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7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77화(377/497)
236. 종결전(終結戰) (8)
서걱-
자르카 호치는 케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있는 힘껏 쥐고 있던 단검을 닐 블랑의 목을 향해 그었다.
파스슥…….
하지만 그가 쥐고 있던 검의 검날은 마치 데릴 하리안이 지그라의 검을 가루로 만들었던 것과 같이 검날이 닐 블랑의 목에 닿기 바로 직전 재가 되어 흩날렸다.
“……!!!”
케이 로스차일드는 그 광경에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자르카는 이에 굴하지 않고 손등을 튕기듯 위로 올렸다.
촤르르륵—!!
그러자 손목에 감겨 있던 날카로운 날들이 마치 맹금의 발톱처럼 그의 손등 위로 튀어나왔다.
[흐읍……!!]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는 자르카의 클로(Claw)는 마치 독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잿빛이었다.
콰드드득……!! 콰득……!!
날이 닐 블랑의 보호막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전격과 함께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조금 전처럼 날이 쉽사리 부서지지 않았다.
“제법이군.”
닐 블랑은 그런 자르카를 바라보며 마치 기특하다는 듯 말했다.
“로스차일드가의 인형술도 결국은 사령술의 일환. 망령의 성에서 가져온 것은 단순히 죽은 엘프 한 명이 아니었던 거로군.”
휘이이잉……. 휘이이이이이……!!
날카로운 굉음 사이로 마치 귀곡성(鬼哭聲) 같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자르카의 검은 클로의 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럼. 혼자서는 못 오지. 네놈의 목을 따는 순간을 염원하는 망령이 이토록 많은데.]자르카 호치는 그것을 자신의 업보라 여겼다.
스스로 만든 족쇄이자 죽은 엘프의 망령들이 자신의 영혼 속에서 날뛸 때마다 그는 그 고통을 감내하며 그는 엘프의 땅이었던 엘븐하임의 수도인 에리얼 우드를 파괴한 백금룡에 대한 복수심을 다짐했다.
스으으으으으……!!
그의 고통에 감응을 하는 것처럼 망령의 성에 갇혀 있던 엘프들의 영혼들이 나르 디 마우그의 보호막을 찢기 위해 날뛰었다.
[퓌렐(Fürrel)의 원수를 갚겠노라!!!!]자르카 호치는 엘프족을 이끌었던 왕가, 티누비엘가(家) 여왕의 이름을 끝내 참았던 울분과 함께 외쳤다.
퍼엉—!!!
그 순간,
풍선이 터지는 듯 공기가 터지면서 자르카 호치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쳤다. 요란하게 날뛰었던 망령들이 연기처럼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자르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실패작인 거지. 너희 엘프란 종족은. 이미 멸족한 왕가를 잊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쫓고 있다니. 뭐……. 그 충심을 내게 돌린다면 쓸 만해 보였기에 가장 먼저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나.”
나르 디 마우그는 여전히 별것 아닌 일을 대하는 것처럼 말했다.
수백 년을 쌓아 왔던 그의 분노와 벼르고 별렀던 복수의 칼날은 비참할 정도로 허무하게 나르 디 마우그 앞에서 별 볼 일 없이 실패하고 말았다.
[너……. 너…….]자르카 호치는 그토록 울부짖었던 죽은 엘프들의 귀곡성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완전한 소멸.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너무나도 어이없을 정도로 영혼이 죽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그 가능성을 인간에게서 찾아보려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으니 조금은 도움이 된 거려나.”
[……뭐?]인형 속의 자르카 호치는 그 말에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마치 그의 영혼 자체가 충격을 받은 듯 떨리는 것 같았다.
엘프인 자르카 호치, 하프 엘프인 알테만 그리고 인간인 7인의 원로회까지…….
마치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것처럼 나르 디 마우그의 실험은 종족의 가능성을 찾아 차례차례 거듭되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참으로 무르군. 한 놈은 북부에 숨어 자취를 감추고 한 녀석은 언데드가 되어 나타나고 또 다른 자는 영혼 그 자체로 남아 나를 찾아오다니 말야.”
나르 디 마우그는 마치 귀찮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며 한심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 거슬려. 가치도 없는 폐기물들 주제에.”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앙—!!!
[이 썩을 놈……!!!!]나르 디 마우그를 향해 맹렬한 검은 안개가 그를 덮쳤다. 검은 안개 속에 이글거리는 푸른 불꽃이 수십 갈래로 쏟아졌다.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구나……!!! 네가……!! 네놈이 감히……!!!]안개 속 목소리가 떨렸다.
분노와 저주, 억눌렀던 슬픔과 벼르고 별렀던 살기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 같았다.
언제나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빈틈을 노리던 알른이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알른의 푸른 불꽃과 함께, 자르카 호치가 고함을 지르며 두 팔을 땅에 박아 넣어 마력을 끌어올렸다.
스아아아아……! 기이이이이……!!
그러자 그의 팔을 타고 흐르는 마력에 영혼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제국의 황도는 대륙 그 어떤 곳보다 많은 죽음의 역사가 있는 곳이지. 섣불리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망령은 수없이 많으니까.”
케이 로스차일드는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쿠그그그그……!!
지면 아래로 검은 핏물이 스며들자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크르…….] [카아악!!!]갈라진 바닥을 짚고 서서히 올라오는 시체들은 어떤 것들은 완전히 살점이 썩어 뼈밖에 남지 않은 것들도 있었고 어떤 것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온전한 사람의 얼굴을 한 것도 있었다.
찌그덕…… 찌그덕…….
걸어 오는 시체 중에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의 시체도 있었는데 다른 시체들과 달리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어머니…….”
올리번은 뺨 쪽의 살점이 썩어 뜯어져 뺨 안쪽의 이빨이 여실히 보이는 여인의 시체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양 손등과 발등에는 기둥에 박혀 있었던 자국인 듯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그녀의 주위에 죽은 자들에게 꼬이는 파리들이 날아다녔다.
철푸덕.
그 순간 자르카 호치가 만든 거대한 검은 핏물 웅덩이에 황후의 발이 닿았다.
[크아아아아아아!!! 올리번!! 널 저주한다!! 제국은 내 것이었어!! 너희에게 제국을 넘겨 줄 수 없다!!!]그러자 핏기가 전혀 없고 썩어 문드러졌던 황후의 얼굴이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생기가 돌며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미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죽어라!!!] [나는 억울하다……!! 나는……!!!]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무덤에서 살아난 시체들이 자르카의 마력에 닿는 순간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재밌군. 단순한 사령술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인 것을. 이건 로스차일드 가문의 비술인 건가.”
나르 디 마우그는 그 광경을 흥미로운 듯 바라봤다.
“미천한 인간도 수백 년의 역사를 지내면 이따금 영역 밖의 일을 해내기도 한다는 것이로군. 역시……. 인간이야말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종족이라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군.”
하지만 카릴은 생기를 되찾은 시체들의 모습을 보며 망령의 숲에서 엘프들의 망령들을 떠올렸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야. 그와 나의 힘을 합쳐 가능케 한 거지. 네놈은 평생 가도 모르겠지. 엘프와 인간의 가능성을 고작 피에서 찾을 뿐이었으니까.”
“되지도 않는 동료애를 냉정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후예가 말하니 우습군. 인형을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시체를 직접 만든 너의 선대가 들으면 통탄할 노릇이야.”
“……뭐?”
“그 인형. 엘프잖나?”
그의 말에 케이는 얼굴이 굳어졌다.
[주인. 흔들리지 마라. 네 선대가 엘프를 죽였든 살렸든 그건 과거의 일일 뿐. 네가 그런 것이 아니다.]자르카 호치는 나르 디 마우그의 말에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너는 내가 인정한 사령의 여제라는 것을 명심해라. 네가 태어나기 전의 죽은 자들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크아아아아……!!!
카아아—!!
여기저기에서 시체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하나 네가 태어나기 전의 죽은 자들이 원망만큼은 들어주도록 해라. 그게 우리의 여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억울한 죽음.
시체들의 대부분은 귀족이 아닌 평민들이었으니까.
“막아라!!!”
“절대로 주군께 다가가지 못하도록 해라!!”
“신이시여…….”
태양홀을 방어하기 위해 도착한 기사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언데들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추악하구나!! 황후의 죄는 무거우나 더러운 사령술로 죽은 자를 부활 시키다니……!! 그것이야말로 죽은 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올리번은 자리를 박차며 일어서서는 소리쳤다.
“싸워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의 명예를 수호하라!!”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그의 목소리가 태양홀에 울리자 기사들은 전에 없는 함성을 질렀다.
언령(言靈)의 힘이 담긴 올리번의 목소리는 사제의 축복과는 다른 의미로 본질적인 고양을 일으켰다.
서걱-!!
“컥, 커헉……!!”
자르카 호치는 기사의 뒷덜미를 날카로운 클로로 찍어 눌렀다. 비명과 함께 쓰러진 기사를 밟으며 그는 날카롭게 올리번을 바라봤다.
[죽은 자에 대한 모독? 지랄 맞은 소릴 하고 있군. 죽음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애송이가.]그러고는 케이 로스차일드의 앞에 서서 그녀의 다리를 잡고서 자신의 어깨 위에 앉혔다.
[싸우자. 케이. 우리의 힘은 비록 백금룡을 넘어 관철시킬 수 없지만 적어도 저놈들이 날뛰지 못하게는 만들어야지. 우리들의 검이 놈들의 심장을 찢어 버리게.]케이는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촤르르륵……!!
그와 동시에 마치 지휘를 하듯 가녀린 양팔을 허공에 휘젓자 자르카 호치는 탄환처럼 앞으로 질주하며 기사들을 향해 클로를 휘둘렀다.
“올리번.”
치열한 전투가 눈 앞에 펼쳐지는 상황에서 카릴은 의외로 차분한 어조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너는 그가 인간을 실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제국의 일을 황제가 모른다면 누가 알고 있겠어.”
“그렇다면 그가 인간을 실험 도구로 쓰기 위해 교단을 자신의 발아래 두고 인간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실험의 대상을 준비하기 위해 우든 클라우드를 통해 마계까지 영역을 넓힌 것도?”
카릴은 올리번을 차갑게 바라봤다.
“선혈동굴(鮮血洞窟). 그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너도 알고 있겠지?”
그는 말을 이어갔다.
“알고 있는 게 당연하겠지. 네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으니까. 아니, 네가 일부러 보여준 것일 테지.”
그러고는 고개를 좀 더 아래로 내렸다. 마치 올리번에게 속삭이는 듯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왜지?”
올리번의 눈빛이 살짝 떨렸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단순한 도발이었나? 아니면…….”
카릴을 바라보는 올리번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너 스스로도 멈출 수 없을 만큼 백금룡이 하는 일이 두려워 도움을 요청한 건가? 내게 저놈을 막아 달라고 말야.”
하지만 그의 얼굴은 카릴이 등지고 있어 아무도 이 짧은 시간에 일어난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네가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나 무엇이든 간에 너와 나는 적일 뿐. 결과는 다르지 않다. 너 그리고 저 뒤에 있는 놈은 내게 죽는다.”
“헛소리.”
카릴의 말에 대한 대답은 올리번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고귀한 드래곤의 명예와는 어울리지 않는 값싼 욕지거리가 백금룡에게서 흘러나왔다.
“나르 디 마우그.”
고개를 돌려 카릴은 뒤를 돌아봤다.
마치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그는 자신을 두고 양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전생에 믿었던 친우이자 자신의 손으로 죽인 황제.
그리고 그러했던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드래곤.
불현듯 올리번의 얼굴을 본 순간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전생에 자신의 동료와 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 황제가 아닌 백금룡의 명령이었다면…….
겉으로는 여전히 신의 수족으로서 행동하는 그가 스스로 파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일 터.
끝까지 숨겨 왔던 신의 힘을 얻고자 했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는 한 가지 가능성에 도박을 걸었던 걸지도 모른다.
올리번은 할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
바로, 재능(才能).
나르 디 마우그가 필요한 것은 인간의 권력도 재산도 핏줄도 아니었다.
검의 극의에 올랐으나 전생에 마력이 없음을 끝내 후회했던 카릴이었다. 용의 심장을 얻고 마력을 가지게 되면 자신이 검을 비롯하여 마법의 극의에 도달하고자 함을 백금룡은 기대했을 것이다.
“너는 그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나를 이용한 것인가?”
카릴의 말에 그는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하지만 정작 카릴은 자신의 말을 나르 디 마우그가 이해를 하느냐 못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넌 실수한 거야.”
그저 이 말을 그에게 똑똑히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
콰직……!!!
그 순간, 올리번을 보호하고 있던 보호막이 부서지면서 카릴의 검이 그의 심장을 찔렀다.
“폐, 폐하……!!!”
“안 돼……!!”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
그것은 나르 디 마우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설마 자신이 만든 절대에 가까운 보호 마법을 부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쿨럭…….”
올리번은 자신의 가슴을 꿰뚫은 얼음 발톱의 차가운 푸른 검날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우우우웅…….
그 순간 카릴은 천천히 품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의 손에 들린 낡은 고서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폴세티아……? 어떻게 인간이 저걸……?”
나르 디 마우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책을 바라봤다.
“올리번.”
카릴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까지 적의가 가득 담겼던 목소리가 아닌 어딘가 애틋함이 묻어 있었다.
“쿨럭……. 쿠륵…….”
그의 말에 올리번은 뭔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오는 핏물에 그의 말은 끝내 들리지 않았다.
카릴은 그의 눈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가렸다.
죽음 직전 마지막 자비일까 아니면 차마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할 것 같아서일까.
어떤 이유이든 그저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카릴은 내뱉었다.
“꼭두각시로 살지 마라.”
푸욱-
그는 올리번의 가슴을 찌른 얼음 발톱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