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7화(37/497)
34. 두샬라
카릴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암시장을 나왔다.
그는 두둑한 주머니를 다시 품 안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컥-
그는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는 건틀렛이 마음에 드는 듯 몇 번이나 주먹을 폈다 쥐었다.
처음 칼립손이 꺼내 놓은 세 개의 상자 중에 하나에 들어 있던 물건이었다.
겨우 B급 던전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이라고 혹평했지만 사실상 황궁의 보물 창고에서도 이만한 것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륙의 내로라하는 대장장이들도 이런 물건을 만들진 못할 테니까.
‘이질감도 없고. 확실히 좋은 물건이야. 역시 노움의 손재주는 드워프 못지않다니까.’
마치 자신의 손에 꼭 맞게 제작을 한 것처럼 착용하자마자 저절로 사이즈가 줄어들며 착 감겼다.
‘뭐, 동족도 동족이지만 아직 남아 있는 광맥의 위치를 알려준 것의 대가치고는 싸지. 오히려 그가 고마워야 할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미스릴로 된 건틀렛. 크게 특별한 건 없지만 단단하면서도 약간의 마법 방어력까지 부가되어 있다. 방패 대신 쓰기에도 적합하고.’
서컹–!!
카릴이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자 건틀렛의 손등 부분에서 날카로운 날이 튀어나왔다.
‘비상시에도 유용하지.’
손을 다시 한번 튕기자 솟아 나왔던 날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사신 겁니까?”
“응? 아아……. 뭐 비슷해. 쓸 만하지?”
암시장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안이 카릴의 건틀렛 바라봤다.
건틀렛 안에 숨겨진 네 개의 송곳니까지 굳이 그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암시장에서 한 번에 두 개의 물건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자는 귀족 내에서도 드물 테니까.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덕분에 타투르에 카릴 님의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카릴과 달리 수안은 낮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상관없지 않아? 어차피 알게 될 일이야. 나머지 관리자 둘의 귀에도 내 이야기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끄응…….”
수안 하자르는 카릴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암시장의 두샬라. 네 명의 관리자 중 한 명이라 들었는데 아쉽게도 만나진 못했네. 다른 녀석들처럼 이름이 불리는 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카릴은 모른 척 넌지시 말했다.
“그녀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음침한 여자지만 딱히 그런 곳을 좋아하진 않으니까요.”
“어디 있나 아나 보군. 그럼 나머지 한 명도 알고 있어?”
“그건…….”
그의 말에 수안은 살짝 당황해하는 듯 보였다.
“뭐,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가서 확인할 거니까.”
“네?”
“당분간은 이곳에 있을 거거든. 여기 온 이유가 있어서 말이야.”
카릴이 저택을 나서던 때 자신이 목표했던 기억을 잊지 않았다.
대륙에서 마법을 익힐 수 있는 두 곳.
상아탑과 안티훔 대도서관.
마법회가 장악하고 있는 그 두 곳을 제외하고 유일한 곳인 나르 디 마우그의 레어를 찾기 위한 발판.
“에이단은? 여전히 동생을 찾는 중인가?”
“글쎄요. 도시로 들어와서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 뭐 잘 됐어. 성가신 녀석이 있으면 귀찮아지니까.”
“네?”
카릴은 몇 번 더 건틀렛을 살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일단은 알고 있는 관리자부터 만나러 가볼까.”
시간으로 따진다면 타투르에 온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그는 벌써 3명의 관리자를 찾았다.
역사상 그 누구도 이런 적은 없었다.
“이 밤 중에 말입니까?”
“아마 안 자고 있을걸.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마치.
그녀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카릴의 모습에 수안은 할 말을 잃은 듯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시간이 되면 나머지 한 명까지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카릴은 묘한 웃음과 함께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 * *
“캄마, 그 늙은이가 암시장의 문을 열어줬다고.”
“그렇습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
앞에 서 있는 건장한 남자들이 한 마디 한 마디에 긴장을 한 듯 경직된 자세로 서 있었다.
“능구렁이 같은 작자야.”
“가만히 둬도 괜찮을까요? 이건 명백한 규율 위반이지 않습니까. 그 꼬마를 저희가 관리자로 인정한 것도 아닌데.”
“내버려 둬. 녀석을 구워삶으려는 물밑 작업이겠지. 어차피 힘으로는 힘들어. 실제로 녀석하고 붙어 볼 만한 사람은 챔피언 정도일 테니까.”
4명의 관리자 중 마지막.
투기장의 챔피언(Champion).
자유도시라 불리는 타투르가 무질서에서 유일하게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무법항과 더불어 투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제국에서 도망친 자들이지만 그들 중엔 단순히 노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살인, 도작, 방화……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제법 능력 있던 용병과 마법사 혹은 헌터 등등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자들도 이곳에 있었다.
‘투기장의 챔피언은 타투르의 관리자가 될 수 있다.’
이 하나의 조건만으로 수많은 도전자가 몰렸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투사에게 돈을 건다.
혈기 왕성한 그들을 한 곳에 광기를 발산하고 돈을 버는 일석이조의 사업.
우습게도 돈에 팔리듯 모인 투기장의 참가자들을 가리켜 노예병(奴隸兵)이라 불렸다.
“하지만 그는…….”
“알아. 나도 왜 그가 움직이지 않는지 이상하니까.”
그 순간.
반짝거리는 보석이 박힌 혓바닥이 붉은 입술을 쓸고 지나가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우린 우리 방식대로 해야지. 미꾸라지인지 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뭐든 둥지를 지키기 위해서 참새도 부리를 쪼는 법이니까.”
두샬라.
4명의 관리자 중의 한 명인 그녀는 타투르의 또 다른 핵심이라 불릴 수 있는 암시장을 관리하는 자였다.
‘내 허락도 없이 암시장의 문을 열어?’
아무리 관리자 2명의 승인이 있다면 문을 열 수 있다는 규율이 있다지만 그건 그저 표면적인 것뿐.
무법항은 큐란, 빈민가는 캄마, 투기장은 챔피언 그리고 암시장은 자신의 구역.
각자의 거리는 절대로 침범하지 말자는 것이 진짜 규율이었다.
자신의 허락 없이 문이 열렸다는 것은 어쩌면 관리자인 그녀로서는 최악의 수치일 수 있었다.
‘암시장의 존재를 아는 걸 봐서는 단순한 꼬마가 아니야.’
두샬라의 눈빛이 번뜩였다.
‘단지 걸리는 건 그 꼬마가 칼립손 노인네의 가게에 들어갔다는 거. 거기는 쓸 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을 텐데.’
큐란의 목을 친 것도 모자라 캄마를 찾아가 암시장까지 연 사람이 아무런 생각 없이 가게를 선택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그 의심이 자신을 이곳의 관리자로 올라가게 만든 이유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까.
‘나는 녀석들과는 달라.’
“지금 당장 칼립손의 가게를 조사해. 그리고 녀석이 무엇을 가져갔는지 알아내.”
“네? 하지만 암시장의 가게는 손대지 않는데 규율인지라…….”
그녀의 말에 부하는 잠시 당황한 듯 말했지만 날카로운 눈빛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규율을 누가 만들었지? 늙은이 하나쯤 어떻게 된다 하더라도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아니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꼬마의 위치를 찾아. 캄마가 손을 쓰기 전에 우리 쪽에서 선수를 친다.”
“넵.”
철컥-
그때였다.
“찾을 필요 없다.”
어둠 사이로 들어오는 빛.
“……!!!”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단단한 철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카릴이었다.
마치 반가운 얼굴을 재회하는 듯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등장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경계를 하며 허리에 찬 검에 손을 가져갔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여기서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은 없는 것 같으니까. 불필요한 피를 보고 싶진 않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 두샬라.”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카릴을 바라보며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앉지.”
쪼르르륵-
차를 따르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두샬라가 손짓을 하자 방에 있던 부하들이 황급히 빠져나갔다.
“…….”
카릴은 김이 나는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그래, 소문이 자자한 유명인이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들어볼까.”
그녀는 테이블 아래에 손을 집어넣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거래를 하러 왔다.”
“거래라? 너무 당당한 거 아냐? 이봐, 관리자를 죽이고 암시장까지 다녀온 자가 이곳에서 더 얻을 게 있나? 욕심이 과한 거 아냐?”
그 순간.
두샬라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세상엔 가질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아무리 자유도시라고 해도 최소한의 규율은 있는 법이야.”
“그래?”
그 순간.
카릴은 보이지 않는 빠르기로 아그넬을 뽑아 있는 힘껏 벽을 향해 던졌다.
콰아앙—!!!
단검이 박히면서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한 듯 날이 파르르 떨렸다.
“…….”
주르륵…….
단검을 타고 벽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은신 숙련도가 제법이네. 그런데 믿고 있는 카드가 설마 한 명뿐인가? 차라리 캄마 쪽이 더 낫군. 1분은 더 벌 수 있었을 테니.”
카릴은 자신의 앞에 있던 테이블 위의 찻잔을 그녀의 눈앞에서 꺾었다.
툭, 툭, 툭…….
조르르륵—
한 방울씩 떨어지던 찻물이 테이블에서 두샬라의 허벅지를 적시면서 바닥에 흘러내렸다.
“…….”
두샬라는 점차 번지며 젖어가는 테이블보를 바라봤다.
“어쌔신과 독이 든 차. 너무 고전적이잖아.”
꿀꺽-
잘못 봤다.
방심한 것은 그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여긴 재밌는 곳이야. 대륙 반대편에 있는 동방국(東方國) 사람인 너와 제국 귀족이었던 큐란, 이민족인 캄마와 혼종인 수안까지. 마치 누가 짠 것처럼 같은 핏줄이 없어.”
순간.
두샬라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렸다.
‘어떻게 그 사실을…….’
그녀는 대륙으로 온 이후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신지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다.
동방국(東方國).
카릴의 말대로 대륙 반대편에 있는 작은 섬으로 이뤄진 그곳은 1인 세습제로 유지되는 나라였다.
그곳엔 섬의 주인이라 불리는 특수한 단체가 있었다.
‘표정을 보니 놀랐나 보지. 사실 네 출신이 어딘지는 별로 상관없어. 나중에 에이단으로부터 듣게 된 사실이니까. 네가 동방국의 도망자라는 걸.’
동방국의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암연(黯然)이라 불리는 단체에서 교육을 받는다.
그곳을 졸업한 자들은 암살자로서 대륙 전역에 특수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 교육이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러워 동방국의 인구가 유지되는 것도 그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죽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
“암시장의 보물 따윈 성에 차지 않아.”
카릴은 그녀를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곳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으름장에 캄마와 달리 두샬라는 코웃음을 쳤다.
“당신이? 타투르에 사는 자들이 그저 말 잘 듣는 평민이라 생각하나? 혼자서 그들을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기껏해야 개인의 힘. 그걸로 날뛰는 도시의 고삐를 잡을 수 있을까.”
그 순간.
카릴은 두샬라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내가 다루는 게 아냐. 너희가 다루는 거지. 나는 딱 4명 아니지. 이제 3명만 다루면 돼.”
그 3명의 남아 있는 관리자 중 한 명인 그녀는 카릴을 바라보며 인상을 구겼다.
“미…… 미친놈!!”
“너라면 알고 있을 거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도시를 운영할 수 없다는 걸. 처음엔 투기장 그리고 지금은 암시장이겠지. 안 그래? 제국과 귀족에게서 도망쳤지만 결국 그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밖에 없지.”
“…….”
카릴의 말이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늘어나는 이민자들을 제어하면서도 제국과 공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무법항의 악명을 이용하고 말이야.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다. 들어가기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한다. 등등…….”
그는 테이블 위에 큐란의 증표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 녀석이야 죽어 마땅하지만 뭐……. 그건 그것대로 필요한 일이기도 했겠지. 너희들 머리에서 나온 거 치곤 최선이었을 테니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캄마를 둔 것도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쯤은 된다. 나쁘지 않아. 녀석의 행실은 쓸모없지만, 끊임없이 빈민가에서 투기장에 도전할 사람들을 모아왔으니까. 도시 내의 광기를 그쪽으로 돌릴 수도 있고 말이야.”
카릴의 손길이 두샬라의 턱에서 천천히 올라 뺨을 훑고 지나갔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거기에 노예왕이라는 메이커까지. 큐란과 수안 하자르의 악명과 명성을 동시에 조율하고 암시장을 통해 귀족의 눈을 피하면서 명맥을 유지한다. 누가 봐도 너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이지. 안 그래?”
정확히 꿰뚫어 본 도시의 모든 것.
“그래서……?”
그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넌 이걸로 괜찮은가?”
“……뭐?”
카릴은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주며 그녀의 귀에 박히듯 말했다.
“동방국에서 도망쳐 나온 이유가 있을 텐데.”
두샬라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대륙 땅을 밟으며 단 한 번도 자신의 신분을 밝힌 적이 없었다.
자신의 심복에게조차.
그런 그녀의 출신을 생전 처음 보는 꼬마가 알고 있으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보다 더.
카릴은 마치 두샬라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더 큰 세계를 보고 싶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