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6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62화(362/497)
231. 백금룡 전투 (1)
[계획은?]‘놈이 전력을 다하도록 싸우는 거지.’
[……간단명료하군.]카릴의 대답에 알른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주 죽기 딱 좋은 방법이야.]하지만 비아냥거리는 핀잔과 달리 그는 이미 두아트의 힘을 빌려 형체를 유지하고 두 손을 모으자 그의 앞에 기다란 지팡이가 나타났다.
그가 손의 방향을 반대로 젖히자 검은 지팡이의 연기가 흐릿해지더니 그 안에 얼음 발톱의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φχ-stϪϪχκ.”
알른이 룬어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마법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고대어는 평범한 마법보다 훨씬 더 상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고대 마법에 그의 비전력이 더하자 그의 발아래로 푸른 전격이 번뜩였다.
콰가가가가가강—!!
날카로운 번개가 나르 디 마우그를 향해 쏟아졌다. 알른의 번개가 굉음을 토해내는 동시에 파앗……!! 하는 공기가 터지는 굉음과 함께 카릴의 몸이 솟구쳐 그의 머리 위로 튀어 올랐다.
철컥-
카릴이 공중에서 자세를 잡았다.
풍압을 내지르며 가로로 그어지는 날카로운 라크나의 일격이 허공을 갈랐다.
이어지는 아그넬이 쏟아내는 이(二)격의 아케인 블레이그가 알른이 쏟아내는 비전력의 번개들과 합쳐지며 초승달처럼 호를 그리며 날을 번뜩였다.
[캬아아아—!!]날카로운 검기가 백금룡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의 단단한 비늘 아래로 붉은 상처가 새겨졌다.
고통보다는 어이가 없다는 듯 기다란 송곳니를 보이며 나르 디 마우그가 포효를 질러냈다.
푸욱-!!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공중에서 빙그르르 몸을 돌려 바닥에 착지한 카릴이 백금룡의 배 아래에서 다시 한번 뛰어오르며 그의 아래턱에 검을 박아 넣었다.
[커걱!! 쿨럭……!!!]그 충격에 포효를 지르던 입이 거칠게 닫히며 이빨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네놈이……!!]백금룡은 찌릿한 통증에 머리를 거세게 흔들며 입안 가득 브레스를 머금었다.
“흡!!!”
하지만 카릴은 아그넬을 입에 물고서 턱에 꽂힌 라크나를 양손으로 잡고 더욱더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스으으으읍……!!!
그러나 마치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주위가 소용돌이쳤다. 진공 상태가 되기라도 하는 듯 나르 디 마우그가 내뿜으려던 브레스의 열기 마저 그 안으로 흡수되는 것처럼 보였다.
응집된 소용돌이가 라크나의 검날에 모였고 마력으로 만들어진 검날은 마치 용광로를 보는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즈즈즈즉…… 즈즈즈즉……!!!
카릴은 입에 물고 있던 아그넬을 반대쪽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단검이 새하얗게 빛나면서 은회색의 검날을 뿜어냈다.
그는 지체 없이 백금룡의 아래턱에 박혀 있는 라크나에 아그넬을 찍어 눌렀다.
섬격(殲擊) – 제1섬(殲)
콰가가가가가강—!!!
콰가가강–!!
카릴의 머리 위에서 바로 폭음과 함께 맹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모든 과정이 불과 몇초 안에 일어난 것이었다.
주위에 있던 제국군들은 둘의 공방을 채 감지하기도 전에 일대를 감싸는 새하얀 폭발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으…… 으아아악!!!!”
“아아아악!!”
폭발과 함께 병사들의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나르 디 마우그는 그 와중에 폭발에 가장 가까이에 휘말린 닐 블랑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날개로 그를 감쌌다.
“…….”
카릴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츠즈즈즈즈즈…….
일대는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새카맣게 불타버린 숲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모든 것이 재가 되어 버려 연기조차 나지 않았다.
[인간이 신력을 사용할 수 있다니. 마엘. 정말로 네놈은 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다시금 실수를 반복하려 하느냐.]“그게 네 약점이로군.”
하지만 나르 디 마우그의 말은 듣지도 않은 듯 카릴은 오직 그를 공략할 방법만을 모색하는 듯 낮게 중얼거렸다.
스아아아아앙—!!!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성.
카릴이 허리를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숙이며 한 템포 더 빠르게 백금룡의 범위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목표는 이제 백금룡이 아닌 그의 품 안에 보호를 받는 닐 블랑이었다.
“후으읍.”
숨을 들이마시는 그의 입가에서 옅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마치 육체의 모든 기관을 최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으아악!!”
그 순간 닐 블랑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주저앉았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닥을 기면서 뒤로 물러나는 그를 나르 디 마우그가 날개로 다시 한번 보호했다.
[뭐지? 터무니없이 약한데? 저렇게 마력이 강력한데. 이상한 일이군.]알른은 황급히 도망치는 닐 블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황도에서도 싸움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그때는 확실한 연기였어. 그런데……. 흠, 마치 다른 사람 같군.’
카릴 역시 그의 모습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푸욱!!!
닐 블랑을 향했던 검날이 백금룡의 날갯죽지에 박혔다.
[…….]고통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백금룡은 분노가 서린 눈빛으로 그를 보다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퓌톤. 언제까지 관망만 할 것이냐.]멀리서 상공을 날고 있는 레드 드래곤을 향해 그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퓌톤은 나르 디 마우그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낮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분명 이 전쟁을 끝내고자 드래곤 중에 가장 먼저 날아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리세리아의 맹약은 모든 레드 드래곤에게 직결된 문제입니다. 염룡의 피는 종족의 혈통과 같으니 그의 힘을 가진 자를 따르는 것이 종족의 규율입니다.] [인간에게 굴복하겠다는 뜻인가?] [무, 물론! 가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인간에게 굴복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보셨지 않습니까. 제가 놈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을.] [하나 내 말도 듣지 않는군. 죽은 염룡의 피보다 눈앞에 있는 내 권위가 더 하찮은가 보지?] [……네?]콰아아앙–!!!!
나르 디 마우그는 신경질적으로 앞발을 들어 퓌톤의 머리를 사정없이 바닥에 찍어 눌렀다.
[컥……!! 커억!!]그의 발아래 퓌톤의 구겨진 얼굴이 놓였다.
[닐 블랑을 데리고 떠나라. 그는 내 전달자니까. 네게 전투에 참여하라 강요하지 않겠다. 하나 지금 내가 내린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할 것이다.] [……며, 명심하겠습니다.]퓌톤은 얼굴이 백금룡의 앞발에 눌린 채로 힘겹게 대답했다.
“고약하군.”
카릴은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미약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마.]“드래곤도 굴복시킨 나다. 너라고 다를 것 같나?”
[미천한 놈…….]나르 디 마우그의 말에 카릴은 정말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와 동일한 자인지 궁금했다.
전생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백금룡은 인간을 수호하는 존재였으니까.
단 한마디로 지고하고 존엄한 존재.
카릴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했고 그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방법을 알려주었을 때 감사해했다.
하지만 지금 백금룡은 인간을 깔보는 여타 다른 드래곤과 다를 바 없었다.
“이게 네 본 모습이로군.”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회귀 이후 자신이 생각했던 백금룡의 모습이 산산이 깨어진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실제로 보고 나니 더욱 쓰린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네놈은 내게 이런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가라고 했던 거냐. 어째서 내게 파렐의 길을 알려 준 것이지?’
무엇을 보여 주기 위해서.
고작 인간을 도구로 삼고 하등 시 하는 더러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동료라 생각했던 자신에게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준 것일까.
올리번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계획을 먼저 알려주고 자신을 구한 그가 말이다.
‘그 모습이 모두 거짓임을 이제 안다. 너는 인간을 도구와 재료로 생각하는 놈이니까. 그런데 어째서 제국을 위해 싸우는 거지? 정말로 수호룡이라는 맹약 때문에? 아니면 신의 편에 서고 그 대가로 마력을 보존한 배신자들을 지키기 위해……? 아니면…….’
그들마저 이용하기 위해서?
카릴의 머릿속엔 온갖 생각과 의문들이 복잡하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밝혀내야지.]알른이 그의 생각을 읽은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놈이 신화 시대에 블레이더를 배신하고 간직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들과 알테만을 가지고 실험했던 가능성이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어째서 과거로 보낸 것이 올리번이 아닌 너였는지.]‘올리번이 아니라 나……?’
[그래.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놈은 이민족에게 이렇다 할 애정이 있는 것이 아냐. 오히려 제국의 애송이가 그를 따르지. 그런데도 놈은 자신을 따르는 자를 죽이게 하고 널 과거로 돌려보냈어.]확실히 그렇다.
올리번은 백금룡을 받드는 자들 중 한 명.
아무것도 없이 바닥에서 시작해야 할 자신보다 황위에 오를 올리번을 과거로 보내는 것이 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을 터.
[과거로 돌아가게 한 것은 단순히 널 죽이고자 했던 황제 살해에 대한 누명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알려준 게 아닐 것이다. 이민족의 미래를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닐 터.]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민족인 너만이 바꿀 수 있는 미래. 그리고……. 전생에서 놈이 올리번을 버리게 된 이유까지.]그 순간,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척추를 타고 내리는 서늘한 기분에 몸을 가볍게 떨었다.
오직 복수라는 감정 하나만으로 버텨 왔기에 오히려 자신의 시야가 좁아졌었다.
하지만 믿었던 백금룡이 자신이 생각하는 자가 아님을 알게 된 지금 올리번의 죽음 역시 의심을 해볼 여지가 있는 문제였다.
“그러기 위해서 더 필요하겠지. 놈을 뛰어넘을 힘이 말이야.”
[그럼.]카릴은 검을 고쳐 쥐었다.
그때였다.
쿠그그그그그그그……!!
쿠그그그그……!!
백금룡이 거대한 입을 벌리자 그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마법진이 펼쳐졌다.
[용언 마법……!!!]알른이 그것을 본 순간 위험을 직감했다.
열다섯 개의 마법진은 마치 하나로 엮이듯 중심부에서 가지처럼 양옆에 열네 개의 마법진으로 수십 가닥의 선들이 뻗어 나갔다.
[믿을 수 없군. 도대체 마법 체계가 몇 개가 뒤엉켜 있는 거지?]카딘 루에르의 대규모 마법진인 주색(朱色)의 위광(威光)을 단번에 분석하고 해제해 버린 알른조차 백금룡의 마법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드래곤의 마법이 상상 초월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건 마도 시대 때조차 보이지 않았던 힘이로군.]7인의 원로회를 가르쳤던 그 시절에도 나르 디 마우그는 그들에게 자신의 힘을 모두 보여 주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카릴, 계획은 실패했다. 저건 분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서 피해!!]선들은 마법진을 잡아당기듯 중심부로 합쳐졌고 열다섯 개의 마법진이 하나가 된 순간 새하얀 빛이 쏟아졌다.
용언 마법.
오직 드래곤만이 쓸 수 있는 9클래스의 영역.
하지만 백금룡의 브레스는 일반적인 그들의 브레스와는 다른 드래곤의 힘에 마법의 힘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었다.
카릴은 오히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백금룡의 마법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부터 합성되는 결과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지켜봤다.
‘글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알른. 공식을 공식으로 풀려고 하니 불가능한 것이지. 의외로 해답은 단순하다.’
[무슨 소리야! 지금 그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실로 압도적인 마력량. 지금의 나로서는 따라 할 수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카릴은 라크나를 쥔 손잡이 위에 아그넬을 포개었다. 두 개의 검을 동시에 쥔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봤지? 마엘.”
[그래. 똑똑히 봤다.]“방법은?”
[먹어 보면 알겠지. 전에도 말했지? 딱 한 번. 누구든 그놈의 목덜미를 물어버릴 수 있다면 된다.]카릴은 자신을 향해 내리쏘아지는 빛무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넌 그저 놈에게 이 검을 박아 넣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