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0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05화(405/497)
250. 파렐(Pharel)
“하……. 하하……. 하하하하!!!!”
율라의 형상은 카릴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 그가 웃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율라는 배를 움켜쥐고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뭐가 웃기지?”
“하하……. 하하하……. 정말 재밌는 자로구나.”
율라는 인간의 행동처럼 눈물을 훔치는 것마저 따라하듯 행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태초부터 이 세계를 관장해 온 존재이다. 하나 너는 마치 내가 내린 신탁과 상관없이 네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구나.”
“신탁이란 미래를 운명 짓는 것이 아니니까.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고 숭고한 것도 아니야. 신탁은 그저 율라, 네가 바라는 미래가 되도록 인간에게 부탁하는 것일 뿐이니까.”
카릴의 말에 율라의 입꼬리가 옅게 올라갔다.
“너는 이 세계를 관리할 뿐 네가 이 세계를 만든 것은 아니니까. 너 역시 그저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들과의 경쟁에서 이긴 승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언제든 네 자리가 공석이 될 수 있다는 말이겠지.”
그때였다.
[그대가 지금 행한 일에 대한 대가를 스스로 짊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율라의 형상이 마치 거인처럼 거대해지더니 괴물과도 같은 목소리가 청공성에 울리며 거목처럼 두꺼운 팔이 카릴의 몸을 움켜잡았다.
[감히……!! 인간이 신좌를 넘본단 말이더냐!!]우레와 같은 목소리와 동시에 천공성 위로 쏟아지던 천계의 문이 사라졌다.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공중요새인 천공성이 크게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워……! 워……!!”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것 같은 신의 모습에 하늘에서 복귀 중인 비룡 부대의 드레이크들은 기수들이 고삐를 잡아당김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제어가 안 됩니다!!”
“진정시켜……!!”
사방으로 날뛰기 시작하는 드레이크들 때문에 천공성의 주위가 소란스러웠다.
“으아아악……!! 아악!!”
“아아악!!!”
드래곤 피어에도 굴복하지 않는 드레이크들이 단 한 번의 일갈로 제대로 날지도 못해 여기저기 추락하고 있었다.
[어찌할 생각이지? 저 높이에서 떨어지면 기수들은 무사하지 못할 터인데.]율라의 손에 붙잡힌 카릴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오히려 그 물음에 코웃음을 쳤다.
“저 정도로 죽을 녀석들이라면 거기까진 거지.”
[모순되는군. 너는 이 땅이 인간의 것이라 말하였고 인간을 지키고자 한다 하지 않았느냐?]“그래. 지켜야 한다면 그러겠지.”
[……?]“저 정도로 죽을 놈들이 아니거든.”
콰앙—!!
카릴이 양팔에 힘을 주자 그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던 율라의 손이 튕겨나며 밀려났다.
“그러는 너야말로. 어째서 나를 위협할 뿐 그 이상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거지? 너의 말을 전할 네피림들을 죽이고 천공성마저 빼앗은 나인데.”
그는 하늘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율라의 형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맞혀볼까?”
침묵하는 신을 향해 그는 차가운 비소를 지었다.
“죽일 수가 없는 거겠지. 네 말대로 이제 곧 타락이 몰려올 것이니까. 그것을 죽일 수 있는 자는 오직 인간뿐이니까. 안 그래? 네피림이 그러하듯 타락은 신마저 죽일 수 있는 힘이거든.”
[가증스러운 인간.]“신탁이나 명예나 같은 소리로 인간을 불구덩이에 몰아넣으려는 네놈은?”
카릴이 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신탁(神託)을 내리겠다.]그때였다.
율라는 천천히 몸을 세우며 카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것은 태초부터 생겨난 전쟁이다. 나는 세계를 관장하는 신으로서 그대들을 도우려 했건만 인간들이여. 재해(災害)를 맞이하라.]카릴은 이제 곧 그가 기다렸던 파렐(Pharel)이 나타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대륙 전역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탑이자 그의 등장과 함께 첫 번째 재해라 불리며 나타난 최초의 타락, 혈(血).
‘이제야 진짜 전쟁의 시작이로구나.’
그건 단순히 마물의 습격을 막도 자신의 땅을 지키려는 싸움이 아니었다.
신의 노리개가 아닌 자율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마지막 전쟁이었다.
자신들의 선조이자 최초의 블레이더가 그러했듯이.
[이제 곧 재해가 하늘을 휩쓸 것이며 타락이 대지를 뒤엎을 것이다. 그러니 싸워라. 하나 더 이상 승리를 위한 신의 가호는 없을 것이다!!!]율라는 마치 경고하듯 말했다.
[너희는 타락의 암흑 앞에 고통받을 것이며 영원히 햇빛을 보지 못할 어둠만이 인간계에 남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너희들이 자초한 일. 신의 명령에 거역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신탁이 아니라 완전히 저주로군.”
하지만 끔찍한 율라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여전히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신이란 자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할 줄이야. 네 말대로 정말 인간답구나.]알른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이상한 일은 아니지. 우리는 이미 북부에서 신의 실체를 보았으니 말이야.”
그 순간,
콰가가가가가……!!
구름을 뚫고 눈앞에 거대한 탑이 나타났다. 카릴은 무척이나 낯익은 탑의 모습에 눈빛이 흔들렸다.
그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대륙을 불태웠던 원흉이자 친우를 죽이고 자신이 시간을 거슬러 이곳에 오기 위해 억겁의 세월을 보낸 장소이기도 했다.
꽈악-
폴세티아의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파렐(Pharel)…….”
카릴은 먹구름 사이를 뚫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탑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드디어.”
그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들어 보였다.
“내가 또 다른 천년 빙동에 숨겨진 봉인에서 찾은 진실을 보일 때가 되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알른이 검은 기운을 사방으로 퍼뜨리며 카릴을 감쌌다.
[그래, 그 덕분에 나의 눈도 트이게 되었지. 세계를 바라보는 눈 말이야.]알른은 음산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탑을 향해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율라는 스스로 신이 여럿인 것을 인정하였지. 창조와 파괴라는 거창한 말로 꾸몄지만 결국은 그들 역시 경쟁과 투쟁 사이에서 차원을 뺏고 빼앗는 것일 뿐.]“신탁이라 말하지만 결국은 결국 빌어먹을 신들의 싸움에 불과할 뿐이며 자기들 싸움을 우리가 사는 이 대륙에서 벌이려는 포장에 불과해.”
[그러니 보여줘야지. 신이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은 그와 상응하는 다른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며 또 다른 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율라가 지배하는 이곳만이 유일한 차원이 아니라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는 말이기도 하지.]“그 말인즉슨…….”
카릴의 눈빛이 빛났다.
“파렐(Pharel) 역시 하나가 아니다.”
그는 사라지는 율라의 허상을 향해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며 곱씹듯 말했다.
“나는 이미 탑을 공략했었다.”
콰가가가가……!! 콰가강……!!
상공에서 나타난 탑의 창분 사이사이로 괴물들이 머리를 내밀며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듯 가로저었다.
스강-!!
그런 녀석들을 향해 카릴은 있는 힘껏 검을 내던졌다.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폴세티아의 검이 파렐의 벽면에 박히자 주위에 벽돌이 사정없이 부서졌다.
창문 틈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리우며 울부짖던 마물들이 그 바람에 황급히 도망친 듯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또다시 못할 것도 없지.”
억겁(億劫)의 시간을 거슬러 왔었던 그때와는 다르다. 고독하기만 하고 오로지 돌아가야 한다는 집념하에 검 하나만을 휘둘렀던 끔찍한 시간과는 다르다.
지켜야 할 곳과 바꿔야 할 미래.
더더욱 저 탑을 무너뜨릴 명분이 생겼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카릴은 마음을 다잡듯 이를 악물며 전의를 불태웠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솟아오른 탑의 정상을 바라보며 그는 사라진 신을 향해 말했다.
“기다려라. 다시 한번 탑의 정상에 올랐을 때 비로소 이번엔 널 마주하는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우우우우웅…….
그의 손바닥에서 옅은 기류와 함께 에메랄드빛 광채가 일순간 빛이 났다 사라졌다.
* * *
“타락은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지. 하지만 신이 어째서 신탁을 통해 타락을 사냥하라 명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군.”
“신도 두려워했던 거야.”
“그래, 그렇겠군. 저 모습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정말로 끔찍하군.”
밀리아나는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 멀리 높게 솟아오른 탑, 파렐(Pharel)을 바라보며 말했다.
쿠그그그…… 쿠그…….
신에게 대항한 벌인 것처럼,
거대한 탑은 끊임없이 마물들을 쏟아 내고 있었다.
네피림들과의 전쟁에 대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사람들은 천공성 위에 모였다.
두드드드드……! 두두두두……!!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지상에는 여기저기 불꽃들이 일어나고 마물이 질주하고 지나간 자리엔 거목들이 부서져 마치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완전무결한 신에게 있어 균열의 찌꺼기인 타락은 독과 같은 것이기에 그들은 인간의 손을 빌려 타락을 멸살하려 했던 것이다.”
“균열이란 무엇입니까?”
[차원이 만들어지고 확장됨에 있어서 벌어진 틈과 같은 것이다. 균열은 일종의 혼돈과도 같은 것이며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으나 또한 무엇이든 있는 곳이기도 하지.]2대 광야 중 한 명인 라시스가 말했다.
[균열은 빛과 어둠이 존재하기에 창조와 파괴가 동시에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타락뿐만 아니라 우리 정령 그리고 심지어 신마저 균열에서 탄생한 존재들이지.]그리고 그 말을 두아트가 받았다.
그 둘은 태초에 완성된 차원과 가장 유사한 속성을 가진 자들이었기에 누구보다 가장 신의 섭리에 대하여 통달해 있었다.
[하나 균열은 불안전한 공간이기에 때로는 예상치 못한 존재가 태어나기도 하지.] [그래, 그 때문에 빛과 어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우레군주와 같은 별종이 태어나기도 하고.]“불안전하기에 약하지만 반대로 불안전하기에 비수가 될 수도 있지. 우리는 그 빈틈을 노려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저 괴물들을 먼저 처리해야겠지. 돌아갈 집이 없이 싸우기만 한다면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아무것도 남지 않아.”
밀리아나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각 거점에서 연락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연결해.”
카릴이 시선을 내리자 수많은 마법사와 이스라필이 펼치는 마경(魔鏡) 속에 대륙 전역의 성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포나인 방어성의 시민들은 대피가 완료되었습니다.] [라니온 연합은 현재 절반가량 진행 중입니다.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하여 중원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은익 함대가 대륙의 남부 연안을 통해 현재 연합 쪽으로 진군 중입니다. 지원 허가를 내어 주신다면 연합 쪽 항구에 함선을 정박시키도록 하겠습니다.]“허가한다.”
“북부 늑여우 부족 척후병의 급보입니다!!”
카릴이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또 다른 소식을 마법사가 전했다.
[잔나비 부족의 거점이 파괴되었습니다. 부서진 형태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마물의 숫자는 약 100마리 이상! 그중에 골렘 크기의 대형 마물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습격인가?”
[그렇진 않습니다. 아마 대규모 이동으로 인해 부서진 것으로 보입니다.]통신구를 통해 전해 오는 보고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최초의 타락인 혈(血)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전까지 타락들은 공격을 해오지 않을 거야.’
카릴은 기억을 더듬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이민족 진영은 이미 모두 철수한 뒤니까 상관없어. 타락의 경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화린은 척후병의 보고에 씁쓸한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는 듯싶지만 지금까지의 경로를 토대로 봤을 때 타락들은 모두 같은 곳을 향해 진군하고 있습니다.”
“그게 어디지?”
“선혈 동굴입니다.”
카릴은 앤섬 하워드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도 최초의 타락인 혈(血)과 함께 타락이 대륙을 침공했던 시발지가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었다.
“방비는 하되 타락은 당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녀석들이 공격하진 않을 테니까. 녀석들은 자신을 이끌어 줄 우두머리를 기다리고 있거든.”
카릴은 지도 위에 선혈 동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녀석들을 기다려 줄 필요는 없지. 앤섬. 천공성을 발진하라.”
“네, 주군.”
그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선수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