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8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82화(382/497)
236. 종결전(終結戰) (13)
[빛의 정령왕……?!]“정말로 그 심장 안에 봉인이 되어 있을 줄이야…….”
카릴의 말에 알른과 케이 로스차일드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자르카 호치는 부러진 몸으로 간신히 기둥에 기대고서 말했다.
[백금룡의 심장 안에 라시스가 봉인되어 있는 것이라면 지금 카릴의 몸 안에 2대 광야가 모두 흡수되었다는 의미니까.]“그건 신화시대에도 불가능했던 일이지.”
“……!!”
“……!!”
케이와 윈겔 그리고 자르카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알테만. 당신도 왔군.”
케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를 향해 말했다.
“뒤처리를 마무리하느라 조금 늦었네. 사실 이 자리는 누구보다 내가 목도하고 싶었는데……. 밀리아나가 우리 둘 중 자네를 허락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알테만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뭐, 시대의 유물은 그저 관망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겠지만.”
[마도 시대를 살았던 것은 너나 나나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양보해 준 것에 감사할 뿐.]자르카는 부러져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간신히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나 역시 엘프의 피가 흐르니까. 엘븐하임을 망가뜨린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네. 또한 반쪽에는 인간의 피도 흐르고 있으니……. 인간의 문제도 외면하고 싶진 않았고.”
알테만은 그의 말에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면서 말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모두 나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말이지.”
슬레프(Slelf).
노예 엘프였던 그는 인간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엘븐하임에서 버림받았고 반대로 엘프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인간계에서는 노예로 살았다.
어찌 보면 두 세계 모두 인정받지 못한 삶이었으나 알테만은 이제는 그런 과거는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상황을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까. 백금룡, 그의 뜻대로 세계가 움직이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모든 것이 뒤틀리게 될 테니까.”
“인류애?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도 하네. 세계가 어떻게 되고 하는 것은 나중 문제야. 검을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복수니까. 개인의 일도 이루지 못하는데 그 이후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케이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말했다.
“당신도 결국 마찬가질 텐데.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백금룡이 죽길 바라서 모인 것일 뿐이니까. 이 중에서 가장 멀쩡한 사람이 당신이니까 뭣하면 기회를 봐서 놈에게 칼이라도 꽂든가.”
케이의 말에 알테만은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런데 조금 전 그 말은 무슨 뜻이지? 신화시대에도 불가능했다는 말 말이야.]“최초의 블레이더였던 주덱스와 황금룡 토스카 그리고 정령의 계약자인 영령지배자, 백금룡까지. 그들이 신살자의 주축이었다는 것은 이제 다들 알겠지.”
[백금룡은 빼야지. 저자는 배신자니 신살(神殺)이라는 단어가 가당키나 하겠어.]알른은 알테만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래. 뭐, 어쨌든 그들은 각기 한 부분의 극의에 도달했던 자들. 주덱스는 검, 토스카는 마력. 그리고 백금룡은 정령. 하지만 영령지배자라는 이름과 달리 백금룡은 모든 정령을 지배한 것은 아니지.”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우리가 말했던 위대한 마법. 검과 마법 그리고 정령의 힘을 모두 썼다는 주덱스도 두아트의 힘을 가졌을 뿐이지.]“맞아. 그리고 백금룡은 라시스의 힘을 수호하는 자였지. 2대 광야는 본디 하나이며 하나가 아닌 힘이기에 율라는 그 두 힘을 서로 나뉘어 블레이더에게 주었다.”
알테만은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때에도 백금룡은 율라에게 신임을 받았던 모양이로군. 가장 위험한 힘을 그에게 맡긴 것을 봐서는.]“글쎄. 그게 믿음인지 시험인지는 모르지.”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확실히 빛의 정령왕인 라시스의 힘은 신과 같은 속성으로 신에 필적한 힘을 가졌으나 그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 신의 힘은 그것만으로 완성된다면 그녀가 정령과 다를 바 없는 것일 테니까.]“정령은 세계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균열 속에서 태어난 존재. 가장 신에 가까운 힘을 가졌으나 그 힘은 마치 분리된 신의 힘과 같지.”
정령왕들의 속성과 마법의 속성이 같은 이유 역시 그 때문일지 모른다. 그 모든 것이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분류였으니까.
“그렇기에 정령의 어둠이 두아트라면 신의 어둠은…….”
“타락(墮落).”
알테만은 케이 로스차일드의 말에 숨을 고르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군……. 우리는 착각하고 있었어. 백금룡의 레어에서 찾았던 라시스의 흔적은 그의 봉인이 풀렸던 것이 아니라 애초에 처음부터 백금룡이 가지고 있었던 거니까.]알른은 문뜩 백금룡의 심장 속에 라시스가 봉인되어 있다는 비밀을 어째서 데릴 하리안이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놈의 실체를 알아야 하는 것은 이후의 과제로 남겠어…….]그는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알테만을 바라봤다.
[백금룡이 실험했던 가능성이란 빛이 아니라 어둠이란 말이로군. 두아트와 타락. 그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준비했던 건가?]“맞아. 닐 블랑이라는 객체를 통해 두아트와 계약을 하고자 했고 라엘을 통해 신의 힘과 함께 역시 확실한 타락이었으니…….”
[하나 그야말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로군.]알른은 알테만의 말에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앞을 바라봤다.
[자신의 계획이 오히려 카릴에게 두 힘을 얻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야. 이제 카릴이 오직 신만이 가질 수 있는 두 속성을 모두 가졌으니 놈이 그토록 원했던 영역에 누구보다 먼저 발을 들여놓게 되었군.]“그 말은 그가 이제 신의 영역에…….”
“주군…….”
그의 말에 케이를 비롯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카릴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전율을 느끼는 그들과 달리 알테만은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중요한.”
* * *
“나르 디 마우그.”
카릴은 고개를 들어 백금룡을 바라봤다. 뚫린 심장 속은 어느새 시커먼 연기로 채워져 있었고 그의 전신에는 지독한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꼴은 그야말로 타락과 다르지 않군.”
신체의 반이 이미 잠식당한 그는 더 이상 드래곤이라 칭하기에도 어려운 모습이었다.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과연 그가 살아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으니까.
“볼품없군. 드래곤의 명예는 어디로 갔지? 네가 추구했던 신의 영역은 그런 것이 아닐 텐데.”
[크르르르르…….]그저 죽음을 거부하는 어긋난 자세. 이성을 버리고 본능만을 붙잡고 있는 그는 그저 한낱 괴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콰아아아앙—!!!
카릴을 향해 나르 디 마우그가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그가 드래곤의 형상으로 다시 몸을 바꾸자 마치 사령술로 부활한 본 드래곤처럼 그의 한쪽 날개는 뼈밖에 남지 않았고 어깨와 다리는 너덜너덜한 살점 안쪽으로 검은 타락의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스캉!! 카가가가가……!!!!
나르 디 마우그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붉은 살점들이 사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살덩이들 안에는 타락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와 고약한 악취가 풍겼다.
[지독하군. 거리를 벌리는 게 좋겠어. 이 정도로 독한 기운이라니……. 인간은 닿는 것만으로도 녹아 버릴 수 있다.]마엘이 나르 디 마우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까지 변해버리다니. 정말 타락이라는 이름이 딱 맞는 몰골이로군.]저벅- 저벅- 저벅-
그때였다.
카릴은 오히려 사방으로 떨어지는 타락의 독기 속으로 서슴없이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걱정 마. 내게 통하지 않으니.”
치이이이익……!!!
카릴의 말대로 놀랍게도 순식간에 대지를 죽여 버리던 백금룡의 독기는 그에게 닿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카릴의 주위에서 독기들은 바스라지듯 사라졌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마엘은 자신도 모르게 기가 막힌다는 듯 입을 다물고 말았다.
마치 날개처럼 카릴의 등 뒤로 두아트와 라시스의 형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 * *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그게 뭐지?]자르카 호치가 알테만에게 물었다.
“어째서 나르 디 마우그가 복잡하게 두아트와 타락 두 개의 힘을 모두 노렸겠어.”
[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함이겠지. 라엘을 황급히 죽인 것도 비슷한 이유일 테고.]알른은 그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이제 나르 디 마우그가 타락의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신이 알게 되겠지. 모든 게 틀어졌어. 카릴은 그 전에 그를 죽였어야 해. 신이 이 사실을 알기 전에 말이야.”
알테만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른. 당신은 카릴과 정신이 이어져 있지? 그에게 전해주게. 우리는 카릴의 힘을 숨겨야 할 것이야. 그를 지키지 못한다면 신화 시대에 일어났던 블레이더들과 같은 미래를 겪게 되겠지.”그가 황급히 타투르에서 황도로 달려온 이유도 어쩌면 이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필요 없다.]하지만 그의 말에 알른은 오히려 냉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백금룡, 놈이 실패한 이유를 말해줄까?]“……?”
[숨기려고 했기 때문이다.]알테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율라(Yula). 그녀는 전지전능한 신이다. 이 세계를 만들었다고 했지? 그런 존재가 대륙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를 거라고 보나?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냐.]알른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지. 어쩌면 지금껏 백금룡을 그냥 신이 놔둔 것은 그가 애초에 실패할 것임을 알아서일지도 모르지.]“…….”
[우리들은 놀아난 거야. 장난감이 발버둥 치고 있는 꼴을 신은 그저 즐기며 내려다보고 있었을 뿐.]그의 말에 모두가 창백한 얼굴로 알른의 손가락을 바라볼 뿐이었다.
[최초의 블레이더들의 반란이었던 신령대전이 실패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모두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백금룡에게 배신의 유혹이란 손도 내밀 수 있었던 것이겠지.]“애초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반란이라는 의미인가…….”
알테만은 그의 말에 얼굴을 굳히면서 말했다.
[그러니 숨기지 않으면 된다.]“……뭐?”
[적의는 내비치고 살의는 적을 향하면 될 뿐. 숨길 필요도 뒷공작을 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감추지 않을 거면 고민할 필요도 없지.]“너는 신이 두렵지 않다는 말인가…….”
알른은 피식 웃었다.
[아니, 난 두렵다. 고작 백금룡 따위에게도 죽은 몸이니까. 근데 그는 아냐. 그런 마음으로 온 녀석이니까.]알른은 굳이 ‘시간을 거슬러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가 알테만에게 한 이야기를 되짚어 본다면 카릴의 입장이야말로 소름이 끼치도록 두려운 것이었으니까.
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 전제 조건이 확실하다면 카릴이 파렐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온 것부터 이미 율라는 알고 있었고 나르 디 마우그와 마찬가지로 그의 행보를 방관했다는 것은 카릴이 실패할 것임을 자신하기 때문일 테니까.
[…….]그는 카릴을 가리켰다.
[봐라. 우리가 마지막 적이라고 생각했던 백금룡도 그에게는 자신을 성장시킬 관문이라 여기니……. 그의 눈은 이미 그 너머를 보고 있다.]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 공포를 처음부터 짊어지고 카릴은 끝내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러니 우리가 어찌 포기할 수 있겠어.]* * *
우우우웅……!!
카릴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 있던 두아트와 라시스가 마치 융합하듯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마엘. 모습을 드러내.”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 잠들어 있던 푸른 뱀이 나타나더니 하늘을 향해 커다란 입을 벌렸다.
2대 광야의 힘이 응축된 구슬을 집어삼키자 푸른 뱀은 그대로 폴세티아 안으로 흡수되었다.
스르릉-
마치 검집에서 검을 뽑듯 펼쳐진 폴세티아의 페이지 속에서 카릴은 다시 한번 검을 뽑았다.
“한 번 더 해보자. 그는 좋은 연습 상대니까.”
[클클……. 천하의 백금룡을 고작 훈련장의 허수아비 취급이로군.]“뭐 어때. 아직 ‘그것’이 손에 닿지는 않았어.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시험해 볼 수 있을 거야.”
카릴은 고개를 들었다.
“지금껏 네가 인간에게 그러했듯이 이번엔 네가 제물이 되어 줘야겠다. 나르 디 마우그.”
그는 검을 잡았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적 속에서 모두가 카릴의 검 끝을 바라봤다.
[검의 여섯 번째 자세.]알른의 목소리가 떨렸다.
“여섯 번째……?”
조금 전 두 사람의 격돌을 보지 못했던 알테만은 그에게 되물었다.
[알테만, 이 자리에 있는 것을 감사히 여겨라. 백금룡의 최후를 볼 수 있다는 사소한 일 따위 아냐.]알른은 조금 전 느꼈던 그 이질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말했다.
[검사로서 축복받은 자리가 될 것이다. 마법의 상징인 폴세티아를 얻고 정령의 위업인 2대 광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카릴은 이제 마지막 최초의 블레이더가 이룬 검의 영역마저 뛰어넘을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