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화(4/497)
4. 마법이란
꿀꺽-
마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비록, 몸은 어린아이였지만 카릴은 마력조차 없는 몸으로 검성(劍聖)의 경지에 올랐던 사람이다.
전장에서 셀 수 없을 만큼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시간을 거스르기 위해 탑 속에서.
백 번, 천 번, 만 번, 천만 번, 일억 번, 백억 번…….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일 만개의 층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숫자를 세는 것을 포기했다.
올라갈수록 시간을 역행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본능적으로 느낄 뿐이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층계를 오르면서 그 안에서 벤 몬스터의 숫자는 그 층의 열 배……, 아니, 백배도 넘을 것이다.
그런 곳에 있었다.
카릴 맥거번은.
콰아아앙-!!!
마르트의 몸이 움직였다.
양손으로 검을 쥐고서 그가 있는 힘껏 카릴을 향해 검을 그었다.
‘두 번은 페인트. 그리고 세 번째는 흘림. 네 번째는 반격 그리고 마지막이 진짜 공격.’
교본을 보는 듯한 완벽한 자세였다.
‘정교하다. 그리고 깔끔하지.’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똑같은 습관.
화염이 검날을 타고 일렁거렸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마르트의 검술을 보며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렇게 전력을 다하는 형님은 처음이야.’
‘끝났군.’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마르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지만 카릴은 검날이 뿜어내는 화염이 두렵지 않은 듯 오히려 거리를 좁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지금.’
습관적으로 축이 되는 발목을 꺾는다.
‘중심이 약해진다.’
카릴이 마르트의 검을 피하며 주저앉듯 허리를 굽혔다. 마르트의 축이 되는 다리를 가볍게 검날로 때렸다.
황급히 그의 공격을 피하려고 뒤로 주춤하는 순간.
‘아차……!!’
카릴의 주먹이 그의 목을 강타했다.
숨이 턱하고 멈추는 기분.
“컥……! 커컥……!!”
볼썽사나운 자세로 마르트가 검을 떨어뜨리며 넘어졌다.
승부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났다.
하지만 그 결과가 당연하다는 듯 카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이민족 새끼!! 더러운 수작을!!”
“……멈춰!!”
마르트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가만히 있어라, 엘리엇.”
“하지만.”
그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보며 카릴은 검을 거두었다.
‘형님이…….’
‘졌다?’
혼란스럽기는 뒤에서 지켜보던 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군.’
어쩌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일이다.
저택에 온 당일.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이 검을 들이댔으니까.
하지만.
‘내가 무리해서 당신을 만나러 온 이유가 있다.’
카릴은 그를 바라봤다.
‘마르트, 너라면 아마 눈치챌 수 있을 거다. 지금 패배의 이유. 그리고 너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교관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과도한 연습은 오히려 잘못된 버릇을 만들거든. 만약 깨닫지 못한다면…….’
차라리 지금이어야 했으니까.
그렇다면 무례한 이민족 아이로부터 생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더 흘러 그냥 내버려 둔다면…….
‘넌 가문(家門)을 지킬 수 없다.’
아니, 너 자신도.
‘무리하게 강해지려는 욕심. 말을 하진 않지만, 그 역시 장남으로서 압박을 받았던 거겠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기엔 당신의 재능이 아깝다. 적어도 검에 있어서는 크웰의 피를 이어받은 게 거짓은 아니니까.’
그라면 좀 더 강해질 수 있다.
어쩌면 이건 백작가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가장 큰 라이벌을 돕는 일.
보통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카릴의 머릿속엔 그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었다.
‘내게 필요한 사람이니까.’
“여러 가지로 배웠군.”
마르트가 내민 손을 잡으며 카릴은 그를 바라봤다.
‘이제 소인배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내 사람이 될 것인가는 앞으로 네가 정해야 할 일이겠지.’
하지만.
‘방해물이 된다면 가차 없이 벨 것이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거기까지.”
그때였다.
갑작스러운 크웰의 등장에 모두가 황급히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아, 아버지.”
“늦은 밤까지 수련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늦었다. 모두 방으로 돌아가거라.”
그의 말에 아이들이 속속들이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카릴, 넌 남거라.”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엔 노기가 서려 있었다. 루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카릴을 한 번 바라보고는 연무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따라나섰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크웰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카릴, 나는 곧 황궁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너 혼자 이곳에 남는다.”
“…….”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굳이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되면 너만 더 힘들어질 뿐이야.”
카릴은 크웰을 바라봤다.
장소는 다르지만 전생(前生)에서도 그는 똑같은 말을 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말에 반발해서 더욱 형제들을 향해 가시를 세웠었지.’
모든 게 미웠으니까.
자신의 부족을 멸망시키고 돌봐주는 크웰의 모습이 한없이 가식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땐 우리 일족과 그의 관계를 몰랐었으니까.’
적어도 저 말은 진심이었다.
“아무래도 당분간 검은 들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혹시 달리 하고 싶은 거라도 있느냐.”
크웰을 그렇게 물었지만 카릴이 대답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검은눈 일족에게 검(劍)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니까.
끄덕-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카릴이 고개를 끄덕이자 크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무엇이냐. 말해 보아라.”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을 공부할 겁니다.”
“…….”
그 순간, 크웰은 말없이 카릴을 바라봤다.
아마…… 지금 그는 이렇게 생각하겠지.
미친 소리라고.
* * *
늦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각에 연무장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자네와 검을 대하는 것도 오랜만이군.”
“그러네요. 한데, 아무래도 이번엔 골칫거리를 데려오신 것 같습니다.”
“훗…….”
크웰은 검을 가다듬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반년 만에 전선에서 돌아온 그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평온함이 아닌 팽팽한 긴장감만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크웰은 쓴웃음을 지었다.
카앙-!! 캉! 캉!!
매서운 검격(劍擊).
그런 그의 검을 유연하게 받아치는 자는 크웰이 이끄는 청기사단의 전(前) 부단장이자 맥거번가의 검술 교관인 폴헨드였다.
그는 크웰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비록 늙어 퇴임을 한 기사지만 그 나이만큼 연륜이란 것을 그냥 먹은 게 아니었다.
“쉽지 않을 겁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솔직히 이것도 최대한 돌려 말한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돌려보내십시오’라고 하고 싶었다.
“자네가 보기에도 그런가.”
“그렇습니다.”
폴헨드는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말하고 말았다. 그의 대답에 크웰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떴다.
“벌써 하인들 사이에선 난리입니다. 마르트 도련님과 대련 결과 말입니다. 내일이면 마님께도 그 소식이 들리겠죠.”
“그렇겠지.”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당돌한 건지…….”
무례함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 존재 자체가 위험했다.
크웰의 눈빛이 말하는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폴헨드는 모른 척 말을 이었다.
“마님께서 과연 가만히 계실지 걱정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첫째 도련님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시다는 걸.”
“그거 말고.”
“…….”
폴헨드는 다시 한번 되묻는 그의 말에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내가 듣고 싶은 것.”
“어리지만 타고난 골격부터 유연한 이민족 특유의 리듬까지……. 타고난 것인지 수련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검은눈 일족의 아이더군요.”
“역시.”
크웰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검을 위해 태어난 아이 같더군요. 이민족이 태생적으로 마력이 없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폴헨드는 말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카릴에 대한 감상을 시작하자 자신도 모르게 흥분된 듯 말이 빨라졌다.
“그 아이가 제국인으로 태어나 마력까지 가졌었다면…….”
“내 기록도 깨졌겠지.”
“하하…….”
제국 최연소 소드 마스터.
크웰을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폴헨드는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그 아이의 마음이지 않겠습니까. 안타깝지만 가주님과 검은눈의 족장 칼리악과의 관계를 그 아이가 알 리 없으니 말이죠.”
“그래.”
“아마 모두가 원수로 보일 겁니다. 그리고 안다 한들……. 그게 위로가 될까요.”
자신의 손으로 목을 벤 이민족의 족장을 떠올리며 크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훌륭한 동료가 되었겠지. 아까운 재능이었어.”
“폐하께서 아신다면 노여움을 면치 못하실 겁니다. 이민족의 아이를 살리다니……. 명백한 불복종이지 않습니까.”
“당분간은 숨겨야지.”
“바늘은 언젠가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입니다.”
캉-!! 카아앙–!!
“그런데 말일세.”
크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아이가 마법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더군.”
“……네?”
그 순간.
어처구니없는 크웰의 말에 폴헨드는 지금껏 자신이 카릴에 대해 했던 칭찬을 돌리고 싶은 느낌이었다.
“농담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