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0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04화(404/497)
249. 신탁(神託)
“몰아쳐라!!!”
“적을 살려두지 마라!!!”
하늘을 뒤덮은 비룡부대의 드레이크들이 일제히 네피림을 향해 불을 뿜었다.
쿠그그그그……!! 쿠그극……!!
맹렬한 전투가 이어지는 와중에 갑자기 전선의 상공에 먹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했다. 먹구름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태풍의 눈처럼 뚫린 한가운데의 구멍에서 새하얀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빛 아래에 놓여 있는 천공성을 바라보며 네피림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공성이 무너진다……?”
“어째서?!”
4대 천사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천공성의 제어가 무너졌을 때, 자신들의 차원인 천계로 돌아가기 위해 강제 소환이 될 때 일어나는 보호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주덱스가 지키고 있을 천공성이 무너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주덱스란 존재가 어떤 것인가.
4대 천사 중 나머지 3명과 달리 주덱스는 네피림을 이끄는 수장이자 신에게 엄선된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주덱스에 오른 자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오로지 심판자(審判者)를 뜻하는 그 이름으로만 불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네피림의 최강자가 있는 천공성이 더 이상 인간계에서 형체를 유지할 수 없어 강제 소환이 되려 한다는 것은 곧 그의 죽음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마론 날개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후…… 후퇴하라!!!! 천공성으로……!! 아, 아니……! 차원문으로 가라! 닫히기 전에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먹구름 가득한 상공을 향해 날아갔다.
자신의 목숨 이외에 천공성의 붕괴도 수장의 안위도 머릿속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였다.
“쫓아라!! 한 놈도 경계를 넘어가지 못하게 하라!!”
비룡부대는 도망치는 네피림들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팽팽했던 전선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으악……! 으아악……!”
“아아아악……!”
사방에서 들려오는 네피림들의 비명과 함께 추락하는 그들의 시체가 대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전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골렘 부대 진격 완료!! 언덕까지 전선을 밉니다!] [포나인 강습부대 네피림 진압 완료!!] [적의 군세가 급격히 빠집니다!]여기저기에서 밀려드는 보고에도 당황하지 않고 윈겔 하르트는 빠르게 부대를 운용했다.
“주군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앤섬 경께서 네피림 요격을 위해 만든 배치라던데……. 과연 전쟁의 천재라 불릴 만하군.”
그는 혼자서 즐거운 듯 입술을 씰룩였다.
골렘을 조종해 본 적 없는 앤섬이 골렘 부대 각각의 특성을 정확히 고려해서 배치했기 때문이었다.
즉위식이 거행된 후, 윈겔은 일부의 골렘부대를 제외하고 그동안 연습해 왔던 대로 골렘들을 전시(戰時) 상황에 맞게 대열을 정비했다.
그건 카릴이 천년 빙동에 가기 전에 그에게 미리 언질을 해둔 일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참석해야 할 가장 중요한 행사인 즉위식에 자신을 제외한 것도 모자라 주력 골렘 부대를 엉뚱한 곳에 배치하라는 앤섬의 명령에 윈겔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천공성이 나타나고 우월한 눈을 통한 카릴의 명령이 떨어지자 윈겔은 앤섬 하워드와 카릴의 전술에 전율을 느꼈다.
“기사들은?”
[모두 무사합니다. 피격당한 골렘들 역시 완파된 것이 아니라 수리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좋아.”
고글의 상단에 부대장들의 보고와 함께 현황이 차례차례 나오고 있었는데, 최강의 종족 중 하나인 네피림을 상대하는데도 그들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윈겔은 자신이 개량한 골렘들이 네피림에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력이 되었다는 것에 마도공학자로서 흐뭇할 따름이었다.
“하긴, 이게 다 주군이 있기에 가능한 작전이겠지. 천공성이 빠르게 무너지고 주군께서 주덱스가 네피림들에게 신의 힘을 전송하지 못한 덕분이니까.”
하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수십 개의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빛의 힘을 내려받지 못한 녀석들은 그저 커다란 날개를 가진 하피와 다를 바 없으니까.”
마치 스스로에게 다그치듯 중얼거렸다.
“아직은 부족해.”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골렘 부대의 수치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들은 그저 문지기에 불과하니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진짜 적은 따로 있어.”
그러자 거대한 공동 아래에 있는 검은 거신의 눈동자에 그의 시선이 멈추었다.
“아쉽게도 이번엔 미완이라 쓰지 못했지만……. 다음 전장에선 다를 거다.”
철컥-!
우우우우웅…….
거대한 공동에 있는 장비들이 마치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널 그저 용 살해자(Dragon Slayer)에 머물게 놔둘 순 없지. 더 이상 드래곤 따위는 보잘것없는 상대가 되어버렸으니까.”
그 순간, 아스칼론의 주위에 있는 수많은 기중기와 철조물에 매달려 있는 새하얀 부속품들이 하나둘 골렘에게 마치 갑옷을 입히듯 맞춰지기 시작했다.
“내 평생을 바쳐 만든 레볼을 희생시킨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할 테니까.”
윈겔 하르트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어느 때보다 공학자로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신에게 가장 먼저 한 방 먹이는 건 우리가 될 거야.”
그는 네피림 전(戰)에서의 승리를 만끽할 여유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수많은 날을 밤낮없이 지새우게 되리라 생각했다.
* * *
우우우우우웅…….
천공성의 코어에서 들리는 옅은 시동음을 들으며 카릴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옆에는 자신의 죽음을 끝내 인정하지 못한 듯 눈도 감지 못한 채로 죽은 주덱스의 시체가 양분되어 너부러져 있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천공성의 시스템을 장악할 줄이야.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알른 자비우스는 카릴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카릴이 비록 마력을 가지지 않고 태어난 태생이지만 누구보다 마법에 대한 이해도도 뛰어난 천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비전술을 익힐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빛의 속성만으로 움직이는 천공성의 제어를 라시스의 힘으로 속이고, 천공성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마력을 백금룡의 용마력으로 대체한다……. 네피림이란 족속들의 꼴이 우습게 되었군. 자신의 요새가 신력이 아닌 마력으로 움직이게 되다니 말이지.]알른의 말에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말이 쉬운 일이지, 코어를 제어하고 혈맥처럼 복잡한 천공성의 배관로에 마력을 보내는 건 머리와 몸이 따로 움직이는 것과 같지.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일이야.]“당신에게 칭찬을 받을 날도 있군.”
[나는 언제나 너를 대단히 여겼다. 단지 네가 좀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채찍을 들 사람이 나뿐이었기 때문이지.]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에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내게 평생을 쌓아 온 지식의 보고를 전수해 준 것도 그렇지만, 단순히 지식뿐만 아니라 내게 동등한 위치에서 첨언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클클……. 나야 죽을 목숨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으니 그렇지.]알른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그의 존재가 카릴에게 있어서 올바른 길을 갈 수 있게 해준 좋은 나침반과 같다는 것을 카릴은 잘 알고 있었다.
[보아라. 네가 지킨 도시다.]알른은 천공성 아래에 보이는 거대한 도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 지켜야 할 도시이기도 하겠지.]그는 감회가 새로운 듯 말했다.
한때는 배신자란 오명과 함께 7인의 원로회의 무덤에서조차 버림받았던 알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머지 원로회들은 무덤에서도 꿈도 꾸지 못할 대륙의 새로운 역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지.”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주덱스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빛무리가 들어왔다.
빛은 여전히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주덱스는 카릴의 검에 갈라지기 직전 힘겹게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은 채로 최후를 맞이했다.
끝까지 신을 찬양하던 천사의 죽음에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그와는 달리 죽어가던 주덱스에게 율라는 일말의 감정 따위도 없어 보였다.
“너 따위에게 우리의 땅을 내어 줄 수 없다.”
카릴은 율라의 형상을 향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참으로 이상하구나.]주덱스가 죽을 때에도 관여하지 않던 형상이 처음으로 카릴을 향해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신탁을 받들지 아니하는가.”
우우우우웅…….
빛무리에 감싸져 있었던 형상이 점차 인간의 형태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동시에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울리던 목소리가 변하더니 마치 육성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카릴은 마치 율라가 단둘만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 봐야 보는 눈이 많은데.”
“정령왕과 마스터 키인 마엘은 나와 함께 신화시대를 살았던 자들이니 개의치 않는다. 마도시대의 마법사의 영혼은…….”
율라는 카릴을 바라봤다.
“그대와 영혼이 이어져 있으니 논외로 두지.”
“꼭 사람 같군.”
“……?”
카릴의 말에 율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하는 투가 마치 인간 같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너는 신탁을 통해서만 우리와 소통을 했으니까. 아니, 명령했으니까.”
그를 바라보는 율라의 눈썹이 가볍게 흔들렸고 카릴은 그 찰나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주덱스가 살아 있었을 때도 그랬지. 그런데 그가 죽고 나자 너는 모습을 바꿨군. 지금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인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러워.”
“신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인간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일이니까. 그대를 위해서라도 이 모습으로 현신하는 것이 나을 터.”
“그럼 주덱스를 죽게 놔둔 것도 나를 위해서인가?”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어째서 녀석을 죽게 내버려 뒀지?”
“그대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네피림은 나의 은총을 받은 유일한 종족이나 신의 힘이 내려 적용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작 1초.”
“그래. 하나 그 1초의 여유를 그대는 주덱스에게 주지 않았지. 그것이 그의 패착이다.”
“너의 말을 전하러 온 네피림이다. 그가 죽는다는 것은 신탁의 불이행을 뜻하는 것인데도?”
“신은 다른 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 그것이 태초의 규율이다.”
카릴은 율라의 형상을 바라보며 웃었다.
“하, 하하……! 역시.”
그가 손으로 이마를 짚고서 허리를 꺾으며 박장대소를 하자 율라는 내뱉던 말을 멈추었다. 빛이 나는 얼굴 때문에 표정을 정확히는 읽을 수 없었지만, 그는 분명 인상을 찡그리는 것 같았다.
“내 생각대로야. 정말로 인간을 닮았어.”
“내가 너희를 만들 때 나의 형상을 본떴으나 그 오만방자함은 주지 않았거늘. 아둔한 욕심이 결국 너희를 멸망으로 이끌게 될 것을 모르는가.”
“신령 대전 때처럼 말이지.”
웃음기 가득했던 카릴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하며 율라의 형상 앞으로 걸어갔다.
“글쎄……. 내 생각은 다른데.”
“……뭐?”
“내가 너에게 인간답다고 한 이유는 단지 지금의 외형 때문이 아니야. 그렇다고 살갑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지.”
그는 율라를 꼿꼿하게 바라봤다.
“규율? 내가 처음 정령왕들을 만났을 때도 그들은 규율에 얽매여 있었지. 그리고 그건 너 역시 마찬가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태초부터 내려온 맹약이니까.”
“그래서야.”
카릴은 율라를 향해 말했다.
“내가 너에게 인간답다고 말한 것은 네가 불완전하다는 뜻이니까. 태초(太初). 신인 너의 위에 존재하는 규율이 있다는 것은 너처럼 완전무결하다 여겨지던 신에게도 거역할 수 없는 요소가 있다는 뜻이니까.”
“…….”
“천년 빙동에서 내가 뭘 봤을까? 그리고 무엇을 깨달았을까.”
카릴은 율라의 턱을 가볍게 움켜잡고선 자신의 얼굴 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신탁(神託)? 좋아. 내려 봐. 네가 생각하는 미래는 없다. 율라, 지금부터 네가 꾸민 일들을 낱낱이 밝혀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