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6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67화(367/497)
233. 예상치 못한 방문객 (2)
“……역시.”
데릴 하리안은 자신을 겨누고 있는 카릴의 라크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당신을 선택한 결정이 틀리지 않았나 봅니다.”
“무슨 헛소리지?”
카릴은 그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뮤…….”
그가 내뿜는 살기에 신록의 새끼는 살짝 겁에 질린 듯 혀를 내밀며 낮은 신음 비슷한 것을 내며 데릴의 뒤로 물러났다.
“3대 위상이라 함은 정령의 힘을 가진 신수들. 정령계가 소실됨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게 맞습니다.”
데릴은 그런 사슴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신록은 대대로 빛의 정령왕인 라시스의 힘을 받아 탄생한 존재입니다. 알른 당신의 마력보다 제가 미천하나 당신이 절 이길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죠.”
[웃기는 소리.]알른은 자존심이 상한 듯 그의 말을 부정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두아트 본인이 아닌 그의 마력을 빌려 쓰는 수준에선 제게 상처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재가 되어 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3대 위상은 모두 소멸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째서 네가 가지고 있는 거지?”
“맞습니다. 죽었었지요. 다만 저희가 다시 부활을 시켰을 뿐입니다. 비록 알카르 한 개체에 불과하지만 말이죠.”
“위상을 부활시켜?”
카릴은 전생에도 들어 보지 못한 이야기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애초에 황금 마법회는 우든 클라우드만큼이나 베일에 싸인 집단이었다. 공국에 힘을 빌려주고 있긴 했었으나 그 힘은 극히 일부였고 공국의 공작들조차 황금 마법회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앤섬은 너를 말할 때 꽤나 친분이 있는 듯하던데. 진법을 개발할 때 너의 힘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야.”
“공국의 공작들이야 하나같이 머리가 빈 자들뿐이었으나 그는 달랐으니까요. 비록 저희와는 뜻을 같이하지는 않았으나 똑똑한 자답게 언제나 저희 힘을 이용하려 하였습니다.”
“신뢰로 이어진 사이는 아니란 말이군.”
“어설픈 정보다는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더 나은 법이니까요. 저희도 앤섬 그자와는 서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연락이 되지 않았으나…….”
데릴은 들고 있는 낡은 고서를 가볍게 두들기면서 말했다.
“자유국 역시 저희들에게 빚이 있으니 이제는 카릴 님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만나러 왔습니다.”
“빚?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네게 나도 모르는 빚이 있다는 헛소리가 먹힐 것 같나?”
“그건 곧 아시게 될 겁니다. 빚이란 단어가 조금 격했습니까? 약간의 도움이라고 하지요. 하나 빚을 진다는 것이 꼭 강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헛소리.”
“물건을 보신 뒤에 마음이 생기신다면 거래는 그 이후에 계속 진행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이 거래는 대륙의 주인이 되신 이후의 문제니까요.”
“…….”
카릴은 데릴 하리안을 바라보며 살짝 눈을 흘겼다. 마치 제국과의 전쟁에서 그의 승리를 이미 확신한다는 말투였으며 그 이후의 일을 준비한다는 말에 있어서 꼭 신탁 전쟁을 가리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여기.”
“……흠?”
데릴 하리안은 카릴에게 낡은 고서를 건넸다.
“대마도서인 폴세티아입니다. 가짜는 아니니 신뢰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언제는 어설픈 신뢰보다 능력이 낫다면서?”
“어설픈 것이 아니니까요. 이 유물은 신화시대 이후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이걸 얻기 위한 황금 마법회이지 않은가? 정말로 내게 이걸 줘도 되는가?”
“애초에 저희들은 쓰지 못하니까요. 위대한 마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쪽으로만 치우쳐서는 안 됩니다. 폴세티아는 그 자체로도 강력한 마법입니다. 카릴 님의 검술처럼요.”
섬격(殲擊).
카릴이 천년빙동에서 얻은 블레이더의 검술.
“하지만…….”
“네. 신을 죽일 만큼은 아니죠.”
데릴 하리안은 마치 그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그보다 더 빠르게 대답했다.
“마법 역시 마찬가집니다. 그 자체로도 강력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죠. 하지만 아쉽게도 저희는 그 마법조차 익히지 못합니다. 인간의 육체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용마력을 가진 카릴 님이 아니면 안 됩니다. 그런 그릇을 가진 카릴 님께서 마침 신살의 검술마저 익히고 계셨으니 저희로서는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겠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마법사란 마법을 탐하는 존재. 감사는 개뿔.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못하는 것일 뿐이지.]알른은 그런 그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 말도 틀리진 않습니다.”
“너는 이 마법으로 무엇을 하려 했지?”
황금 마법회는 대마도서 폴세티아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였다.
단순히 최강의 마법을 구현하고 하는 욕망에서 탄생한 것이라면 이토록 쉽게 마법서를 카릴에게 줄 리가 없었다.
무슨 방법을 찾아서라도 자신들이 이 마법을 구현하고자 했을 터였으니까.
“카릴 님과 같은 것.”
데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일단은 그 정도라고만 해두겠습니다.”
애매모호한 답과 함께 그는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는 듯 작별을 고하는 인사를 했다.
“부디 잘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혈 동굴에서 그 책을 찾는 과정에서 꽤나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잠깐.”
“어디서 이 책을 얻었다고?”
돌아선 데릴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멈춰 섰다. 마치 뒷모습이 웃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건 보지 못했나?”
“글쎄요?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콰아아앙—!!!
카릴이 데릴 하리안의 뒷덜미를 있는 힘껏 바닥에 찍어 눌렀다.
마력이 뛰어난 마법사라 할지라도 육체까지 단련을 시킬 수는 없는 법. 여타의 마법사라면 그 일격에 머리가 터져 나갔을 것이다.
츠으으으으…….
하지만 바닥에 찍혀 눌린 데릴의 몸이 가루가 되며 사라지고 그 앞에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수안 하자르와 이스라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두 사람의 이름을 말했고 카릴은 그런 그를 노려봤다.
“재수 없는 새끼.”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선혈 동굴에 갔을 때 두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나 그 안에서 재배되던 마계의 열매들도 사라졌습니다. 그 덕분에 우든 클라우드가 동굴을 떠났고 저희들은 수월하게 동굴을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도 믿을 수 없는걸. 수상쩍은 것은 우든 클라우드나 네놈이나 똑같으니까. 이 책이 정말 폴세티아인지 확인이 된 것도 아니고.”
“그건 정령왕들이 알 겁니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두 사람의 소재는 곧 아시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아닌가……. 그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데릴 하리안은 조금은 즐겁다는 듯 말했다.
“어째서지?”
“교단이 움직일 겁니다.”
“그거라면 특별할 것도 아니지. 제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올리번이 그 힘을 그냥 썩힐 리 없을 테니까. 그게 언제인지가 중요하겠지.”
카릴은 차갑게 대답했다.
“그전에 백금룡을 죽이십시오.”
“끝까지 건방지군. 그건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카릴의 기백에 그 옆에 있던 지그라는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치 더 이상 주제넘은 소리를 하지 말라는 경고 같이 느껴졌다.
“빛의 정령왕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봉인되어 있습니다. 바로 그의 심장 안에.”
“……!!!”
“그럼.”
데릴 하리안은 그 말을 끝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빛을 발하던 새하얀 털의 작은 사슴마저 그와 함께 자취를 감추자 숲 안에는 타들어 가고 남은 모닥불의 불씨만이 남았다.
[실로 이상한 놈이로군. 정체가 뭐지?]“글쎄.”
[그건 그렇고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백금룡은 아마 자유군을 치러 움직였겠지. 그래, 이제 네가 말한 함정은?]카릴은 그가 자신에게 건넨 고서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우우웅…….
낡은 고서가 용마력에 반응을 하는 듯 페이지를 펼치자 빛이 나기 시작했다.
빼곡하게 쓰여 있는 글자들을 바라보며 카릴의 눈빛이 가볍게 떨렸다.
“마침 준비되었군.”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 * *
[크아아아아아아……!!!]백금룡의 날카로운 표호와 함께 전장의 전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마법 병대는 전력을 다해서 실드를 펼쳐라! 하루만 있으면 불멸회의 지원군이 온다! 그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의 브레스를 막아내야 한다!!”
톰슨은 상공을 날며 여기저기에 불꽃을 뿌려대는 백금룡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쾅!! 콰아아앙!!
울카스 길드의 마법사들이 전력을 다해 보호 마법을 펼치자 타투르 주위에 거대한 반구 형태의 실드가 생성되었다.
요란한 포격 소리와 함께 제국군이 점차 타투르 주위를 조여 오자 전장은 더욱 긴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됐다.’
티렌은 백금룡의 합류에 이제 자신 쪽으로 승기가 넘어왔다는 것을 확신했다.
“전군!! 강을 건너 진격하라!!”
넘어온 승기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그가 소리쳤다.
“타투르엔 아직 마법 병대가 남아 있다. 속도를 내기 위해 저희는 기사단과 일반 병사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후방 부대가 합류하고 난 뒤에 진격하는 것이…….”
“이건 촌각을 다투는 싸움입니다. 현재 북부의 방어성과 남부의 디곤 그리고 후작령에서 이동 중인 대형 골렘까지 이곳으로 집결하게 되면 더욱더 성을 공략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티렌의 말이 맞다. 지금이야말로 타투르가 약한 유일한 순간이야.”
마르트의 조언에 크웰은 오히려 티렌의 편을 들어 주었다. 협곡의 중앙을 함락시킨 뒤 높이를 장악하고 나서 그는 쉬지 않고 말을 몰아 가장 먼저 타투르에 진격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전투에 제국군의 기세는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였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형님. 놈들에게 마법 병대가 있다 한들 저희는 드래곤의 비호를 받고 있습니다. 대마법사라 할지라도 드래곤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인 것을 고작 용병 나부랭이들의 마법을 걱정하십니까.”
하지만 두 사람과 달리 카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마르트는 뭔가 석연찮음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나 백금룡의 날개에 난 상처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후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분명 카릴이 저지른 일인 게 분명해.’
턱-
그때였다.
고민을 하는 마르트의 어깨를 크웰이 붙잡았다.
“생각이 많으면 싸울 수 없다. 지금은 타투르를 공략하는 것에만 집중해라.”
“……죄송합니다.”
마르트는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티렌. 책략을.”
“이 전쟁이 속도전이라고 말한 이유는 단순히 지원군 때문만은 아닙니다. 타투르로 빠른 진격을 위해 저희는 물자를 후방에 맡기고 최소한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남은 물자는 기껏해야 하루.”
티렌의 말에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봤다.
물자가 없다는 것은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건 곧 병력의 사기와 직결된 문제였다.
“하지만 백금룡이 도착했다는 것을 봐서는 후방 부대가 합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이틀. 그 정도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제야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답은?”
“총공격입니다.”
티렌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 * *
“주군은?”
“아직 소식이 없으십니다.”
“백금룡을 치러 후방으로 가셨는데 지금 백금룡이 여기에 있다는 건…….”
앤섬 하워드는 불안한 듯 말했지만 두샬라는 그런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소리. 전장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그딴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내가 네 목을 베겠어.”
“…….”
지금까지 존대를 하던 모습과는 달리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그녀의 말에 앤섬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두샬라를 바라봤다.
“낄낄, 그래야 암시장의 여왕답지. 애송이.”
캄마는 그 모습이 그리웠다는 듯 히죽 웃기 시작했다.
“말씀했던 지원군은?”
“곧 올 겁니다.”
가네스는 두샬라의 대답에 더 이상 묻지 않고 비룡 위에 올라탔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휘를 부탁합니다.”
기사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전장에 나가서 싸우는 일 그리고 책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이길 수 있도록 전략을 짜내는 일이었으니까.
앤섬은 정신을 차리려는 듯 스스로 두 뺨을 손으로 때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놈들이 상류 쪽에 강을 틀어막아 수량이 약해졌습니다. 포나인이 자랑하던 거센 물살도 더 이상 무의미해졌습니다. 강의 높이는 기껏해야 허벅지 정도. 아마 전군이 진격해도 될 정도일 겁니다.”
“총공격이라는 말인가.”
드래곤이 합류한 50만 군이 타투르를 향해 일제히 돌격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물자가 없다는 것. 그들의 물자는 후방 부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앤섬은 지도 위에 타투르 뒤에 있는 숲을 가리켰다.
“그리고 지금까지 후방 부대를 타격하지 못한 것은 그들을 백금룡이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데 그놈이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우리의 앞마당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지.”
캄마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 말은 후방 부대가 비었다는 뜻이군요. 그럼 비룡부대가 그들을 타격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네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백금룡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제국군의 마법병대가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비룡이 상공에 나타나면 그들의 타깃이 되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현재 드래곤을 막을 수 있는 전력이라 함은 비룡이 유일하기도 하고요.”
“그럼……?”
두샬라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뒤로 뺐다.
“난 싸움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야.”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캄마였다. 으름장을 놓는 그와 달리 그녀의 시선은 계속해서 그에게 머물러 있었다.
“……하아. 요는 걸리지 않고 음식을 못 먹게 만들면 된다 이거지?”
“맞아.”
결국 캄마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거. 누구보다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 아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빈민가에선 흔한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