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9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91화(391/497)
239. 마계(魔界) (2)
“카이에 에시르라…….”
카릴은 250년 전 마법사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읊조리면서 마왕을 바라봤다.
“그가 이곳에 왔다는 것은 솔직히 놀랄 일이긴 하지만 스스로를 힘을 숭배하는 종족이라 말하는 네가 그와 계약을 했다는 것은 그에게 굴복했다고 이해해도 되겠지?”
그의 말에 마왕은 헛웃음을 지었다.
“좋을 대로.”
“그렇다면 마계도 별것 아니군. 결국 인간 한 명에게 졌으니까.”
위풍당당하게 말하고는 있었지만 전생에 이미 마족들의 강함을 겪었던 그였다.
비록 지금은 두 개의 용의 심장을 가지게 됨으로써 그들을 뛰어넘는 힘을 가졌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아무리 카이에 에시르가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과 같은 기연을 가지진 않았을 테니까.
‘250년 전 마법의 극의에 도달한 자라지만 나는 마도 시대의 대마법사도 알고 있다. 마도 시대는 250년 전보다 훨씬 더 마법이 융성했던 시기. 아무리 생각해도 카이에 에시르가 알른보다 특별하게 뛰어나다 보기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카릴은 더욱더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8클래스에 도달한 마법사.
확실히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그의 실력을 아무리 높게 쳐줘서 생전(生前)의 알른 자비우스와 동급이라 하더라도 그 혼자서 마족의 기사들과 마왕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왕과의 계약을 해냈다.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카릴은 자신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게 결투 준비를 하는 그를 유심히 바라봤다.
자리에 앉은 채로 하가네가 손을 젓자 4기사 중 한 명인 아가레스는 한쪽에 세워 두었던 거대한 외날검을 두 손으로 바쳤다.
대검을 건넨 아가레스는 차가운 시선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교차되었다.
아가레스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답을 찾을 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향한 분노는 오직 카릴에게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탁이 내려지고 타락과의 전쟁 중 선혈 동굴을 통해 쏟아진 마족군들.
그로 인해서 인간은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그 마족군의 선발대를 이끌었던 것이 바로 제1기사였던 아가레스였으니 카릴은 지금 당장에라도 그를 베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 할 수밖에 없었다.
“뭐, 너는 일단 저놈 다음이겠지.”
카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아가레스는 그저 살짝 고개를 꺾으며 그를 바라봤다.
“오거라.”
하가네가 외날검을 바닥에 꽂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있던 갑충들이 일제히 물어뜯기라도 하려는 듯 하가네의 전신을 감쌌다.
우드득……!!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창백했지만 미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던 그의 뺨에 날카로운 돌기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갑충의 껍질이 그의 몸을 감싸더니 마치 갑옷처럼 딱딱하게 변하였다.
투구 사이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서론이 길군.”
카릴은 기다리기 지루하다는 듯 가볍게 손으로 입을 막으며 하품을 했다.
카드드득……! 콰강!!!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두 사람의 검이 서로 맞물리며 쇠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
“……!!”
마족의 기사들을 비롯해서 카릴의 일행들까지 두 사람이 언제 맞붙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극한의 극한을 넘은 속도.
콰아아앙……!!
쾅!! 쾅!!!
그저 상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만이 그들의 자취를 남길 뿐이었다.
촤르르륵……!!
카릴이 공중에서 몸을 틀며 반대쪽 손으로 폴세티아를 펼쳤다.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하가네는 자신의 외날검을 두 손으로 움켜잡으며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그걸 꺼내긴 아직 이르지.”
손목을 노린 검을 피하기 위해서 카릴은 뒤로 물러서며 폴세티아를 놓치고 말았다. 아래로 내려친 검이 직각으로 꺾이며 순간의 멈춤도 없이 카릴의 목을 노렸다.
황급히 카릴은 라크나를 움켜쥐며 자세를 취했다.
1번째 왕관 자세(Crown Posture).
외날검을 튕겨내며 반 발자국 앞으로 몸을 숙이며 카릴이 하가네의 허리를 노렸다. 폴세티아의 검을 시전하지는 못했지만 고서에서 흘러나오는 백금룡의 마력은 고스란히 라크나로 옮겨져 은회색이었던 검날은 이제 투명할 정도로 깨끗하게 빛났다.
서걱-!!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이 그의 허리를 베었다. 단단하게 감싸져 있던 갑주가 단번에 부서졌다.
퍼엉……!! 펑! 펑! 펑!!!
카릴이 폴세티아를 허공에 던지고서 라크나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등 뒤에서 섬광을 뿜어내는 날개가 일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며 검에 스며들자 투명했던 검날은 다시 한번 새하얀 백색으로 변했다.
“…….”
2대 광야 중 하나인 빛의 라시스의 기운을 소환해 내자 하가네는 베인 허리의 상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살짝 굳은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탁! 타닥……!
카릴이 허공에서 발을 딛자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가 지그재그로 튀어 오르며 하가네를 향해 검을 그었다.
꽈드득-
카릴이 있는 힘껏 허리를 꺾었다.
검이 곡선을 만들며 정확히 하가네의 목을 향해 달려들자 그 순간,
“멈춰라!!!”
아가레스는 날카로운 검을 둘 사이에 찔러 넣으며 카릴을 막아섰다. 기다렸다는 듯 프로켈의 창이 공중에 떠 있는 카릴의 등을 노렸다.
다리가 잘렸던 홍각이 주먹을 내질렀고 마족 4기사 중 마지막인 고르곤은 자신의 키보다 더 커다란 대검으로 카릴의 몸을 가르려 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협격(挾擊).
도망칠 수 없도록 그물망처럼 촘촘히 카릴을 덮치는 검격은 그들이 마족 기사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오로지 그를 막기 위해서 전력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위험해!!”
밀리아나는 그 모습을 보며 황급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팔과 다리에 비늘이 돋아났고 화린은 목에 걸고 있던 라이칸스로프의 의지를 꺼내 들었다.
“……!!!”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이 떨어지기 전에 두 사람은 놀란 눈으로 상공을 바라봤다.
툭-
카릴은 가장 먼저 그를 막으려고 했던 아가레스의 얼굴을 밟고 서서는 라크나를 아래로 향하게 돌리고서 그의 쇄골 안쪽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카가가가각……!!
그의 검이 빛을 일으키자 아가레스의 몸이 마치 태양 빛에 재가 되어 가듯 붕괴되었다.
아가레스의 몸을 부숴버린 검을 아래에서 대각선 위로 올려치자 프로켈의 창이 라크나의 검날에 잘려 나갔고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아가는 부러진 창날을 잡아 카릴은 그대로 고르곤의 허벅지에 박아 넣었다.
푸욱-!!
그와 동시에 허공에 남아 있던 아가레스의 검을 프로켈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마력이 담긴 그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프로켈은 꼬챙이에 꽂힌 것처럼 그대로 검에 관통된 채로 튕겨 나갔다.
“컥……!!”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카릴은 멈추지 않고 홍각의 주먹을 피하며 그의 뒷목을 움켜쥐고서는 고르곤의 이마에 그대로 밀어 넣었다.
빠악-!!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콰아아앙!! 하는 굉음을 동반하며 두 사람이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척-!!
카릴은 처박힌 두 사람을 밟으며 아래로 착지하고서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기둥에 박혀 있던 얼음 발톱이 공중을 날아 그의 손에 착 감겼다.
수욱……!
그는 확인 사살을 하듯 쓰러진 마족 기사들의 등에 얼음 발톱을 차례차례 찔러 넣었다.
“훌륭하군.”
“너의 약함 덕분에 애꿎은 저들만 죽었군.”
카릴은 허공에 검을 그어 검날에 묻은 고르곤의 피를 닦아 내며 말했다.
“충신들이니까.”
하가네는 천천히 아래로 착지하며 말했다.
“무능한 왕임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지. 고작 인간 마법사 한 명에게 당하는 놈들이니 별 볼 일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마법사라…….”
그때였다.
하가네는 카릴의 말에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가 손을 뻗자 쓰러진 마족 기사들의 시체가 하나둘 빛이 나기 시작했다.
스르륵……!!
마치 영혼의 보옥처럼 시체들이 사라지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구체들이 하가네의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힘을 나눴던 모양이로군.]알른은 그 모습에 경고하듯 카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너는 백금룡의 심장을 폴세티아에 저장하면서 염룡의 심장과는 달리 그의 기억을 공유하지는 못했나 보지.”
“백금룡의 기억? 무슨 뜻이지?”
“염룡의 심장을 먹은 너는 아마 단편적이나마 그의 기억을 봤을 것이다. 만약……. 백금룡의 기억도 볼 수 있었다면 네가 가지는 의문이 조금은 해소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하가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 또한 운명이겠지. 모든 일에 정답을 거저 얻을 수는 없는 법. 하나 네가 가진 주어진 단서를 통해 이곳에 인간이 남긴 것이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어진 단서.
그래봐야 카이에 에시르에 대한 것은 결국 리세리아의 기억 속에서 봤던 것이 전부였다.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있던가……?’
하가네의 말에 카릴은 다시 한번 그의 기억을 떠올렸다.
마법을 영창 하던 손.
불에 달궈진 듯 카이에 에시르의 손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런 그를 리세리아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우우우우웅……!!
붉게 변한 손에는 날카로운 검이 쥐어져 있었다.
특이하게도 그는 마법사들이 쓰는 지팡이가 아닌 검을 쥐고 있었고 검의 안쪽 손잡이 중심에 박힌 녹색의 원석이 그의 붉은 기운을 흡수하든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카릴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마왕을 바라봤다. 하가네는 예상하기라도 한다는 듯 가볍게 손짓을 하며 계속하라는 듯 표했다.
마법사들 중에서도 이따금 검을 쓰는 자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단계가 낮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호신용에 불과했다.
하지만 카이에 에시르는 달랐다.
그가 사용한 중첩마법에 매료되어 놓치고 말았지만 그는 분명 리세리아의 브레스를 검으로 갈랐다.
“설마…….”
“나는 그와 계약을 하며 인간계에 내가 만든 3개의 유물을 남겼다. 거래란 언제나 등가교환. 그렇다면 그가 이곳에 남긴 것도 있어야 할 터이지.”
마왕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카이에 에시르의 정수…….”
사실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신화 시대의 유물을 가진 카릴이었으니 인간 마법사가 남긴 정수라고 해봐야 딱히 매력적인 것은 아니었다.
카릴은 이미 마법의 극의라 할 수 있는 대마도서 폴세티아를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가 남긴 정수가 마왕이 마계와의 계약을 허락할 정도의 가치를 가진 것이라면…….
상황이 달라지는 일이었다.
“한 가지 묻지. 너희들은 어째서 그를 마법사라 생각하지? 누가 그를 마법사라 불렀지? 너인가? 아니면 너인가.”
“……뭐?”
그 순간 카릴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굳은 얼굴로 하가네를 바라봤다.
“카이에 에시르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마법사라 칭한 적 없다. 그저 주위에서 그를 그리 불렀을 뿐.”
마왕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