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8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83화(383/497)
236. 종결전(終結戰) (14)
카릴은 눈을 감았다.
타락에 휩쓸린 나르 디 마우그가 자신을 덮쳐 오는 위험한 상황에서 여유를 부리는 것은 아니었다.
“……후.”
그는 숨을 토해냈다.
두아트와 라시스의 힘이 뒤엉키자 몸 안에 혈맥 속을 움직이는 혈류들이 때로는 미친 듯이 뜨겁게 때로는 몸서리칠 정도로 차갑게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쿵…… 쾅! 쿵…… 쾅!!
심장 박동이 급격하게 빨라졌다.
몸 안에서 뭔가 휘몰아치는 것 같던 기운들이 빠르게 마력혈 안쪽으로 모이더니 오히려 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빛과 어둠.
상극의 힘을 하나로 응축하는 순간 카릴은 눈을 뜨며 폴세티아의 검을 그었다.
서걱-
그의 검은 단순했다.
소리마저 그 표현에 보태듯 조용했다.
검에 대하여 문외한이라면 그냥 초보자가 휘두르는 것같이 보일지 몰랐다. 아니,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서 있는 것으로 봤을지 모른다.
처음 신력을 얻었을 때 닿을 듯하면서도 닿지 못했던 감각을 처음 느꼈다. 그 이후 폴세티아의 마력을 얻고 그 감각의 단서를 찾았으며 이제 2대 광야로부터 문을 열게 되었다.
검의 6번째 자세-경계 베기(境界絶).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카릴은 자신을 덮쳐 오던 백금룡의 모습이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사진을 찢는 것처럼 눈앞에 있는 나르 디 마우그의 모습을 카릴은 공간째 사선으로 베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놀랍게도 멈춰 있던 백금룡의 목덜미에 사선으로 그어진 붉은 실선이 어깨까지 이어졌고 굳었던 시간이 순간 풀리는 것같이 눈앞에 있던 백금룡이 쏟아지듯 카릴을 지나치며 바닥에 꼬꾸라졌다.
[크륵……!! 크르르륵!!!]나르 디 마우그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었다.
[공간 자체를 벤다라……. 실로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겠군. 아니, 처음에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은 너조차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겠지.]알른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니까.]카릴은 그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안 돼!!”
그때였다.
케이 로스차일드가 카릴의 일격에 잘려나간 백금룡의 발톱이 튕겨져 나가며 쓰러진 지그라를 향해 가는 걸 보며 소리쳤다.
지그라는 몸을 피하려 했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백금룡의 날카로운 발톱이 그를 찍어 누르려는 듯 떨어졌다.
콰직……!!
지그라는 얼굴을 가리며 쓰러졌다.
그때였다.
“……!!”
모두가 놀랄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씨발…….”
유린 휴가르는 백금룡의 발톱을 대신 막아서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무슨 생각이지?”
지그라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도 모르겠다. 뭐가 뭔지 뭐가 진실이고 뭐가 정의인지. 내가 왜 이딴 짓을 한 것인지도.”
“그게 무슨 말이지?”
그는 마치 쌓아 놓았던 짜증을 폭발시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리쳤다.
“나는 이제 누구를 따라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단 말이다. 내 손으로 이민족을 구하다니……. 클클…… 나도 미친 노릇이지.”
교단의 사제들 중 유일하게 카릴의 힘을 두 눈으로 목도했던 그였다.
“믿었던 주교는 죽었는데……. 그 주교가 백금룡의 수하였다는 것도 모자라 타락을 몸속에 가두고 있었다고? 그럼 내가 믿었던 교단은 뭐지? 나는 뭘 위해……!!”
“유린 휴가르.”
바닥에 쓰러진 백금룡을 바라보며 카릴은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게 뭐가 중요하지? 너는 교단의 사제이지만 선황의 편에 서기도 했잖아. 이제 와서 명예를 말하는 건가? 그건 마치 드래곤의 명예를 말하던 놈이 지금 저 꼴이 된 것과 똑같은걸.”
“나는……. 사제다.”
그는 카릴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마치 속죄를 하듯 내뱉었다. 백금룡의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복부를 관통해 그의 로브에 붉은 피가 흥건하게 묻어 나오고 있었다.
“제국이든 교단이든 힘 있는 자가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하지만 타락 따위가……. 이 세계를 더럽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단 말이다.”
“힘 있는 자가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이치에 맞다? 확실히 광인이란 별명을 가진 자가 할 말이긴 하군.”
스캉-!!!!
카릴은 유린의 복부에 관통한 발톱을 검으로 잘라 냈다.
“그 말에 동의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인간의 세계는 인간의 의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맞지.”
“컥……!! 커어억!!!!”
그러고는 그대로 망설임 없이 뽑아 버리자 유린에게서 비명과 함께 허리에서 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엄살 피우지 마. 이 정도로 죽지 않으니까. 사제니 혼자서 치유할 수 있겠지?”
“미친…….”
유린은 자신의 옆구리를 움켜쥐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힘 있는 자가 세상을 다스려도 된다는 네 말은 곧 힘 있는 자에게 굴복하겠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겠지. 너만큼 확고한 기준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 교단을 다스릴 말도 필요하니까.”
“뭐?”
“이제 힘의 균형은 바뀌었다. 제국이 아닌 내게로. 그러니 잘 봐라. 힘이 있는 자란 어떤 것인지.”
유린은 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다른 이들이 그런 말을 했다면 그저 허세라 생각하며 바로 메이스를 휘둘러 버렸겠지만 누구보다 카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그는 카릴이 이제 무엇을 행할지 상상이 가는 듯싶었다.
“어느 쪽에 서야 할지는 네가 알아서 판단해.”
스아아아악……!!
그때였다.
카릴이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백금룡의 거대한 발톱이 조금 전 그가 있었던 곳을 날카롭게 그었다. 하지만 이미 카릴은 그 자리를 벗어난 후였고 허공을 가른 나르 디 마우그는 자신의 속도를 이기지 못한 듯 그대로 바닥을 긁으며 미끄러졌다.
[크아아아아!!]나르 디 마우그는 머리를 흔들며 부서진 잔해들을 거칠게 털어 냈다.
턱-
그 순간 카릴은 나르 디 마우그의 뒷덜미에 올라타고서 한쪽 다리를 그의 뒤통수에 얹었다.
“흡!!”
그러고는 그대로 이마에 검을 박아 머리를 뒤로 젖혔다.
우드득……!!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백금룡의 얼굴이 뒤로 홱! 하고 젖혀졌다.
[컥!! 크크크크컥!!!]“나르 디 마우그. 타락에 썩어 가는 놈 주제에 아직도 살아 있는 척하는 거냐. 고통을 느끼는 것은 생자(生者)의 특권이자 약점이지. 네놈은 그냥 소멸만이 남았을 뿐.”
[네…… 네놈……!!]“타락과 두아트. 신이 두려운 나머지 신과 정령의 양면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지를 남겨둔 것이 너의 실수다.”
나르 디 마우그는 부러질 듯 꺾인 목을 가까스로 앞으로 당기면서 카릴을 향해 소리쳤다.
“신과 정령은 명백히 다른 존재인데 빛의 이면은 정령의 힘으로 어둠의 이면은 신의 힘으로 채운 네놈은 몸 안에서 신과 정령의 힘이 뒤엉켜 이도 저도 아닌 괴물로 전락해 버렸을 뿐이야.”
[크……!! 크아아아!!!]전생에 나르 디 마우그는 타락의 힘을 쓰게 되면 자신의 육체가 망가질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 힘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생과 다르게 자신의 생명에 위협이 가하게 된 지금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육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타락의 힘을 쓰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독이 되어버렸지. 지금껏 존재하지 않은 가장 최악의 마물이 되어버렸으니.’
카릴은 나르 디 마우그의 목을 바라봤다.
비록 타락에 물들어 괴물이 되어버리긴 했으나 드래곤으로서의 약점은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그의 목 아래에 거꾸로 돋아나 있는 비늘 하나.
역린(逆鱗).
그 안쪽을 베어 버리면 드래곤의 목숨은 이제 끝날 것이다.
‘올리번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빠르게 죽여 주는 것만이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자비겠지.’
인간을 도구로 생각하고 자신의 실험을 위해서 이용한 것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었으나 어쨌든 나르 디 마우그는 자신에게 기회를 준 자였으니까.
“네놈을 죽일 기회를.”
카릴의 목소리가 싸늘한 비수처럼 나르 디 마우그의 텅 빈 심장에 박히듯 들렸다.
“피하시죠.”
“……괜찮습니다.”
지그라가 부상자들을 옮기고 난 다음 마지막으로 유린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흘린 피는 어느새 지혈이 되어 딱딱하게 굳은 핏덩이만이 로브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락한 주교의 아래에 있던 그들이었지만 여전히 사제의 신성력은 유지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유린 휴가르는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싸움의 결과를 자신의 두 눈으로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이걸.”
지그라는 그의 품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말린 풀잎은 이민족들이 쓰는 약초였다.
“…….”
유린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 움큼 쥐어서 입안에 욱여넣고는 씹었다.
“웁……!!”
확 몰려오는 쓴 내에 유린은 헛구역질을 했지만 마치 기백으로 참는 것처럼 간신히 그것을 삼켰다. 과거였다면 제국인으로서 거들떠보지도 않을 미천한 이민족의 방식이었을 텐데도 유린은 거절하지 않았다.
치료는 회복 마법으로도 충분했으니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지그라는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짓궂은 행동이었으니까.
아이러니하지만 제국인인 유린과 이민족인 그가 이런 상황 덕분에 한 발자국 서로 가까워졌음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앙—!!!
지그라와 유린은 굉음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고개를 돌렸을 때 소리가 난 곳엔 굉음의 주인공들은 없었다.
콰쾅!!
콰콰콰콰콰콰!!!
소리마저 뛰어넘는 속도에 두 사람은 카릴과 나르 디 마우그의 위치를 찾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듯 여기저기를 살피며 그들을 찾으려 애썼다.
“저기……!!”
지그라가 황급히 상공을 가리켰다.
흐릿한 잔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그 다음엔 폭음이 뒤를 이었고 폭음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불꽃이 터졌다.
[크윽……!!]어깨, 다리, 가슴, 머리까지.
백금룡의 몸뚱어리는 거칠게 휘청거렸고 카릴의 검이 지나갈 때마다 그의 뼈와 살점이 부서졌다.
[크아아아아!!!]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나르 디 마우그는 반쯤 부서진 발톱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보잘것없군. 승부는 이미 난 것을.]알른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끝이군.]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카릴의 검이 움직였다.
“……네게 감사한다.”
자신을 한 단계 더 높은 영역으로 발돋움시켜준 그에게 카릴은 마지막 최선을 다해 검을 그었다.
피할 수 없다.
나르 디 마우그는 직감했다.
유려한 검술은 느리게 보이면서도 빨랐으며 인지를 하고 있으면서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신화 시대부터 살아왔던 그조차도 이러한 검술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서걱-
검의 궤도는 마치 육중한 나르 디 마우그의 살점을 베지 않은 것처럼 아무런 방해 없이 깨끗하게 반월의 곡선을 그리며 이어졌다.
쩌적…….
하지만 그 순간 백금룡의 정수리에서부터 이마를 타고 정확하게 한 줄의 선이 그어졌다.
[크오오오오오오……!!!!]고통에 찬 비명.
머리에서부터 배까지 이어진 검날의 흔적을 따라 마치 진득한 액체가 흘러나오듯 타락의 기운이 흘러내리며 백금룡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 것 같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전신이 비명을 질렀다. 잘린 손목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드래곤의 형상을 더 이상 유지 못 하고 인간의 모습이 되었을 때 이미 카릴의 검으로 인해 그의 허리가 반 토막이 나 버린 상태였으니까.
하반신 아래로는 다리가 보이지 않았고 피와 타락의 잔재가 섞여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픔을 삼키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네 승리다.”
마치 죽음을 두려워했던 자신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는 듯했다.
“제국의 기사들은 살려둬라. 너에게 쓸모가 있을 테니까. 특히 카딘 루에르. 저자는 아직도 성장할 기회가 있다. 그리고 크웰 맥거번……. 그에게 네 검술을 가르쳐 주길 바란다. 그 역시 내가 봐온 인간 중에 여전히 성장할 기회가 있는 자이니까. 황금룡 토스카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그 가능성에 나 역시 그에게 내 용마력을 나누어 주었으니까.”
마치,
유서를 남기듯이 그가 카릴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진정한 권좌에 오른 것일 테니. 그때가 도래했을 때 쓸 만한 인재는 언제나 부족한 법이니까.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길 바란다.”
“미친놈.”
하지만 카릴은 그의 말에 차갑게 웃었다.
“인간의 가능성을 살피는 버릇은 여전하군. 죽어가는 마당에서까지 그딴 말을 하다니 말이야. 할 말이 고작 그건가? 이제 와서 착한 척하지 마.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한다.”
“……뭐?”
“너에 대해 말하란 말이다. 다른 이의 이야기가 아닌 너 본연에 대한 것. 죽기 전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릴은 나르 디 마우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주지.”
그 한마디에 마치 맥이 풀린 것 마냥 나르 디 마우그는 옅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쩌면 목적은 너와 같았을지 모르지. 하지만 세계가 선택한 건 결국 내가 아니었나 보군. 그것뿐. 패자가 할 말은 없겠지.”
카릴은 그 말로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어쩌면 이런 미래도 전생의 그는 예상하고 있었을까? 자신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된다면 카릴이 그를 죽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삶의 목표를 위해 자신을 과거로 돌려보낸 것이 그의 마지막 도박이었을 테니까.
설령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가 해온 악행들이 정당화될 수 없으며 무엇이 되었든 모든 행동에 있어서 자신이 행한 업에 대한 대가는 스스로가 짊어져야 하는 법이었으니까.
“죽여라.”
나르 디 마우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방법은 잘못되었더라도 신에게 반기를 든 의지만큼은 옳았다. 하지만 이제 와 굳이 그런 답지 않은 위로는 하지 않았다.
뜻이 같다 한들 모두가 정의가 될 수는 없으니까.
“나는 정의가 아니다.”
그것은 카릴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촤아악—!!
망설임 없이 카릴의 검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그러니 승자가 되겠다.”
나르 디 마우그의 목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그의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적막이 흘렀다.
시체 위에 서 있는 카릴의 머리 위로 떠오른 태양 빛이 내렸다.
패배의 직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고 분노하는 자도 있었으며 의외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도 있었다.
“모두에게 고하라.”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살피는 것이 아니었다.
위에 선다는 것은 그보다 더 큰 미래를 알리는 자가 되야 하니까.
그리고 그 미래를 알리기 위해서는 현실을 말해야 하는 법. 지금 그들이 기억해야 할 하나의 진실은,
“우리가 승리하였다.”
카릴은 검을 쥔 손잡이에 힘을 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적진 속에서 승리의 함성은 없었다. 매캐한 연기와 뜨거운 열기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깊은숨을 토해냈다.
그때였다.
쿵-
지면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
그 소리에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쿵……!
쿵-!! 쿠웅-!
첫 울림을 시작으로 수십, 수백의 제국 기사들이 무릎을 꿇고서 카릴을 향해 검을 거꾸로 들어 올렸다.
새로운 왕을 맞이하기 위하여.
비록 승리의 함성은 없었으나 패배의 인정은 있었다. 카릴은 그들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