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1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10화(410/497)
252. 그 시절로
콰아아아앙—!!
콰각-! 콰즈즈즈즉—!!!!!
강렬한 뇌전이 먹구름 아래로 쏟아지듯 떨어지고 있었다. 천공성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선혈 동굴 근처에서 내리치는 번개를 피해 멈추었다.
신기하게도 주위는 맑은 하늘이었지만 선혈 동굴의 위에만 짙게 깔린 먹구름은 마치 침입자들의 침범을 거부하는 듯 보였다.
“비룡 부대는 자리를 지킨다!! 번개를 조심하라!!”
가네스의 외침에 천공성을 호위하듯 날고 있던 비룡들이 학익(鶴翼)의 형태로 성을 중심으로 반원으로 흩어졌다.
“주군, 저기 보십시오.”
눈이 좋은 키누 무카리가 지상을 가리켰다.
놀랍게도 먹구름에 떨어진 번개가 바닥에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마치 날뛰듯 동굴 주변에서 번뜩이고 있었다.
흡수되지 않은 뇌전은 자꾸만 쌓여 꼭 살아 있는 것처럼 동굴 주위를 빠른 속도로 맴돌며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통구이가 되겠군.]알른은 혀를 차면서 아래 전경을 훑었다.
[다행히 사람은 없나 보군.]“수안과 이스라필을 선혈 동굴로 보냈을 때 트라멜 주변의 백성들을 이주시키라 명했으니까. 어차피 그들은 제국에서 쫓겨나 폐허에서 지내는 빈곤층이니 정착금을 쥐여주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거든.”
[철두철미하군. 선왕(宣王)은 덕목이지만 쓸데없는 친절함은 네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잊지 말거라.]카릴은 알른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결할 거지? 일단은 지상으로 내려가야 조사를 하든 마물을 죽이든 할 텐데.]“천공성에 집결한 인원은 모두 실력자들이니 제 몸 하나 지킬 순 있겠지만……. 번개를 치우긴 해야겠군.”
카릴은 에이단을 바라봤다.
“검을 빌리마. 저 말도 안 되는 번개를 버틸 수 있는 무구는 아무래도 뇌격과 뇌전뿐일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에이단은 망설임 없이 품 안에 둔 두 자루의 검을 그에게 건넸다.
콰앙-!!
카릴이 뇌격을 있는 힘껏 지상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검이 바닥에 박힘과 동시에 강렬한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검 안으로 전격이 빨려 들어가듯 흡수되었다.
[하하, 남들은 보는 것도 소원인 블레이더의 5대 무구를 고작 피뢰침으로 쓰다니. 기가 막히는군. 하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일 게다.]알른은 기가 막힌다는 듯 카릴에게 말했지만 카릴은 그저 지상을 주시할 뿐이었다.
즈즉……. 즈즈즈즈즉…….
“기껏해야 1분이겠군.”
만환(卍環)을 시전한 그의 눈에 바닥에 꽂힌 뇌격이 마치 허용 용량을 초과한 듯 당장에라도 뽑힐 듯 심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뭐, 검이 부서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겠지만.”
카릴은 두 자루의 검 중 남은 뇌전을 에이단에게 던지며 말했다.
“다들 들었지? 1분이다. 1분 안에 우리는 적진 안으로 침투해야 한다. 모두 낙하 준비!!”
에이단은 그의 의중을 재빠르게 알아차리고는 자신의 수하들인 스나켈들에게 소리쳤다.
“선혈 동굴이 있는 트라멜은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과거에는 마도 시대에 요새로 사용되었던 곳입니다.”
앤섬 역시 빠르게 지도를 펼쳤다.
우우우웅…….
신기하게도 그가 펼친 지도는 일반적인 가죽 위에 그림을 그려 만들어진 것이 아닌 허공에 영상을 띄우듯 만들어진 마도 공학의 발명품이었다.
그가 둥근 유리구슬을 양손으로 움켜쥐자 허공에 떠 있는 반투명한 지도가 마치 확대가 되는 것처럼 커지면서 사진처럼 선명하게 트라멜의 모습이 나타났다.
“신기하군.”
나인 다르혼은 노움의 실력이 들어간 마도구에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
“이스라필 님의 우월한 눈과 연결되어 있어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도에 표시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곳에 마경을 띄워 바로 볼 수 있기도 하고요. 타락과의 싸움은 한 나라가 아닌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전투인 만큼 정보의 속도가 생명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앤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기사는 아니지만 그의 골렘 조종술은 그 어떤 조종사보다 뛰어났다.
지휘를 위해서는 꼭 선두에 나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윈겔이 직접 이끄는 골렘 부대는 다른 부대에 비해 월등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개인의 전투력이 아닌 골렘의 기동력과 효율적인 배치는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주군……!! 저기 앞에……!!”
키누 무카리의 외침에 모두가 상공을 바라봤다.
[크르르르르르……!!]거대한 뱀과 같은 것이 먹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다. 몸은 뱀의 것을 닮았지만, 머리는 마치 악귀처럼 구겨진 사람의 인상을 하고 있었다.
“뭐 저렇게 생긴 괴물이 다 있어?”
산전수전 다 겪어 본 고든조차 그 괴상망측한 모습에 혀를 두르고 말았다.
“앤섬. 천공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라. 이스라필은 최대한 많은 눈을 만들어서 시야를 밝히도록. 그리고…….”
“주군, 이것을.”
앤섬은 지도를 지우고서 주머니에서 작은 세공품을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
“들리나?”
세공품은 카릴의 귀에 쏙 들어맞았다.
그와 동시에 달려 있는 작은 보석에서 빛이 깜빡였다. 칼립손의 세공 마법(Magic Craft)을 통해 새로이 만든 통신구의 축소판이었다.
[네, 주군. 타락의 기운 때문인지 잡음이 생기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중심부로 들어가게 될 경우 연결이 어려울 듯싶습니다.]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윈겔을 불렀던 카릴도 짐짓 놀란 듯 살짝 눈썹을 들썩였다.
통신 마법은 오직 마법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인데 이 물건을 쓴다면 마력이 없는 이민족들도 원거리에서 통신이 가능할 테니 더욱 빠르게 전술을 행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골렘의 조종은?”
[현재까지는 무리가 없습니다만 그 역시 중심부에 들어가게 되면 어떨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카릴은 윈겔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동 가능한 모든 골렘을 선혈 동굴 주위에 포진시킨다. 선혈 동굴이 파괴되고 나면 우두머리를 잃은 타락들이 정신없이 쏟아질 거야. 놈들이 절대로 트라멜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섬멸해야 한다. 놈들은 네게 맡기겠다.”
[알겠습니다.]해협 건너에 있는 윈겔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골렘 전기(全機). 하강 시작하겠습니다.]철컥-!! 지이이잉……!!
그의 명령과 함께 천공성의 외곽에 배치되어 있던 골렘들이 일제히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치익……!
치이이익……!! 쿵!!! 쿠웅……!!
골렘의 등에 장착되어 있는 시동 코어가 빛을 뿜어내자 서서히 낙하 속도가 줄어들며 하나둘 골렘이 지상에 착륙하며 배치되기 시작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마도 병기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전투 준비에 돌입했다.
“데릴 하리안.”
“하명하십시오.”
“천공성은 시공 코어는 내 힘으로 제어를 바꿔 마법사들도 운행할 수 있지만 4개의 포탑은 다르다. 빛을 응축하여 쏴야 하는 것이기에 빛의 힘인 광휘력(光輝力)이 필요하다.”
“네.”
“놈들에게 율라의 말처럼 타락이 신에 반하는 존재라면 광휘력의 타격은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네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겠지.”
“제가 포탑을 조종하겠습니다.”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력은 오직 선택받은 인간만이 쓸 수 있는 마력이었지만 그가 데릴에게 전선의 참여 대신에 포탑을 조종하라고 한 이유는 그의 손목을 잘랐기 때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광휘력을 쓸 수 있는 또 다른 존재.
빛의 힘인 라시스의 기운이 깃든 신록, 알카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심하라. 이것은 대전쟁의 포문을 알리는 전투다. 전쟁에 있어 사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누구보다 너희들이 잘 알고 있을 터. 우리의 승전보가 우릴 기다리는 100만이 넘는 군세에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카릴의 말에 천공성에 있는 병사들이 있는 힘껏 외쳤다. 하늘을 찢을 듯한 함성이었지만 그들의 마음 한편에는 미지의 적과 싸워야 하는 불안감이 여전히 깃들어 있었다.
“……!!”
타앗-
그는 망설임 없이 동굴 아래로 뛰어내렸다.
뇌격이 대부분의 번개를 흡수했지만 여전히 지면에는 이따금 번쩍이며 전격이 흐르고 있었다.
파직……! 파즈즈즉……!
카릴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스파크가 튀었다.
쿠웅-!!
그의 뒤를 따라 에이단과 수안이 따라왔다. 카릴은 힐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 전쟁의 시작에 앞서 카릴은 자신의 뒤를 따라올 가장 첫 번째 사람들은 역시나 그들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후우…….”
수안은 긴장한 얼굴로 건틀렛의 끈을 조였고 에이단은 바닥에 꽂혀 있는 자신의 검에 손가락을 살짝 데었다가 때면서 신기한 듯 바라봤다.
“이거야 원, 최악이군요. 저런 괴물과 이런 장소에서 싸워야 하다니.”
“아니. 그 반대다.”
“네?”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다. 만약 저 괴물들이 우리의 나라를 침범해 왔다면?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으리란 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
“……그렇군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그렇지. 상상만으로도.”
카릴은 수안 하자르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하는 그 전투를 그는 직접 경험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다시 치러야 하기도 했다.
‘선혈 동굴을 첫 기점으로 삼고 쏟아졌던 타락이었지만 우리는 녀석들을 잡을 공략법조차 몰랐다. 그 덕분에 무수한 희생이 필요했다. 그에 비한다면 지금은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지.’
녀석들을 잡을 방법도.
그리고 녀석들을 잡을 수 있는 인원까지도.
모두가 준비되었다.
전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전장이었다.
파악-!!!
카릴은 바닥에 흐느적거리는 검은 타락의 잔해를 밟아 문질렀다.
츠아아아악……!!
그러자 검은 연기와 함께 뜯겨지며 솟구친 핏물들이 증발하며 산화되었다. 남은 것은 지독한 악취와 녀석의 가죽뿐이었다. 녀석의 시체를 본 순간 온몸의 혈액이 차갑게 얼어붙었다가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 이 감각이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심장의 박동이 느껴졌다.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카릴은 잘 알고 있어 오히려 짜증이 날 정도였다.
우스웠다.
이 떨림은 자신이 이 순간을 기다려 왔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바랐다? 결코 그것은 아니었다.
그가 이 순간을 바란 것은 다른 의미였다.
이 순간만큼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적군의 피해마저 최소한으로 승리를 따내야 하던 귀찮은 머리싸움을 이제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그가 가진 순수한 힘으로 눈앞에 보이는 놈들을 베어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렇기에 그는 이 순간을 기다려 온 것이었다.
이 전투가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는 자신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마지막 한 걸음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한 번쯤 돌아가야 했다.
검성(劍聖)이라 불렸던 그때의 자신으로.
지금보다 검 하나만큼은 더 날카로웠던 단 한 번의 시절. 오직 검뿐이었던 그때로 돌아가 그는 마지막 담금질을 시작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