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8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87화(387/497)
238. 섬멸(殲滅)의 서막 (3)
“여기로군.”
카릴은 주위를 한번 훑으면서 감회가 새로운 듯 나지막하게 말했다. 란돌과 함께 황도를 빠져나갈 때 만 하더라도 도망치던 신세였는데 지금은 당당히 자신의 권세와 함께 이곳에 돌아왔으니까.
“제국의 황도 안에 이런 곳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으흠…….”
감상은 저마다 달랐다.
“이 안에 들어가 본 사람은 없나? 아무리 버려진 곳이라지만 제국의 유물 창고라면 적어도 관리인이 있을 텐데.”
“그는 죽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큼이나 싸늘한 대답이었다. 카릴은 자신을 따라온 카딘 루에르를 바라봤다.
그는 꽤나 피곤한 기색이었는데 제국이 패배를 선언한 뒤 죽은 올리번을 보살핀 유일한 사람이자 공작 중에 카릴의 내정에 합류를 한 사람이기도 했다.
올리번의 지지자 중 한 명인 크웰 맥거번은 타투르에서 회군한 이후 자신의 영지로 돌아갔고 총기사단장인 벨린 발렌티온은 올리번을 따르기 이전에 중립을 지켰던 만큼 황좌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차분한 모습으로 기사단을 추슬렀다.
재상 브린 이니크는 황제와 루온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리번까지 자신이 모셨던 3명이 모두 죽은 충격 때문인지 제국의 패배 이후 재상의 자리를 내려놓고 대부분의 영지를 반환한 채 남부 쪽의 작은 영지로 내려간 상황이었다.
‘솔직히 의외라면 카딘 루에르로군. 그가 이 정도로 올리번에게 충성심이 있었는가 할 정도야.’
카릴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대마법사인 그가 전력이 되어 주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그 충심이 올리번에게 쏠려 있는 것은 거슬리는 일이지. 주의를 해야겠군.’
지금 그가 황도에 남아 있는 이유도 올리번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었다니? 어째서?”
카릴은 물었다.
“이 무덤의 관리자는 폐하께서도 아시는 브랜 가문트였으니까요.”
“…….”
그의 이름이 거론되자 카릴은 얼굴이 굳어졌다.
“아카데미에서도 옛 역사에 관심이 깊은 제자였습니다. 유물에도 흥미를 보였지요. 황궁의 보고엔 오직 황제만이 출입할 수 있으나 이곳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가 관리자를 자진했습니다.”
카딘 루에르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 봐야 버려진 곳. 이따금 광장의 걸인아들이 폐품을 주우러 오는 것 말고는 별 볼 일 없는 곳이지요.”
“황도의 거지 아이들의 풍문에는 이곳이 버려진 창고가 아니라 무덤이라던데.”
카릴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
“그런 걸 당신이 모를 리 없고……. 한 가지 더 말해볼까? 이곳이 마굴이라는 것도 당신은 알고 있었지?”
그의 말에 카딘 루에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무덤이라 할 만큼 사기가 충만한 곳이지요. 뿐만 아니라 마굴이지만 마굴이 아닌 곳입니다. 정말로 마물들이 들끓는 곳이라면 처음부터 파괴했을 테니까요.”
“마굴이 아니다? 어떻게 확신하지?”
“브랜 가문트 이전에 제가 이곳을 관리하던 지기였으니까요.”
카딘 루에르의 말에는 거짓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의욕도 보이지 않아 마치 그는 빨리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가 눕고 싶은 얼굴이었다.
‘흐음…….’
카릴은 잠시 그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250년 전, 구 제국 시대에 카이에 에시르가 염룡 리세리아를 사냥하고 그 뼈로 만든 무덤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래서?”
염룡 리세리아는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패도적인 레드 드래곤이었다.
그가 죽자 역사에는 카이에 에시르를 최초의 용사냥꾼이라는 찬양의 말이 이어졌지만 카릴은 리세리아의 심장에서 본 기억 속에서 그들의 전투가 석연치 않은 면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용의 뼈는 청린보다 단단하고 더 강한 마력 반발력을 가진 재료지요. 신기하게도 반발력뿐만 아니라 청린처럼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도 있습니다.”
“용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대한 마력을 버티기 위해서 그리 만들어진 것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육중한 그 몸을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나인 다르혼이 카딘 루에르의 말을 듣다가 대답했다.
“무덤이란 의미를 이제 알겠군. 저곳은 용의 뼈로 가둬 둬야 할 정도로 짙은 마력이 있는 유물들을 봉인한 장소였어.”
나인 다르혼은 카딘 루에르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게 뭐지?”
“글쎄. 여기까지가 내가 알아낸 전부일세. 그 뒤로는 들어가 볼 수 없었으니.”
“그게 끝? 대마법사인 네가 고작 무덤의 초입까지 밖에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말인가.”
나인 다르혼은 눈살을 찌푸렸다.
“불멸회의 수장인 자네라면 누구보다 언데드에 대해서 잘 알겠지. 용의 시체에서 태어난 마물 말이야.”
“……용아병(龍牙兵)?”
“그렇다네. 이곳이 마굴의 기운을 풍기는 이유는 용의 뼈로 된 무덤에서 태어난 그들 때문이지.”
“골치 아프군. 용아병이라면 마도 시대에 드래곤들이 부리던 사역마들인데……. 소드 마스터급이 아니면 상대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
“특히 마법사들에겐 쥐약이지. 마법 방어력도 높고 언데드라 체력도 강해서 지치지 않고 덤벼드니까.”
카릴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서 주위를 훑었다.
그의 시선이 한 사람씩 차례대로 멈췄다.
밀리아나, 나인 다르혼, 에이단, 하시르, 화린, 키누 무카리, 세리카 로렌, 미하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든 파비안을 바라보며 카릴은 용뼈 무덤에 대한 감상을 간단하게 말했다.
“간단하겠군.”
* * *
빠각-!!! 콰드득–!!
푸스스스스…….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고 선두에 선 고든 파비안과 밀리아나 그리고 화린은 신나게 용아병을 두들겨 팼다.
“이봐, 여기 한 마리 더 있다.”
고든이 용아병의 목덜미를 움켜쥐고는 있는 힘껏 던졌다.
[케륵……! 케에엑!!!]마물은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퍼억-!!
화린의 주먹이 용아병의 척추에 꽂히자 그대로 아치 형태로 용아병의 허리가 꺾였고 기다렸다는 듯 고든이 부러진 반대쪽으로 힘을 가하며 용아병의 목을 꺾어 버렸다.
“제법인데.”
“그쪽이야말로.”
고든의 체격에도 밀리지 않을 화린은 용아병의 잔해가 뭍은 손바닥을 털어내며 피식 웃었다.
“……고든 저치는 괴물인 걸 알았지만 나머지 둘도 그에 못지않은 괴물이로군.”
카딘 루에르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 셋을 바라봤다. 제국인으로서 이민족과 야만족을 얕봤던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 패배를 한 지금에 와서 뒤늦은 후회를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겠지만 카딘 루에르는 마력이 없는 자들이 가지는 육체의 가능성을 새삼스레 느낄 수밖에 없었다.
[괴물들이지. 너는 모르겠지만 저기 있는 화린이란 여자는 정말로 괴물로 변한다고.]“네? 그게 무슨……?”
카딘 루에르는 알른의 말에 살짝 눈을 아래로 내리며 물었다.
태초의 마법사라 불리며 마법의 부흥을 이끌었던 7인의 원로회 수장인 알른 자비우스는 아직 풀지 못한 오명을 떠나 마법사들에게는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 이상 몸 안에 흐르는 피로 인간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마력이 있든 없든 너희들은 모두 붉은 피를 가지고 있으니까.]검은 형체의 알른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나 역시 살아생전에는 그리 생각했지만 말이야. 편협한 시야를 버리면 너의 마법도 풍요로워질 거다. 백금룡이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을 너도 기억하겠지? 너는 발전할 여력이 있다.]“제 나이에 어찌…….”
[마력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약해지지 않는다. 그저 인간의 육체가 노쇠할 뿐이지. 그런 점에서 마법사들이 기사들보다 축복 받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느냐. 오직 정순한 마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으니.]카딘 루에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은 줄 알아. 자네는 스승님께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인 다르혼이 살짝 콧대를 세우면서 말했다.
[시끄럽고 네놈은 계속 기초 마법이나 수련해라.]“……네.”
알른의 대답에 나인이 울상이 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카딘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알른은 지금 상황을 조금은 즐기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대 최고의 마법사라 불리는 7클래스 대마법사 둘을 이제 자신의 수하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마치 새로운 제자를 들인 기분이었으니까.
“이 정도 인원이라면 이곳을 금방 공략할 수 있겠군요.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들로 구성된 공략대라니……. 그리고 그런 자들이 함께 덤벼도 못 이길 사람이 우리를 이끌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나 쉽게 보면 안 되네.”
“자넨 너무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 이곳에 들어와서 우리가 마법을 쓴 적이 있나? 하지만 이미 자네가 들어 온 곳보다 훨씬 더 깊이 들어왔지.”
나인 다르혼은 지금까지 살면서 평생 경험했던 그 어떤 마굴보다도 가장 쉬운 곳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이유야 아직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뒤에서 걸어 오고 있는 카릴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검을 뽑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움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이제 정말로 왕의 품격을 갖춘 것 같군…….’
자신을 찾아 안티훔 대도서관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그저 건방진 소년에 불과했었으니까.
‘뭐, 스승님을 비롯해서 그가 불멸회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단번에 의심은 사라졌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대륙을 통일할 것이라고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개인적인 강함을 뛰어넘어 사기를 돋우는 지도자로서의 위엄마저 갖춘 듯 보이는 카릴의 모습 속에서 나인은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왕의 탄생을 실감했다.
“초입부터 용아병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난이도가 높은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이곳은 황제께서 금하신 곳이다.”
카딘 루에르는 말을 아꼈지만 제국이 마음을 먹었다면 이곳을 공략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이곳을 혼자 조사했기에 실패했던 그였지만 수많은 기사와 마법 병대를 보유하고 있는 제국이 전력을 다했다면 절대로 공략이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이 안에 유물을 보관하고 출입을 금하게 만들었다.
‘단순한 마굴의 난이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카딘 루에르는 자신의 생각을 굳이 카릴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건 침략자에 대한 반항심과 같은 사소한 복수심이 아니었다.
백금룡을 잡은 그가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보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뭐……. 하지만 나인, 자네 말이 틀리진 않겠지. 제국의 기사단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이만한 전력은 보기 힘들 테니.”
카딘은 눈을 살짝 감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때였다.
그의 뺨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단순히 눈을 감았기 때문에 자신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다.
인지조차 못했으며 언제나 두르고 있던 마법 보호막이 제 역할도 못한 채 부서져 버린 것이다.
“…….”
카딘은 얼어붙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츠으으으으으…….
츠즈즈즉…….
그의 뒤로 불에 달궈진 것처럼 바닥에 불씨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강력한 힘으로 밀린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이게 무슨 소란이지?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이냐!! 황제는 어디에 있느냐!!”
귀가 울리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동굴 안을 울렸다.
“올리번 슈테안!! 황좌에 오르고 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우리와의 약속을 어긴단 말이냐!”
모두가 어둠 속에서 들리는 짙은 마력이 담긴 목소리에 황급히 안쪽을 바라봤다.
“……뭐지?”
“누구냐……!!”
선두에 서 있던 화린과 밀리아나 역시 방금 날아든 무구에 반응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족?”
타락을 다루었던 나인 다르혼은 익숙한 마력의 냄새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조심스럽게 로브 안에 숨겨 둔 스태프를 꺼내었다.
“모두 전투 준비!!”
그가 큰 소리로 외치자 미하일과 세리카를 비롯해서 사람들이 일제히 무구를 겨누었다.
“잠깐.”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뒤에 꽂혔다.
조금 전 날아든 무구인 날카로운 창이 걸음을 걸을 때마다 번뜩였다. 그것을 움켜쥐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카릴이었다.
“다시 말해봐. 올리번? 권좌의 주인이 바뀐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놈을 찾아?”
“네놈은 누구지?”
“대륙의 주인.”
카릴의 말에 어둠 속 눈동자가 마치 파충류의 그것처럼 얇게 변했다.
“미친놈. 황제를 데려와라. 죽고 싶지 않으면.”
“올리번은 이곳에 네놈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지. 그러면서도 내게 모른 척했다 이거지…….”
저벅- 저벅- 저벅-
어둠 속 존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기다란 창을 쥐고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다행이야. 네놈을 보니까 확신이 선다. 어떻게 쳐 죽여야 하는지도 말이지.”
“……뭐?”
마족은 카릴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봤다.
콰앙-!!!!
하지만 그 순간 카릴은 날아든 창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카릴의 몸이 움직여 들고 있던 창으로 눈앞에 마족의 얼굴에 찍어 버렸다.
“컥!!!?”
짓이겨진 얼굴로 마족은 고통에 찬 비명을 터뜨렸다. 바닥에 박힌 그가 일어서려고 하자 카릴은 그의 어깨를 발로 짓밟았다.
“네놈……!!!”
“프로켈.”
그 순간 마족은 자신의 이름을 카릴이 부르자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네놈이 가지고 있었던 게 통탄(痛嘆)의 부정이었던가? 이 안에 극격(極格)의 갑주까지 있다면 4기사 중 다른 한 명인 홍각도 있겠군.”
“너……. 누구냐.”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이들 모두 그가 신탁의 10인으로서 처음 겪었던 시련인 3가지 유물을 찾는 과정에서 죽인 마족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올리번은 이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탁이 내려졌을 때 각각의 유물들을 저 먼 곳에 숨겨 두듯 떨어뜨려 놨었다.
그 말은 곧 그가 마족들과 결탁하고 있었음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누구긴 누구야. 네들을 다시 죽일 사람이지.”
당혹스러워하는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차갑게 웃었다.
‘율라. 전생의 신탁이 너와 올리번이 짜고 친 결과라면 과연 이번에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겠다.’
콰드드득……!!
그는 프로켈의 어깨를 더욱 힘껏 밟으면서 생각했다.
‘신탁을 내리러 올 때 나는 네가 찾으라 했던 3가지 유물을 네 면상에다 흔들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