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8화(38/497)
35. 제국을 꿈꾸다
“…….”
수안 하자르는 카릴의 거침없는 행동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큐란, 캄마 그리고 이제는 두샬라까지.
제국과 공국 그리고 삼국까지 손을 대지 못했던 타투르의 관리자들을 하루가 채 끝나기도 전에 모두 그의 마음대로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 큰 세계? 꼬마야, 꿈이 큰 건 좋지만 도시 하나를 다스리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나 보네. 뭘 보여 줄 건데? 앞뒤, 양옆으로 왕국들에 둘러싸인 여기서 말이야.”
두샬라는 카릴의 말에 차가운 비소를 지었다.
“대륙 정벌이라도 나설 참인가?”
“글쎄. 그러기엔 타투르의 오합지졸로는 힘들겠지. 적어도 북부의 이민족과 남부 야만족의 힘이 필요할 거야.”
“말은 잘하는군.”
“딱히 말만 하는 건 아닌데.”
그때였다.
카릴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수안 하자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의 시선을 느끼자 수안은 깜짝 놀라며 어깨를 주춤했다.
“네가 궁금한 해결책을 가져왔다.”
“……뭐?”
두샬라 역시 그 말에 수안 하자르를 바라봤다. 하지만 당황해하는 표정을 보며 이내 곧 그녀의 얼굴이 구겨지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저자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싸움과 강을 건너는 일밖에 없는데?”
하지만 차가운 반응과 달리 카릴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아닐걸.”
촤르르륵—
카릴은 벽에 걸려 있는 지도를 뜯어내서 테이블 위에 깔았다.
“수안 하자르, 네게 묻겠다. 4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타투르에서 가장 확실한 이동 방법이 뭐지?”
“그건…….”
그의 물음에 수안이 지도를 바라봤다.
지도에는 대륙을 관통하는 포나인 강이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타투르가 있었다.
답은 간단했다.
지금까지 그가 계속해 왔던 일이니까.
“강을 건너는 겁니다.”
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대륙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육로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빠른 건 조류를 타는 것. 제국과 공국은 불가능하죠. 하지만 저희는 가능합니다.”
“그래서? 결국, 그거냐. 대륙의 이민족들을 더 날라오려고? 아예 북부에 살고 있는 이민족까지 모두 이곳으로 부르지그래?”
두샬라는 수안 하자르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의 그 쓸데없는 자비심 때문에 왕국들의 눈 밖에 난 걸 암시장에서 간신히 무마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
그녀의 말에 수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람을 싣는 게 아니야.”
그 순간.
카릴은 나지막하게 웃었다.
“정보(情報).”
그러고는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앞으론 네가 그에게 고마워해야 할걸. 이건 누구보다 빠르게 조류를 탈 수 있는 수안 하자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정보를 판다?”
“그래. 공국과 제국 그리고 삼국에 서로의 정보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타투르니까. 각국의 약점을 모두 잡고 있는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카릴의 말에 흥미가 생긴 걸까.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시하던 두샬라가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
“제국은 이단섬멸령을 내렸지만, 공국과 삼국은 다르다. 그곳엔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이민족들도 있다. 게다가 타투르는 이민족만이 사는 곳이 아닌 제국인들도 있다.”
“……아!!”
카릴의 말에 수안 하자르는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손뼉들 쳤다.
마치, 스승이 낸 문제를 푼 어린 학생처럼 흥분된 목소리로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을 이용하는 거군요.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민족들! 그자들이 우리의 발이 되고 각각의 거점들이 연결되어 수집된 정보를 포나인이란 강을 통해 운반된다면…….”
“잠깐.”
그 순간.
카릴이 그의 말을 막았다.
“그냥 움직인다면 분명 눈치챌 거다. 오히려 제국과 공국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는데?”
하지만 그 물음에 수안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상단입니다. 이거야말로 대륙을 가장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형태죠.”
수안의 말에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바트 길드.
상인 특유의 튜닉을 입고 있던 수안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전생과 같다. 타투르는 확실히 요충지였으니까. 라바트 길드 역시 정보를 팔았지. 하지만 라바트 길드를 만들고 타투르를 그렇게 키운 것은 올리번의 생각.’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안 하자르가 스스로 깨우친 것.
이것만으로도 과거와는 엄청난 변화라 할 수 있었다.
‘그때의 그도 뛰어난 인재지만 확실히 노예왕 시절의 능동적인 남자는 아니었으니까. 그저 올리번의 명령을 그저 따랐을 뿐.’
만약.
카릴이 감옥에 갇혀 있던 수안 하자르가 올리번에게 대들었던 모습을 보지 못했더라면 이런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 스스로 길드를 세우려 한다.
그는 황제의 명령으로 자유 상단을 꾸려 제국을 위해 정보를 모으면서 제국에 승리를 안겨 준 주역.
‘하지만 이제 제국에 국한된 상단이 아니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자유롭고.
더 활발하게.
카릴은 카이에 에시르가 남겼던 말을 떠올렸다.
‘자율의지(自律意志).’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맞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벽에 꽂혀 있던 아그넬을 뽑아 지도 위에 수많은 선을 그었다.
“내가 말한 더 큰 세계는 단순한 나라가 아니다.”
카릴은 두샬라를 잠시 바라봤다.
“강과 도시 그리고 이민족과 제국인까지. 그들이 발이 되고 거점이 되며 각각이 연결된다면…….”
갈기갈기 찢기는 지도.
날카로운 무수한 선들이 지도 위를 빼곡하게 잠식해 들어갔다.
그 선들은 마치 수많은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줄을 보는 것 같았다.
“…….”
“…….”
두 사람은 카릴의 검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왕국에서부터 마을까지.
산기슭에서부터 깊은 산골까지.
그 잘려 나간 틈새는 모두 연결되어 마치 길처럼 보였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계획이다.”
그 중심에 있는 타투르.
마치.
대륙의 모든 길이 이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도 있는 나라.”
쿵-
카릴이 타투르에 단검을 박아 넣으며 말했다.
“보이지 않는 제국.”
그 순간.
두 사람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계획을 눈앞의 꼬마는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담담히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릴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우린 대륙 전역에 존재할 것이다.”
* * *
“그 말은……. 내게 정보 상인이나 되라는 말인가?”
두샬라는 카릴의 말에 눈썹을 찡그리면서 되물었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에서 천하의 두샬라도 어지간히 놀란 듯싶었다.
“암시장이나 관리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텐데. 사람이 햇빛을 보면서 살아야지. 안 그래?”
“대담하긴 한데. 어리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군. 대륙에 얼마나 많은 정보 길드가 있는지 모르나 본데? 그리고 그들의 말로가 어땠는지도.”
카릴은 그녀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맞아. 그 끝이 다 좋지 않았지. 정보란 결국 비밀이니까. 비밀을 너무 많이 알아서는 제명에 못 죽지.”
“…….”
두샬라는 그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 나보고 그런 삶을 살라는 거야?”
“말했잖아. 정보란 결국 비밀이라고. 정보 길드들이 망한 이유가 뭔지 알아? 비밀을 비밀로 안 부치고 대놓고 팔아서 그렇지.”
“그럼…….”
“수안 하자르의 말처럼 상단을 꾸릴 거다. 하지만 정보는 은밀하게. 모으는 건 상단이지만 판매는 오직 암시장에서만 할 거다.”
카릴은 펼친 지도에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타투르를 유지하기 어렵지.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부(富)니까. 수안이 이끄는 상단은 실제로 물건을 팔 거야.”
“진짜 상단을?”
“그래.”
그는 지도에서 깊은 산맥 하나를 가리켰다.
타투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이스트리아 삼국 사이에 있는 카나트라 산맥이었다.
“여긴 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여길 우리 것으로 만든다.”
그의 말에 두샬라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카나트라 산맥? 여긴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라 삼국의 그 어떤 나라도 가지지 않고 버려둔 곳이잖아?”
“맞아.”
정보력이 없어도 대륙에 사는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확실히 쓸데없는 불모지지.’
6개월 뒤.
속성석 광석이 발견되기 전까지 말이다.
속성석의 용도는 다양하다.
복용해도 좋고 무구에 바를 수도 있어서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좋았다.
취급하기도 어렵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얻을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속성에 맞는 속성석을 얻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하지만 얻을 수만 있다면 자신의 마력을 높이는 데 가장 훌륭한 도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를 막론하고 귀족들에게 속성석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곳은 대륙에 단 3개밖에 없는 속성석 광산 중 유일하게 8각석이 채광되는 곳이다.’
그곳이 바로 조금 전 카릴이 가리킨 위치에 있는 카디훔 마광산.
‘광산은 그냥 둬도 발견이 되지만 문제는 시간이지. 채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전생에선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했으니까.’
값어치가 있는 만큼 처음 발견되었을 때 왕국들 사이에서 마광산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졌었다.
‘덕분에 개발은커녕 아스트리아 삼국의 나라들이 서로 싸우다가 자멸하고 말았지만…….’
그로 인해서 팽팽하게 유지 되던 권세의 구도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제국이 공국과 삼국을 모두 압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이곳을 얻게 된다면 타투르를 부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제국의 힘이 과잉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삼국 역시 멸망하지 않게 될 것이며 비록 약소국가지만 몇몇 걸출한 능력자들까지 헛되이 죽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마광산이라니……. 정말 그런 게 있습니까?”
카릴을 따르는 수안 하자르였지만 그조차도 쉽사리 믿기는 어려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인접한 삼국도 모르는 일이야. 제국만이 유일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다.”
그의 말에 두샬라는 카릴을 빤히 바라봤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카릴은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탁-
카릴이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지도 위에 내려놓았다.
“이건…….”
“암시장을 운영하는 너라면 알아보겠지.”
카릴이 꺼낸 것은 청기사단의 단장이자 소드 마스터인 크웰 맥거번의 수행자의 증표였다.
이걸 이런 식으로 사용할 것이라곤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카릴은 두샬라를 설득시키기 위해선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하나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있고 말이다.
‘저 말이 사실인가? 어떻게 저 나이에 증표를 가지고 있지?’
각국의 귀족들과 연이 닿아 있는 그녀는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단번에 알아봤다.
‘평범한 꼬마가 아니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의 위치란 말인가.’
“내 정보의 출처를 모두 알려 줄 수는 없다. 하지만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도박도 필요한 법.”
카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때, 이거라면 너도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용기는 생기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