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7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74화(374/497)
236. 종결전(終結戰) (5)
서걱-!!!
카릴의 얼음 발톱이 바닥에 꽂혔다.
“으아악!! 아악!!”
라엘은 비명과 함께 바닥을 구르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다급한 마음에 카릴의 검을 막으려던 그녀의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
“레어에서 봤을 때의 그 여유로움은 어디 갔지? 실체를 만났을 때는 참으로 별 볼 일 없군.”
“있을 수 없는 일……!! 어째서 신옥(神獄)을 빠져나올 수 있었지? 그것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녀는 두려운 듯 경악에 찬 목소리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
우드득-
하지만 그녀와 달리 카릴은 좌우로 목을 꺾고서 어깨를 풀며 서서히 다가왔다.
“엑소디아를 신의 감옥이라 생각하는 건가?”
카릴은 라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렇군. 네가 엑소디아를 쓸 수 있을 줄은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확실히 이것으로 알겠어. 너는 완벽하게 율라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 말은 곧 네 힘이 진짜 율라의 것이 아니라는 뜻.’
카릴은 라엘의 잘린 손가락을 발로 차버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엑소디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 힘을 쓰다니. 바보 같군.”
“……뭐?”
마치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라엘은 의아함과 당혹감을 느꼈다.
“뭐, 가서 직접 물어보던지. 교단의 사제들은 죽으면 율라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하던데. 안 그래?”
“그, 그건……!!”
엑소디아(Exordiar).
카릴은 누구보다 그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감옥도 결계도 아니었다. 그저 일종의 시험 같은 것일 뿐이었다.
다름 아닌 신탁이 내려지고 신탁의 10인을 뽑는 데에 있어서 사용된 시련. 그곳에서 살아남은 자들만이 신탁을 이행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시험이었지만 어쨌든 그는 그 시험을 통과했으니 다시금 그 시련이 닥친다 하더라도 그에겐 별반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파렐 속에서 버텨 온 억겁의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엑소디아의 시련은 우스운 일이었으니까.
“가까이 오지 마!!!”
라엘은 엉금엉금 기다시피 뒤로 물러나며 바닥에 떨어진 지팡이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잘려 버려 집을 수가 없어 그녀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지팡이를 두고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꼴사납군.”
카릴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백금룡이 어째서 널 교단의 자리에 세워 놨는지 알겠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신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겠지.”
라엘이 나르 디 마우그의 수하라는 것은 이제 확실해졌다. 하지만 전생의 그는 그녀를 교단의 자리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인 광신교의 주인으로 임명했었다.
하지만 결국 교단과 광신교 둘 다 신을 섬긴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라엘이 만든 블루 로어라는 광신교가 있기 전 이미 제국은 대륙을 통일했다.
그 말은 곧 나르 디 마우그는 교단과 광신교 두 곳에서 신의 힘을 다른 방향으로 실험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지. 나르 디 마우그가 블루 로어를 만든 것이라면 그녀가 아니더라도 광신교를 세울 대체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
그 말은 나르 디 마우그를 살려 둔다면 자신이 대륙을 통일하고 나서 신탁이 내려지는 시점에서 전생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광신교가 창궐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녀석을 죽여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추가되었군.’
카릴은 날카롭게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전에 나르 디 마우그. 네가 신의 힘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알아내야겠지.’
“저리 비켜!!”
그녀는 잘린 손가락 대신에 양팔로 바닥에 떨어진 지팡이를 꽉 끌어안으면서 소리쳤다.
“뭐, 뭣들 하느냐!! 저자를 막아라!!”
전투 사제들이 그녀의 외침에 황급히 카릴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카릴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서걱-
그들이 무구를 휘두르기도 전에 이미 카릴의 주위에 있던 그들의 목이 잘려 나갔다.
신의 방벽에 의해 축복을 받은 사제들이 고작 그의 걸음 한 발자국도 막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을 보며 태양홀의 사제들은 전의를 잃고서 침묵하고 말았다.
“더 이상 보여 줄 것이 없나 보지? 참으로 비루한 신의 힘이로군.”
카릴은 주위를 한 번 훑고는 말했다.
“유, 율라(Yula)의 해방자들이여……!!!!”
라엘은 이를 악 깨물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정말 연기인가? 아니면 레어 때는 실체가 없어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나온 여유였던 건가. 이 정도로 감정을 내보이는 것이 더 이상한걸.’
카릴은 그녀를 보며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백금룡의 레어에서 봤던 그녀보다 지금이 훨씬 더 인간다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인간다움이었다.
아이러니하지만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분노를 하는 모습이 오히려 너무나도 사람 같아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셀베이션(Salvation)!!!”
우그글……!! 우극……!!
그 순간 그녀의 주위에 있던 사제들이 머리를 움켜쥐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악……!!!”
“아아아악……!!!”
마치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기포는 전신을 뒤덮으며 마치 끓어오르듯 온몸에서 수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독한 연기와 함께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안개에 그들의 몸이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했다.
[타락……?!]알른은 그 광경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7인의 원로회 역시 백금룡에게 마법을 배우며 타락을 다루는 술법을 연구했었기에 누구보다 그것에 대해서 잘 알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때였다.
“……!!!!”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머저리 같은 계집.]차갑게 들려오는 목소리.
짓눌린 라엘의 몸이 드래곤의 발에 밟혀 마치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터져 바닥에 붉은 피가 사방으로 흥건하게 튀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태양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고개를 올려다봤다.
“배, 백금룡…….”
사제들이 그의 등장에 몸을 부르르 떨며 어찌할 바를 몰라 뒷걸음질 쳤다.
“주교께서 돌아가셨다.”
“말도 안 돼……!! 이런 끔찍한 일이……! 드래곤이 주교를 살해하였다!!”
“율라의 단죄를!!”
“신의 벌이 내릴지어다!!!”
시체 조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버린 라엘의 끔찍한 모습을 보며 사제들은 미친 듯이 외쳤다.
하지만 그런 사제들을 벌레 바라보듯 바라보며 나르 디 마우그가 날갯짓을 쳐올리자 그의 뒤에 서서 결계를 치던 사제들의 목이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촤아악—!!
태양홀의 기둥이 붉게 변했다.
“으, 으아악!!”
“아아악!!”
동료들의 피를 덮어쓴 사제들은 자신의 얼굴에 묻은 핏물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백금룡이시여. 교단은 제국을 위해 힘을 빌려준 자들입니다. 이들을 이리 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올리번은 도망치는 사제들을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결국 또 네놈이로군. 쓸데없는 것까지 보이게 만들었어.]백금룡은 올리번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카릴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조금 전에 무슨 짓이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너. 손을 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댄 것 같은데.”
카릴은 부글부글 끓다가 만 시체들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금룡을 노려봤다.
시체의 부활.
그런 효과를 가진 마법은 이미 존재하지만 조금 전 라엘이 하려고 했던 주문은 단순한 흑마법이 아니었다.
‘불멸회의 나인 다르혼도 독자적인 방법으로 타락을 연구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시체를 이용한 술법일 뿐. 살아 있는 사람을 즉시 타락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
그것은 그야말로 생명 자체의 변환이었으니까.
“너……. 인간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카릴은 이를 바득 갈면서 백금룡을 향해 말했다.
[제국의 뒤를 친다는 것이 결국 혼자서 기습을 한 건가? 멍청한 수로군.]하지만 백금룡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어쩌면 일부러 대화를 돌리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쎄? 그것치고는 보는 바와 같은 결과인데. 끝내 네가 나를 막기 위해 돌아왔잖아.”
카릴은 검을 들어 쓰러진 카딘 루에르와 벨린 발렌티온을 한 번씩 겨누고서 마지막으로 백금룡의 발에 밟혀 죽은 라엘을 가리켰다.
“이들 중에 나를 막을 수 있는 자가 있을까? 내 계획은 이미 성공이야. 너만 없으면 자유군은 인간끼리의 싸움에선 결코 지지 않을 테니까. 제국군이 50만이든 100만이든 말야.”
[스스로가 미끼가 되었다는 말인가?]“아니. 나 혼자서 빌어먹을 네놈들을 모두 쓸어 버리겠다는 계획이라는 말이지.”
[미친……. 잘도 허황된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가뜩이나 열세인 상황에서 힘을 분산시키다니. 일전에도 나와의 싸움에서 패하였던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나르 디 마우그는 카릴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될 것이다. 너는 황도에서, 너의 자유군은 타투르에서 패할 테니.]“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지.”
[어리석은…….]나르 디 마우그는 천천히 발을 들어 올렸다. 그의 발아래 붙어 있던 라엘 스탈렌의 살점들이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일말의 의심조차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저 모습만으로도 백금룡이 인간을 어찌 생각했던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었다.
자신의 편에 섰던 라엘마저 망설임 없이 죽여 버리는 그는 결국 인간을 자신의 도구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
백금룡은 거대한 입을 벌리며 카릴을 향해 포효를 질렀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드래곤 피어(Dragon Fear)는 황도 전역을 휩쓸 정도였다.
“헉…… 허억…….”
“쿨럭!!”
태양홀에 아직 남아 있던 사제들을 비롯해 황도 안에 대피를 못한 시민들은 그의 일갈에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
카릴은 시끄럽다는 듯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는 귀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창밖으로 여명이 서서히 비춰오기 시작했다. 동이 트기 시작했다.
“아침이로군.”
기나긴 하루가 끝이 나는 이 시각.
카릴은 드디어 정말 길고 길었던 대전쟁의 매듭을 지어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
[둘 중 한 명만이 완연한 태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덤에서 통곡하거라. 미천한 인간이여.]“말이 더럽게 많군. 그런데 하려면 똑바로 해야지. 둘이 아니라 셋이다. 오늘 너희는 모두 죽어.”
카릴은 드래곤을 눈앞에 두고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 황제 살해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다.
“나르 디 마우그. 네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있었던 것인지는 그 뒤에 명확하게 묻지. 비늘 하나하나까지 고통을 느끼도록 만들어 줄 테니까.”
[건방진 놈……!!]나르 디 마우그가 카릴을 향해 거대한 날개를 쫘악 펼쳤다. 카릴에게 의해 당했던 상처는 어느새 깨끗하게 나아 새하얀 백금의 비늘이 부서진 태양홀에서 번뜩였다.
[고작 인간 따위가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그때였다.
나르 디 마우그와 카릴이 붙기 일보 직전, 부서진 태양홀의 천장에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밝아 오는 여명이 무색하리만치 어두워진 태양홀의 변화에 두 사람은 고개를 들었다.
쿠그그그그그…….
하늘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엔진 소리에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고 말았다.
뚫린 천장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비공정의 날개 뒤 분출구에서는 여러 개의 속성석을 섞어 사용하던 예의 그 무지개 색깔이 아닌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빠른 속도로 상공에서 선회를 하는 비공정의 아래엔 거대한 상자 하나가 달려 있었다.
갑판 위에서 가볍게 손을 흔드는 한 남자.
“여어.”
고든 파비안은 카릴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짓고는 비공정의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배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