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6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61화(361/497)
230. 발판이 되라
“어떻게…….”
카릴은 적진 한가운데라는 것을 잊고 지금 벌어지는 광경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쿠그그그그그…….
백금룡이 날개를 한 번씩 저을 때마다 강풍이 몰아치는 듯 거칠게 바람이 일었다.
닐 블랑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백금룡의 모습에 카릴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몇 번이나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백금룡이 따로 있다?”
[거봐. 저놈은 나르 디 마우그가 아니라니까.] [우리들의 말이 맞았어.] [모두 조용히.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마. 저 인간에게서 용마력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니까.]정령왕들이 하늘 위를 선회하는 백금룡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라미느만이 카릴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 말을 내뱉는 정령왕들을 조용히 시켰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너도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군. 하지만 지금 닐 블랑과 백금룡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그럴 리가 없어. 그렇다면……. 닐 블랑이 정말 평범한 인간이라고?”
[글쎄. 그건 아니겠지. 라미느의 말처럼 저 인간에게서 용마력이 느껴지니까. 하지만 문제는 저 드래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 역시 진짜인 듯싶다는 것이지.]알른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그런 그의 말에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보니 엄청나군…….”
전생에는 마력이 없어 알지 못했지만 백금룡을 눈앞에 두자 카릴은 지금까지 봤던 세 마리의 드래곤과는 차원이 다른 마력에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맞아. 새삼 고룡(古龍)의 위대함이 느껴지는구나. 도대체 카이에 에시르란 자는 어떻게 리세리아를 잡은 거지?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존재인데 말이야.]“그의 죽음에 있어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기억 속에서 그들의 싸움은 격렬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염룡이 일부러 죽은 것 같으니.”
[흐음…….]알른은 새로운 의혹이 생겼지만 지금은 수백 년 전에 죽은 드래곤보다 눈앞에 있는 드래곤을 상대하는 것이 더 시급했다.
[네가 저 녀석을 드래곤이라고 확신했던 이유는 미래의 얼굴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지?]‘맞아.’
카릴은 들리지 않게 머릿속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 백금룡과 닐 블랑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고?]카릴은 드래곤의 모습으로 천천히 지면에 착지하는 그를 바라봤다.
[몇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 가장 확실해 보이는 건 이거겠군. 내가 알고 네가 아는 백금룡의 모습으로 말미암아 말이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처음에는 동시에 나타난 두 사람으로 혼란스러웠던 카릴이지만 지면으로 내려온 백금룡에게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서는 닐 블랑의 모습에서 둘의 상하 관계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물론 드래곤이란 존재가 엄청난 존재이긴 하지만 닐 블랑의 모습은 마치 주종관계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깍듯했다.
‘그래. 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렇다면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군. 저 둘 중 진짜가 누구인지 말이야. 방법은 네가 더 잘 알 테지.]알른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릴은 양손에 라크나와 아그넬을 움켜쥐었다.
[조심해라. 저 인간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네가 헷갈릴 만큼 그의 마력 역시 짙으니까.]“알고 있어.”
카릴은 닐 블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도 그렇고 나 참……. 용마력이 이렇게나 흔한 것이었나? 억울한걸.”
파앗―!!!
“누구는 억겁을 걸려 얻은 힘인 것을.”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카릴은 닐 블랑의 머리 위로 검을 내려쳤다.
파즉……! 파즈즈즉……!!
아그넬의 검날이 보랏빛으로 물들며 비전력을 담은 아케인 블레이드가 떨어졌다.
닐 블랑은 황도에서 봤던 것처럼 그의 공격 속도에 반응하지 못한 듯 예의 당혹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도대체 뒤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지?”
솨아아악……!!
하지만 카릴의 아케인 블레이드가 그에게 꽂히기 바로 직전 백금룡의 은빛 날개가 그를 감쌌다.
콰앙!! 하는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단단한 드래곤의 날개가 충격에 흔들렸다.
[알른 자비우스. 그대인가. 살아 있었나라고 하기엔 미묘한 상태로군.]카릴이 쏟아 낸 비전력을 바라보며 백금룡은 그의 등 뒤에 있는 검은 기척을 향해 말했다.
[오랜만이야.]맹렬하게 불타는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촛불을 바라보듯 추억을 곱씹듯 그는 중얼거렸다.
[7인의 원로회 중에 나의 가르침을 유일하게 따라갈 수 있었던 제자였지. 그대와의 재회가 이런 장소라 아쉽군.] [제자? 지랄 맞은 소리 하고 있네.]알른이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휘젓자 두아트의 힘을 머금은 날카로운 잿빛의 가시들이 나르 디 마우그를 향해 쏟아졌다.
콰앙!! 콰가가가강!!!!
그와 동시에 카릴의 라크나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폭염왕의 힘과 함께 마치 용암을 품고 있는 것처럼 라크나의 검날을 시뻘겋게 달궈져 백금룡의 날개를 벨 때마다 뜨거운 김이 솟구쳤다.
[정말로 리세리아의 힘이로군. 알테만은 아인헤리 속 그 봉인을 절대로 풀 수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로 인해 염룡의 레어까지 풀린 건가. 그답지 않게 미숙하게 일 처리를 했군.]수십 번을 베는 검날에도 불구하고 백금룡의 날개는 비늘 한 개조차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어. 봉인을 한 카이에 에시르란 작자가 워낙에 특이한 인간이었으니까.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지.”
[흐음…….]백금룡은 나지막하게 카릴을 살피듯 훑어보았다.
[운이 좋았다라. 봉인을 푸는 것에 있어서 운이 작용할 만큼 틈이 있다면 그건 그야말로 미흡한 것이겠지.]“내가 뛰어난 거지. 운도 실력이니까. 지금 너와 내가 이렇게 만난 것도 말이야.”
[큭큭…….]카릴의 말에 백금룡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내 계획에 없던 자다. 하지만 흥미롭군. 나의 인간 제자뿐만 아니라 정령왕과 계약을 하고 열다섯 번째의 힘마저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누가 네놈의 제자라는 거야? 빌어먹을 놈이.]알른 자비우스는 나르 디 마우그의 말에 발끈하며 소리쳤다.
[오랜만이군, 마엘.]하지만 백금룡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카릴을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팔에 새겨진 푸른 문양이었다.
스으으윽……!!!
[그래. 오랜만이군. 배신자.]그의 말에 푸른 뱀이 카릴의 어깨를 타고 서서히 올라오며 답했다. 둘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수호룡? 인간을 가차 없이 버린 놈이 누굴 지킨다고 그런 위명을 달고 있는 건지. 우습기 짝이 없구나.] [그 말을 네가 할 것은 아닐 텐데.] [네놈하곤 다르지. 난 처음부터 말했거든. 내 힘을 쓰는 데에 있어서 날 절대로 믿지 말라고. 지금 이 녀석도 똑같을걸.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힘을 공유하는 것일 뿐.] [신화 시대나 지금이나 그대는 여전하군.] [그럼. 언제나 네놈의 목을 물 수 있을까 기다리고 기다렸는걸.]마엘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카릴에 의해 힘을 개방할 때도 호시탐탐 그의 육체를 노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네가 가진 힘으론 역부족이다. 내 힘을 써라. 이번 한 번만큼은 전력을 빌려줄 테니.]“시끄러.”
[……뭐?]“내게 명령하지 마. 이놈이고 저놈이고 잊지 마라. 너희들이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를. 내게 그따위로 말할 위치가 아니라는 걸 알 텐데?”
[뭐, 뭐라고?]마엘은 카릴의 말에 당황한 듯 되물었다.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써주는 것이다. 저놈에게 복수하고 싶으면 군소리 말고 협력해.”
[크, 크하하하하!!]그의 반응에 나르 디 마우그는 웃고 말았다.
[정말로 재밌는 인간이로군. 태초의 마스터 키를 이런 식으로 다루는 자가 있었던가? 블레이더 그 누구도 이러지 않았는데.]“사족이 길다. 일단 덤벼. 가식이든 연기든 상관없다. 수호룡으로서 제국에 남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나는 그럼 용사냥꾼으로서 네놈의 심장을 씹어 먹어줄 테니까.”
[…….]카릴의 말에 백금룡의 표정이 굳어졌다.
[용기는 가상하나 넌 나를 이길 수 없다. 인간으로서 용의 심장을 이 정도까지 쓸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거기까지겠지. 인간이 용마력을 가진다 하더라도 드래곤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흥미? 왜? 또 인간을 해부하고 재료로 삼아 실험하고 싶나?”
[……죽음을 재촉하는군.]백금룡은 그의 빈정거림 속에 담긴 의미를 포착했는지 날카롭게 말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살 만큼 살았거든. 너야말로 죽음에 대하여 알지 못할걸.”
카릴은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할 게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의 말대로 지금은 역부족이다. 애송이긴 하지만 상아탑으로 갔던 나인 다르혼이라도 오게 되면 그때를 노리는 것이 좋지 않겠나.]‘알른. 내가 왜 7클래스에서 머물러 있는지 너조차 아직 모르는 건가?’
알른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그는 나르 디 마우그가 들을 수 없도록 머릿속으로 답했다.
[……뭐?]‘당신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에 마도 시대의 7클래스는 현재의 8클래스에 가깝다고 했지. 하지만 그것은 마력의 강도의 차이일 뿐. 결과적으로 구축된 마법 체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7클래스까지야.’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내게 전해 준 지식의 보고.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마법 체계가 담겨져 있는 그것 역시 내가 배울 수 있는 마법 체계는 7클래스까지지.’
[당연하지. 8클래스의 영역은 기존의 마법 체계를 뛰어넘어 독자적으로 자신만의 마법을 만드는 것이니까. 내 비전력이 그러하고 여명회의 베르치 블라노란 녀석이 8클래스 반열에 진입했다고 하는 것도 단순히 마력의 양 때문이 아니라 뇌린이란 독문 마법이 있기 때문이니까.]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용마력을 가지고 있다. 마력의 양으로 따진다면 베르치 블라노를 뛰어넘겠지. 하지만 내가 8클래스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그나 당신 같은 마법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알른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네가 재능이 없다고? 아서라. 너처럼 마법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놈이 무슨…….]‘활용력과 창의력은 다르니까. 나는 누구보다 많은 마법을 봐왔고 대마법사들이 전투에서 그 마법을 언제 어떻게 써왔는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은 7클래스까지지. 8클래스 이상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은 없어.’
[그래서 지금 네 말은 알고 있는 체계가 없어 영역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게냐? 그건 핑계에 불과해.]알른은 카릴을 향해 코웃음을 치면서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오히려 카릴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맞아.”
카릴은 앞을 바라봤다.
“그런데 지금 최고의 교재가 눈앞에 있지.”
[설마…….]알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미친놈……. 네놈이 그토록 백금룡을 찾았던 이유가 단순히 싸우기 위함이 아니었던 거였군?]그는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싸워서 뺏는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니까.”
[클클클……. 백금룡의 마법을 빼앗겠다는 간 큰 인간이 역사상 너 말고 또 있을까.]카릴은 지체 없이 검을 휘둘렀다.
‘나르 디 마우그. 네놈이 어떤 목적이었든 상관없다. 네가 나를 이용한 것처럼 나 역시 너를 이용할 거니까. 마법을 써라. 인간은 쓸 수 없는 초월의 마법을. 나는 너와의 싸움에서 그걸 얻을 것이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내 길잡이가 되어라. 나는 너를 통해 드래곤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다.’
9클래스.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