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6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66화(366/497)
233. 예상치 못한 방문객 (1)
“인간의 모습을 하면 그런 얼굴이로군.”
“성체로는 아무래도 시선 끌리니까. 상처는 이제 꽤나 회복된 모양이로군. 백금룡의 비늘을 뚫고 정말로 검을 박아 넣다니 괴물이야. 네놈은.”
타닥…… 타닥…….
모닥불이 타는 소리와 함께 늦은 밤 바위에 기대어 있던 카릴이 퓌톤을 바라봤다.
다부진 체격과 강인한 그의 인상과 달리 나르 디 마우그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그의 얼굴은 폴리모프를 해도 엉망인 상태였다.
“그러게. 상처는 네가 더 심한 것 같은데.”
“이건 훈장 같은 거니까.”
“맞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쪽인가? 성향은 생긴 거랑 전혀 다른데.”
“……헛소리. 백금룡의 명령을 거역했다는 것을 상기하기 위함일 뿐이다.”
퓌톤은 카릴의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9클래스의 마법을 익히고자 백금룡과 싸우려고 했다니. 인간의 담력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군. 드래곤인 나조차도 그에게 대든다는 것은 솔직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인 것을.”
“꼭 마법을 익히기 위함만은 아냐. 내가 놈에게 어느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느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놈의 레어에서 찾았던 증거들을 확인할 필요도 있었고.”
“결과는?”
“보시다시피. 다음엔 목을 따낸다.”
“……말은 잘하는군. 아무리 네가 대단하다 하더라도 지금은 전쟁 중이다. 단번에 9클래스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
카릴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하자 퓌톤은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뭐, 용마력을 지닌 너라면 9클래스까지 도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차라리 백금룡과 싸우기 전에 내게 말하지 그랬어? 너를 도와 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마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규율에 어긋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더 빨리 그 영역에 도달할 수 있었을 터.”
퓌톤의 말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네가? 됐어. 약한 마법을 배워 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나한테도 진 녀석의 마법을 배워서 백금룡과 싸우라고?”
“……뭐라고?”
“틀려? 졌잖아. 나한테.”
“그거야 네가 그 마도 시대의 골렘을 데려오지만 않았어도…….”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린 아니지?”
“……쩝.”
신랄한 그의 대답에 퓌톤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민망한 듯 입술을 씰룩였다.
“위화감.”
카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느꼈겠지.”
“…….”
하지만 그것도 잠시 퓌톤은 카릴의 말의 의미를 단번에 알아차린 듯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위화감이 내가 놈의 마법을 확인하고 드래곤 중에서 오직 백금룡의 힘을 빼앗기 위함도 같은 이유였다.”
“닐 블랑을 말하는 거지?”
“맞아. 너는 그가 나르 디 마우그라고 생각되나? 용의 심장은 하나야. 둘 중 누군가는 가짜…… 혹은 눈속임이겠지.”
퓌톤 자신 역시 닐 블랑과 나르 디 마우그를 동시에 봤을 때, 혼란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제국에서 처음 닐 블랑을 만났을 때 당연히 그가 나르 디 마우그가 폴리모프를 한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자신뿐만 아니라 그것은 나머지 2마리의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드래곤 로드이신 에누마 엘라시는 이 비밀을 알고 있었을까? 글쎄……. 딱히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퓌톤은 살짝 입맛을 다시듯 혀를 쯧- 하고 찼다.
[둘 중 누가 가짜든 진짜든 상관없어. 어차피 모두 죽여 버리면 그만이니까.]알른 자비우스는 지금의 상황을 단순 명료하게 정리해 버렸다.
[나르 디 마우그와 닐 블랑이 서로 다른 개체이나 서로 같은 존재일 수 있는 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그때였다.
침묵하던 마엘이 입을 열었고 카릴은 그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놈의 마력이 두 가지였으니까.”
[맞아.]“신력을 토대로 자신의 용마력을 버무려 이중 마법을 쓰는 것이라면 각각의 마력을 나누어 두 개의 몸을 가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왜 굳이 그런 불필요한 짓을 해야 하지?”
퓌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카릴은 그것이 지금까지 백금룡이 해온 실험의 일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과 마법의 융합.
그로 인해 최초의 블레이더였던 쥬덱스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위대한 마법이란 영역에 도달하고자 백금룡은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걸쳐 연구 계속 해왔다.
[놈은 끝내 자신에게 직접 그 실험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신력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 신에게 힘을 받거나 아니면 마스터 키를 작동시켜야 한다. 하지만 배신자인 녀석은 그것이 불가능하겠지. 차선책으로 택한 것이 빛의 정령왕. 하지만 라시스의 힘은 율라가 가장 꺼려 하는 힘이다. 그 봉인을 푼다는 것은 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꼴이 되는 걸 텐데…….”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넌 어떻게 생각하지?”
그 순간 그는 숲 안쪽 깊숙한 곳을 주시하며 물었다.
“……!!!”
그때였다.
“누구냐.”
지그라는 그의 말에 황급히 검을 쥐며 경계하듯 말했다.
“검을 내려놓아도 된다. 그는 그 전부터 이곳에 있었으니까. 오히려 우리가 그의 영역에 들어온 꼴이거든.”
“……네?”
카릴의 말에 지그라는 놀란 듯 되물었다.
그는 북부 이민족 암살자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검은 눈 일족에서도 정예 중의 정예였다.
그런 그가 기척은커녕 원래 있었던 자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정령의 힘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테니까. 인간의 기척을 지우는 것은 나도 놀랄 정도로 완벽하군.”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숲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지그라는 그의 허락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서 앞을 주시했다.
[허…….]이국적인 외모의 한 남자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카릴에게 나타났다.
가르마를 탄 곱슬한 파마머리 사이로 새하얀 이마가 드러나 있었고 살짝 처진 듯한 눈매는 전혀 싸움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외모였다.
학자의 분위기를 풍기고는 있지만 이스라필과는 또 다른 의미로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말도 안 돼.] [설마…….]정령왕들은 그의 등장에 일제히 놀란 듯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들이 놀라는 이유는 단지 그의 이국적인 외모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의 옆에 있는 작은 사슴 한 마리 때문이었다.
“백록인가? 보기 드문 종이로군.”
카릴은 작은 혀를 내미는 백색 털의 사슴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눈동자는 칠흑같이 어두운 흑색이었는데 오히려 그 어둠이 강렬해 빛나 보였기에 그 사슴이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맞지?] [그래. 분명히 알카르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3대 위상이 아직도 살아 있다니 믿을 수가 없군.]라미느는 마치 그리운 존재를 보는 것처럼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
[3대 위상이라면 사라진 신수를 말하는 건가?]알른이 그의 말에 깜짝 놀란 듯 물었다.
“맞아. 예전에 자르카 호치의 보물 창고에서 칼두안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건틀릿을 얻었었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신수를 보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군.”
카릴은 그 보고에서 수안에게 준 건틀릿을 얻는 과정 중에 만났던 세기의 정령술사인 쿼니테의 말을 떠올렸다.
‘250년 전, 구 제국시대를 살았던 그녀는 분명 그 시대 때 남아 있던 위상은 칼두안 하나뿐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라미느는 눈앞에 있는 저 작은 사슴을 가리켜 위상이라고 말했다.
신록(神鹿), 알카르.
혼백랑(魂白狼), 로어브로크.
청귀(靑龜), 칼두안.
정령왕의 힘을 3대 위상(位相)이라 불렸던 이제는 멸종되어 사라졌다고 알려진 마도 시대의 신수(神獸).
세 마리의 신수는 정령왕 혹은 드래곤과도 필적한 힘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었다.
‘확실히 그 이름이긴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너무나도 작고 어려 보이는 새끼 사슴이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쉬이 가늠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왕이면 좀 더 빨리 당신과 만나길 고대했으나……. 아쉽게도 제국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백금룡이 당신과의 싸움에서 몸을 사리더군요.”
“……흠?”
“두 사람이 맞붙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 또 건방진 녀석이 하나 더 있군. 네가 내가 놈과 싸우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래서 이 전쟁통까지 쫓아와 날 기다렸다? 네놈은 누구냐?”
카릴은 신수의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카릴 님.”
이국적인 남자는 가볍게 목례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황금 마법회의 데릴 하리안이라고 합니다.”
그 순간 카릴의 눈썹이 찡긋 움직였다.
“마탄(魔彈)…….”
“불리기 부끄러운 이명입니다만.”
그는 짧은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머쓱한 듯 웃었다.
“비싼 몸이라 만나고 싶어도 찾을 수 없던 인물인데.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걸. 무슨 일 때문에 직접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지?”
카릴의 물음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서입니다. 물론, 단순히 도움을 부탁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황금 마법회에서 준비한 선물이 곧 전장에 도착할 테니까요.”
“흐음……?”
데릴 하리안은 카릴의 말에 묘한 웃음을 지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희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결사대입니다. 그 시간은 족히 100년이 넘도록 유지되어 왔습니다.”
“앤섬 하워드에게 이미 들었다. 대마법서 폴세티아를 찾는다는 것? 허무맹랑한 동화 같은 얘기를 잘도 좇는군.”
카릴의 심드렁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데릴 하리안은 오히려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무맹랑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카릴 님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 반쪽을 이미 가지셨으니까요.”
데릴은 카릴의 허리에 있는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눈앞에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믿지 않아.”
“자신감이 넘치시는군요. 하긴, 그럴 만도 합니다. 백금룡과의 싸움은 잘 보았습니다. 가히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으셨으니까요.”
자신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데릴의 모습에 조금은 흥미가 동하는 듯 카릴은 그를 바라봤다.
“하나 당신이 백금룡을 잡기 위해서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드래곤의 영역을 뛰어넘어야 할 겁니다. 아시다시피 그는 지금까지의 드래곤과는 격이 다르니까요.”
“고작 인간이 드래곤을 판단해? 지금 당장 죽여줄까?”
격이란 말에 카릴의 옆에 있던 퓌톤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러기 위한 전초전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카릴은 그런 그의 앞에 손을 들어 올리며 막아서듯 대답했다.
“아니요. 당신은 혼자서 도달할 수 없을 겁니다.”
차앙-!!
“네놈이 감히 주군을 판단해? 시건방진 입을 나불거리는군.”
그 순간 지그라가 어둠을 틈타 데릴 하리안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자신의 목젖에 닿아 있는 검날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데릴은 지그라에게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스으으으으으…….
파슥-!!
그가 지그라의 단검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검날이 마치 오랜 세월이 지나 재가 되어 버린 것처럼 빛을 잃고 가루가 되어 바스라졌다.
“……!!!”
지그라는 자신의 손바닥을 위로 펼쳐 보이며 놀란 듯 뒤로 물러났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단검은 마법을 흡수하는 힘을 가진 청린으로 만든 무구였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도달할 수 없다고 했지 불가능이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네가 날 도울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맞습니다.”
[정말 건방진 인간이라는 말이 딱 맞군. 기껏해야 현시대의 7클래스밖에 안 되는 놈이 누구 앞에서 마법을 논하지?]이번에는 알른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알른 자비우스.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이지 않습니까. 오히려 당신이 있어 이제는 그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뭐……?]우으으으응……!!
그때였다.
신경질적으로 마력을 끌어모으던 알른의 앞에 예의 그 작은 사슴이 마치 데릴을 보호하려는 듯 한 발자국 앞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놀랍게도 알른의 검은 마력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청린에 이어 자신의 마력마저 소거해 버린 그의 힘에 알른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이 바라는 것. 단순히 9클래스가 아닌 백금룡을 죽일 수 있는 힘을 얻고자 한다면…….”
그는 자신의 품 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대마도서(大魔圖書) 폴세티아.”
자줏빛의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는 낡은 책을 모두가 바라봤다.
“이게 필요할 겁니다.”
“이제 알겠군. 네놈들은 마법서를 찾기 위해 결사된 것이 아니라 마법서를 숨기기 위해 만들어졌던 거로군? 이민족이 천년빙동에서 검술을 지켰던 것처럼.”
데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됐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을 고하는 그의 모습에 데릴 하리안은 당혹스러운 듯 눈빛이 흔들렸다.
“내가 갑자기 튀어나온 네놈을 뭘 믿고? 소멸했다고 알려진 위상은 어떻게 부활시켰지? 청린을 압도하는 알 수 없는 힘과 알른의 마력을 거부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면 내가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나?”
스응-
“이것도 부숴봐.”
“…….”
카릴은 라크나를 뽑아 데릴 하리안의 목에 겨누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검날이 빛을 내며 그를 노렸다.
“책이나 두고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