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6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60화(360/497)
229. 대전쟁(大戰爭) (4)
“늦다 늦어!!!”
밀리아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디곤 일족을 채찍질하듯 그들에게 울려 퍼졌다.
“10분 안에 출전 준비를 마친다!! 알겠나!!”
“넵!!!”
“알겠습니다!!”
[크…… 크윽……!! 알테만! 감히 네가 드래곤을 배신하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으냐!]“라는데? 무슨 답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아? 엘프 양반.”
[커…… 커억!!]밀리아나는 청린으로 만든 두꺼운 사슬로 칭칭 감겨 있는 크루아흐의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치면서 그에게 말했다.
“대답은 대신 해준 것 같군.”
알테만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에이단.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주 쓸 만해졌는데?”
밀리아나는 크루아흐의 머리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네년……!! 감히 누구의 위에 앉……!!]안타깝게도 그린 드래곤의 일갈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마치 용의 갈퀴처럼 변한 밀리아나의 날카로운 손톱이 드래곤의 비늘을 뚫고 뺨에 박혔다.
[크아악!!]그녀가 인정사정없이 그대로 살점을 움켜쥐고는 뜯어버리자 단단한 드래곤의 비늘 몇 개가 그대로 핏덩이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인질에 대한 예우 따위 바라지마라. 네들이 우리를 그리 부르잖아? 야만족이라고.”
[크…… 크흐윽.]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크루아흐는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드래곤을 잡다니……. 저 백색 옷의 사람들은 누굽니까? 그들이 없었다면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카노초는 아무렇지 않게 크루아흐를 때리는 밀리아나를 보며 조금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전투가 끝나자마자 우걱우걱 음식을 입안으로 쑤셔 넣는 스나켈들을 보며 도무지 조금 전 놀랄 정도의 전투력을 보인 자들이라고 믿기지가 않았다.
“어려웠을 뿐 불가능은 아니지.”
밀리아나가 정정하듯 말하자 그의 옆에 있던 알테만이 쓴웃음을 지었다.
“암연의 살수들이다. 그중에서도 최정예지. 어떻게 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쓸 만해졌어. 너희들도 분발해야 한다. 저 녀석들은 본래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자들이니까. 낮의 시간은 전사의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자매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 위에서 내려오는 게 어떤가. 그래도 명색이 유일한 그린 드래곤이라네. 전쟁도 중요하지만 나중을 생각해서 그녀의 대우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군.”
“명색이란 수식어가 이 상황에 왜 필요해? 그저 포로에 불과할 뿐이지. 전쟁에서 지켜야 할 건 아군뿐이지 멸종보호동물이 아냐.”
밀리아나는 차갑게 말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드래곤을 포획하는 데에 있어서 당신의 공이 큰 것은 인정하니까. 그 말을 따르지.”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루아흐의 머리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약속의 땅에서 강해진 것은 에이단만이 아닌 것 같은데…….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음?”
“카릴과 당신 중에 검술만을 따졌을 때 누가 더 위지?”
알테만은 뜬금없는 물음에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게 왜 궁금하지?”
“붙어보려고. 디곤의 쌍검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니까. 실전만큼 좋은 것도 없잖아?”
“그런 것이라면 카릴에게 부탁하면 좋을 듯싶은데. 그는 누가 뭐라 하더라도 북부의 대전사니까.”
“그냥. 웬만하면 검술만큼은 당신이 우위였으면 좋을 것 같아서.”
“어째서?”
“진심으로 싸울 수 있을 테니까.”
그녀의 대답에 알테만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드래곤이 잡히자마자 발을 빼다니. 늙은이가 목숨 줄이 길어. 아니면 제국군 놈들은 하나같이 근성이 없는 놈들뿐인 건가.”
알테만의 반응은 상관없다는 듯 그녀는 머리 위로 기지개를 켜듯 손을 뻗으며 말했다.
“디곤이라면 한번 발을 들여놓은 전장에서 후퇴란 없다.”
크루아흐의 합류 이후 기세가 오른 자르반트의 제국군은 그대로 디곤을 향해 진격했다.
수적인 우세도 있었으니 당연히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한 에이단과 알테만의 합류 그리고 밀리아나의 용족화까지 세 명의 합일에 크루아흐가 속수무책으로 잡히고 말자 오히려 사기가 올랐던 제국군에게 역효과가 나버리고 말았다.
결국 전투의 결과는 대패.
거기에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이제 완벽하게 오른 에이단의 활약으로 적기사단은 큰 피해를 입어 사실상 이번 격돌은 완벽한 제국군의 패배라 할 수 있었다.
눈에 띄게 발전한 그의 모습을 보며 밀리아나는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크루아흐를 타투르까지 데리고 갈 겁니까?”
그런 자신에 대한 평가를 아는지 모르는지 에이단은 양껏 밥을 먹고 나서 입가를 닦으며 물었다.
“그렇게 되면 전장에 합류하는 시간이 훨씬 늦어질 텐데요.”
“물론. 카릴에게 디곤의 활약을 보여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 그가 없어도 인간은 약하지 않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 줘야지.”
밀리아나의 말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투르 자유국의 힘은 강하지만 대부분의 주요한 전투는 거의 카릴에 의해 해결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신탁을 위해 인재들을 최대한 살리고 종족을 떠난 인간군 자체의 병력을 남기기 위한 이유였지만 아무래도 그의 활약으로 다른 부하들이 평가 절하될 수밖에 없었다.
밀리아나는 제국처럼 단일 혈통이 아닌 여러 부족과 왕국이 모여 만들어진 자유국에서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카릴이란 독보적인 존재가 있지만 각 부족을 대표하는 수장들의 활약상도 보여줘야 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 전투에서 그녀가 직접 나선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늦다. 이러다간 북부 놈들에게 선수를 빼앗길지도 모르겠군. 그들도 드래곤을 정리하고 남하할 테니까.”
“흐음, 북부 이민족을 만난 건 짧은 순간일 텐데 화린의 실력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지?”
알테만이 순순히 인정하는 그녀의 모습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화린? 아아……. 그 잔나비 부족의 덩치 큰 여자? 난 그자가 강한지 약한지 관심 없어. 알고 싶지도 않고.”
“그럼……?”
“카릴이 그녀를 보냈다고 했으니까. 내가 믿는 건 그 여자가 아니라 카릴이지. 그는 승산이 없는 싸움은 하지 않아. 뭐, 굳이 알고 있다면 비올라라는 꼬마와 그녀가 키우던 애송이도 이제는 제법 어린 티를 벗어났다는 것뿐이지.”
밀리아나는 피식 웃었다.
[네놈들……!!! 이거 놓아라!!!!]그렇게 말을 끝낸 그녀는 크루아흐의 목에 감겨 있는 쇠줄을 잡아당겼다.
“시끄러워. 지금 당장 비늘을 발라내서 깃발로 쓰기 전에 입 닫고 조용히 있어. 용의 심장을 먹으면 마력을 가진다면서? 여기 널리고 널린 게 마력이 없는 자들인데……. 이참에 네놈의 심장을 갈라 줄까?”
[큭……!!!]그녀의 말에 크루아흐는 반항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봤지만 더 이상 어떠한 포효도 내지르지 못했다.
“천 년이 아닌 그 이전의 신화시대 때도 이 대륙의 주인은 인간이었다. 네 들이 한 게 뭐가 있다고 이제 와 끼어들어? 인간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 가는지 보여주마.”
밀리아나는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어느새 출진 준비를 마친 디곤 일족이 날카로운 눈빛을 뿜어내며 그녀의 검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중앙으로 집결하라!”
* * *
“제국군 후방 부대 진격 확인!! 언덕 협곡에서 전쟁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풍경은 마치 바람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제1군 쪽 카일라가 직접 지휘하는 창 일가는 전선을 돌파하여 오히려 제국군을 압박 중입니다.”
“계획대로 제국의 본대를 잘 붙잡고 있는 듯싶습니다.”
검은 눈 일족들이 수시로 보내는 보고에 알른은 낮은 탄성을 질렀다.
[카릴 네 속도도 놀랍지만 네 뒤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저 녀석들도 대단한걸. 어떻게 되먹은 육체인 거야? 마력도 없는 자들이.] [블레이더의 피를 이어받은 후예인 이민족들 중에서도 검은 눈 일족은 특별하니까. 카릴이 그 이전의 삶에서 검 하나만으로 제국인들의 위에 설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겠지.]두아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족들은 제국인들보다 육체 능력이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저들은 월등히 높으니까. 오랜 세월 대전사를 검은 눈 일족이 맡아 왔던 것도 그 때문이겠지.’
[한마디로 말해서 이민족들의 정예라는 말이로군. 저들이 마력까지 갖게 된다면 볼만하겠는걸.]알른이 흥미롭다는 듯 지그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처리해.”
그때였다.
카릴은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양옆에 있던 검은 눈의 전사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무…… 무슨!!!”
숲에 서 있던 마법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그들의 모습에 황급히 마법을 시전하려고 했지만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검은 눈 일족의 전사들이 그들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버렸다.
호위를 맡고 있던 주위에 있던 병사들 역시 깔끔하게 숨을 거둔 상태였다.
[탐색 마법을 사용하던 중이로군. 안타깝게도 포착 범위가 이놈들보다 우리가 넓다는 게 문제겠지만.]알른은 쓰러진 마법사를 보며 말했다.
“마법사들이 있는 걸 보아 제3진인 후방 부대에 도착한 듯싶습니다.”
지그라의 말에 카릴은 손을 들었다.
그것이 전투 준비를 알리는 것임을 알고 있는 검은 눈 일족의 전사들은 황급히 나무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렇군.]알른 역시 긴장한 듯 읊조렸다.
“탐색 마법의 포착 범위가 우리보다 넓은 녀석이 하나 있긴 하지.”
“후방 부대를 직접 노리다니……. 생각보다 과감한 방법을 선택했군. 본대와 합류를 하려면 삼 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거리인데……. 그걸 반나절 만에 도착한 것은 완전히 본진을 놔두고 왔다는 뜻인데. 크웰 경을 상대로 버틸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카릴은 숲 안쪽을 주시했다.
“아니면 후방 부대를 고작 열 명으로 진압할 수 있다는 네 자신감인가?”
“글쎄. 과거에도 드래곤과 싸운 게 누군지 너는 알 텐데? 그들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당연한 일이지. 용 사냥에 있어서 우리만큼 완벽한 자들도 없다는 걸.”
숲 안쪽에서 걸어 나오는 한 사람.
닐 블랑은 차가운 눈빛으로 카릴을 주시했다. 어느새 후방 부대의 제국군이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결국 동료는 될 수 없는 건가.”
“동료?”
카릴은 그의 말에 싸늘하게 웃었다.
우습지만 전생의 기억들이 옅게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한때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걸 알기 전까지는.
“겉으로는 공명한 척 뒤에서는 인간을 실험 재료로 쓰는 네놈 같은 역겨운 놈을 난 동료로 둘 마음 없어. 이 도마뱀 새끼야.”
[크아아아아아아―――!!!!!]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포효 소리가 전장에 울렸다. 창 일가의 전사들은 그 소리에 몸이 부르르 떨리며 자신도 모르게 마비가 된 듯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해왕이나 수왕의 포효와는 차원이 다른 전율은 비단 자유군에게만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제국군의 병사들 중 마법 보호를 받지 못한 자들 중에는 거품을 물고 쓰러진 자들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드래곤 피어(Dragon Fear)…….”
공포를 모르는 검은 눈 일족의 지그라 조차 낮게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상위의 포식자일수록 하위의 개체에 강력하고 하위의 피식자는 상위의 존재에게 절대적인 공포를 가진다.
그것은 태생적으로 정해진 규율이었고 법칙이었다.
그렇기에 먹이 사슬의 최상위에 올라가 있는 드래곤만이 가지는 특유의 울림은 종족의 구분 없이 모든 종에게 공포를 심어 주기 충분했다.
“이제야 죽을 마음이 생겼나 보군.”
모두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그만이 기다렸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릴은 고개를 들어 닐 블랑을 바라봤다.
“……!!!!!!”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떨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카릴은 위아래를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닐 블랑의 머리 위로 거대한 은백의 비늘을 가진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