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8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88화(388/497)
238. 섬멸(殲滅)의 서막 (4)
“마족……?!”
사람들은 프로켈의 등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다른 계(界)의 종족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제국의 황도에 버젓이 마족이 있었다니…….”
“우리가 저런 괴물과 함께 살고 있었단 말인가?”
“도대체 황제란 놈은 무슨 생각으로……!!”
고든 파비안은 카릴의 발아래 깔린 마족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고 화린과 밀리아나는 분노를 토해냈다.
“그런데 어째서 카릴은 저놈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거지? 마족에 대한 정보는 극히 일부밖에 알려진 것이 없는데.”
하지만 마족의 등장과는 별개로 눈썰미 좋은 나인 다르혼은 분노에 찬 카릴이 한 말을 놓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녀석은 나의 지식의 보고를 물려받은 유일한 자이니까. 너희들과 같은 줄 아느냐.]“아……!!”
그의 말에 알른 자비우스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제야 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무례한 물음을 했습니다. 스승님.”
[지식의 보고 안에는 마도 시대에 내가 집대성한 모든 지식이 들어 있느니라. 그 시절엔 마족과 직접 계약을 하던 마법사들도 있었지. 나인, 너희 가문이 흡혈귀의 피가 일부 흐르는 것도 초대 가주가 마족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그, 그렇습니까?”
알른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깜짝 놀란 듯 물었다.
“하긴……. 흡혈귀 역시 마족 중 한 명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요.”
카딘 루에르 역시 알른의 말을 의심 없이 믿었다. 언제나 모든 상황을 의심하고 탐구하는 마법사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선 대마법사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알른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아직도 냉정해지지 못할 때가 있구나. 네가 스스로 보여주지 않았더냐. 백금룡의 목을 칠 때처럼 분노는 언제나 갈무리하고 다듬어 마지막 순간에 뿜어내는 거다.]‘실수를 했다. 올리번 녀석이 전생에 마족의 존재를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신탁을 이행하라 내게 명했던 낯짝이 떠올라서 말이지.’
카릴은 머릿속에 울리는 알른의 핀잔에 낮게 숨을 토해냈다. 언제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을 해왔건만 올리번과 연관된 사건들을 다시금 마주할 때마다 흐트러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뭐……. 네 심정도 이해는 가는군. 신탁이란 것이 결국 마계의 문을 여는 열쇠를 찾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네 손으로 마족들을 불러들인 것과 진배없으니까.]알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신탁이라 하더라도 대륙을 엉망으로 만들 일을 황제가 선뜻 따르진 않았을 터. 그 정도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은 황제에게 무엇을 약속한 것일지…….]‘어떤 거래를 했든 간에 목숨의 무게는 모두 똑같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다? 나는 그따위 영웅적인 생각은 안중에도 없어.’
카릴은 올리번을 향한 분노를 담아 프로켈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었다.
스아아앙……!!!
라크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 블레이드가 날뛰며 어둠 속을 환하게 비추었다.
서걱-
검날의 날카로운 광명은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고작 무덤에 있는 녀석에게 아직까지 휘둘리다니 나야말로 한심할 따름이지.’
카릴은 마치 스스로를 채찍질하듯이 프로켈의 어깨에 박아 넣은 라크나의 검날을 비틀었다.
우드득……!!
잘린 쇄골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프로켈을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자신의 보호 마법을 뚫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그 마력마저 흡수하는 것처럼 라크나의 오러 블레이드가 폭발적으로 응축되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발버둥을 쳤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마력이라니……!!’
그는 카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더욱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족 4기사의 위명도 이제 한물갔군.] [그들이 약한 게 아니라 카릴이 말도 안 되게 강한 것이겠지. 그는 용의 심장을 두 개나 흡수했어. 신화 시대에도 이런 자는 없었으니……. 솔직히 말해서 그의 강함은 이제 우리들도 가늠할 수가 없어.] [흐음……. 대륙에는 아직도 3마리의 드래곤이 더 남아 있다. 만약 카릴이 그들의 심장까지 먹어 버린다면 어떨까?]정령왕들은 마족을 밟고 있는 카릴을 바라보며 마치 품평회라도 하는 듯 서로 그의 강함에 대해 상상해 봤다.
라미느는 마치 즐거운 듯 말했다.
이상하지만 그의 성장은 이제 정령왕들의 생각마저 뛰어넘는 것이니 그가 강해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내 생각엔 좀 다른데.]하지만 그런 그들의 대화에 찬물을 끼얹듯 담담한 목소리로 라시스가 말했다.
[그가 강해지는 만큼 우리도 강해져야 하지 않을까. 언제부터 정령왕이란 존재가 뒷전에서 수다만 떠는 자들이 되었지?]라시스의 말에 세 정령왕들 사이에서 침묵이 흘렀다.
[그게 무슨 뜻이지? 라시스. 백금룡의 심장 속에서 잠들어 있던 녀석을 구해줬더니 뒤늦게 와서는 우리가 해온 일들에 대해서 그따위 평가를 내리는 거냐?] [너희가 해온 것은 뭐지?]두아트가 으르렁거리듯 되물었지만 라시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에게 봉인이 풀려난 뒤 그저 그에게 힘을 빌려주는 것뿐이었잖는가.] [인간계에서 정령이 힘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은 계약자와의 거래에서 뿐이다. 카릴이 강해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세계에 관여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야.]에테랄은 조금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해일의 여왕이여.] [……뭐?] [정령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계약자의 능력만은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텐데.]라시스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사미아드는 이미 찾았으나 그 힘을 쓰기 위해서 봉인을 한 채로 두었다지? 그럼 이제 하나만이 남았군. 너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 테지.] […….] [그가 영혼샘으로 차원문을 열었을 때 정령계로 돌아간 거암군주 막툰을 불러들일 순간을 말이지.]그는 마치 읊조리듯 말했다.
[태초에 만들어진 2대 광야(光夜). 그리고 빛과 어둠 속에서 태어난 4대 원소인 너희들. 하지만 정령은 모두 일곱이지. 우리들 6대 정령왕과는 별개의 존재.] [네가 말하고자 하는 녀석이 누군지 안다.]라미느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우레는 빛을 가지면서 열을 가졌고 물 안에서 더욱 자유로우며 바람과 함께 나타나며 먹구름의 어둠마저 지녔지.] [우레군주 쿤겐…….]라미느는 라시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속성이 때로는 본질보다 더 강해 우리들을 뛰어넘기도 하지. 유일하게 그를 잠재울 수 있는 천적은 우레를 흡수할 수 있는 거암군주뿐.]라시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암군주를 통해 쿤겐을 깨우고 그를 흡수하여 매개체로 정령합일(精靈合一)을 이루는 것만이 우리들이 정령왕이라는 굴레를 뛰어넘어서는 일이겠지.] [정령합일이라…….] [끔찍한 말이지만 부정할 순 없겠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카릴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쓸데없는 걱정이로군. 그 해결책은 저기 누워 있잖아.]두아트의 말에 침묵을 지키던 마엘이 한마디 거들었다.
[마족의 피를 먹으면 늙지 않는다지. 그것은 육체의 강화를 의미하는 거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 [왜 말이 안 돼?]마엘은 뱀의 혀를 가볍게 흔들면서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카릴이 뽑은 라크나의 흡수되듯 스며들었다.
쿠르르르르르……!!
그러자 라크나의 검날이 신력을 머금으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한 놈 더 있을 텐데?”
그 순간 카릴은 프로켈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대로 동굴 속 벽면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콰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덤의 기둥이 무너질 듯 부서졌고 천장에 잔해들이 떨어져 내렸다.
“컥……!! 커억……!!”
석벽 안에서 검은 인영을 붙잡아 있는 힘껏 무덤의 내부로 집어 던졌다.
“쥐새끼마냥 숨어 있지 말고 나와.”
카릴은 그의 정체가 놀랍지 않은 듯 차갑게 말했다.
“……퉷!”
무너진 잔해 속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네놈 정체가 뭐지? 용의 심장을 가진 인간이라니……. 게다가 여길 어떻게 찾아온 거지?”
“홍각……!! 조심해라!! 이놈……!! 완전히 괴물이…… 컥!!”
팔이 너덜너덜하게 부러진 채로 프로켈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카릴이 녀석의 뒷덜미를 발로 후려치자 바닥으로 처박히듯 고꾸라졌다.
퍼억……!!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카릴은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밟아버렸다. 두개골이 으깨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프로켈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며 터졌다.
트득……! 파아악……!!
홍각의 얼굴에 진득한 뇌수(腦髓)가 튀었다.
“…….”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죽어 버린 그의 모습에 홍각은 창백한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궁금해할 필요 없다. 어차피 네놈도 죽을 거니까.”
카릴은 바닥의 흙에 발바닥을 문지르고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너희가 수호하는 2개의 유물을 내게 내놓고 마계의 문을 열어.”
“……뭐?”
홍각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영혼샘을 쓰는 것은 아까운 일이니까. 네가 직접 열란 말이다. 적어도 저놈보단 편안하게 죽게 해줄 테니까.”
“미친……!!”
카릴의 말에 홍각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리우며 양손에 쥐고 있는 검을 들어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퍼억-!! 콰아아아앙……!!!!
하지만 그 순간 카릴의 발바닥이 정확히 그의 면상을 찍어 눌렀다.
“으아아악……!!”
홍각은 믿을 수 없는 힘에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다시 쏟아지는 그의 발길질에 그저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반항엔 고통뿐이다.”
카릴은 망설임 없이 홍각의 오른팔을 검으로 베어버렸다.
퍽-!!
그러고는 잘린 팔을 발로 차버리자 피를 흩뿌리며 동굴에 벽면 구석에 부딪히며 바닥에 떨어졌다.
“편안함 죽음을 맞이하던 사지가 절단된 모습으로 너희들의 군주 앞에 날 데려갈지는 네 선택에 맡기지.”
“네…… 네놈……!!”
“이놈이나 저놈이나…… 짜증 나게 앵앵거리는 소리 하지 마. 당장에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카릴의 차가운 말에 홍각은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상대방의 힘을 가늠하고 덤벼.”
우지끈……!!
“컥……!! 크아아아아아!!!”
카릴은 다시 한번 홍각의 왼쪽 다리에 라크나를 찔러 넣고는 검을 긋자 그의 다리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좋아. 내 생각이 맞다면……. 이왕이면 흔한 마족의 피 따위는 의미 없지 안 그래? 카릴.]마엘은 발버둥 치는 홍각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마왕의 피 정도는 빨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