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7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78화(378/497)
236. 종결전(終結戰) (9)
휘이이이이…….
올리번을 보호하고 있던 보호막이 파괴되자 부서진 잔해 속에 남은 마력의 잔재들이 빨려 들어가듯 빛의 입자가 되어 카릴이 들고 있던 책 안으로 흡수되었다. 그러자 낡은 고서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아주 잠깐이지만 생기가 도는 것처럼 보였다.
쩌적……. 쩌저적…….
얼음 발톱의 검날을 주위로 올리번의 가슴 언저리가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카릴은 그의 가슴에 꽂힌 검을 뽑지 않고 그대로 그를 바닥에 눕혔다.
“이…… 이놈……!!!”
벨린 발렌티온은 눈을 감은 황제의 시신을 바라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카릴을 향해 외쳤다.
“끼어들지 마라.”
하지만 카릴은 천천히 낮게 숨을 내쉬고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벨린 경. 당신이라면 알 텐데. 이제 인간의 범주에서 허용되는 싸움이 아니라는 걸. 제국과 자유국의 전쟁은 끝났다.”
적막이 흘렀다.
그의 말은 절대로 승자의 거만이 아니었다.
황제의 죽음은 분명 큰 사건이겠지만 마치 나르 디 마우그가 그러하듯 카릴의 시선은 이미 인간끼리의 싸움을 벗어나 그 앞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하나의 지나간 관문에 불과할 뿐.
“하지만 매듭은 아직 짓지 못했지.”
카릴의 시선을 따라 다른 태양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나르 디 마우그를 바라봤다.
“역시.”
그의 시선을 느끼며 나르 디 마우그는 처음으로 한 방 먹었다는 듯 카릴의 손에 들려 있는 고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군. 인간의 가능성이란……. 실로 놀랍단 말이지. 폴세티아를 구축할 수 있는 자가 있다. 그 책은 절대로 인간이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닌데……. 어떻게?”
경악보다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나르 디 마우그는 물었다. 이미 그는 올리번의 죽음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제국의 수호룡이라는 규약도 어쩌면 인간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에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능성?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고 있군.”
카릴은 그의 말에 차갑게 웃었다.
“잘난 네놈은 그렇게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는데 어째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지?”
“어떤?”
“그 수많은 가능성 중에 도리어 네가 인간에게 잡아 먹힐 가능성. 한 번도 없겠지?”
나르 디 마우그는 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진심으로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클, 크큭…….”
하지만 그 표정 뒤에는 오히려 웃음이 드리워졌다.
“재밌군. 폴세티아……. 그걸 믿고 그런 재밌는 소리를 하는가 본데. 그래, 확실히 너의 검술과 그 책이라면 검과 마법, 두 힘을 합일(合一)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
나르 디 마우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대답했다.
“네가 어찌 그걸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아쉽게도 내게 그건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는 고개를 살짝 꺾었다.
“나 역시 가장 먼저 그것을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실험은 실패다. 제아무리 용마력을 가진 너라도 폴세티아를 혼자서 발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그 고서는 끊임없이 마력을 먹어 치우거든. 그전에 육체가 버티지 못해. 설령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할 수 없는 일이지.”
“글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뭐?”
“확실히 네 말대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이 안에 구축되어 있는 마법들은 믿을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알른이 준 지식의 보고가 없었다면 이해조차 하지 못했을 거야.”
“그럼 내게 고마워해야겠군. 그가 죽었기 때문에 네가 전수받을 수 있었을 테니까.”
[개소리 집어치워.]알른이 그의 말에 으르렁거리듯 대답하자 나르 디 마우그는 장난이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부족해. 마법 자체를 발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마력이 필요하지만 설령 성공했다 하더라도 마법만으로는 너를 죽이기엔 역부족이지.”
“그럼?”
“결국 답은 검이다.”
나르 디 마우그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유와는 달리 카릴이 내놓은 해답에 살짝 얼굴이 굳어졌다.
“참으로 다행이지. 네 목을 베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니 말야.”
마치 선문답처럼 카릴을 바라보며 나르 디 마우그는 그가 지금까지 찾으려고 했던 실험에 대해 토론을 나누는 것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폴세티아를 쓰면서 검까지 쓰겠다? 애초에 선행 조건이 충족될 수 없는 일인 불가능한 일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잘도 말하는군.”
그는 알른을 가리키며 말했다.
“폴세티아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육체를 버려야 한다. 어디 너도 그와 같이 육체를 버리고 영체가 될 요량인가?”
“그럴 리가. 검을 쥐기 위해서는 이 몸이 필요한걸. 네 목에 이걸 박아 넣을 거거든.”
카릴은 라크나를 들어 올렸다.
“나는 다른 방법으로 폴세티아를 쓸 거다. 이 책이 원하는 완벽한 마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확실히 육체가 없어야 가능하니까.”
“무슨 말인지…….”
카릴의 말에 나르 디 마우그는 한쪽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육체 없이 마력만을 제공하는 방법.”
카릴은 라크나의 검날로 나르 디 마우그의 가슴을 가리켰다.
“네 심장.”
“…….”
“네 심장을 빼내어 폴세티아를 발동시킬 것이다.”
“크큭…….”
나르 디 마우그는 카릴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크하하하하!!!”
허리를 기역 자로 꺾으며 배를 움켜쥔 그는 눈가의 눈물을 닦아 내며 말했다.
“도대체 이렇게 웃어 본 게 언제인지……. 정말 헛소리도 이런 헛소리가 없군. 내 심장으로 폴세티아를 발동시키겠다고?”
나르 디 마우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앞뒤가 맞지 않잖으냐. 너는 나를 죽이기 위해서 검과 마법의 힘이 필요한 것인데……. 폴세티아를 내 심장으로 구축하겠다면 너는 그 전에 날 어떻게 죽이겠다는 거지?”
“모르는 건 너지.”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싸늘하게 얼어붙은 올리번의 시체를 잠시 바라보고서 고개를 돌리며 그는 나르 디 마우그를 향해 말했다.
“너 역시 내게 있어 저 녀석과 별반 다르지 않아. 그저 지나가는 관문에 불과할 뿐. 나는 더 높은 자와 싸워야 하니까.”
“미친…….”
“드래곤의 자만심으로 나와 대화를 나누기 이전에 너는 내가 올리번을 어떻게 죽였는지부터 생각했어야지.”
“……뭐?”
철컥!!! 즈아아아아앙……!!!
쿵! 쿵! 쿠웅……!!
그 순간,
거대한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나르 디 마우그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금입니다……!!!!]어느새 나르 디 마우그가 카릴과의 대화에 한눈팔린 사이에 부서진 레볼에서 나온 윈겔이 아스칼론을 움직였다.
크드드드드……!!
아스칼론이 머리 위로 대검을 들어 올렸다. 거신을 조종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였기에 카릴이 조종했을 때와는 달리 대검에는 마나 블레이드는 없었지만 수 미터에 달하는 검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파공성은 가히 귀를 찢을 듯싶었다.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이 있던 자리가 대검에 의해 폭발하듯 충격에 산산조각이 났다.
“생각해 낸 것이 고작 이건가? 기껏해야 내가 만든 인형도 가까스로 이긴 골렘 따위가 날 죽일 수 있는 카드라고?”
콰드드득……!! 콰직!!
놀랍게도 나르 디 마우그는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리고서 떨어진 대검을 그대로 꽉 붙잡고 있었다.
콰각!!
그가 손가락에 힘을 주자 손가락이 대검의 날을 뚫어 버렸다. 그다음 팔을 아래로 잡아당기자 마치 맹수가 물어뜯은 것처럼 대검이 한 움큼 뜯겨 나갔다.
“해봐.”
나르 디 마우그는 부서진 대검의 잔해를 털어 내면서 카릴을 향해 도발했다.
스릉……!! 촤아악!!!
그 순간 그림자 속에서 지그라의 단검이 그의 뒷목을 노렸다. 하지만 이미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는 듯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콰가가가가강……!!!
놀랍게도 검날이 닿는 순간 재가 되어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그라의 검이 맹렬한 폭음을 내며 나르 디 마우그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아그넬이었군.”
그는 지그라의 손에 들려 있는 단검을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시도는 좋았지만 마력도 없는 이민족 따위가 그 검을 들어봤자 돼지 목에 진주일 뿐이지.”
“컥……!!”
나르 디 마우그는 지그라의 목을 움켜쥐었다. 반응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에 그는 피할 겨를도 없이 붙잡히고 말았다.
[크아아아아!!]그 순간 지그라의 목을 붙잡은 채 뻗은 나르 디 마우그의 손목을 자르카 호치가 있는 힘껏 쳐올렸다.
콰앙……!!
충격과 함께 나르 디 마우그의 몸이 뒤로 밀리며 잡고 있던 지그라가 공중으로 튕겨져 올랐다.
“지금……!!!!”
케이 로스차일드는 있는 힘껏 인형의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자르카 호치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속도를 뛰어넘어 신속과 같은 움직임으로 지그라를 낚아채며 물러섰다.
“이 정도인가!! 고작 이걸로 뭘 할 수 있느냐!!”
나르 디 마우그는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그러자 아스칼론의 관절이 부서지면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파앗-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탄환처럼 튀어 나가더니 물러났던 자르카 호치의 목덜미를 붙잡아 바닥에 처박았다.
[컥……!!]“꺄악!”
줄로 연결되어 있던 케이 로스차일드는 자르카와 함께 비명을 질렀다.
우드득……! 촤악!!!
나르 디 마우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자르카 호치의 머리를 잡아 꺾었다. 둔탁한 소리도 잠시 그는 그대로 인형의 머리를 뽑아 버렸다.
주르륵……!! 촤륵……! 콰라라락……!
인형의 몸 안에 있던 새하얀 척추가 머리와 함께 뽑혀 나왔다.
[크아아아아아!!]인간의 것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똑같은 새하얀 뼈들이 몸 안에서 뽑히자 자르카 호치는 그대로 고통을 받는 듯 비명을 질렀다.
터억-
나르 디 마우그는 신경질적으로 뽑아낸 머리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케이 로스차일드를 향해 걸어갔다.
“너희들 따위가 뭘 할 수 있지?”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케이의 발목을 지그시 밟았다. 가녀린 그녀의 발목이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부러졌다.
“뭘 할 수 있냐고?”
하지만 그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악물면서 그를 노려봤다.
“보면 알 거야.”
“……뭐?”
“약자들에게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는 것에 한눈팔려 네가 놓친 게 뭔지.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도마뱀 새끼. 인간을 졸로 보지 마.”
케이는 나르 디 마우그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
끈적한 침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자 나르 디 마우그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년이 감히……!!!”
그의 분노가 터져 나오며 있는 힘껏 그녀의 부러진 다리를 밟아 뭉갰다.
“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그가 케이의 뺨을 후려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파직……!!
그때였다.
“…….”
나르 디 마우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한눈팔지 말라고 친절히 얘기해 줬는데.”
“너라고 다를 것 같은가? 포식자의 눈엔 너나 그녀와 다를 바 없다.”
카릴의 손목에 있던 탐욕의 팔찌가 금이 가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창그랑……! 콰직!!!
그와 동시에 그의 손가락에 있던 4개의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의 보석들이 모조리 깨졌다.
“그래. 나 역시 네 앞에선 약자겠지. 하지만 네가 놓친 건 내가 아냐. 내가 준비한 함정이지.”
그러자 그야말로 마력의 폭풍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마력이 요동치며 폴세티아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
탐욕의 팔찌와 네 개의 송곳니.
두 개의 물건은 모두 사용자의 마력을 빨아 먹는 저주받은 물건이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 안에는 카릴의 용마력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마도 시대에 만들어진 물건이라 하더라도 각각을 놓고 본다면 그 안에 흡수된 마력으로도 신화시대에 존재한 블레이더의 무구인 대마도서를 발동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카릴은 하나가 아닌 그 두 개의 물건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쌓인 마력 역시 두 배.
아슬아슬하지만 이 엄청난 고서를 발동시킬 최저의 조건을 만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딱 한 번이다.”
카릴은 그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마력에 조금은 긴장한 듯 말했다.
[그걸로 충분하다.]스으으윽……!!
카릴의 손목을 타고 푸른 뱀이 폴세티아를 감싸며 그 안에 응축되는 마력을 마치 먹잇감을 먹는 것처럼 입을 벌려 삼키며 말했다.
[모기나 드래곤이나 어차피 목숨은 하나야.]촤르르르륵……!!
그 순간 폴세티아가 펼쳐지면서 새하얀 빛이 책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파앙-!! 우우우우우웅!!!
콰드드드드—!!
펼쳐진 폴세티아의 페이지 위로 수십, 수백 개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중첩되기 시작했다. 카릴은 그 마법진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꽈악-!!
그러고는 그 안에 손잡이를 있는 힘껏 움켜잡았다.
바로,
검(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