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8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85화(385/497)
238. 섬멸(殲滅)의 서막 (1)
착-!!!
차착—!!!
수백 갑주의 철갑이 부딪히는 소리마저 마치 하나인 것처럼 완벽하게 들렸다.
번뜩이는 창날은 높게 솟아 있었고 가장 선두에 선 기수가 들고 있는 창끝에는 제국을 상징하던 붉은 깃발이 아닌 자유국의 푸른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장관을 이루는 군단의 행렬 속에 황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새로운 왕을 맞이하기 위해 길가 곳곳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멋지군.”
밀리아나는 폐허와 다름없는 부서진 황도를 살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렇군요. 대륙의 패자라고 오만했던 제국의 수도에 이렇게 두 발로 걸어 들어오다니 말이죠.”
카일라 창은 그럼에도 여전히 살짝 긴장한 듯 쭈뼛쭈뼛 그녀의 뒤에 서서 말했다.
“내가 뜻하는 건 그게 아닌데.”
“네?”
“혼자서 이만큼 부숴버리다니…….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 안 그래?”
“아, 네……. 그렇죠.”
“흐음. 내가 용족화를 하면 가능하려나? 그래도 힘들겠지.”
그녀는 마치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기쁜 듯 말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카일라 창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가벼운 농담일 뿐이야. 다들 긴장하지 마라. 우리는 승자다. 그러니 가슴을 펴고 당당히 걸어야 할 의무가 있다.”
전장이든 아니든 언제나 변함없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확실히 남부의 여제라 칭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뒤를 따르는 수많은 병사들은 다름 아닌 타투르에서 항복한 제국군이었기 때문이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이들이 자유군을 압도하는 상황. 이 상황에서 황도에 남아 있는 병력까지 합친다면 그 차이는 컸기에 제국에 발을 들여놓은 자유군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탁-
하지만 성문을 지나 태양홀이 있었던 자리에 도착한 순간 사람들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
“…….”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은 듯 침묵하고 말았다. 밀리아나의 농담은 정말로 농담에 불과할 뿐이었고 그녀가 느꼈던 왕의 품격은 그저 군주의 일면에 불과하다는 걸 느꼈으니까.
뿐만 아니라 그들이 느꼈던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하하.”
밀리아나는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용족화를 시전하여 날뛴다면 황도를 망가뜨릴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아무리 그녀라 할지라도 그들이 눈에 펼쳐진 풍경을 만들어 내지는 못할 것이다.
마치 옥좌에 앉아 있는 것처럼 백금룡의 잘린 머리 위에 돋아난 뿔 위에 앉아 있는 카릴의 모습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위압감을 그들에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승자를 반기는 나팔 소리도 패배의 곡소리도 없었지만 그런 사소한 증명을 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저 모습 하나로 그가 이 황도의 주인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었으니까.
“제왕(帝王)…….”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읊조린 한마디가 모두의 귀에 꽂혔다.
* * *
“할 일이 많아.”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타투르에서 온 자유군들을 맞이했다. 왕좌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의식이나 행사는 없었다.
들려 오는 소리는 그저 부서진 건물들을 수리하는 공사의 소음과 임시로 마련한 저택의 회의실뿐이었다.
“차라리 타투르로 수도를 옮기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앤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전에 이곳을 안정화시켜야겠지. 타투르엔 제국인과 북부의 이민족 그리고 남부의 야만족까지 모두 함께 산다. 그 이상(理想)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의 승리에 따라 이제 이 도시도 모두 바뀌어야 할 것이다.”
카릴의 말에 앤섬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황도에 살던 평민들 중에도 북부와 남부를 싫어하는 자들이 많으니까요. 비록 그들이 귀족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그런 놈이 있으면 내게 데려와. 베어버릴 테니까.”
밀리아나는 앤섬 하워드의 말에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했다.
“성문의 목을 걸 기둥부터 몇 개 더 세워야겠군요.”
앤섬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정에 힘을 써야 할 때인 것은 확실하지. 두샬라. 네가 그를 돕도록 해. 도시를 관리하는 것은 네가 더 뛰어날 테니까. 타투르를 유지해 왔던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 보도록.”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앤섬과 두샬라가 그의 말에 허리를 숙였다.
“또한 티렌 맥거번이 네게 연락이 온다면 그 역시 내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명령이시라면 따르겠습니다만……. 꼭 그를 등용해야 할까요? 외람된 말씀이오나 주군의 형제라는 이유라면 재고해 주시길 바라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카릴은 두 사람의 반발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를 신용하진 않는다. 하지만 제국의 귀족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 그들을 통합하기에 가장 유능한 자가 티렌이기 때문이지.”
“주군께서는 재능만으로 사람을 등용하시는 분은 아니시지 않습니까. 차라리 귀족들의 본보기로 삼아 그에 목을 치십시오.”
앤섬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런 분이셨다면 브랜 가문트를 옥에 가두더라도 살려 두셨을 겁니다. 저는 그가 브랜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 그에게 이겼나?”
“……네?”
“전쟁은 결국 무승부였어. 내가 네게 승리를 가져다준 것이지. 전쟁에서 네가 유능하다면 오히려 나를 대신해서 전쟁에서 승리해서 제국으로 진격했어야지.”
“……송구하옵니다.”
“티렌은 아직 저택에서 근신 중이다. 크웰 맥거번 역시 마찬가지지. 당분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좋지만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네가 더 잘 알 거야.”
카릴의 말에 앤섬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서 홀을 나섰다. 두샬라는 그가 떠난 뒤에 그제야 카릴의 의도를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여전히 짓궂으십니다.”
“내가 왜?”
“아무리 천재라도 라이벌이 없다면 발전할 수 없으니까요. 뭐, 저 둘은 선의의 경쟁자라기보다는 견제하는 적에 가깝겠지만요. 브랜 가문트의 빈자리를 티렌 맥거번으로 채우려고 하는 것이죠? 앤섬 하워드의 성장을 위해서.”
카릴은 그녀의 말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앤섬은 전쟁에 뛰어나지만 내정엔 약해. 게다가 공국 출신이라 귀족들을 회유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 티렌은 그 반대다. 하지만 언제나 배신의 여지를 가진 존재니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앤섬으로서는 티렌을 견제하기 위해서 정치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겠지.”
“주군께서 개입한 이상 그 누구도 주군보다 전쟁을 먼저 끝낼 수 없었을 것이란 건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그로선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을 테니까요.”
“맞아. 앤섬은 자신의 실력을 다시 보이기 위해 방법을 찾겠지.”
“티렌을 그가 직접 데려오길 바라시는군요? 그에게는 꽤나 힘든 시간이 되겠네요.”
두샬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저 역시 앤섬의 생각에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티렌 맥거번……. 그가 저희를 돕는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주군께 충성을 맹세할지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를 부릴지 걱정이네요.”
“나 역시 그를 신용하진 않아. 하지만 때로는 독이 필요할 때도 있다. 우리에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거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은 내려질 신탁과 앞으로 있을 타락과의 전쟁에 대하여 이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조금은 무리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카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병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직접 황도를 친 것은 틀리지 않은 선택이야.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황도의 피해가 크다.’
카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움직였다.
“노움국의 칼립손에게 연통을 보해 모든 노움들을 황도로 불러들여. 전력을 다해서 이곳을 보수하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에이단에게 수안의 행방에 대해서 조사를 명하도록. 두 사람의 소식이 끊어졌다고 했지? 제국과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그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불안한 일이니까.”
두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쿵-!!
그때였다.
“그 건에 대해선 따로 시키지 않아도 된다.”
홀 안으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등장에 카릴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내가 오는 길에 내가 주웠거든.”
건장한 남성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탄력 있는 근육을 가진 여성은 다름 아닌 북부의 잔나비 부족 수장 화린이었다.
“이제 도착했나 보군요.”
“흥.”
그녀의 등장에 밀리아나는 살짝 고개를 꺾으며 화린을 관찰하듯 바라봤다.
뒤를 따라 천둥 일가, 무쇠 일족, 호표 부족, 붉은 달, 늑여우의 수장들의 모습도 보였다.
“승전을 감축드립니다.”
“이제 권좌의 오르는 일만 남으셨군요.”
“드디어……. 제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북부의 명예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 중 천둥 일가의 세 형제들은 하나같이 한쪽 무릎을 꿇고서 기뻐 마지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북부의 명예가 뭐지?”
“……예?”
“너희들이 지켜야 할 명예가 있었더라면 그 전에 찾았어야지. 나는 나를 위해 싸웠을 뿐이다. 나는 북부의 대표가 아닌 자유국의 수장이니까. 내 땅에는 제국도 북부도 남부도 그리고 공국도 없다.”
거침없는 카릴의 말에 천둥 일가의 세 가주들은 얼굴을 붉혔다. 하시르만이 그가 그런 대답을 할 것임을 예상이라도 한 듯 쓴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하하하, 나이가 먹을수록 말을 줄여야 하는 실언을 하지 않는 법인데 말이지. 제대로 한 방 먹었군.”
하지만 반면 화린은 화통하게 웃었다.
그녀만큼은 더 이상 북부와 남부 제국과 공국을 나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대전사시여.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조금 전과는 달리 화린이 군신의 예를 표하듯 손을 모으며 무릎을 꿇자 나머지 북부의 전사들도 그녀를 따라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골드 드래곤 에누마 엘라시는 지시에 따라 현재 이곳으로 이송 중입니다. 대전사께서 백금룡의 심장을 먹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남은 세 마리의 드래곤마저 다스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일이 없을 테니 기대되는 일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치 입맛을 다시듯 살짝 윗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드래곤의 처후는 생각해 둔 것이 있다. 그보다 조금 전 그 말은 무슨 뜻이지? 수안과 이스라필을 만났나? 선혈 동굴에 있을 그들이 어째서 포나인 방어성에 있는 거지?”
“흐음……. 대답을 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나로서도 딱히 해줄 말이 없군.”
보고가 끝나자 화린은 예의 그 모습으로 돌아와 살짝 이마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째서? 네가 그들을 데려왔다면서.”
“포나인 방어성에서 남하하여 제국으로 오는 길에 두 사람을 만난 것은 맞다. 하지만 발견했을 때도 사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제대로 알지 못했거든. 다행히 그들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녀는 엄지를 들어 어깨너머 뒤를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 뒤로 넘어가자 홀 안쪽에는 다름 아닌 비올라가 서 있었다.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북부의 이민족들과 함께 그녀 역시 카릴의 승전보를 듣고 황도로 온 것일 테니까.
“주군을 뵙습니다.”
“잘 돌아왔다. 그래, 방어성을 잘 지켰더군.”
“북부의 도움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공로는 확실하게 치하하겠지만 지금은 필요 없는 격식보다 내가 듣고자 하는 것부터 얘기해 주면 좋겠군.”
“외람되오나 아직 두 사람이 어째서 포나인에 있었는지 듣지 못합니다.”
“왜?”
“둘 다 의식불명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
그녀의 말에 카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언제부터?”
“제국을 향해 행군하던 일주일 전, 그들을 발견했을 때 몸이 물에 흠뻑 젖은 상태로 강가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강물을 따라 흘러 포나인까지 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후 이곳에 오기까지 마법사들의 치료를 받았으나 아직까지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올라는 카릴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들의 문제로 인해서 주군을 뵙길 청하는 사람이 있어 저희들과 함께 왔습니다.”
“그게 누구지?”
카릴의 물음에 그녀는 살짝 고민을 하는 듯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권왕(拳王). 발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