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39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399화(399/497)
246. 네피림
“하가네.”
카릴은 천사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마왕의 이름을 읊조렸다.
우우우우웅……!! 솨악……!!
그러자 성벽 위, 뒤편 공간이 일그러지며 아공간의 문이 생성되었다.
“네.”
“……!!!”
마계를 가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 안에서 걸어 나오는 마왕의 모습에 상공에 천공성이 나타났을 때보다 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배경……. 어딘가 익숙한데?”
밀리아나는 마왕이 서 있는 풍경이 이상하게 낯설지 않음을 깨달았다.
“피아스타?”
그녀의 말에 앤섬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박장에 배들이 정박해 있는 그곳은 확실히 항구도시인 피아스타였다.
차원문이 열리고 그 안은 당연하게도 마계일 거란 예상과 달리 마왕은 놀랍게도 인간계에 버젓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문에서 걸어 나온 마왕의 손에는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아 김이 나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잘린 머리들이 들려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그리고 그의 등장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카릴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서 마치 그의 신하처럼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우든 클라우드에 대한 처리는?”
“보시는 바와 같이.”
하가네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시체의 머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
그의 손에 있던 주검 중에 낯익은 얼굴들을 알고 있었기에 앤섬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들은…….”
다름 아닌 레디오스와 더글라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잘린 머리 중엔 과거 공국의 귀족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과거에 프란 루레인을 따르던 시절 봤었던 우든 클라우드의 일원이었다.
“알려주신 놈들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더니 윗선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뭐……. 아직도 많지만 말입니다.”
“기사들에게 명할 줄 알았는데 직접 움직였군?”
“겸사겸사……. 인간계의 공기도 마시고 말입니다. 이렇게 카릴 님도 뵐 수 있으니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하가네는 웃으며 말했지만 카릴은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헛소리. 인간의 영혼을 노린 건 아니고?”
“그건 작은 부산물에 불과합니다.”
그의 말에 마왕은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로 능숙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저를 부르신 이유가 설마 저것 때문입니까?”
하가네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네피림들이 강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의 얼굴은 썩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신탁의 순서가 바뀌었다.’
카릴 역시 하늘 위에 떠 있는 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전생이었다면 바이트람이 신탁의 의지를 예고하고, 그 이후 그의 명령에 따라 세운 제단 위로 율라의 현신과 함께 신탁이 내려진다.
신탁의 10인이 뽑혔을 때 파렐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타락이 쏟아졌었다. 이후 타락을 섬멸한다는 이유로 네피림들이 인간계에 강림한다.
그들은 철저하리만치 타락을 섬멸했다.
인류는 그들을 신의 은총이라 여기며 환호하였으나 그건 거짓된 희망이었다.
‘놈들은 우리가 죽든 살든 상관없이 오직 타락을 죽이기 위해서만 싸웠지.’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의 목숨은 그저 벌레와도 같았으니까. 백 명이 죽든, 백만이 죽든 단 한 마리의 타락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무슨 일이든 서슴없이 자행했다.
‘네놈들 역시 인간의 적일 뿐이다.’
카릴은 그때 깨달았다.
네피림들을 내렸던 순간 환호했던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며 율라는 얼마나 많은 비웃음을 지었을까.
빠득-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분노에 이를 갈았다.
하지만 바뀌었다.
신탁이 내리기 전에 네피림의 천공성이 먼저 나타났다는 것은 율라의 의지와는 별개로 그들이 인간에게 바이트람의 죽음에 대하여 논하러 왔다는 증거였다. 애초에 인간을 깔보는 족속인 그들에게 그의 죽음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치욕스러운 일일 터.
네피림들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받았던 이유는 그들을 아군이라 여겼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카릴이 노린 계획이었다.
물론, 자신이 네피림과의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자신의 행위로 인해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깡그리 치워주마.’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결과를 내는 것뿐.
승자의 위치에 선다면 지금의 불안함은 그저 잠깐에 불과한 일이었다.
카릴의 눈빛이 빛났다.
“하가네. 일전에 네게 따로 부탁했던 것이 있지. 묵시의 목걸이에 있는 보석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던 것 말이다.”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완성되었나?”
“네.”
“그런데 정말로 이것을 쓰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까운데 말입니다. 돼지 목의 진주라고나 할까요.”
하가네는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완성품을 내놓기나 해.”
마왕은 어깨를 으쓱하며 품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었다.
“케이.”
카릴은 묵시의 목걸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긴장하고 있는 그녀를 불렀다.
“너는 지금 당장 자르카 호치의 영혼석에 사용된 묵시의 목걸이를 빼고 이걸로 바꾸도록 해.”
“이건…….”
“백금룡의 뼈로 만든 거다. 거기에 합성된 최상급 속성석을 갈아서 넣었으니 묵시의 목걸이에 사용된 재료보다 훨씬 더 좋은 것들이지. 게다가 그걸 만든 하가네의 마법이 고스란히 들어 있기도 하고 말이야.”
“아…….”
그녀의 눈빛이 가볍게 떨렸다.
쿠웅—!!!
그때였다.
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은 강렬한 소리와 함께 보석을 들고 있는 카릴의 앞에 뭔가가 떨어졌다.
“네가 인간의 왕인가.”
“대화 중이다. 가리지 말고 꺼져.”
“…….”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세 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거인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등에는 바이트람과 같은 날개가 있었는데 그 크기는 바이트람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고 무려 3쌍의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쿵……! 쿵!! 쿵!!
그와 동시에 거인의 뒤로 세 명의 천사들이 더 상공에서 내려왔다.
그 충격으로 무너질 듯 성벽이 흔들렸다.
신의 존속이라 불리는 네피림 중에서도 신에게 직접 선택받았다 불리는 4대 천사.
그들은 대천사라 불리며 일전에 찾아온 사자(使者), 바이트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카릴은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거인을 지그시 바라봤다.
대천사들의 수장.
심판자(審判者), 주덱스(Judex).
교단의 교리에 명시되어 있는 명실상부한 신의 사자인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살의 반역을 저질렀던 최초의 블레이더와 이름이 같았다.
어쩌면 이것마저 율라의 잔혹한 놀이에 일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대 천사가 모두 찾아온 것도 모자라 천공성을 소환할 정도로 역천사의 죽음이 너희들을 분노케 한 일인가?”
카릴은 위압적인 거인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아니면 옳다구나, 기회라 생각하고 기다렸다는 듯 찾아온 건가.”
“네놈…….”
“전자든 후자든 상관없다. 한 판 붙길 원한다면 상대해 줄 테니까.”
카릴은 폴세티아의 검을 머리 위로 겨눴다.
[진정해라.] [4대 천사의 수장이다. 이들은 검으로 쉬이 죽일 수 있는 흔한 네피림과는 다르다. 너도 알지 않느냐. 천년 빙동에서 우리가 알게 된 비밀을.] [그는 오직 타락의 힘으로만 죽일 수 있다는 것을.]정령왕들은 주덱스에게 폴세티아의 검을 겨누고 있는 카릴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게 뭐야. 죽지 않으면 죽고 싶어질 정도로 패버리면 되지.”
하지만 조심스러운 그들과 달리 카릴은 오히려 그들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크아아아아—!!!”
“캬아악—!!!”
그때였다.
주덱스의 뒤에 있던 세 명의 네피림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릴을 향해 날아들었다.
“전투 준비!”
동시에 앤섬 하워드는 황급히 소리쳤다.
천공성에는 4대 천사 이외에도 끊임없이 네피림들이 소환되어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차앙-! 차아앙—!!!
카릴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도 저마다 자신의 무구를 들고 쏟아지는 네피림들을 향해 달렸다.
퍼엉……! 펑! 펑! 펑!!
허공을 밟으며 카릴이 지그재그로 공중에서 방향을 꺾으며 튀어 올랐다.
퍼억-!!!
카릴이 3명의 네피림 중 가장 선두에 있던 녀석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움켜쥐면서 뒤로 집어 던졌다.
콰아아아앙!!!
“……!!!”
굉음과 함께 한 명이 밀려 나갔고 그를 노리며 달려들었던 나머지 두 명의 네피림들은 순식간에 사라진 카릴의 위치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꽈드드득……!!
카릴이 있는 힘껏 허리를 꺾었다.
“흐아악!!”
하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4대 천사 중 한 명인 마론이 카릴을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동시에 또 한 명인 카라논이 거대한 철퇴를 부웅-!! 하고 돌리며 그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
“크으으악!!!!”
그리고 조금 전 카릴에 일격에 나뒹굴었던 엘라니온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 내고서 분노에 찬 으르렁거림과 함께 대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있는 힘껏 카릴을 향해 베었다.
엄청난 맹공.
성벽 위에 소드 마스터들조차 육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
카가가가각……!!
카릴의 검이 에메랄드빛 섬광을 발산하더니 그대로 마론의 창을 베어 버리고 아래로 내렸던 검을 꺾으며 철퇴를 쥐고 있는 카라논의 손목을 베었다.
퍼억!!
동시에 엘라니온의 명치를 나머지 주먹으로 있는 힘껏 쳐올리자 그의 몸이 부웅하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컥……!!”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
카릴의 모습을 다시 찾았을 땐, 그는 이미 마론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으며 양팔이 잘린 카라논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있었으며 한쪽 발아래 쓰러진 엘라니온을 밟고 있었다.
모든 것은 고작 몇 초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율라의 면전에 던져 줄 선물이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겠군.”
툭-
카릴은 가만히 서 있는 주덱스를 향해 잘려 나간 카라논의 손목을 주워 던지며 말했다.
“…….”
주덱스는 그런 그를 바라봤다.
“아프냐?”
카릴은 엘라니온의 등을 밟고 있던 발을 지그시 비비며 물었다.
“큭! 크으윽……!!”
“네놈들이 아무렇지 않게 방패막이로 썼던 인간들은 더욱 고통스러웠다.”
“무슨……!!”
엘라니온은 카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서걱-
하지만 카릴은 대답 대신 있는 힘껏 마론을 겨누고 있던 검을 베며 자신의 손을 엘라니온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
“웁……!! 우웁……!!”
그러고는 넣은 손을 위로 잡아당기자 입을 닫지 못한 채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녀석은 카릴의 손을 빼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잘려 나간 마론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네놈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마.”
우득-!!
카릴이 엘라니온의 입안으로 집어넣었던 손에 힘을 주며 빼내었다.
“크아아아악!!!”
그러자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새하얀 이빨 몇 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율라를 불러.”
“네……, 네놈……!!!”
엘라니온이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그토록 따르는 네놈들의 신이 과연 나를 보고 내 면전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신탁을 내릴 수 있는지 지켜볼 테니까.”
그의 전신에서 흐르는 차가운 살기가 느껴졌다.
“왜? 그게 너희들이 원하는 일이지 않나? 그러니 하라고 할 때 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자리에 누구도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찰나에 불과한 시간에 카릴은 어느새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네놈들은 땅에 사는 우릴 하찮게 여기지. 하지만 내 말을 거역한다면 앞으로 평생 바닥을 기도록 네놈들 날개 하나하나 전부 뽑아 버릴 테니까.”
악귀(惡鬼) 같은 눈빛은 신의 은총을 받은 천사들마저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