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1화(41/497)
38. 타투르의 비밀
“모두 모였군.”
“얼굴이 왜 저 모양이지?”
두샬라는 엉망이 된 얼굴로 카릴의 뒤에 서 있는 수안 하자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별일 아냐.”
“별일 아니긴. 딱 봐도 한판 했네. 저 꼬마의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
“말조심해. 이제 타투르의 주인이시다. 마스터라고 불러.”
수안 하자르의 단호한 목소리에 두샬라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 참…….”
“입에 붙지 않으면 편하게 얘기해도 좋아.”
카릴은 변한 수안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너희가 모르는 타투르의 비밀에 대해서 알려주겠다. 이곳의 주인이 되었으나 나는 관리자였던 너희들의 직무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 게다가 이 비밀이 나에 대한 충성을 좀 더 두텁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니까.”
이야기를 들을수록 더 의문이 갔다.
도대체 자신들도 모르는 타투르의 비밀이 뭘까.
그리고 그걸 어째서 이곳에 처음 온 꼬마가 알고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자, 잠깐!!”
그때였다.
저 멀리서 허둥지둥 달려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캄마?”
“아씨, 다들 너무한 거 아니오? 왜 자꾸 나만 빼. 나도 이곳의 관리자인데!”
숨을 헐떡이며 긴 로브의 자락이 흙탕물로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는 듯 캄마가 세 사람에게 소리쳤다.
“하여간 여긴 또 어떻게 안 거야?”
“길거리에 사람들을 싹 배치해놨지. 너희가 또 나 몰래 뭐 하나 해서.”
“별 쓸데없는 짓은…….”
“쓸데없다니. 지금도 봐. 응? 이 새벽에 마스터랑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고!”
캄마는 그렇게 말하며 카릴을 향해 히죽거리듯 웃었다.
“호칭이 입에 착 달라붙는 것 같습니다, 마스터.”
“미친…….”
두샬라는 어이없다는 듯 캄마를 향해 콧방귀를 뀌었지만 덕분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았다.
“잘 왔어. 사실 말 안 해도 알아서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 하하……. 그렇습니까?”
“빈민가의 캄마가 정보력 하나는 끝내주니까.”
“어이쿠. 과찬이십니다.”
캄마는 그의 말에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
* * *
“타투르가 지어진 게 언젠지 알아?”
“글쎄요…….”
“인공섬이라는 건 들었지만 자세한 건 저희도 모르겠네요. 주위를 흐르는 포나인 강물이 워낙 세서 버려진 땅이니까요.”
두샬라는 카릴의 뒤를 따라 걸으며 말했다.
“역사서에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으니까요. 하긴 나와 있어도 별로 관심도 없겠지만.”
그녀의 말에 수안과 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하루하루를 살아남는 것으로도 바쁜 그들에게 여유롭게 책을 보는 건 사치일 뿐이었다.
“제국이 건국된 건 약 250여 년 전이지. 대마도사라고 불리는 카이에 에시르를 필두로 태제(太帝)라 불리는 팔슨 슈테안은 엄청난 힘으로 순식간에 크고 작은 영지들을 정리했지.”
끄덕-
세 사람은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곳 타투르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 1천 년 전인 마도 시대라 불리는 때에 만들어진 곳이야.”
털컥-
끼이이익…….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캄마는 이렇게 며칠 사이에 또다시 암시장의 문을 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살짝 입맛을 다셨다.
“마도 시대의 건물은 미로처럼 복잡하기로 유명하지. 너희들이 암시장으로 쓰는 이곳도 그중 하나고.”
“하지만 여긴 모두 조사가 끝났습니다. 각각의 시설은 이미 그 주인들이 있고요.”
“맞아.”
카릴은 암시장을 통하는 문을 통과하며 걸음을 옮겼다.
“여긴 복잡하긴 하지만 지도가 있다면 길을 잃을 정돈 아냐. 이 정도가 타투르의 비밀이라고 하면 곤란하지.”
그는 고개를 돌려 두샬라를 바라봤다.
“흠. 여기군.”
암시장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카릴은 벽을 쓱 만졌다.
방으로 나뉜 암시장으로 가려면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했다.
그저 지하로 내려가는 외길에 중간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신중한 카릴의 모습을 보며 캄마는 말을 더듬었다.
“벽…… 이네요?”
“맞아.”
“자, 잠시만요. 설마 저걸 부수거나 하려는 건 아니시죠? 그랬다가는 천장이 무너지고 말 겁니다.”
캄마는 깜깜한 어둠이 싫은 듯 수안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말했다.
“설마 고대인들이 그런 식으로 건물을 만들었을 리가 없잖아.”
두샬라는 그런 캄마를 보며 못마땅한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마도 시대에 이곳은 드워프들이 만든 요새였다더군. 그래서 몇 개의 특이한 기능이 있지.”
서컹-
카릴이 건틀렛에 힘을 주자 그의 손등에서 날카로운 날이 튀어나왔다.
“이 작은 틈에 날을 집어넣어 돌리면…….”
까드드득…….
날이 부러질 것 같이 기괴한 소리를 냈다.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카릴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있는 힘껏 건틀렛의 날이 그었다.
쿵-!! 철컥–!!
촤르르륵……!!
그 순간.
틈 사이가 벌어지더니 건틀렛의 날이 기계음을 내면서 돌아갔다. 그와 함께 단단하게 보였던 벽이 놀랍게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밀 장소가 나타나지.”
“어떻게…….”
두샬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타투르에 터를 잡고 난 이후 모든 곳을 샅샅이 뒤졌다고 생각했던 그녀도 모르는 비밀 장소.
“마법 감지 같은 거로는 나오지 않아. 게다가 드워프나 노움의 것처럼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강도의 물건이 아니면 안 돼. 게다가 실패하면 다시는 열지 못하니 비밀을 알고 있는 자가 아니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곳이지.”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르 디 마우그, 언젠가 깨어나면 고맙다고 말해야겠군. 당신이 알려준 지식을 마음껏 써주겠어.’
촤아아아악—!!
거대한 벽이 열리자 그 안은 지하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큰 공동(空洞)이 펼쳐졌다.
천 년이란 세월이 지났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철근들이 마치 공장을 보는 것처럼 복잡하게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
그 안에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것이 있었다.
“저건…….”
수안 하자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배잖아요?”
“맞아. 하지만 인간이 만든 건 아니지.”
카릴은 마치 봉인이 되어 있는 것처럼 두꺼운 쇠사슬로 묶여 있는 전함을 바라보며 말했다.
“교도 용병단의 비공정과 같은 녀석이야. 아쉽게도 날지는 못하지만. 포나인의 강물 위에서 이놈과 대적할 수 있는 배는 없을걸.”
잘 알고 있는 물건을 얘기하는 것처럼 추억에 잠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도 시대의 위대한 대장장이인 드워프 푸르발 뮤르의 작품이지. 아마 대륙에 남아 있는 그의 작품은 비공정과 이것 두 개뿐일 거야.”
카릴은 범선의 앞에 장식되어 있는 선수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라, 저게 뮤르가의 상징이다.”
마치 당장에라도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거대한 골렘이 범선의 선두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타투르가……. 요새였다니.’
두샬라는 생각지 못한 사실에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제국과 삼국 그리고 공국에까지 인접해 있는 이곳이 전투마저 용이하다면…….
어쩌면 대륙의 수많은 왕국 사이에서 가장 위협적인 장소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마……. 이게 마도 시대의 물건이란 말인가요?”
“그래.”
두샬라는 넋을 잃은 듯 배를 바라봤다.
‘타투르 밑에 이런 게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게다가 마도 시대의 물건이니……. 값을 매길 수도 없는 물건이잖아. 어떻게 이런 걸 알고 있는 거지?’
그녀는 오랜 세월 터를 잡고 살았던 자신도 모르는 비밀을 카릴이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거……. 움직이긴 하는 건가요?”
의문의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두샬라와 달리 새하얀 먼지가 잔뜩 끼어 있는 모습을 보며 수안은 어쩐지 설레는 얼굴로 말했다.
“당연히 움직이지.”
철컥-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쇠사슬을 잘라냈다.
‘전생에서도 네가 몰았던 배인데.’
그는 수안의 질문이 우스운 듯 속으로 생각했다.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항해사.
제도왕(諸島王)이라 불리며 대륙 서쪽 해협에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을 통치했던 넬슨 하워드의 재림이라고까지 수안 하자르가 불리게 되었던 이유가 바로 이 배 때문이었으니까.
‘이게 내가 만들 보이지 않는 제국의 두 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카릴은 그가 이 배를 이끌고 대륙 전역을 휘젓고 다녔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마도범선(魔道帆船).”
쿠그그그그……!!
콰가강……!!
단단한 쇠사슬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요란하게 떨어졌다.
그러자 지하에 있는 홀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흙가루들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자, 잠깐. 마도 시대의 물건을 그렇게 함부로…….”
지금보다 약 1천 년 전.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각종 유사 인종들이 살아가던 시대엔 지금보다 마법이 훨씬 더 왕성했다.
현존하는 마법들은 모두 그 당시에 태초의 마법사들이라고 불리는 7인의 원로회로부터 정립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남아 있는 마법들 중에도 쓰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마도 시대의 물건들이 더더욱 값이 나가지. 황궁의 창고에 있는 유물들이 그렇듯.’
이따금 오래된 유적이나 던전에서 마도 시대의 물건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마도 시대는 마치 꿈 같은 시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릴은 다르게 생각했다.
‘값이 나간다고 창고에 박아 놓으면 의미가 없지. 마도 시대의 물건은 눈으로 보는 장식품이 아닌 하나하나 모두 지금 시대의 물건보다 훨씬 더 효용이 있는 거니까.’
제국을 비롯해 공국과 삼국의 왕가에는 마도 시대의 물건들이 있었다.
청린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광물로 만들어진 유물들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황궁 보고에 있는 바람의 힘이 담긴 지팡이, 무한의 숨결(Infinite breath)이었다.
‘답답한 노릇이지. 아무리 좋은 무구라도 정작 쓰지 않고 있는데.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만이 그걸 쓸 수 있는 실력이지만 정작 무한의 숨결을 든 재상이 두려워 황제는 그걸 꼭꼭 숨겨 놓았으니까.’
카릴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다를 것이다.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쓰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위치에 있으면 그만이니까.
검과 마법 그리고 그 이외에 그 어떤 힘보다도 더 우위에 자신이 있으면 되는 일이다.
“제국의 귀족들도 아우르는 천하의 두샬라가 이런 거로 겁을 먹으면 쓰겠나.”
“아니, 누…… 누가.”
두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슬며시 수안의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움직이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 쓸 수는 없어. 일단은 암시장에 있는 드워프들을 불러서 이걸 수리해.”
“그들이 이걸 봐도 괜찮을까?”
“별다른 방법은 없다. 애초에 뮤르가의 물건은 오직 드워프만이 알 수 있는 특수한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으니까.”
카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입단속은 당신이 잘하는 일이잖아. 그리고 5-UK-37 구역에 있는 드워프를 관리자로 임명해. 그럼 잡음이 없을 거야. 뮤르가의 일족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왕가를 모셨던 자니까.”
“그…… 그러지.”
두샬라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를 바라봤다.
‘이 지하시설도 그렇고 암시장은 타투르에서도 비밀스러운 곳인데 그걸 구역까지 알고 있다고? 진짜 뭐야?’
“뮤르가의 유산이라고 하면 그자가 알아서 말이 세어나가지 않도록 잘할 거야.”
“저……. 안에 들어가 봐도 괜찮을까요?”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안 하자르는 눈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물론. 하지만 수리가 끝나고 나서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진 꺼내는 일이 없도록 명심해. 자칫 잘못 하면 제국의 타깃이 되기 충분하니까.”
“알겠습니다.”
카릴은 배의 옆면을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궁금하지 않아? 이 범선이 세상에 나왔을 때 대륙에 있는 녀석들의 표정이 어떨지.”
“뭐, 재밌겠네.”
두샬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자꾸만 웃음이 날 것 같은 입술이 베일에 감춰져 있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한 심정으론 방방 뛰면서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항상 잘난척하는 귀족들과 이용할 대로 이용하면서도 자신들을 벌레 보듯하는 녀석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카릴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기대해.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