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0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06화(406/497)
251. 천년 빙동의 비밀 (1)
늦은 밤.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카릴에게 데릴 하리안이 찾아 왔다.
“순항 중이군요. 네피림의 천공성이 마도 공학의 골렘의 시스템과 유사하다니……. 재밌지 않습니까.”
그는 천년 빙동에서 만났을 때와는 달리 다시 황금십자회를 가리키는 흰색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내일이면 선혈 동굴에 당도할 수 있을 듯싶군요.”
카릴은 그의 목소리에 잠시 눈길을 주고는 이내 곧 다시 돌렸다.
“저희들의 예상대로 네피림들은 물러갔지만 그 덕분에 그들의 지원 역시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신 우리 마계의 힘을 얻었지.”
“마족을 믿어도 될까요?”
“너를 믿는 거나 마족을 믿는 거나 비슷하지 않을까.”
카릴의 신랄한 대답에 데릴 하리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데릴, 너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그가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천년 빙동에서 우리가 재회했을 때 너는 적법한 왕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지. 그건 신좌를 결정하는 역량에 대한 것이었어. 너는 천년 빙동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나?”
데릴 하리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안내자일 뿐 그 안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
카릴은 그를 바라봤고 데릴은 거짓말은 아닌 듯 눈을 피하지 않았다.
“탑이 있다.”
“……네?”
“북부에는 두 개의 천년 빙동이 있다. 하나는 신화 시대를 이끌었던 블레이더가 잠들어 있고 나머지 하나엔 지하 깊숙하게 탑이 얼어 있었다.”
데릴 하리안은 생각지 못한 카릴의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황금십자회는 카이에 에시르가 남긴 또 다른 유산입니다. 대마도서 폴세티아를 찾아 보관한 것 역시 그였으니까요. 그는 고서를 보호할 자들을 찾았습니다. 그의 유지를 이어 고서를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 저희들입니다만…….”
데릴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희는 지킬 뿐 그 이상의 관여를 하고 싶진 않습니다. 비밀이란 많은 사람이 알수록 그 의미가 퇴색되니까요.”
“하지만 너는 알아야 하지. 네가 내게 폴세티아를 건넸을 때부터 이미 발을 들여놓은 것이니까.”
“글쎄요……. 천년 빙동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개인적인 일입니다.”
데릴은 어깨를 으쓱했다.
“카이에 에시르도 완성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일이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가 이루지 못한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신수의 부활 말이로군.”
“네.”
데릴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작은 사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신수는 정령의 힘을 가지고 있는 생물. 이미 사라졌다고 알려졌으나 사실 사라졌다기보다는 그 원류가 봉인되었기 때문에 명맥이 끊긴 것이었습니다.”
“명맥이라 함은…….”
“정령왕. 빛의 라시스가 부활하고 어둠의 두아트가 봉인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카릴 님 덕분이니까요. 그 덕분에 빛의 힘을 가진 알카르가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카릴에게 말했다.
“카이에 에시르가 사라지기 전 그는 저희들에게 남긴 말이 있습니다.”
“어떤?”
데릴은 카릴을 바라봤다.
“대격변의 순간에 신수는 인간에게 또 다른 힘이 될 것이니 정령의 주인이 나타났을 때 폴세티아를 그에게 건네어 신수를 부활시켜라, 라고.”
카릴은 물끄러미 신록(神鹿) 알카르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 작은 사슴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겠어?”
“글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알카르를 포함하여 3대 위상이라 불리는 혼백랑(魂白狼) 로어브로크와 청귀(靑龜) 칼두안. 이들은 정령왕이 봉인됨과 동시에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정령의 산물임과 동시에 정령을 인간계에 맺어 주는 연결 고리와도 같은 것이지요.”
“신수가 살아 있다면 정령의 힘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카이에 에시르는 정령의 부활을 예견하고 너희들에게 신수를 부활시키라 명했고 말이지.”
“네.”
“기가 차는군.”
카릴은 데릴 하리안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도대체 정체가 뭐지?”
그는 한 사람의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카이에 에시르…….”
그때였다.
“비공정 접근 중!! 교도 용병단입니다!”
선혈 동굴을 향해 날고 있는 천공성의 탐지망에 포착된 붉은 점이 윈겔이 설치한 마경 위에 나타났다.
비공정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카릴은 부하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착륙 허가를 내리고 모든 골렘의 대공포를 비공정에 조준하도록. 허튼짓하면 쏴버려.”
“넵!!”
“그리고 가네스에게 알려라. 비룡 부대를 이끌고 비공정을 맞이하라.
“알겠습니다.”
카릴은 고든의 등장을 기다렸다는 듯 살짝 눈을 흘기며 천공성의 창밖을 바라봤다.
“적법한 왕에 대해서 알고 있는 또 한 사람이 찾아 왔군요. 이후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그와 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만.”
데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네피림 전(戰)을 참전하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카릴은 교도 용병단이 그동안 놀고만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적인 일이지만 카릴은 고든에게 한 가지 의뢰를 했었으니까.
그가 돌아왔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한 사람을 데려왔다는 것이기도 했다.
“고든이 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겠지. 선혈 동굴이 있는 트라멜을 향해 가는 길목에 그 사람의 영토를 지나니까.”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생각이 미치자 카릴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데릴 하리안을 바라봤다.
“물론입니다. 천년 빙동의 비밀을 알고 있는 마지막 한 사람이니까요. 그럼…… 저는 물러가 있겠습니다.”
“꽤나 시끄러워질 거야. 그는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이니까. 그가 데려온 자 역시 못지않지. 난동을 부린다면 골치 아플지도 몰라.”
데릴 하리안은 그의 말에 옅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다른 이를 가리켜 뛰어나다는 말을 카릴 님께서 하시니 어울리지 않는군요. 아무리 고든 파비안이라 하더라도 카릴 님이 계신 이곳에서 난동을 피우진 않을 겁니다.”
“모르지. 그는 죽음이 무서워 의지를 피력하는 것을 굽히는 사람은 아니니까. 천년 빙동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자이기도 하고.”
“그럼 더더욱 그는 카릴 님을 따르겠군요.”
“글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지. 골치 아파질 거란 뜻은 내가 아니라 너에게 해당되는 일이거든.”
어깨를 으쓱하는 데릴 하리안은 카릴에게 가볍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물러서려 했다.
“아직 넌 내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어.”
그 순간 카릴은 그를 붙잡았다.
“카이에 에시르…… 말씀입니까. 황금십자회를 만든 것이 그이긴 하지만 제가 엘프나 드래곤도 아닌 이상 250년 전의 사람에 대해서 알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
“단지 저희는 그의 유지를 받들 뿐입니다.”
데릴은 그 말을 끝으로 유유히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카릴은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꺾었다.
[조심해라, 카릴. 여전히 꿍꿍이를 알 수 없는 놈이야. 녀석은 천년 빙동을 안내할 때 우리에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일이지. 게다가 녀석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고.]“걱정하지 않아도 돼. 놈은 우리를 배신하진 않을 테니까.”
[어떻게 확신하지?]“천년 빙동에서 우리가 본 ‘그것’이 녀석에게도 필요하니까. 덕분에 녀석이 어째서 카이에 에시르에게만 허락된 붉은색 로브를 입고 왔는지 알게 되었거든.”
[흥……. 난 여전히 녀석을 신용 할 수가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지 않고서 믿으라고 하는 놈들은 언제나 뒤통수를 치게 마련이니까.]카릴은 알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녀석이 뭔가를 더 알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250년 전의 인간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하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 수 있는 자는 없으니 당연한 얘기지만 죽었다고 표하겠지.]“맞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250년 전의 대마도사에 대해 당연하게 죽었다 여긴다. 하지만 녀석은 어떻지?”
[……?!]“조금 전에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카이에 에시르가 사라졌다, 라고 말이야.”
[설마…….]“녀석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지.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천년 빙동에서 알게 된 것에 진위를 가리기엔 충분하겠지.”
하지만 카릴은 데릴이 감추려고 하는 것마저 이미 예측하고 있는 범위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건 지금 오고 있는 자들에게도 적용되는 일일 거야.”
츠즈즈즈즈즈즈…….
요란한 시동석의 소리와 함께 비공정이 천공성의 지면에 착지했다. 천공성에 대기 중인 자유군이 비공정이 착륙하는 것을 지켜보며 무구를 겨누었다.
흐트러짐 없이 정렬된 병사를 보며 고든은 그 전보다 더 카릴의 군세가 견고해졌음을 깨달았다.
“카릴, 한바탕 난리를 피웠더군.”
고든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때마침 잘 오셨습니다. 인사는 나중에 하죠. 마침 제가 이 자리에 필요한 사람들을 모두 불렀던 참이거든요.”
“천년 빙동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로 너는 예상을 하지 못할 사람인 듯싶군.”
“네피림이 대륙을 노릴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으니까요. 제가 녀석들의 사자를 죽였으니.”
“하지만 천계에서 내려온 천공성마저 탈취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지. 나를 포함해서 말이야 너와 싸운 네피림조차 믿을 수 없는 일이지.”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질세.”
그때였다.
천공성의 문이 열리며 와이번을 타고 있는 한 사람이 카릴의 눈에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정갈한 마력은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 수 있게 했다.
다름 아닌 알테만이었다.
“후우…….”
천공성에 착륙한 알테만이 로브를 벗자 그의 얼굴은 조금 수척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즉위식 때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람들은 네피림과의 전투에서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아보라고 한 것은?”
“자네 생각대로 일세. 자세한 보고는 나중에 하지.”
카릴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화에 주목했다.
‘주군께서 언제 그에게 따로 명령을 내리셨던 거지? 즉위식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면 북부로 떠나시기 전이라는 말인데…….’
‘그 와중에 다음 수를 생각하시고 계시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구나.’
카릴의 책사라 할 수 있는 앤섬과 두샬라는 두 사람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든, 여기까지 절 찾아 왔는데 설마 혼자 오신 것은 아니시겠죠.”
“교도 용병단은 의뢰는 확실하게 지킨다.”
그의 물음에 고든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어깨너머 누군가를 향해 고갯짓했다.
저벅- 저벅- 저벅-
비공정의 계단을 따라 한 남자가 걸어 내려왔다.
카릴은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서 처음으로 굳은 얼굴로 말했다.
“기다렸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크웰 맥거번이었다.
“이제 곧 치열한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는 걸 다들 아실 겁니다.”
카릴은 크웰과 고든, 알테만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드디어 무대는 갖춰졌고 이야기에 필요한 주역들도 이제 모두 올라선 것 같네요.”
카릴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천년 빙동의 진짜 비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