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7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72화(372/497)
236. 종결전(終結戰) (3)
파즉……! 파가각……!!
카릴이 있는 힘껏 라크나를 장막 아래로 집어넣자 빛을 뿜어내던 장막이 유리에 금이 가는 것처럼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율라(Yula)의 지배가 있으리!!”
그때였다.
태양홀의 안쪽에 있는 양쪽 문이 거칠게 열리며 그 안으로 수십 명의 사제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우우우우웅……!!
그들은 저마다 어깨에 특수한 견대를 차고 있었는데 팔리움(Pallium)이라 불리는 이것은 전투 사제와는 별개로 교단에서 주술적인 힘에 특화되어 있는 특급 사제들에게 주어지는 상징이었다.
지팡이를 비롯해서 검, 창 등등 각자의 주구(呪具)들을 카릴을 향해 겨누며 그들은 기도를 하듯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펜타르(Pentar).”
쿠광—!!!
그러자 중력이 거세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힘이 카릴의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릴은 그들의 등장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신의 속박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주위로 빛의 힘을 밀어내듯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제들은 장막에 찔러 넣은 검에 오히려 더욱 힘을 주는 그의 모습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 저건…….”
“어둠의 힘이다!!”
“설마?!”
사제들은 자신들의 마법을 튕겨내는 두아트의 힘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 녀석들은 내가 맡지.]“조심하는 게 좋아. 두아트의 힘은 신력과 상극의 속성이라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결국 신의 힘을 죽일 수 있는 건 같은 속성뿐이니까.”
[알고 있다. 어둠이 빛을 이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신령 대전에서 저놈들은 신이 아니지. 고작 신의 힘을 빌려 쓰는 인간에게 내가 질 리 없다.]카릴의 말에 두아트는 살짝 기분이 나쁜 듯 말했지만 그 분풀이를 눈앞의 사제들에게 제대로 하려는 듯 으르렁거리는 눈빛을 빛냈다.
“전투 사제 앞으로!!”
“진열을 유지하라!”
특급 사제들 뒤로 갑주를 입은 전투 사제들이 튀어나왔다. 일반적으로 전투 사제들이라 하여도 갑옷 대신에 로브를 입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태양홀에 투입된 사제들은 모두 황금색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빛의 속성이 들어간 무구들이로군. 신의 힘만으로는 자신들도 안된다는 걸 안 거지.]알른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율라(Yula)의 축복이 있으리. 아그누스(Agnus).”
무구를 자신의 가슴에 세로로 세우며 전투 사제들이 기도문을 외우자 그들의 주위에 새하얀 빛이 흘러나왔다.
“율라(Yula)의 기쁨이 있으리.”
전투 사제들 중에서도 선두에 선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리뎀션(Redemption)……!!!”
그러자 붉은 기운들이 다시 한번 사제들 발아래에 원을 그리며 피어올랐다.
카릴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소리치는 남자의 얼굴이 무척이나 낯익다는 것을 알았다.
다름 아닌 유린 휴가르였다.
“전에도 물었을 텐데. 설마 나와 싸울 생각인가? 진심이라면 이번엔 정말로 죽는다.”
“…….”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하는 카릴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거렸지만 새로이 받은 메이스를 머리 위로 솟구쳐 올리면서 소리쳤다.
“공격하라!!!”
와아아아아아—!!
전투 사제들의 외침과 함께 신성력을 머금은 사제들 특유의 홀리 블레이드가 빛나는 무구들이 일제히 카릴와 알른을 향해 쏟아졌다.
퍼엉!!
사제의 메이스에 닿기 직전에 알른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그의 뒤에 나타났다.
“흐아아아……!!”
있는 힘껏 찌른 또 다른 사제의 창이 알른에 닿자 그의 몸이 이번에는 창을 쥔 사제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 들어갔다.
“아아악!”
“컥……!! 커허헉!!!”
메이스를 휘두르던 사제와 창을 찌른 사제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회, 회복 주문을!!”
뒤에서 카릴에게 속박 마법을 쓰고 있던 특급 사제들이 갑자기 쓰러진 전투 사제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바닥에 쓰러져 바둥거리는 그들의 다리가 날카로운 뭔가에 잘려 나간 듯 날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율라(Yula)의 성령이 있으리……!!”
치지지지직……! 치익!!
사제들이 회복 주문을 외치며 빛이 닿는 순간 잘려 나간 두 다리가 마치 타들어 가듯 연기를 뿜어내며 오히려 그들의 몸을 잠식해 들어갔다.
“으악!! 으아아아악!!”
전투 사제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바둥거렸지만 잘린 다리에서부터 시작된 검은 연기가 전신을 휘감자 그들의 몸은 마치 재가 된 것처럼 부서져 버렸다.
[독식(獨食).]알른은 바스라지는 사제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클클 거리는 웃음과 함께 말했다.
지금껏 시간이 흐르며 성장을 한 것은 카릴만이 아니었다. 마법 쪽으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경지에 올랐던 알른 자비우스였으나 그는 두아트의 어둠의 힘과 융합하면서 인간이었거나 혹은 순수한 영체였을 때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마법의 경지를 새로이 구축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신의 힘을 행사하는 사제들 앞에 어둠 마법을 선보였다.
[와라. 닿는 놈은 모두 저렇게 될 테니까. 사지가 잿가루로 변할 때까지 아주 끔찍하게 괴롭다가 죽을 게다.]그의 으름장에 전투 사제들은 밀려오는 공포감으로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안 온다며 내가 가지.]스아아아악—!!!
알른이 몸을 돌리자 그의 몸이 위로 주욱 커지면서 사제들을 덮쳤다.
“모두 피해!!”
“연기에 닿지 마라!!”
사제들은 자신의 보호마법이 그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 황급히 물러섰다.
“흐아아아!!”
하지만 그들 중에 한 사람, 유린 휴가르만은 오히려 메이스를 들고 알른이 만든 장막 안으로 뛰어들었다.
[호오……. 그래도 깡다구가 있는 놈이 있군? 그렇군. 네놈이 카릴이 말한 그놈이렷다.]알른은 빛의 망치를 휘두르며 자신의 본체를 찾으려는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너는 특별히 오래 살려주지. 독식의 불꽃이 아주 천천히 네 몸을 태워 버리도록.]* * *
“멈춰라!!!”
교단의 빛 장막이 점차 갈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카딘 루에르는 지팡이, 무한의 숨결(Infinite Breath)을 위로 치켜세우며 주문을 외웠다.
“νωϪοκ υφχγ stφ!!!!”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고대어인 룬어를 연구한 카딘은 순수한 마법의 파괴력만을 놓고 보자면 단연 최고위 마법사라 할 수 있었다.
그가 영창을 하자 등 뒤에서 마치 붉은 레이저와 같은 마력이 수십 갈래로 쏟아지며 카릴을 향해 쇄도했다.
지잉……!! 즈앙! 팡! 팡!! 파아앙!!!
카딘 루에르가 쏟아 낸 빛들이 카릴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카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막을 찢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옥염(獄炎)의 눈을 맞고도 멀쩡히 살아 있다니?!”
“이름 한번 거창하군. 기껏해야 화염계 마법에 바람 속성을 섞은 것일 뿐이면서. 나름 머리는 썼다만 블레이더의 무구가 없으면 시전도 불가능한 것 아닌가?”
“……뭐?”
카딘 루에르는 카릴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할 말을 잃은 듯 말했다. 자세히 보니 옥염의 눈이 꿰뚫고 지나간 곳은 그의 몸이 아니라 모두 옷가지뿐이었다.
‘제대로 명중이 된 것이 없다. 설마 모두 굴절이 되어버렸다는 말인가……?’
찢어진 옷가지 사이로 보이는 은은한 빛이 카릴의 전신에 보호 마법이 걸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딘 루에르는 자신이 개발한 공격 마법이 이토록 쉽게 튕겨 나갔다는 것에 허무감이 느껴졌다.
“그럴 수 없다!!”
그는 부정하듯 외치며 다시 한번 주문을 외우려 했다.
퍼억!!!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오른쪽 어깨가 휘청거리면서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듯 어깨가 먼저 뒤로 튕겨져 나가며 몸이 부웅 떠올랐다.
“컥…… 커억……!!”
수십 미터를 튕겨 홀의 기둥에 부딪히며 멈춘 그는 거친 신음을 토해냈다.
카딘은 자신의 어깨에 박힌 아그넬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보호 마법을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혼신을 다해 만든 자신의 마법은 모조리 튕겨 나간 것에 비해 고작 일 합의 공격에 자신의 방어 마법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 것이었다.
“방해하지 마라.”
카릴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크윽……!”
카딘이 일어서려 했지만 카릴의 마력이 담긴 아그넬은 안간힘을 써도 벽에 꽉 박혀서 뽑히지 않았다.
“아…… 안 돼!!”
고통에 흐릿해지는 시야에도 불구하고 카딘은 카릴을 저지하고자 팔을 들어 올렸지만 아그넬이 박힌 팔은 맥없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짱그랑……!
들고 있던 무한의 숨결이 홀 바닥에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대륙 10강이라 불리며 인류 중에서 가장 강력한 자로 불렸던 자신이 이토록 허무하게 무너질 줄이야.
그뿐이겠는가.
고작 한 사람의 침입을 막지 못해 제국의 황제가 위험에 처했으니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숫자의 우위도 상식의 수준도 모두 부질없는 것이었다.
파카아앙—!!!
끝내 장막이 깨지고 오로지 두 사람만이 대치한 상황에서 카릴은 황좌에 앉아 있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고작 이런 장막 하나가 신의 힘이라 여긴다면 그저 우스울 따름이로군. 널 지켜 줄 것이 아직도 남았나? 그렇다면 빨리 꺼내는 게 좋을걸. 이제 네 목이 떨어질 테니까.”
카릴은 라크나를 들어 올리번의 목에 겨누었다. 하지만 여전히 올리번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당신은 결국 이곳에 오고 말았군요.”
그때였다.
부서진 장막 너머 올리번을 향해 검을 그으려는 순간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촤르르륵……!!
그와 동시에 황금빛 밧줄이 날아 들어와 카릴의 라크나에 감겼다.
치직……! 치지지직……!!
카릴은 손잡이에 감긴 줄을 끊기 위해 밧줄을 잡자 그 순간 불에 덴 것 같은 엄청난 열기와 함께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는 줄을 잡은 손을 놓지 않고서 있는 힘껏 당겼다.
파앙!!
그러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줄이 끊어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빛을 뿜어내던 줄은 너부러지자 평범한 밧줄로 변해 버렸다.
[신력이로군. 뭐지? 사제의 것과는 다른 진짜 신의 힘이다. 마스터 키가 아닌 이상 그 힘을 쓸 수 있는 자는 없을 텐데.]마엘은 그 광경을 보며 의아한 듯 말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카릴은 자신을 향해 밧줄을 던진 자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주교님이시다!!”
“주교님께서 오셨다!!”
“율라의 힘이여……!!”
그 순간 사제들의 함성이 태양홀에 울려 퍼졌다.
“주교?”
카릴은 고양되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상을 찡그렸다. 잔뜩 불쾌한 그의 얼굴과 달리 눈앞의 여인은 차분하고 도도한 표정이었다.
“미치겠군. 라엘 스탈렌. 네가 교단의 수장이라고?”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경우야?”
전생에 있어서 교단에 반하는 블루 로어라는 광신교를 이끌었던 그녀가 지금은 교단의 수장이 되어 있었으니 카릴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블루 로어는 우든 클라우드의 또 다른 형태였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을 멸살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우든 클라우드의 수장이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교단의 수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래. 찾아갈 필요 없이 나와 주니 고맙지.”
카릴은 시커멓게 그을린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그 고통마저 즐기는 것처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다 죽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