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6화(36/497)
33. 공정한 거래
“너, 너……, 아니, 당신…….”
칼립손은 당황한 듯 입을 뻐끔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카릴에게서 나오자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저 녀석이 어떻게 백금룡(白金龍)을 알고 있는 거야? 그는 200년간 레어에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눈앞에 있는 꼬마가 아니, 인간의 수명이면 두 차례 대(代)가 바뀌고도 남을 정도로 오래전에 자취를 감춘 드래곤이었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칼립손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듯 인상을 구겼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드래곤이라니. 대륙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종족이잖나.”
하지만 그의 대답에 카릴은 오히려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작은 키에 까치발을 들고 테이블 위에 턱을 괴면서 그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당신에게 해가 가는 일은 없을 거니까. 애초에 나르 디 마우그가 원하는 건 특이한 물건이지 당신이 만든 마법 무구가 아니니까.”
“…….”
그의 말에 칼립손이 인상을 구겼다.
“시끄럽다. 너 같은 꼬마가 나르 디 마우그 님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하는 거냐. 그분은 다 죽어 가던 나를 살려주신 분이다.”
“그러네.”
카릴은 그를 향해 웃었다.
“백금룡이 다른 드래곤들처럼 하위 종족에게 관심이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겠지. 확실히 특이하지만 고마운 녀석이지.”
“녀…… 녀석이라니!!”
칼립손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그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건 인간 역시 마찬가지.’
신탁(神託).
3년 뒤 벌어질 전쟁에서 드래곤 중 유일하게 전쟁에 참여한 것이 그였으니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내게 알려준 것도 그였고.’
오랜만에 입에 담아 보는 그 이름에 카릴은 감회가 새로운 듯 생각했다.
“그래서. 내게 보여 줄 물건은?”
“…….”
“어차피 아직 잠들어 있을 텐데. 당신이 생명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번 레어 앞에 물건을 가져다 놓는 건 알지만, 이왕이면 3년 뒤에 하는 게 더 좋을 거다.”
“……뭐?”
칼립손은 카릴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자, 한번 봐라. 이게 내가 만든 것들이니.”
쿠웅—!
칼립손은 조심스럽게 서랍 안에서 세 개의 상자를 내려놓았다.
낡은 골동품들만 잔뜩 있는 가게와 어울리지 않게 하나같이 정교한 세공이 들어 있는 화려한 상자들이었다.
‘흥, 어차피 입이 떡 벌어질 가격의 물건들이다. 돈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꼬마 녀석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해봤자 뻔하지.’
카릴을 바라보며 칼립손은 입꼬리를 올리며 생각했다.
탈칵, 탈칵, 탈칵-
“이, 이봐……!!”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엄청난 것들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상자의 뚜껑을 젖히자 칼립손은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그를 말리려고 했다.
“흐음.”
하지만 상자 안을 바라보던 카릴은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저 얼굴은.’
지금까지 자신이 만든 물건을 보고 저따위 얼굴을 한 사람은 없었다.
“이게 단가?”
“당연하지, 애송아. 네 눈은 옹이구멍이냐. 그 어떤 던전을 가도 이만한 보물을 찾기 어려울 거다.”
칼립손은 놀라 자빠지는 것도 모자랄 판에 얼굴을 구기는 카릴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확실히 어떤 던전을 가도 보기 힘들긴 하겠어. B급 던전 정도는 돼야 할 테니.”
“……뭐?”
“더 있을 텐데. 꺼내보지그래.”
“무, 무슨 소리야!?”
카릴의 말에 오히려 칼립손이 더욱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에 카릴은 피식 웃으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꼭 이렇게 직접 얘기를 해야 해. 어째서 노움들은 항상 꼭꼭 숨겨 놓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게 무슨…….”
“네 개의 송곳니.”
꿀꺽-
칼립손은 자신도 모르게 삼킨 침 소리에 깜짝 놀라며 카릴을 바라봤다.
“내가 사고 싶은 건 그거다.”
네 개의 송곳니(Four Canines).
노움 세공사 칼립손이 만든 역작 중의 역작.
붉은 작은 보석이 박힌 반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액세서리처럼 보이지만 노움의 세공 마법이 걸린 방어구였다.
세공 마법(Magic Craft)은 오직 세공사만이 자신이 만든 무구에 걸 수 있으며 주문의 각인 자체도 어렵지만, 그 효과도 가늠할 수가 없다.
때로는 주문이 세공사에게 역행이 되어 제작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에 노움이라 할지라도 세공 마법을 거는 아이템을 만드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네 개의 송곳니는 대단하지. 단지 발동 조건이 무식하긴 하지만.’
반지에 박혀 있는 네 개의 날카로운 송곳이 사용자의 마력을 뽑아내 방어막을 만들며 흡수한 마력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방어막의 강도는 올라간다.
즉.
사용자의 마력을 빨아 먹는다는 말.
‘더욱이 네 개의 송곳니가 빨아들이는 마력의 한계가 없다. 그 말은 자칫 잘못하면 마력고갈로 오히려 사용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거지.’
발동 조건 자체가 인간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탁(神託)이 내려지고 나르 디 마우그가 자신의 보물들을 인간에게 내어줬었지. 그때 있었던 물품 중에 하나.’
카릴은 칼립손이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숨겨 놓은 상자를 꺼내는 것을 바라봤다.
탈칵-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반지를 보며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에는 제국 내에서 유일하게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가 이걸 다룰 수 있었지. 하지만 그 역시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지만 쓸 수 있는 마력은 결국 한정되어 있다.’
‘다룰 수 있다’와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명백히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마력혈은 다르다.
‘내 마력이라면…….’
카릴은 반지를 꺼내어 바라봤다.
어쩌면.
신조차 막을 수 있을지도.
‘아쉬운 건 반지의 이름처럼 방어막 한 번에 송곳니 하나. 즉, 4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겠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죽으면 끝.
그것을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이 무구의 가치는 다른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봐. 이걸 어떻게 안 지는 모르겠지만……. 다 좋다. 좋은데. 이걸 살 돈은 있나? 괜한 욕심 부리지 말고…….”
촤르르륵……!!
칼립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릴은 품 안에 있는 주머니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겨우 이 정도로…….”
작은 금화 주머니에 칼립손은 콧방귀를 뀌며 주머니의 입구를 풀었다.
“……!!!”
“250년 전 금화다. 노움이면 알겠지? 그 당시에 금화는 순도 100% 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걸. 이 정도면 충분한 값이라고 생각하는데. 부족하다면 그 안에 몇 개의 보석까지 주지.”
칼립손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주머니 안에 있는 금화와 보석들을 살폈다.
푸른색의 커다란 보석을 꺼내 살피던 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한 보석이 아니었다.
수십 년 전에 광맥이 사라져서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청요석(靑曜石).
“소…… 속성석?”
“그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청요석을 비롯하여 적명석, 흑철석, 요람석 등등…….
‘그것도 이런 순도 높은 보석이라니……. 이 정도면 작은 나라 하나 살 수 있을 정도잖아!’
속성석(屬性石).
마법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5대 속성 중 하나의 힘이 응축되어 있는 이 돌은 복용을 해도 좋고 무구에 바르는 것도 가능하다.
금화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엄청난 마석들. 칼립손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카릴을 바라봤다.
“속성석은 각이 높을수록 순도 높은 마력을 품고 있다는 건 잘 알 테지. 모두 8각석이다. 현존하는 마광산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들이야.”
꿀꺽-
칼립손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8각석을 복용하게 되면 1클래스의 평범한 사람도 마법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걸 어디서……?”
“암시장에서 필요한 건 물건과 금화뿐 아닌가? 팔지 않을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자, 잠깐!!”
카릴은 피식 웃었다.
드래곤의 마력을 가진 그에겐 불필요한 것이지만 마력을 가진 자들이라면 눈이 돌아갈 정도의 엄청난 것들이다.
가게를 나서려는 카릴을 황급히 그가 불렀다.
문고리를 잡은 카릴의 입꼬리가 기다렸다는 듯 가볍게 올라갔다.
“조…… 좋아. 반지를 넘기지.”
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흥, 꼬마 녀석치곤 머리를 굴릴지 아는 것 같지만 역시 어려. 어디서 구한 건진 모르지만 금화는 그렇다 쳐도 이만한 8각석이라면 제국의 황제도 얻지 못할 물건인데!’
칼립손은 웃음을 꾹 참으며 금화 주머니를 자신 쪽으로 천천히 잡아당기고는 그에게 반지를 건넸다.
차륵…….
카릴은 말없이 새끼손가락에 네 개의 송곳니를 끼워 넣었다.
그러자 따끔한 통증과 함께 반지가 그를 깨물 듯 조여졌다. 붉은 피가 살짝 맺혔지만 이내 곧 그마저 흡수된 듯 말끔하게 사라졌다.
“그런데 한 가지만 묻지. 너, 아까부터 노움들이라고 하던데 혹시 다른 노움을 알고 있나?”
조심스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의 물음에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글쎄. 예전에 우연히 만난 것뿐이다. 살고 있는 곳은 몰라. 하지만 장소는 알지. 뭐……. 나도 들은 것뿐이지만.”
“자, 장소를? 누구에게?”
조심스러웠던 목소리는 이제 다급해졌다.
카릴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신탁이 내려지기 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남아 있는 동족들을 구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아쉬워……. 빌어먹을 이 전쟁으로 겨우 남아 있던 자들까지 모두 죽어버렸으니까…….
한숨 섞인 목소리.
신분을 숨긴 채 숨어 살다시피 했던 늙은 노움이 왕도의 성벽 아래에서 전장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
신탁으로부터 대륙은 구할 수 있었지만 정작 자신의 동족은 구할 수 없었다.
‘누구에게 들었냐고?’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칼립손을 바라봤다.
‘5년 뒤에 나와 만날 당신에게.’
하지만 이 말을 할 수는 없겠지.
대신.
“원한다면 그 장소를 알려줄 순 있다.”
“저…… 정말이냐.”
“물론.”
카릴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알아? 멸망했다고 생각했던 노움국(國)의 마지막 핏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말이야.”
그의 말에 칼립손의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당신이라면 궁금해 미치겠지.’
그가 먹잇감을 확실하게 물었다는 것을 카릴은 직감했다.
어리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정말…… 이야? 그, 그게 어딘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칼립손은 테이블을 박차고 튀어나오며 소리쳤다.
하지만 격한 그의 반응과 달리 카릴은 담담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조금 전 자신이 놓아둔 금화와 속성석이 든 주머니를 가리켰다.
“여긴 암시장이잖아. 필요한 게 있으면 당연히 그에 걸맞은 충분한 값을 지불해야지. 안 그래?”
“……뭐?”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금화와 속성석이 담긴 주머니를 가리킨 손 위로 네 개의 송곳니가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