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8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84화(384/497)
237. 패배자가 해야 할 일
“몰아붙여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티렌은 무너질 듯 흔들리는 타투르의 정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흡……!!”
적과 아군이 뒤엉킨 전장 속에서 질주하듯 달리는 말 한 마리가 있었다. 자유군의 병사들은 그 앞에 추풍낙엽처럼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가라.”
나인 다르혼이 전방에서 일어나는 불손한 움직임에 지팡이를 들어 그곳을 가리키자 그의 주변에 있던 슬레이브들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콰직……!
콰가가각……!!!
그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사의 병사들은 언데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렵한 몸동작으로 제국군을 베어 넘겼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신의 병사들을 바라보는 나인 다르혼의 얼굴이 구겨졌다.
퍽-!! 우드득-!!
뼈가 부서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질주하던 말을 향해 뛰어들었던 슬레이브들의 목이 그대로 부러지고 잘려 나갔다.
“머리를 베어라! 언데드 사냥법과 다르지 않다! 청기사단은 선두에서 놈들을 막고 병사들은 불을 놓아 남은 시체를 태워라!”
히이이이잉……!!
검에 잘린 슬레이브의 머리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굽으로 으깨버리며 소리치는 기사를 보며 나인 다르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명회 놈들도 꼼짝하지 못한 내 병사들을 완력으로 부숴버려……? 괴물이로군.”
거침없이 슬레이브들을 베어 넘기고서 다시금 말을 몰기 시작한 기사, 크웰 맥거번은 있는 힘껏 율스턴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그러자 이번에는 디곤의 병사들이 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커다란 방패를 들어 올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건장한 전사 세 명이서 들고 있는 대마법용 방패가 그대로 반으로 갈렸다.
“컥……!!”
방패만이 아니라 그 뒤에 서 있던 병사들마저 날카로운 검상과 함께 쓰러졌다.
“백금룡이 떠나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오히려 그 반대군요. 차라리 드래곤이라면 처음부터 강함을 인지하고 싸웠겠지만 같은 인간끼리 이 정도의 차이라니. 소드 마스터라 하더라도 급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네요.”
앤섬 하워드는 크웰의 강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고개를 저었다.
“계획은?”
두샬라는 그런 그를 향해 물었다.
“차질 없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그 강함마저 상정 안에 있는 것인 듯 앤섬은 질주하는 크웰을 바라보며 말했다.
“으아아아아아!!”
크웰이 율스턴이 뿜어내는 마나 블레이드를 있는 힘껏 내려쳤다.
그러자 잠겨 있던 고리가 부서지며 문짝째로 성문이 뒤로 날아갔다. 그 뒤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마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지듯 넘어졌다.
“성문이 열렸다!!!”
“모두 크웰 경의 뒤를 따르라!!”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정말 괴물이로군.”
밀리아나는 성벽 아래에서 내려와 날아가는 병사들의 뒷덜미를 잡아 내리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너희를 수호하던 백금룡은 떠났고 크루아흐의 구출도 실패했지. 대륙제일검? 개인의 역량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결국 너는 그 수준까지야.”
그녀는 애검인 아크와 게일을 뽑아 들며 크웰을 향해 막아섰다.
“혼자서 판을 뒤집을 만큼 대단치 않다는 말이지!!”
카앙!!
캉! 캉!! 카아앙!!
몰아치는 검격 속에서 크웰이 그녀를 바라봤다.
“……!!”
하지만 그 시선도 잠시 그는 더 이상 밀리아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퍼억-!!!
크웰은 밀리아나의 복부를 있는 힘껏 발로 찼다.
그녀의 허리가 기역 자로 꺾이면서 헉! 하는 신음과 함께 벽으로 주르륵 밀려 나갔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밀리아나의 몸이 무너진 타투르의 벽에 처박혔다.
“멈춰!!!”
그 순간 세리카 로렌의 얼음창과 미하일의 바람 칼날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흐아아아아!!!”
세리카의 날카로운 창이 변칙적인 궤도로 크웰의 급소를 노렸다.
“흑참(黑斬)?”
낯익은 창법에 크웰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카앙……!!
크웰이 검을 틀어 그녀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검날을 사선으로 돌려 원을 그리듯 창날을 내리눌렀다. 그러자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세리카의 몸이 창과 함께 위로 떠올랐다.
“……!!!”
미하일의 중첩된 바람 칼날이 크웰을 노리며 날아가는 순간 크웰은 기다렸다는 듯 검날을 튕기며 창에 붙들려 있는 세리카의 몸을 날아오는 마법을 향해 방패처럼 치켜세웠다.
“큭!!”
바람 칼날이 세리카의 목에 닿기 바로 직전 미하일은 황급히 마력을 집중했던 손을 위로 치켜세웠다.
솨아아아악……!!
그러자 굉음과도 같은 바람 소리와 함께 바람 칼날이 가까스로 방향을 틀며 상공으로 솟구치며 흩어졌다.
“쿨럭……!!”
그 반발력으로 피를 토하는 입을 막은 미하일의 손등에 핏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카이에 에시르와 같은 마법이라……. 베르치 블라노 님께서 하신 말씀이 맞군요. 다른 의미에서 당신도 재능이 있는 자겠지.”
크웰의 뒤를 따르던 세르가가 두 사람을 지나며 빠르게 타투르 성안으로 들어갔다.
즈아아아앙……!!
콰강!!
그가 주문을 외우자 타투르에 형성되어 있던 보호막이 마치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하지만 그건 태생의 축복일 뿐이지 노력의 보상이라곤 할 수 없다. 그러니 단순한 마법밖에 쓸 수 없는 것이겠지.”
그가 수인을 맺자 미하일의 두 팔과 다리에 빛나는 끈이 나타나 그를 포박했다.
“크윽?!”
미하일은 황급히 그의 마법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단단히 묶인 마법의 끈은 더욱더 그를 강하게 조여 올 뿐이었다.
“카릴. 그자만 없으면 너희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지. 타투르는 이제 끝이다.”
세르가는 마치 더러운 벌레를 보는 것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미하일을 훑으며 지나갔다.
“지금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미하일은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촤아아악……!!
그러자 세르가의 발밑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검은 줄기들이 튀어나오더니 그의 몸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그는 자신이 마법 함정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서 애송이가 나대? 나를 두고 마법을 논하다니. 1000년은 멀었다.”
“나인 다르혼…….”
세르가는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미하일. 네놈은 혼이 나야겠군. 저기 늙은 톰슨보다 못하다니. 도대체 여명회에서 뭘 배운 거냐?”
톰슨과 울카스 길드의 마법사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가리키며 나인 다르혼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아직도 네놈에게는 결의가 부족한 모양이로군.”
“크윽……!! 감히!!”
바닥에 눌린 듯 엎어진 세르가가 그를 향해 으르렁거리듯 소리쳤다.
퍼억-!
그때였다.
엎어져 있던 세르가의 뒤통수를 밀리아나가 지그시 밟자 그의 얼굴이 바닥에 짓눌렸다.
“아씨.”
“웁……! 우웁……!!”
세르가는 일어나기 위해 바둥거렸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밀리아나는 더욱더 그의 머리를 밟아 비틀었다.
그는 안간힘을 썼지만 육중한 뭔가에 짓누르는 것처럼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단순히 완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무슨 마력이……!!’
그는 고통보다 오히려 당황스러운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7클래스의 반열에 올라 대마법사라 칭해지는 자신이 마력에 압사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콰직-!!
그녀는 들고 있던 두 자루의 검 중에 하나를 있는 힘껏 던졌다.
스아아아아앙—!!!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쏘아진 검이 크웰과 세리카의 중간을 가로지르며 벽에 박혔다.
“…….”
바닥에 쓰러진 세리카를 찌르려던 크웰이 검을 거두며 고개를 돌렸다.
“다들 빠져.”
밀리아나는 세르가를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고 미하일과 쓰러져 있는 세리카를 향해 쯧-! 하고 혀를 찼다.
“세리카. 너 역시 마찬가지다. 너희 둘은 전쟁이 끝나면 제대로 가르쳐 주지. 물러서는…….”
그러고는 문 앞에 서 있는 크웰을 바라봤다.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텐데? 내 눈엔 이 아이들과 네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만약 다시 덤빈다면 이번에는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도록 해주지.”
“웃기시네.”
밀리아나는 그의 말에 대답했다.
“피가 섞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신이 카릴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손에 사정을 둔 것뿐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우드득-
그녀의 팔이 드래곤인 양 비늘이 돋아났다.
“컥……!! 커억!!”
밟고 있던 세르가의 목을 움켜쥐고서 그녀가 크웰에게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이놈과 다르지 않았을 거야.”
콰아아앙—!!!
밀리아나는 신경질적으로 세르가를 집어 던지고서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잘 봐라. 이제 해가 뜨고 있다.”
“……뭐?”
크웰 맥거번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하루가 지났다는 말이지. 너희들의 패배다.”
“헛소리.”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성문이 파괴되었고 제국군이 진격해 오고 있다. 너희들이 아무리 용을 쓴다 한들 이제 더 이상 타투르는 제국군을 막을 수 없을 터!”
크웰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제국의 승리를 이루겠다.”
“과연 그럴까?”
그때였다.
진격을 해야 할 제국군들의 움직임이 뭔가 이상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저 멀리 본진에서의 움직임이 어쩐지 부산스러웠고 착 가라앉은 기운에 크웰은 오랜 전장의 경험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음을 직감했다.
“후방에선 이미 알았나 보군. 지금쯤이면 카릴이 황도를 빼앗았겠지.”
“헛소리. ……네가 어떻게 장담하지?”
“내가 따르는 왕이니까.”
“……뭐?”
“당신은 그 정도의 확신도 없나? 그렇겠지. 너의 왕은 지켜야 할 유약한 존재일지 모르나 나의 왕은 다르거든.”
크웰은 그녀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 * *
“그게……. 그게 무슨!! 폐하께서……. 승하하셨다고? 어디서 말 같잖은 소리를 해대는 것이냐!!”
티렌은 갑작스러운 보고에 통신을 담당하던 마법사의 멱살을 쥐고서 소리쳤다.
“하, 하오나……! 지금 황도에서……!! 쿨럭!!”
“닥쳐!!”
그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사령관님. 하나 정말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이제 곧 타투르가 무너진다. 이런 상황에서 철수를 명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럼 어찌해야…….”
티렌은 부관의 물음에 손톱을 깨물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따각- 따각- 거리는 손톱이 부러지는 소리만이 막사 속 정적 속에서 들렸다.
“아직 황도의 소식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대로 타투르를 밀어 승리를 한다면……. 제국군을 정비해서 황도로 진격하면 승산이 있어.”
“……예?”
부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제 고작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 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 후속 부대의 물자가 도착하면 싸울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해.”
“그건 아닐걸.”
그때였다.
“오랜만이군.”
“……!!!!”
티렌은 막사의 문을 열고 너무나도 태연하게 들어 오는 카릴의 모습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물자들은 모두 먹을 수 없을 거다. 캄마가 이미 손을 써뒀더군. 뒷골목의 거지들만이 쓰는 독이 있지. 인분과 말의 피를 섞어서 말린 가루에 그가 가진 용액을 섞은 걸 음식에 뿌리면 먹는 순간 복통이 일어나거든. 물자를 싣고 오던 후속부대에 연락이 없을걸? 모두 쓰러져 비실대고 있으니까.”
“그, 그게…….”
부관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확인해 봐도 좋다. 뭐, 내가 직접 보고 온 것이니 틀리지 않을 테지만.”
“사령관님. 무, 물자가 없으면…….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합니다.”
그는 고개를 떨궜다.
“……저희들의 패배입니다.”
티렌은 그의 말에 부관의 허리에 있는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입 다물어. 전장에서 싸우는 병사들이 아직 있는데 패배를 말해?”
“의외인걸. 너는 현실주의자이지 충성스러운 이상론자가 아니지 않아? 이미 판이 변했다는 것을 알 텐데.”
“황도에 있을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
“보고를 받은 대로. 황도는 이미 나로 인해 몰락하였고 그들은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
“믿을 수 없어!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황도를 무너뜨리고 다시 돌아왔다고? 이동마법진을 써도 불가능한 거리다. 그런데 황도까지 공략했다고? 네 녀석이 하는 말은 필시 거짓일 터……!”
“과연. 이 상황에서도 의심하고 의심해서 안전을 꾀하려 하다니. 내가 기대하는 너의 모습 그대로군.”
“……뭐?”
“네 말대로야. 7클래스 대마법사라 하더라도 대륙을 관통하는 이동 마법은 불가능하지. 하지만 그건 결국 인간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수준을 말하는 것일 뿐.”
“……꼭 네가 그 영역을 뛰어 넘은 것처럼 말하는군.”
티렌의 말에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스아아아악……!!
그때였다.
티렌은 차갑게 뺨은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정신이 번뜩 드는 기분이었다.
“……!!!”
그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동시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공에서 양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소리쳤다.
“으아아악!!!”
놀랍게도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막사 안이었던 그가 지금 상공에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발 아래에 보이는 부서진 폐허들.
낯이 익은 무너진 건물들 중 티렌은 가장 커다란 폐허가 다름 아닌 황궁의 태양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 여긴……. 설마 황도의 하늘 위라는 말인가?’
카릴은 허우적거리는 티렌의 뒷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그를 가까이 잡아당기며 말했다.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뭐?”
촤르르륵……!!
카릴의 손 위에서 폴세티아가 바람에 나부끼듯 펼쳐졌다.
“나는 드래곤의 영역도 뛰어넘었다.”
“…….”
카릴의 말에 티렌은 떨리는 눈동자로 무너진 황도를 내려다봤다.
“티렌. 네게 임무를 주마. 지금 당장 제국군을 회군시켜 돌아와라. 현실주의자인 너라면 이제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굴릴 때가 왔다는 걸 알겠지. 회군을 하라는 의미가 또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말이야.”
꿀꺽-
그는 대답 대신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내게 반기를 들었던 모든 이들을 네가 모아 내 앞에 무릎 꿇도록 하란 뜻이다.”
카릴은 이제 이 길고 길었던 전쟁의 마지막을 가장 알려야 할 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가 해야 할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두 손으로 패배를 내게 바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