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9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97화(397/497)
244. 즉위식
오랜만에 황도가 분주했다.
격변의 시대는 이제 종결되었고 광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언제 전쟁이 있었느냐는 듯 몇 달이 지난 지금 황도는 예전 모습을 되찾았고 오히려 새로이 맞이할 축제에 들떠 있었다.
“기둥은 이쪽으로!!”
“깃발은 좌측부터 차례대로 세운다! 열과 오를 확실하게 맞춰!!”
“넵!!”
제국 시절 광장에 있던 분수대가 사라지고 그곳엔 거대한 제단이 세워졌다. 인부들은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했고 펄럭이는 깃발은 저마다 특유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라니온 연합의 세 깃발과 북부 이민족 부족들의 깃발 그리고 남부와 공국의 깃발까지 합쳐져 제단 뒤에는 수많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약속한 한 달이 다 지나갔는데 도대체 주군께서는 왜 보이지 않으시는 거지.”
두샬라는 완성된 제단을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즉위식을 거행해도 될까?”
밀리아나 역시 마찬가지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고 제단 옆에 세워진 커다란 관은 어쩐지 을씨년스러운 느낌까지 들게 했다.
“주군께서 정하신 날짜입니다. 이미 라니온 연합의 사람들이 모두 집결된 상태이며 공국도 이미 국경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마도 전차라면 반나절이면 당도하겠죠.”
앤섬 하워드는 애써 그들의 불안감을 떨쳐내려는 듯 대답했다.
“마도 전차? 아아……. 그걸 말하는 거지? 이번에 윈겔이 만들었다는 달리는 쇠마차. 마부가 없이도 움직인다지?”
“네. 그렇습니다.”
“속도도 카르곤보다 빠르다던데 한번 보고 싶은걸. 그런데 이제 공국도 이름을 바꿀 때가 되었지 않아? 언제까지 그 명칭으로 불러야 하지?”
“주군께서 돌아오시면 아마 개정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앤섬은 밀리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이제 곧 다가올 즉위식 시간에 불안한 듯 하늘을 바라봤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그 인간은.”
그녀가 만환을 펼치자 저 멀리에서 황도를 향해 몰려 들어오는 사람들이 행렬이 잡혔다.
“주인공이 아직도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원…….”
저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오늘이 대륙의 주인을 선언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스아아아악……!!
그때였다.
겨울 한낮의 백색의 태양 빛이 순간 가려지며 하늘을 바라보던 밀리아나의 눈에 뭔가가 포착되었다.
쿠웅-!!
태양을 가렸던 거대한 날개는 엄청난 속도로 상공에서 지상으로 떨어졌다.
“……?!”
“……!!”
의문은 이내 곧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저벅- 저벅- 저벅-
모두의 시선이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에게 향했고 그는 까마득한 높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촤르륵……! 착!!
펄럭이던 거대한 날개가 접혔다.
신기하게도 남자의 등에는 2쌍의 날개가 달려 있었고 양쪽에 두 개씩 4개의 팔이 돋아나 있었다.
무척이나 수려한 외모였지만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날개와 팔에 그가 지상의 존재가 아님을 모두 알았다.
“말도 안 돼…….”
“문헌으로만 남아 있던 게 아닌가?”
“실제로 존재하다니…….”
그의 등장으로 즉위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사람이 바뀌었다.
“……네피림?”
누군가 이제는 잊혀진 신의 종족의 이름을 읊조렸고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제단 위에서 인간들을 내려다보았다.
“야.”
그때였다.
“누구 마음대로 그 위에 올라가 있는 거야?”
어느새 밀리아나가 그의 등 뒤에서 그의 목에 검을 겨누고서 말했다.
“당장 꺼져.”
그 순간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
그의 시선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리는 기분이었다. 공포라든지 하는 것에서 오는 떨림이 아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신성함이 느껴졌고 마치 신을 조우한 것처럼 경외심에 그녀의 몸이 굳어 버린 것이었다.
“놀랍군. 나를 마주하고도 무릎을 꿇지 않는 인간이 있다니.”
“……!!”
그 순간 남자는 손을 뻗었고 광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 버렸다.
느껴지는 압박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고 마치 절을 하듯 그들은 남자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빠득-
오직 밀리아나만이 그가 만들어 낸 압박에서 버티며 뽑은 검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검 끝은 이미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흐음.”
남자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흥미롭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군. 엘프의 피가 몸에 흐르는 건가. 그렇다면 이해되지. 엘프란 지상의 종족 중 유일하게 신의 은총을 나눠 받은 종족이니까.”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나 고작 땅에 붙어사는 족속들이 받은 은총 따위야 우리와 비할 바가 못 되지. 오만하구나.”
콰직……! 쾅!!!
남자가 자신의 목을 겨눴던 밀리아나의 검을 손가락으로 튕기자 그녀의 몸이 탄환처럼 밀려나며 광장의 건물에 박혔다.
“그대가 인간의 왕인가. 그렇다면 단 한 번의 오만은 용서하겠다. 왕이란 모름지기 그래야 하니까.”
“뭔 개소리야. 내가 모시는 왕은 나처럼 약하지 않아.”
밀리아나는 건물의 잔해들을 털어 내고는 입가에 흐른 피를 닦아 내며 말했다.
“그리고 너 같은 허접하고도 다르거든?”
“…….”
남자는 그녀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인간이지만 거침없군.”
“다시 경고한다. 인간계에 관여하지 않았던 네피림이 왜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지?”
착-!! 차악-! 척! 척! 척!!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벽에 서 있던 병사들이 네피림을 향해 활을 겨누었고 광장에 있던 야만족의 전사들과 자유군들이 일제히 무구를 들어 그를 겨누었다.
“이건 질문이 아니라 경고야.”
“나의 위압에서 벌써 일어나다니 정말 재밌는걸. 그렇군. 청린으로 보호하고 있던 건가. 더러운 균열의 찌꺼기로 만든 무구라……. 과연 인간에게 어울리는 것이다.”
수천 명의 병사가 자신을 에워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이 대륙이 어째서 인간의 땅이지?”
“뭐?”
“이곳은 신의 땅이다.”
남자의 날개가 살짝 움직였다.
낮은 음성이 마치 나팔처럼 광장 안에 울려 퍼졌고 그의 네 개의 팔에 두 자루의 검과 두 개의 방패가 나타났다.
파앗-!!!
그녀의 인영이 흔들리듯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남자의 주위로 날카로운 검과 창날이 남자를 향했다.
세리카 로렌과 가네스의 창, 미하일과 나인 다르혼의 마법 그리고 화린과 수안의 주먹이 그물처럼 그의 주위 모든 방향을 노렸다.
쾅! 콰가가강……! 쾅! 쾅!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들의 일격이 남자를 덮쳤다.
“……피해!!!!”
하지만 그 순간 밀리아나가 소리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남자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강렬한 충격에 튕겨져 나갔다. 믿을 수 없는 것은 모두가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급의 인원들이라는 것이었다.
“흐음.”
그는 쓰러진 자들을 바라봤다.
“무슨 힘이…….”
“설마 드래곤보다 더 강하다는 건가?”
“네피림이란 종족이 모두 저 정도로 강한 자들인 건가…….”
단 일격에 불과했지만 그의 위용은 전율로 다가왔다. 기뻐해야 할 즉위식이 난장판이 된 것도 모자라 오히려 습격에 가까운 피해에 사람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인간들이여. 나는 신의 사자로서 그대들에게 신의 전언을 전하러 왔다. 신탁을 받들어라.”
그가 천천히 손을 올렸다.
“나의 이름은 역천사(Virtus) 바이트람. 이제 곧 타락이라는 균열의 마물이 신이 창조한 이 땅을 습격할 것이다.”
촤르르르륵……!!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상공에서 오로라와 같은 황금빛 장막이 펼쳐졌다.
동시에 그 안에 탑의 형상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쏟아지는 마물들의 환영이 마치 실제처럼 선명하게 사람들의 눈에 새겨졌다.
“으아악!!”
“으, 으…… 아아악……!!”
광장에 있던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다니는 환영에 놀라 도망쳤으며 몇몇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공포에 울고 떨었다.
“이게 무슨…….”
앤섬 하워드와 두샬라는 갑작스러운 혼란에 당황한 듯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그대들은 지금부터 신탁을 받들어 타락으로부터 인간을 지켜라.”
“인간을 지켜? 그건 인간이 할 일이지 네가 이래라저래라 할 이야기가 아닐 텐데.”
그 순간,
바이트람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크르르르르……!!]붉은 비늘을 가진 비룡이 상공에서 선회하듯 날아오르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주, 주군!!!!”
비룡 위에 서 있는 익숙한 얼굴. 카릴의 등장에 모두가 놀란 듯 소리쳤다.
“시간은 딱 맞았나 보군. 그런데 내 즉위식에 왜 네놈이 설쳐?”
“도대체 어디서 뭘 하다 이제 오는 거야!”
밀리아나는 그를 바라보며 화가 난 듯 소리쳤지만 입꼬리는 이미 웃음으로 올라가 있었다.
“그 전에…….”
스릉-
카릴은 검을 뽑았다.
대마도서인 폴세티아에서 뽑아낸 검은 신기하게도 검집에서 뽑은 것처럼 날카로운 쇳소리를 냈다.
“여기가 왜 신의 땅이야?”
그가 비룡의 고삐를 잡아당기자 붉은 비늘이 바이트람의 얼굴 앞에서 날갯짓을 멈추었다.
“내 땅이지.”
카릴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쿵-
그는 비룡의 머리 위에서 내려오며 천천히 제단을 걸어 올라갔다.
“……뭐?”
바이트람은 조금 전 밀리아나와 병사들 앞에서와 같은 오만했던 표정이 아닌 짐짓 진지한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조금 전 카릴이 뽑아낸 폴세티아의 검에 집중되어 있었다.
“……검이 변했다?”
눈썰미가 좋은 밀리아나는 바이트람이 카릴의 검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 검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임을 깨달았다.
[놀라지 마라. 인간계집.]“계집? 뭐라는 거야. 건방지게 시체 인형 따위가. 부숴서 무덤으로 돌아가게 해줘?”
[…….]자르카 호치는 으르렁거리며 대답하는 밀리아나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 성깔은 여전하군. 하긴, 그 정도는 돼야 네피림에게 검을 드리웠겠지.]“아직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도 않았거든?”
그녀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쪽 팔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녀의 두 손목에서 드래곤의 비늘처럼 단단한 비늘이 돋아나더니 양팔을 감싸고 타고 오르며 어깨와 가슴까지 뒤덮었다.
“범위가 더 늘었군요. 대단하십니다.”
처음에는 한쪽 팔만 가능했던 변이가 이제는 상체를 모두 덮을 정도였으니 그 짧은 시간에 그녀는 엄청난 성취를 거두었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넌 또 뭐야?”
밀리아나는 데릴 하리안을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관객일 뿐이니까요.”
돌려 말하는 데릴을 향해 밀리아나는 경계의 눈빛을 보냈지만 그 둘을 자르카 호치가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놀랍긴 하지만 그 정도는 별거 아니다. 북부에서 그가 얻은 것에 비하면 말이지.]“……뭐?”
서걱-
그때였다.
뼈가 잘리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밀리아나의 앞에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떨어졌다.
“……!!!”
그 순간 그녀의 얼굴 위로 붉은 핏물을 머금은 커다란 깃털들이 떠올랐다.
“앤섬. 관을 크게 만들라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작은걸. 아니면 저 네피림의 날개가 쓸데없이 너무 큰 건가? 접어서는 안 들어가겠어.”
밀리아나는 자신의 검이 닿지도 못했던 네피림이 지금 한쪽 날개를 잘린 채 주저앉아 있음을 확인했다.
“크…… 크아아악!!”
놀랍게도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만했던 바이트람의 얼굴이 고통으로 가득했다.
“잘라 버려야지.”
우우우웅…….
카릴은 비틀거리며 쓰러진 바이트람의 어깨에 발을 올리고서 지그시 녀석을 눌렀다. 그러고는 나머지 한쪽 날개를 양손으로 잡았다.
“큭……! 크윽?! 네놈……!! 그만둬!!!”
우지끈-!!
하지만 바이트람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카릴은 그대로 그의 나머지 날개를 비틀어 부러뜨렸다. 마치 거목이 부서지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들렸고,
“으으…… 으아아아악!!!!”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 여실히 느껴지는 비명이 제단에 울려 퍼졌다.
스릉-
카릴은 바닥에 꽂아 두었던 검을 다시 꺼내었다.
역천사의 잘린 날개에서 흘러 내리는 핏물이 제단의 바닥을 적셨고 바닥에 꽂혀 있던 검날에 스며들 듯 물들었다.
우우우우웅…….
그가 들고 있는 폴세티아의 검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에메랄드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도대체…….”
밀리아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북부로 떠난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더 강해져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괴물이 이제는 정말 신이 되어 돌아온 건가.”
그녀는 자신이 얻은 용족화의 성취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압도적인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앤섬. 지금부터 즉위식을 거행한다. 아주 좋은 제물이 왔으니 말이야. 역사상 누구도 하지 못한 가장 성대한 즉위식이 될 것이다.”
카릴은 날개를 잃고 바닥을 기다시피 하는 바이트람의 등을 발로 밟고서 폴세티아의 검을 겨누었다.
“네피림의 피로 저 위에 있는 자에게 고하겠다.”
에메랄드빛의 검날이 역천사의 목에 닿았다.
“내가 이 땅의 주인임을.”
서걱-
그 순간,
카릴의 검이 바이트람의 목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