제히 말을 몰기 시작했다.
“협곡의 입구를 틀어막는다!! 절대로 적이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창!! 맹화진을 펼쳐라!!!”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창 일가의 전사들은 일제히 좁은 협곡 아래에서 앞쪽 선두는 두 개의 원진을 그리며 회전했고 나머지 병사들은 협곡의 너비에 맞춰 일렬씩 줄을 섰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기병으로 이뤄진 전사들이 먼저 제국군과 격돌했다. 원을 그리며 회전을 하던 그들은 송곳처럼 한 점에 모이며 제국군을 뚫고서 양 바깥쪽으로 갈라졌다.
“2파, 3파를 때려라!!”
맹렬한 불꽃 같은 창 일가의 전법은 단순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문을 열 듯 앞선 두 개의 원진이 제국군을 뚫고 지나가자 그 뒤에 열을 맞춰 서 있던 기병들이 이어지듯 좁은 협곡을 때렸다.
“저 어린 수장도 제법이네요. 전투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벌벌 떠는 것 같았는데 시작하자마자 눈빛이 바뀌었군요.”
“그녀는 저와 함께 무진의 진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보다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지요. 특히나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전투를 제어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볼 수 있습니다.”
두샬라는 앤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군을 나누는 이유는 빠르게 사태에 대처하고 유동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입니다만 아무리 연계가 좋다 하더라도 한 명이서 군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못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전투에 돌입하게 되면 자신의 부대를 통솔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일인데 다른 부대를 신경 쓸 겨를이 있겠습니까.”
“이런 지형은 특히나 더 그럴 겁니다. 언덕에 가려져 길이 나뉘어 있으니 사실상 아군의 위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두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불가능한 일을 지금 저 어린 여자아이가 해내고 있다는 말이군요.”
“저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방법으로 말이죠.”
앤섬은 카일라 창의 각 부대 뒤에 기다란 줄이 연결되어 상공에 떠 있는 마법연을 바라봤다.
하늘을 날고 있는 커다란 사각형의 방패연은 총 5개였는데 여기저기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음이 나는 곳마다 마치 연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다름 아닌 1천 기씩 나눈 창 일가의 부대들이 각각 하늘에 띄운 것들이었다.
휘이익……!!!
연의 네 개의 귀퉁이에 각기 다른 색깔의 줄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격렬한 전투 중에도 바람이 없어도 좌우로 움직였다.
그리고 각각의 색깔의 귀퉁이가 하늘을 가리킬 때마다 창 일가의 병력은 저마다 명령을 받은 것처럼 알아서 협곡을 휘저으며 질주했다.
하늘에 떠 있는 연 덕분에 부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각각의 부대들은 서로 연계를 하며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연을 띄워 부대의 상황을 알리는 수신호로 쓸 줄이야. 재미있는 방법이네요. 그녀는 공국에서 무진을 만든 것뿐만 아니라 맹화진을 더 발전시킨 모양입니다.”
“네. 손재주가 뛰어난 창 일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말을 타고 연을 조종하는 것도 쉬운 일도 아니고 연의 표식을 보고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병사들의 움직임 역시 단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5대 일가의 수장으로서 이제야 제 몫을 다하는군요.”
“아마도 카릴 님은 그 때문에 그녀를 전장의 중심에 데려온 걸 겁니다. 북부의 이민족과 남부 대초원의 전사들이 갖은 공을 세우는 과정에서 5대 일가는 아무래도 활약이 적었으니까요. 그녀에게 공을 세울 무대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
앤섬의 말에 두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공을 세우겠군요. 창 일가가 적장의 목이라도 하나 벤다면 더욱더 말이죠.”
그녀는 뭔가 생각이 있는 듯 묘한 말을 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다면 약간의 도움 정도는 괜찮겠군요.”
앤섬이 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뒤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북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둥― 둥― 둥―!!!
창 일가에 연이 있다면 자유군은 울리는 북 소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창 일가의 뒤를 따라 병력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선두에는 놀랍게도 란돌이 서 있었다.
“당신도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냉정하다고 해야 할지……. 어떤 면에서는 전략가라면 이래야 한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녀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앤섬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진실로 저희 편이 될 수 있는 자인지 아직 가늠이 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가 주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충성을 맹세한 것인지 아니면 어정쩡한 위안으로 온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뭐, 그런 성격. 나쁘게 생각하진 않지만. 꼭 경험에서 나오는 말 같습니다?”
두샬라의 말에 앤섬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믿어 의심치 않고 따랐던 프란 역시 우든 클라우드의 개였으니까. 혹여 란돌이 여전히 제국에 마음을 품고 있는 자라면 카릴이 만들 자유국엔 결코 해가 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럴지도.”
앤섬은 나지막하게 대답하며 전장을 훑었다.
“그럼 공을 세워야 할 사람은 카일라도 란돌도 아니라 따로 있는 것 아닌가요?”
“네?”
두샬라는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바로 당신.”
* * *
“이……. 이런…….”
티렌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밀려 들어오는 병력들을 언덕 위에서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급보입니다!!”
“각 협곡을 통과한 3개의 선봉 부대가 모두 전멸! 반대로 적이 역습을 가하여 밀고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지형이 좁아서 마법을 쓸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마상술은 야만족들이 우리보다 더 위야. 속도전으로 가기 위해서 기병 위주로 병력을 구성한 것도 어찌 보면 실책일 수 있다. 지금 당장 병력을 새로이 편성해서 싸워야 한다.”
꽈악-
마르트의 말에 티렌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결단을 한 듯 소리쳤다.
“기병들을 다시 투입한다. 괴멸된 선봉이 지나간 길을 그대로 각각 5천의 병력으로 진입한다. 서둘러라!!”
“넵!!”
명령을 받은 병사가 언덕 아래로 내려가자 마르트는 황급히 되물었다.
“선봉 부대가 전멸한 길이다. 부대를 다시 보낼 때쯤이면 적도 재정비가 끝났을 텐데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아냐?”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가장 주요한 것은 아버지께서 병목지를 뚫고 적의 후방으로 진격하는 것이니까요. 병력을 보내지 않는다면 적은 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집중 공격을 할 것입니다.”
“……뭐? 지금 네 말은 나머지 제국의 병사들을 미끼로 쓰겠다는 말이잖느냐!”
“중앙의 언덕만 장악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적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저곳엔 아버지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카릴뿐입니다. 카릴을 붙잡을 수 있다면 나머지 병력이 밀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너란 녀석은……. 설마 저들이 미끼가 아니라 아버지를 미끼로 쓰겠다는 말이냐?!”
죽어 나가는 제국군의 광경에 마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두려운 눈빛으로 티렌을 바라봤다.
* * *
“여전하구나. 티렌. 하지만 점차 더 느껴질 것이다. 네 숨을 조여 오는 공기가 말야.”
카릴이 만환(卍環)을 펼치자 저 멀리 말 위에 있는 티렌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티렌의 계책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아비를 미끼로 쓰다니. 저 놈도 독종이로군.]“날 붙잡기 위함이겠지.”
[그래서 넌 란돌을 크웰의 앞에 내어놓은 것이로군. 그렇게 따지면 앤섬이란 녀석도 보통내기는 아냐. 실력이 아닌 다른 의미로 크웰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니까. 클클……. 볼만하군.]알른은 서로 펼쳐지는 수 싸움의 공방전이 볼만하다는 듯 묘하게 웃었다.
‘티렌. 이게 내가 구르고 굴렀던 전장이다. 쓰러져가는 수많은 피가 앞으로 더욱더 네 목을 조르겠지.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카릴은 얼굴을 가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간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검은 눈 일족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흐웁!!!”
크웰 맥거번은 참았던 숨을 짧게 토해내며 율스턴을 그었다.
좌자자자작……!! 즈즈즉……!!
그의 앞을 가로막는 전격을 검으로 가르자 양 갈래로 힘없이 흩어졌다.
언덕으로 만들어진 좁은 길에는 몇 개의 함정들이 더 있긴 했지만 크웰은 낮은 등급의 마법 따윈 그대로 몸으로 받아 내며 속도를 더욱 높였다.
“6클래스 마법 함정을 고작 일합에 막아버리다니. 정말 괴물 같은 힘이로군…….”
톰슨은 아조르에서부터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해서 만들어 온 함정들이 차례차례 격파되는 것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속성석 덕분이라고는 하지만 6클래스 상급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그였다.
그리고 당초에 5클래스 마법사였으니 그의 재능 역시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가 만든 함정들의 위력이 결코 약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두에서 말을 몰며 질주하는 크웰을 단 한 걸음도 멈추게 만들지 못했다.
“속도를 늦추지 마라!! 우리가 정상에 당도하지 못하면 아군의 피해만 늘어날 뿐이다!!”
크웰의 외침에 청기사단의 기병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달려갔다.
“준비해 놓은 함정들과 마법을 모두 쏟아내라. 그래봤자 주군이 아니고서야 저자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울카스 길드의 마법 병대는 톰슨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콰가가강!!!
솨아악!!
쏟아지는 낙뢰와 얼음 기둥 속에서도 크웰은 계속해서 달렸다.
화아아악……!!
그 순간 맹렬한 불꽃이 그를 덮쳤다. 그 어떤 함정도 막을 수 없었던 그의 발이 처음으로 멈춰 섰다.
디곤 쌍검술 1결 – 홍월풍(紅月風)
검은 하나에 불과했지만 마치 수없이 많은 검날이 바람을 타고 쏟아지는 것처럼 자잘한 불꽃들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크웰을 공격했다.
“……!!”
크웰은 재빠르게 율스턴을 세로로 세우며 불꽃들을 쳐냈다. 불꽃의 바람 속에서 날카로운 검날이 정확히 그의 급소를 노렸다.
“이게 무슨 짓이냐.”
검을 막아서며 낮은 목소리였지만 크웰의 음성에서 짙은 노기가 서려 있었다.
“란돌.”
더 이상 그는 복면을 쓰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해방된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를 뿐이었다.
“황도로 간 이후에 소식이 끊어지더니 어째서 네가 이곳에 있는 게냐. 아니, 어째서 그 쪽에 서 있는 것이더냐.”
“그 이유는 아버지께서도 잘 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무엇이?”
“이 전쟁이 말입니다.”
“제국의 영토 전쟁은 건국 역사 아래 쭉 이어져 왔던 일이다. 게다가 이번 전쟁은 당연히 일어나야 할 것. 제국을 위협하는 자유국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
“드래곤 말입니다.”
“……뭐?”
“어째서 폐하께서 드래곤을 알고 있는 것입니까? 선황이셨던 타이란 슈테안조차 정체를 알지 못했던 백금룡뿐만 아니라 인간 세계에 관심이 없던 나머지 3마리의 드래곤조차 나섰습니다.”
“그거야…….”
“이 전쟁은 정말 폐하께서 벌이신 것입니까? 드래곤이 아니고?”
란돌의 말에 크웰의 얼굴이 굳어졌다.
“티렌 형님께서 폐하의 밀명으로 비밀리에 우든 클라우드와 접촉을 했다는 것을 아버지께서도 아실 텐데요.”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그 물음에 직접 직면하자 크웰은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듯 보였다.
“우든 클라우드가 찾고 있는 유물이 제국의 유물창고에 있다고 하더군요. 그 유물창고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버지께서는 아시고 계셨지 않습니까.”
란돌은 그를 향해 말했다.
“용뼈 무덤.”
“그게 어떻다는 말이냐.”
“그 창고는 구 제국 시대에 카이에 에시르가 염룡인 리세리아의 뼈로 만들었다고 전해지죠. 하지만 그것을 본 순간 카릴이 제게 묘한 말을 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게냐.”
“황도에 있는 그 무덤이 다름 아닌 마굴이라고 말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릴……!!”
란돌은 낮은 목소리로 다시 대답했다.
“드래곤이 호의로 제국을 도울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드래곤이 우든 클라우드와 관계가 있다면……. 티렌 형님도 폐하도 어쩌면 그릇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께서도 직감하시지 않습니까.”
“닥치거라!!”
크웰의 일갈에 그곳에 있던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듯 란돌을 향해 말을 몰았다.
“아버지께서는 무엇을 지키시려는 겁니까?”
하지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그를 바라보면서 란돌은 어쩐지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제국입니까. 가족입니까.”
콰아아앙―――!!!
크웰의 율스턴과 란돌의 해방된 불꽃이 격돌하는 순간 맹렬한 굉음과 동시에 란돌의 몸이 휘청거리며 튕겨져 나갔다. 수십 미터를 주르륵 뒤로 밀려난 그는 단 한 번의 공격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입가에 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니, 다시 여쭈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지키시려는 것은…….”
그만큼 크웰의 검에는 자비란 없었다.
전력을 다한 그의 검의 위력이 이토록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하면서도 란돌은 자세를 취하며 그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폐하입니까. 카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