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9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98화(398/497)
245. 신좌(神座)
타닥……. 타닥…….
타다닥…….
깃대 위에 박혀 있는 거대한 천사의 날개에 붙은 불꽃은 몇 날 며칠이 되어도 꺼지지 않고 타고 있었고, 제당 위에 세워진 깃대의 날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신기하게도 바람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곧게 하늘 위로 뻗어 오르고 있었다.
“신기하군. 꼭 하늘 위로 돌아가는 것 같아.”
“비슷해. 네피림의 영혼은 율라와 직결되어 있으니까. 다른 종족들과 달리 그들은 신이 직접 빚었다고 하거든.”
“그걸 어떻게 알아?”
“신에게 들었어.”
“……뭐?”
밀리아나는 카릴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가끔 실없는 소리를 한다니까. 너는.”
그녀의 반응에 카릴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자들 역시 그녀와 똑같은 감상인 듯 보였다.
성벽 위엔 제법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신탁이 내릴 것이라는 게 정말일까?”
“아마도. 그들은 신의 사자니까. 누구보다 신의 말을 가장 먼저 듣는 자들이거든.”
“마물이라……. 그 네피림이 보여준 환상이 앞으로 일어날 미래라면 그 마물들을 뱉어내는 거대한 탑은 어디에 나타나는 걸까.”
“글쎄. 중요한 건 탑의 위치가 아니라 전쟁 이후 겨우 찾은 평화가 다시 깨진다는 것이 문제겠지.”
“평화라……. 애초에 인간에게 평화란 사치일지도 모르겠군.”
밀리아나의 말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평화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여 회귀를 했건만 마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신기루와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해볼 만한 싸움이야. 지금까지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치를 수 있는 전쟁이 어디 있어. 안 그래?”
“그렇군.”
카릴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전생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치렀던 숱한 싸움에 비한다면 지금은 훨씬 더 가망이 보이는 싸움이니까.
‘그래. 비록 그 확률이 여전히 극히 낮다 하더라도 적어도 전생에 비한다면 지금이 낫지.’
카릴은 밀리아나의 말에 힘입어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행이라면 주군께서 직접 황도를 공략하신 덕분에 저희의 피해가 최소화되었다는 점이겠군요. 우연이지만 우리에겐 아주 큰 이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대비하는데 수월하게 되었으니까요.”
카릴은 앤섬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언제나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모두 이 신탁 대전을 대비하는 것이었으니까.
단지 우연이라는 것이 앤섬이 오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아니면 이것마저 계획에 있었더라면 주군께서는 신마저 속이실 수 있는 지략가이실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
“물론입니다.”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먼저 예측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을 뿐이지.”
앤섬 하워드는 고개를 저었다.
“삶에서 행운이란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졌을 때뿐입니다. 가령 태어날 때의 핏줄 같은 것 말이지요. 하지만 태어난 이후의 미래는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것입니다.”
“누구는 귀족으로 태어나 무능한 자라도 편히 살고 누구는 평민으로 태어나 재능이 있는 자라도 시궁창에 구른대도? 뭐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린 거란 말이냐. 웃기는 소리.”
“그러니 귀족으로 태어난 자는 행운아라는 말이겠지요.”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밀리아나의 위압에도 불구하고 앤섬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부조리는 뒤엎어 버려야지.”
“그것이 노력입니다.”
“야.”
밀리아나가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뭐라 말하려 했다.
“성공하면 영웅이 될 것이며 실패하면 그저 반역자의 오명을 쓸 뿐이죠. 그만큼 주군께서 이루어내신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온 앤섬의 대답에 그녀의 말문을 막았다.
“내가 미래를 안다면? 그래서 쉬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이라면.”
“글쎄요. 예지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따금 점성술사들 중에 미래를 볼 수 있는 자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들 중 왕이 된 자는 없지요. 미래를 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뭅니다. 이 자리, 그리고 따르는 저희들까지. 주군의 노력이자 성취 그리고 능력의 산물입니다.”
카릴은 그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잊지 못할 겁니다. 대륙 전역에 펼쳐진 마경에서 주군께서 권좌 위에 오르시고 그것을 본 모든 대륙의 백성들이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이스라필이 카릴이 즉위하던 그 날의 감동을 떠올리고 벅차오른 목소리로 말했다.
“그 광경은 오직 우월한 눈으로 대륙을 볼 수 있는 저만이 알 수 있는 장관이겠죠.”
“그사이에 우월한 눈을 쓸 수 있는 개수가 배로 늘었더군.”
“부끄러운 실력입니다.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르신 분이 두 분이나 계시니……. 아카데미의 훈련실을 빌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두 명? 세르가는 여전한가 보군. 카딘이 그를 설득하면 좋겠는데…….”
“그딴 허약한 녀석이 뭐가 필요해.”
타투르에서 세르가와 격전을 벌였던 밀리아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제 곧 신탁으로 인한 전쟁이 시작될 거야. 그의 실력은 썩히기 아깝고 게다가 그라면 미하일과 함께 아카데미와 울카스 길드 그리고 불멸회와 여명회를 엮는 중심이 될 거야.”
이스라필은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하일? 그놈은 세르가란 녀석보다 더 허약한 놈인걸. 차라리 세리카에게 맡기는 게 낫겠지. 어려도 강단이 있으니까.”
“그래. 네 말도 틀리진 않지. 아마도 내가 아는 마법사 중에 가장 유약한 녀석임은 틀림없어.”
“그런데 왜?”
“그가 가장 강한 마법사니까.”
“……?”
밀리아나는 카릴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카릴의 밑에는 내로라하는 마법사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가장 강하다고 하기에는 지금껏 미하일이 해온 일들은 시원찮았다.
여명회에 인정을 받고 카이에 에시르가 남긴 마법서를 얻은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전사인 밀리아나의 눈에는 그저 한없이 무른 녀석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미하일에 대해 여전히 관대했으니 그녀로서는 불만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너희들.”
그때였다.
“미하일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자는 아마도 드래곤밖에 없을 테니까.”
전생에 백금룡이 그의 진면목을 알아봤던 것처럼.
카릴이 고개를 돌리자 가장 뒤쪽에 서 있는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혜안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중후한 목소리.
심장을 울리는 듯한 그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닌 골드 드래곤, 에누마 엘라시의 것이었다.
그들의 손등에는 작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양 손목에는 둥근 고리가 잠겨 있었다.
추종의 고리.
칼립손이 새로이 만든 작품이었다.
효과는 단순했다.
사용자가 원할 때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는 고리였다. 사실 드래곤인 그들에게 노움이 만든 세공 마법이 일으키는 폭발이야 아무런 위험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새겨진 문신은 달랐다.
폴세티아를 통해 카릴이 직접 고안해 낸 마법이었다. 추종의 고리가 폭발하는 순간 그들이 문신에 새겨져 있는 마법이 발동하게 된다.
그 효과 역시 단순하다.
그들의 심장이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터지는 것.
제아무리 대마법사의 마법이라 할지라도 드래곤에게 효과를 줄 수 없다.
하지만 카릴은 달랐다. 그의 마법은 폴세티아를 통해 구현된 것이기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무의미합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언제든 그 의지가 생길 순간이 있을 테니까. 비록 조금 늦더라도 말이지.”
카릴은 세리카 로렌을 바라보며 말했지만 정작 그녀는 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정말로 신에게 대적할 생각입니까.”
에누마 엘라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드래곤은 신을 따르는 종족. 카릴에게 굴복하였으나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신에게 있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건 조건이 있지.”
“……싸움에 개입하지 말 것.”
“그래. 드래곤인 너희들에게 인간을 위해 싸우라 강요하지 않는다. 백금룡의 심장으로 너희를 굴복시킬 수 있으나 그것은 완벽한 충성이 아니니까. 하지만 스스로의 목숨을 보전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신을 돕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카릴의 말에 세 드래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자신들의 명줄을 인간이 쥐게 되었으니까.
그런 인간이 네피림을 죽였다.
과연 신의 분노가 자신들을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몰랐다.
알른은 그 세 명을 바라보며 히죽 웃으며 카릴의 머릿속에서 말했다.
[신의 편에 서자니 네게 죽을 것이고 네피림과의 전쟁을 방관하자니 신에게 죽을지 모르고. 천 년을 넘게 살아온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풀지 못할 난제로구나.]카릴은 그의 말을 들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신탁이 내려지는 것입니까?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주군께서는 어찌 그것을 아셨는지요.”
앤섬이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즉위식부터 네피림이 지상으로 내려오리란 것까지 모두 계획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마계에서 디멘션 스파이럴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차원을 구성하는 힘의 본질. 그리고 나는 그 힘에 얽힌 비밀을 북부에 있던 천년 빙동에서 찾았다.”
“차원이라니……. 설마 창조의 힘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은 오직 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맞아.
“허…….”
“주군께서 자리를 비우셨던 이유가…….”
카릴의 말에 사람들은 저마다 낮은 탄성을 지으며 말했다.
“그곳에서 무엇을 찾으셨습니까?”
앤섬의 물음에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봤다.
“적법한 왕이 되기 위한 힘.”
나지막한 목소리.
그의 대답에 사람들은 조금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
“이미 주군께서는 이 대륙의 주인이자 저희의 왕이시지 않습니까. 자고로 왕의 자리란 누구에게 허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두샬라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밤에 울렸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카릴은 오히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이 땅이 아니다.”
“……네?”
그때였다.
“저게 뭐지……?”
키누 무카리는 하늘을 가리키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뭐가 보입니까?”
“음?”
몇몇 사람들은 그저 까만 밤하늘밖에 찾을 수가 없어 어리둥절했지만 소드 마스터의 만환에 견줄 만큼 뛰어난 시력을 가진 키누 무카리는 상공에서 점차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는 거대한 성을 바라보며 더욱더 얼굴이 굳어졌다.
커다란 반구 위에 4개의 탑이 사방으로 세워져 있는 그것은 마치 작은 건축물처럼 보였다.
밀리아나를 비롯해 만환을 쓸 수 있는 소드 마스터들은 키누 다음으로 상공에 나타난 건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은 네피림의 불꽃이 드디어 닿은 모양이로군.”
카릴만이 그 건물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 그 이름을 읊조렸다.
“천공성(天空城).”
“설마……. 네피림의 군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앤섬 하워드는 문헌에서 봤었던 그 이름을 떠올리며 카릴에게 물었다.
하지만 다들 예상하고 있었으리라.
역천사의 죽음 앞에 이제 그들의 본진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카릴의 음성이 신기하게도 언령(言靈)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놀랍군…….”
카딘 루에르는 올리번에게서 느꼈던 그 힘을 카릴에게서 받자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언령(言靈)의 힘이란 고대에 존재했던 힘이기에 문헌을 연구하는 마법사들만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마법사인 그가 올리번을 황제로 추대했던 이유 중 하나도 그가 언령의 힘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언령(言靈)이란…….
오직 지도자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 여겨져 왔으니까.
[클클클…….]그런 그의 반응이 이해된다는 듯 알른은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의 독단으로 벌어진 전쟁에 의심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내가 천년 빙동에서 찾은 적법한 왕의 자격이 무엇인지 보일 것이니 그 의심은 사라질 것이다.”
마치 카딘 루에르의 의문을 알고 있는 것처럼 카릴은 말했다.
“무기를 꺼내라.”
카앙-!!
스르릉……!! 창-!!
카릴의 말에 사람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각자의 무기를 잡았다.
“적법한 왕의 자격.”
스아아아아악……!!! 솨아아악……!!
천공성이 점차 형태를 드러냄과 함께 커다란 백색의 날개를 펼친 천사들이 지상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카릴은 그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것은 신좌(神座)의 주인이 될 자격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