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9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90화(390/497)
239. 마계(魔界) (1)
크즈즈즉……!! 크즉!!!
카릴이 홍각의 몸을 영혼샘에 집어넣자 샘이 빛나기 시작하면서 마치 영혼들이 울부짖는 것처럼 수십 개의 희뿌연 영체들이 샘 밖으로 튀어나오며 그의 몸을 감쌌다.
“으악……!! 으아아악!!!”
홍각의 비명이 잠깐 들렸지만 그의 전신을 뒤덮고 어느새 얼굴마저 가로막은 영체들의 연기에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홍각을 바라보며 카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무기를 꺼내.”
콰아아아앙!!!
그 순간 샘의 안쪽에서 검고 기다란 뭔가가 튀어나오더니 거대한 낫처럼 카릴의 목을 위에서 아래로 베려 했다.
스아앙……!!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뭔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조금 전 집어넣었던 홍각의 시체가 두 동강이 난 채로 카릴의 앞에 너부러졌다.
스그락……! 사가가가각……!
“으, 으악?!”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영혼샘에 반응을 한 것은 세리카였다.
샘의 입구에서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는 수백 마리에 갑충들에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미하일은 황급히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마법을 시전했다.
파각!! 푸스스슥! 파가각!!
그의 칼날 바람이 갑충들을 베고 지나가자 그 안에 진득한 진액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으이구, 이 바보! 뭐하는 거야!”
세리카 로렌은 얼굴에 잔뜩 묻은 끈적끈적한 진액을 닦아내고는 미하일의 뒤통수를 한 대 때리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밀리아나와 화린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쉬익……!! 쉬이이익……!
수백 마리의 벌레들이야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샘의 안쪽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다리만큼은 달랐다.
처음엔 하나였던 갑충의 다리가 어느새 하나둘 튀어나오더니 여덟 개의 다리와 함께 시커먼 눈동자가 샘의 입구에서 보였다.
“흡!!”
고든 파비안은 지체 없이 쥐고 있던 모우터를 휘둘러 샘의 안쪽에 튀어나온 갑충의 머리를 후려쳤다.
쩌엉-!!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마를 정통으로 맞은 갑충이 괴성을 질렀다.
모우터는 갑충의 두꺼운 껍질을 뚫고 머리에 박혀 있었고 부서진 껍질 사이로 꾸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별거 아니군.”
고든은 몸을 부르르 떠는 녀석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 녀석은 내가 처리하지.”
용아병 따위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그는 카릴 때문에 나서지 못해 아쉬웠던 것일까. 살짝 입맛을 다시듯 말했다.
촤아아악……!!
모우터가 박힌 채로 거대한 갑충이 주둥이를 내밀더니 뭔가를 뱉어냈다.
고든은 황급히 해머를 뽑으며 피했다. 침처럼 보이는 끈적한 액체였는데 놀랍게도 벽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칼날로 벤 것처럼 홀의 석벽을 부숴버렸다.
“키리리릭!!!”
녀석은 고든과 거리가 벌어지자 샘 밖으로 튀어나오며 연속적으로 진액을 뿜어냈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깔리듯 쏟아졌던 작은 벌레들이 고든의 두 다리를 따라 기어오르며 그를 덮치기 시작했다.
“재밌군. 마치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벌레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나인 다르혼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도와주지 않을 겐가?”
카딘 루에르는 태평한 그의 모습에 살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자네는 저 인간이 어떤 괴물인지 잘 알잖아. 그런데도 고작 이런 일로 도움이 필요하리라 생각하나?”
“…….”
나인의 말에 카딘 루에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부우우우웅—!!!
모우터가 원을 그리듯 휘둘러지자 허공에서 강력한 풍압을 일으키며 달라붙었던 벌레들이 떨어져 나갔다.
고든의 피부는 여기저기 뜯겨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달라붙었던 벌레들의 이빨에 의한 상처 같았다.
“뭐 이딴 놈들이…….”
그는 조금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얕잡아봤던 벌레들이 자신의 보호 마법을 뚫고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뒤 절대방어인 오토마타의 창시자인 그는 무엇보다 방어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자가 상처를 입었으니 자존심이 상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짜증 나게 하고 있어!!”
고든이 바닥에 벌레들을 밟으며 달려가 거대한 갑충의 배를 향해 모우터를 휘둘렀다.
콰앙—!!!
내려친 해머가 갑충의 배를 뚫어버릴 듯 박혔다. 하지만 조금 전과 달리 모우터는 녀석의 껍질을 부수지 못했다.
충격으로 튕겨 나갔던 갑충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세를 잡고서 고든에게 달려들었다.
고든은 황당한 표정으로 녀석을 향해 다시 한번 모우터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전력을 다하여 마력을 해머에 쏟아 내었다.
콰아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모우터와 녀석이 충돌했다. 이번에는 녀석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껍질이 움푹 들어갔지만 여전히 깨지진 않았다.
“군집(群集)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까지 있는 건가? 껍질의 강도를 더 높였어. 적에 따라서 변하는 건가? 그렇다면 성질변환 능력까지 갖췄다는 말인데.”
나인은 여전히 탐구를 하듯 갑충을 살폈다. 타락을 연구하던 그였기에 눈앞에 새로이 나타난 마족의 생명체에 궁금증이 안 생길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파슥……! 파스스슥……!!
조금 전 거대한 갑충이 튀어나왔던 영혼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하…….”
고든 파비안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그 안에서 뭐가 나타날지 이미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다 몇 마리야?”
세리카 로렌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는 듯 쏟아지는 거대한 갑충들을 바라보며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오늘 제대로 몸을 풀겠군.”
허세 좋게 말을 했지만 아직 한 마리도 제대로 쓰러뜨리지 못했던 고든은 어느새 빼곡하게 주위를 가득 채운 수십 마리의 거대한 갑충을 바라보며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흠……. 너희들도 심심하지?”
“왜? 설마 천하의 고든 파비안이 도와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면서.”
“흥, 농담한 것뿐이다.”
멋쩍은 듯 말하는 고들을 밀리아나는 놀리듯이 말했지만 어느새 그녀는 검을 뽑아 들었다.
“멈춰, 밀리아나.”
“응?”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겁니다. 고든.”
“네가 나서겠다는 뜻이냐. 그렇다면 더 편하겠지.”
카릴이 바닥에 잔뜩 떨어져 있는 작은 벌레 하나를 집어 들었다. 벌레를 뒤집자 여덟 개의 다리가 하늘을 향해 바둥거리듯 움직였다.
파슥!!
벌레를 쥔 손가락에 힘을 주자 녀석이 터지듯이 부서졌다.
“아뇨. 더 이상 싸울 필요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게 무슨?”
“이미 영혼샘이 연결되어 있거든요.”
카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고든은 주위의 풍경이 어느새 변했음을 깨달았다.
쿠그그그그……. 쿠그강……!!
무덤 속이었던 홀 안의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붉은 하늘과 시커먼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널따란 초원 한가운데 그들은 서 있었다.
“마계……?!”
“어느새…….”
사람들은 그제야 깜짝 놀란 듯 주위를 둘러봤다.
“샘에서 나온 갑충들은 그저 마왕의 인사치레에 불과한 모양이로군. 여차하면 쓸어버릴 수 있겠지만……. 뭐, 굳이 그럴 필욘 없겠지.”
카릴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갑충들을 한 번 쓱 바라보더니 신경질적으로 검을 날렸다.
스캉-!!
얼음 발톱이 갑충의 머리에 박히면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카릴은 커다란 얼음덩이에 주먹을 꽂았다.
와장창……!!
그러자 갑충의 얼음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부서졌다. 고든은 자신이 전력을 다해 내려친 공격에도 뚫지 못한 갑충의 외피를 단 일격에 부숴버린 카릴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듯 바라봤다.
“썩 유쾌하지 않은 재회니 말이야.”
카릴은 산산이 조각난 갑충을 밟아 버리며 앞을 바라봤다. 놀랍게도 그들의 앞에는 4명의 마족들이 서 있었다. 그 둘 중에는 낯익은 얼굴이 둘이나 있었다.
“저놈들은…….”
밀리아나가 그 둘을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조금 전의 인사는 잘 받았다. 잘도 내 목을 날려 버리더군.”
목을 좌우로 꺾으며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는 녀석은 바로 조금 전 카릴에게 머리가 터진 프로켈이었다. 그의 옆에는 역시나 사지가 절단되었던 홍각이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마족 4기사라 칭하기에는 너무 약하던데 본체는 마계에 있었던 모양이로군.”
카릴은 이해가 간다는 듯 차분한 어조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래봐야 자격 미달이지만.”
그는 그 둘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이미 그 넷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그 끝에 서 있는 한 남자에게 꽂혀 있었다.
“뭐……?!”
서걱- 쿵!!
홍각이 자신을 지나치며 내뱉은 카릴의 도발에 소리치며 그를 막기 위해 황급히 몸을 돌렸다. 카릴의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는 순간 그는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철푸덕 힘없이 주저앉았다.
“……어?”
그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듯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그의 시야는 높아지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일어설 수가 없었다.
“…….”
시선을 아래로 내린 순간 그는 있어야 할 두 다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끗하게 잘린 절단면에서는 피조차 흐르지 않았다.
마족의 기사들은 그 광경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비켜.”
카릴은 용뼈 무덤에서 보지 못한 나머지 두 마족의 어깨를 양손으로 밀쳤다. 굳은 얼굴로 그를 노려보는 마족들이었지만 그들은 어떠한 제지를 하지 않았다.
“놀랍군. 마계에 와서 이토록 의지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인간을 또 만나다니 말이야. 하긴, 내가 남긴 유물들을 착용하고서도 멀쩡한 걸 보면 당연한 일인가?”
창백한 얼굴.
하지만 마족의 기사들과 달리 여유로운 얼굴로 카릴을 내려다보는 남자는 카릴을 향해 손짓했다.
“하가네다.”
그가 자신을 소개하자 마족들은 모두 놀란 눈치였다.
“마왕께서 친히 존함을…….”
프로켈은 뭔가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혼자 중얼거렸다.
“인간의 최상 경지라 하는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마계에서는 내리누르는 마력에 숨을 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홍각을 베었다.”
마왕은 뒤에 있던 옥좌에 걸터앉아 턱을 괴며 말했다.
“너희들이 모두 덤빈다 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인간이라는 말이겠지.”
“……마왕이시여!”
“토를 다는 것은 불허한다. 그의 말대로 너희들이 낄 자리가 아니니 말이야.”
카릴은 하가네를 바라보며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군. 마왕.”
전생에서도 그를 본 적은 없었다. 은은하게 내비치는 마력은 확실히 드래곤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특유의 기운이었다.
“네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내가 그에 대한 답을 해줄 이유가 뭐지?”
“이유는 없지.”
카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무일 뿐이니까.”
부우우웅-!!
카릴은 바닥에 꽂힌 얼음 발톱을 뽑아내어 있는 힘껏 던졌다. 그의 오러가 담긴 검은 마치 부메랑처럼 회전하며 날아가 마왕의 옥좌에 박혔다.
“…….”
새하얀 뺨 위로 붉은 실선이 그어지더니 주르륵 핏물이 흘러내렸다.
“다음은 목이다.”
으름장을 놓는 카릴을 향해 하가네는 피식 웃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너희가 인간계에 관여를 한 것이 어디까지지? 우든 클라우드란 놈들을 알고 있나? 그리고 제국과는 무슨 거래를 했지?”
카릴은 날카롭게 물었다.
“네놈도 신과 결탁한 것이냐.”
“질문이 과하군.”
하지만 그가 내뿜는 살기와는 달리 하가네는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흐른 피를 손등을 닦아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뺨에 난 상처가 사라져 있었다.
“신과 결탁이라……. 네피림은 맹목적으로 신에 충성하고 악마족은 그런 그들을 적대시하지. 인간과 엘프, 드워프 역시 신을 바라보는 입장은 비슷하지만 마족은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가 가장 중립이라 할 수 있겠지. 우리는 그저 스스로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들이니까.”
마왕은 카릴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침착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 말은……. 필요에 따라선 신이 아닌 인간의 편도 설 수 있다는 말이지.”
“줏대가 없는 놈들이로군.”
“하지만 지금의 너에겐 좋은 일일 텐데. 우린 황제와 계약을 하지 않았다. 우든 클라우드? 어떤 자들을 말하는 것인지 감은 오지만 그들 역시 아니야. 하지만 우리의 계약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인간과 이어져 왔다.”
마왕은 어쩐지 묘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너와 같은 자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마계로 다시 찾아올 인간을.”
“……뭐?”
카릴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나의 거래는 25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누구와 거래를 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지?”
그는 말했다.
“카이에 에시르.”
“……!!”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마왕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냉정함을 유지하던 카릴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궁금하겠지.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해소되는 것은 없고 더욱 궁금해질 뿐일 것이라던 그가 남긴 말이 떠오르는군.”
마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들은 힘을 숭배하는 종족. 강한 자를 따른다. 그것이 신이 되었든 인간이 되었든 말이지. 이후를 더 듣고 싶다면 증명해 보거라.”
조금 전 샘에서 나타났던 갑충들이 바스슥……! 하는 소리와 함께 마왕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이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카릴은 그런 그를 향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홍각을 검으로 가리키고, 마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특별히 종아리 아래로 잘라주마. 무릎 꿇을 수 있도록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