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9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94화(394/497)
241. 차원력
“차원력……?”
카릴은 되물었다.
[그래. 너도 알다시피 이 세계를 창조한 율라가 유일신은 아니다. 그 역시 원류가 있음에 신화 이전에 태초가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신보다 더 위의 힘이라……. 신살을 목표로 하는 자들에게는 참으로 끔찍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신도 완전무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얘기겠지.”
[그래.]카릴은 이해했다는 듯 마엘에게 답했다.
“그야말로 이 차원력이라는 것이 신이 한 명이 아니라는 다른 증거로군. 교단의 교리로만 남아 있었던 전설이 아니라 사실이란 말이지.”
그는 리세리아의 레어에서 찾았던 비석에 적혀 있었던 글귀와 교단의 첫 구절이 같음을 떠올리며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태초의 신 아래 넷의 자식이 있었으니 그들은 차원을 두고 경쟁하였으며 그중 하나는 사라지고 셋 중 둘이 만나 열일곱의 자식을 잉태하였다.”
[잘 기억하는구나.]“이래봬도 신탁을 이행했던 10인을 이끌었던 리더다. 마력이 없는 이민족이 그들을 이끈다는 것에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그 당시 율라는 나를 리더로 지목했지. 지금 생각하면 그조차 천박한 장난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신의 생각은 이해하려 하면 안 되지. 그들은 변덕스러우니까. 그들 역시 선대가 그러하듯 인간들처럼 경쟁하였으며 그중 다섯이 소멸하였으며 남은 열둘의 신 중 하나가 바로 지금의 율라니까.]“우리는 그래도 스스로를 위해서 직접 싸운다. 하지만 신의 경쟁 속에 장기 말이 된 것이 인간이지. 싸우고 파괴하는 것. 그것이 더러운 신의 습성이고 그로 인해 죽어 나가는 것은 우리들이야.”
마엘은 그의 말을 이어받았고 카릴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건 경쟁이 아니다. 장난일 뿐이지.”
[글쎄. 파괴 속에서 창조가 일어나는 법이니까. 혼돈 속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정령이나 마족과도 같은 새로운 종족이 탄생하기도 하지.]“혼돈을 방법이라 칭하지 마라. 파괴가 창조라고? 웃기는 소리! 너희는 입으로는 혼돈과 파괴를 칭하면서 신령대전 패배 이후 패배의 규율을 지켜야 하고 맹약을 수호해야 한다고 인간에게 강요한 주제에.”
카릴이 으르렁거리듯 그의 대답을 반박하자 마엘은 살짝 고개를 꺾으며 기다란 혀를 내밀었다.
“내가 너희를 풀어 주고 난 뒤에야 율라에게 송곳니를 보일 수 있게 되었잖아? 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건 그저 겁을 먹은 자들의 핑계에 불과해.”
[클클…….]마엘은 혀를 차듯 웃었다.
그의 웃음은 꽤나 자조적으로 느껴져 카릴의 말을 인정하고 반박하지 않겠다는 듯 보였다.
“그런데 어째서 이게 여기에 남아 있는 거지? 네 말대로라면 차원력이란 신이 가진 힘이 아닌 신에게 부여되는 힘. 율라가 남긴 것이라 할 수 없을 텐데…….”
우우우우웅…….
카릴이 작은 조각에 손을 가져가자 그것이 마치 공명하듯 가볍게 그의 손바닥 위에 원을 그리며 떠올랐다.
“……!!!”
그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쿨럭!!”
그와 동시에 무릎에 힘이 빠진 듯 비틀거리며 탄성과도 같은 헛기침을 뱉어냈다. 아주 잠깐이지만 조각이 닿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듯 밀려들었다.
그것은 알른의 지식의 보고를 열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홍수와도 같은 압박이었으며 폴세티아를 펼쳤을 때 느꼈던 충만함과는 다른 두려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호오……. 신이 아닌 네가 조각에 닿고도 죽지 않다니. 그거야말로 더 놀랄 일이겠지.]“미친, 그게 지금 할 소리야? 죽는지 안 죽는지 시험했다는 거냐?”
카릴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마엘을 불러냈다.
촤르르륵……!!
그의 손목을 타고 나타난 푸른 뱀의 모가지를 움켜쥐자 녀석은 숨이 막히는 듯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혓바닥을 내밀었다.
“뒤지고 싶어? 아직도 네 위치가 어딘지 자각하지 못했지? 잘 대해주니 여전히 내 육체를 탐할 수 있다고 생각해?”
[크……. 크큭.] [진정해라. 카릴. 신화 시대의 맹독인 녀석의 말은 악마보다 더 악랄하지만 녀석이 말한 대로 널 죽이고자 하는 것이라면 우리들이 막았을 테니까.]“그럼? 이게 무슨 짓거리지? 나를 시험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론 내가 이 조각을 버틸 수 있는지 보려고 했던 거잖아.”
[카릴. 네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 당혹스러움은 알지만 그럴수록 침착해야 한다.]그 순간 알른 자비우스가 그의 옆에 나타나며 말했다.
“지금 내가 진정할 수 있겠어?”
[너는 미래를 알지만 운명을 아는 것은 아니다. 이미 네가 알고 있는 미래와는 전혀 달리 흘러가기에 네가 모르는 저편의 비밀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라미느는 어둠 속에서 폭염왕의 형상으로 주위를 밝히며 나타났다.
“가능성?”
[네가 차원력의 조각을 다루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거든. 너는 용의 마력과 더불어 블레이더의 피를 가졌으며 폴세티아의 힘으로 차원력을 구축할 수 있을 테니까.]라미느의 말을 두아트가 받았다.
[마엘 역시 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돼도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 정말로 차원력을 다룰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 말이다.] [클클……. 애초에 이곳에 디멘션 스파이럴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지. 하나의 차원에는 하나의 차원력만 존재해야 하는 법인데 말이야.]마엘은 그를 비웃듯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켁……!!]카릴은 뱀의 모가지를 신경질적으로 비틀었고 마엘은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우연이 겹쳐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으나 우연을 쟁취하기 위한 그의 준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라미느가 카릴의 등을 가볍게 누르며 어깨 위에서 손을 뻗어 조각을 잡았다.
[보거라.]카릴이 조각의 안을 바라봤다.
그 안에는 소용돌이처럼 뭔가가 떨리듯 회전하고 있었다.
“…….”
카릴은 만환(卍環)을 펼쳤다.
그러자 시야가 확장되면서 조각 안에 있는 소용돌이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디작은 소용돌이의 실체는 완벽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작지만 광활한.
눈으로 담을 수 없는 크기.
아이러니하지만 그것 말고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무언가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우주?”
[정확히는 차원이지. 디멘션 스파이럴 속에는 하나의 차원이 담겨져 있으니까. 차원은 붕괴를 해서 또 다른 차원을 만든다. 그렇게 영역은 확장되고 율라 이외의 신들이 관장하는 또 다른 차원이 존재하는 것이지.]“미치겠군……. 라미느, 네 말은 이것이 있다면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두근-
카릴의 심장이 순간 떨렸다.
[하지만 너는 안 된다. 우리도. 설령 드래곤이라든지 마족이라 하더라도 말이야.]하지만 그것도 잠시 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순식간에 떨림이 식어 버리는 기분과 함께 인상을 찡그렸다.
“어째서?”
[카이에 에시르란 인간이 이것을 어떻게 발견한 것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는 마왕에게 이걸 넘겼다. 종족 중에서도 가장 음험한 종족, 그것도 마왕이 이 매력적인 힘을 두고도 왜 가지지 않고 보관만을 하고 있었을까.]카릴이 그를 바라봤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용할 수 없으니까.]“마왕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인걸. 그가 하지 못한다고 해서 나 역시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면 곤란하지.”
[너의 능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건 강함 이외의 문제니까.]라미느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든 드래곤이든 마족이든 결국 신이 만든 피조물. 그것은 블레이더도 마찬가지다. 주덱스가 만들어 낸 검술이라든지 절대 마법인 대마도서 폴세티아 역시 결국 신의 힘 아래에 존재하는 것. 우리들이 아무리 강해도 절대적 강함의 존재인 신의 하위일 뿐이지.]“하지만 너희는 그런 신에게 반기를 들었잖아.”
[그리고 실패했지.]“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지? 너는 나 역시 실패할 것이라 말하고 싶은 건가?”
[아니.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확인을 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지.]우우우웅……!!
라미느가 손을 들어 올리자 조각이 다시 한번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신은 차원력을 쓸 수 있지만 차원력을 쓰기 위해서 꼭 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니까. 창조는 곧 붕괴이다. 디멘션 스파이럴은 그 힘을 담고 있기에 허락된 힘이 아니면 모두 붕괴시킨다. 하지만 너는 이 조각에 닿았음에도 살아 있지.]두근-
카릴은 그의 말에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설마…….”
[그래. 우연이 겹쳐서 만들어낸 기적이란 것이 말이야. 네가 용마력과 정령력, 블레이더의 핏줄 그리고 폴세티아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 조각을 만지는 순간 재가 되어 소멸되었을 것이다.]“…….”
[용마력이 차원력을 버티게 해주었고 정령력이 그 힘을 순화시켰으며 비록 반란을 하였으나 신의 추종자였던 블레이더의 핏줄이 조각이 너를 받아들이게 해주었으며 폴세티아가 차원이 아닌 이 세계에 저 힘을 발현하게 해준 거니까.]“운이 좋았다는 말이군.”
[그 운을 만든 게 너니까. 네가 일궈낸 성취지.]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가장 먼저 그와 계약을 했던 폭염왕은 정령왕들 중 누구보다 그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본 자였다.
“하지만 그래봤자 인간은 신의 영역엔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이잖아.”
[신이 되고 싶은가? 내가 아는 너는 그런 것을 원하는 자가 아닐 텐데. 네가 결국 힘을 가진 자들이 그러하듯 힘에 취해 더 강한 힘을 원하는 것이라면 우리들은 너를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라미느. 아직도 날 몰라?”
카릴이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콰득-
그러고는 놀랍게도 처음에는 손에 닿는 것만으로도 기절할 듯한 충격을 받았던 카릴이 이번에는 아무렇지 않게 조각을 움켜쥐었다.
“내가 이것을 다룰 수 있는지 네가 궁금했던 것처럼 내가 신의 영역을 궁금해하는 이유는 언제나 하나의 목표 때문이다. 신이 되고 싶은 욕망 따윈 없어. 하지만 신을 죽이고 싶은 욕망은 있지.”
촤아아악……!!! 콰강……!!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칠흑 같았던 어둠이 마치 커튼이 젖혀지는 것처럼 사라지며 새하얀 빛이 그 안으로 쏟아졌다.
“질문을 바꾸지. 내가 신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조각이 신을 죽일 무기는 될 수 있을까?”
[물론.]마엘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것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
콰득-!!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 카릴이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조각이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에 빛가루를 흩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