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1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14화(414/497)
253. 혈(血) (4)
“내 발판이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냐. 마력을 모두 끌어모으면 속도만큼은 따라올 수 있을 거라고? 과연? 죽어라 쫓아와야 할 거다.”
밀리아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비올라에게 말했다.
“난 누구처럼 몇 번이나 기회를 주지 않아.”
하지만 그녀의 딱딱한 대답에도 비올라는 오히려 밀리아나의 인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전술 대형으로……!!!”
“하압!!!!”
비올라가 은빛 서슬을 들어 올리며 소리치자 연합의 기사들이 일제히 방진 형태로 퍼지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카악!!!]독기를 내뿜었던 혈의 육체가 다시금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온전한 형태인 녀석은 밀리아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 두 번째.’
카릴은 천천히 혈의 공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녀석은 그의 생각을 마치 읽기라도 한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벌리며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가 일순간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혈의 몸 안에 채워지더니 녀석의 몸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안개 들이마시기.’
타락이 주로 쓰는 기술 중 하나였지만 혈의 기술은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벨 수 없는 안개도 힘든 상대지만 혈이 뿜어내는 핏물은 더욱 상대하기 어려웠다.
치이이이익……!!
용족화로 보호된 밀리아나의 피부임에도 불구하고 혈이 뿜어내는 핏물과 혈을 벨 때 튀는 핏방울까지 사방에서 녀석의 혈액에 닿는 순간 드래곤의 비늘이 벗겨지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크윽?!”
하지만 그녀는 야만의 여왕답게 근성으로 고통을 참아 내며 혈을 베기 위해 검을 찔러 넣었다.
퍼엉—!!
그러자 굉음과 함께 부풀어 오른 혈의 몸이 터졌다.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풍과도 같은 열기에 밀리아나는 주춤하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비늘이 벗겨져 그녀의 구릿빛 피부가 여실하게 드러나 보였다.
카릴은 안개 들이마시기를 쓴 순간 이번이 2번째 단계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타락을 사냥하기 위해서 마지막 3번째 단계에서 심장을 찔러 넣어야 한다는 것도.
[회색 교장에서 백금룡이 우리에게 알려줬던 타락의 산물과 정말로 똑같군. 기억나느냐, 카릴. 네가 교장에 처음 왔을 때, 내가 풀어놨던 마물을 잡았지 않았느냐.]‘물론, 기억한다. 뿐만 아니라 전생에서는 저 혈(血)도 내가 사냥했으니 녀석의 싸움을 모를 리 없지.’
알른은 과거를 떠올렸다.
[하지만 내가 만든 타락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이로군. 나인 녀석이 본다면 놀라 까무러칠 텐데 말이야. 녀석이 만든 슬레이브(Slave)라는 불사의 군단은 저 괴물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로군.]‘신이 만든 것과 인간의 만든 것이 똑같을 수가 있겠나.’
카릴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렇다고 절대 율라의 작품인 혈(血)의 위대함을 칭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들이 상대해야 할 적이 결코 쉽지 않음을 상기하는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쓰러뜨려야 할 적이기 때문에 카릴은 공략을 알고 있는 싸움이라 할지라도 소홀하지 않았다.
“밀리아나. 물러서지 마라!! 녀석이 폭발하고 난 지금이 놈의 심장을 노릴 기회다!!”
카릴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젠장!!”
밀리아나는 자신을 향해 파도처럼 쏟아지는 혈액의 폭풍 속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자신의 애검, 아크와 게일을 휘둘렀다.
디곤 쌍검술 1결–홍월풍(紅月風).
검을 비스듬하게 치켜세우고서 몸을 회전하며 밀리아나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혈의 공격을 쳐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녀의 검술로 막아낼 수 있는 혈액보다 밀려오는 혈액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결국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쿨럭……!”
혈액이 그녀의 얼굴에 튀는 순간 지독한 독기가 밀리아나의 오장육부를 뜨겁게 태우는 기분이었다.
헛기침과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한 움큼의 혈흔이 흘러나왔다.
“이대로……!!!”
자존심 강한 그녀는 물러서지 않으려 했지만, 이성과 달리 그녀의 몸은 도망치고 있었다.
육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혈의 공격을 그대로 맞았다가는 분명 죽으리라는 것을.
전술–질풍(疾風).
그때였다.
그레이스를 중심으로 모인 기사들이 머리 위에서부터 양옆을 방패로 막아 거대한 원뿔 형태로 혈의 옆구리를 향해 돌진했다.
콰가가가가가가—!!!
뜨거운 혈의 핏물을 뚫고 방패로 만들어진 거대한 창이 녀석을 꿰뚫었다.
치이익……! 치익……!!
기사들의 방패 위로 혈의 피가 가득 덮었지만 그들은 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몰아치듯 방패가 모인 끝점에서 그레이스의 마나 블레이드를 머금은 검날이 튀어나와 혈의 심장을 노렸다.
[허……. 타락의 핏물에도 녹지 않는 방패라? 노움 늙은이의 세공 마법이 그 정도로 대단했나?]알른 자비우스는 혈의 공격을 버텨 내는 기사단의 방패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건 무쇠 일족의 작품이로군. 게다가 방패에 그려진 저 문양. 아마 천둥 일가도 손을 보탠 모양이고.”
[흐음?]“드워프 못지않게 불과 쇠를 잘 다루는 일족이야. 모양은 투박해 보일지 몰라도 오로지 방어만을 위해서 만든 방패인 모양인데…… 목적에 충실하게 만들었군.”
카릴은 기사들이 들고 있는 방패의 모양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 저런 걸 다……. 앤섬이 제법 훌륭하게 일을 처리했어. 북부의 이민족들을 대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는 한 번 더 앤섬과의 만남이 탁월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단섬멸령이 내려졌던 제국 출신이 아닌 공국 출신의 그는 조금이나마 더 북부의 이민족들에게 거부감이 적었고 그로 인해 그들과 친밀도를 높이기 용이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떠나 이민족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의 계획을 위해 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한다는 것은 결코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역시 나름의 도전을 하는 중이로군.’
카릴은 그런 생각이 들자 옅게 웃으며 전투를 바라봤다.
“지금입니다!!”
여기저기 화상을 입은 듯 밀리아나는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레이스의 외침에 본능적으로 쌍검을 밀어 넣었다.
“흐아아아아……!!!”
일순간 앞을 가로막고 있던 방패의 진형이 마치 문이 열리듯 양쪽으로 벌어지자 그 안에서 밀리아나가 아크와 게일을 있는 힘껏 혈을 향해 찔러 넣었다.
카강!! 카가가가강……!!!
두 자루의 쌍검에서 경쾌한 바람이 일어나더니 질풍처럼 혈의 심장에 꽂혔다.
콰지직……!!
하지만 심장에 검날이 박히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짧았나……?!”
아슬아슬하게 혈의 심장을 그녀의 검이 꿰뚫기 직전 녀석은 양팔을 모아 가로막으며 심장 대신 검을 막아냈다.
꽈득……. 꽈드득…….
밀리아나가 검을 뽑으려 했지만 혈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검날을 있는 힘껏 움켜잡았다.
[크르륵……!!! 칵!!!]혈이 괴상한 외침과 동시에 녀석의 가슴팍이 열리면서 또 다른 거대한 입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그 입에서 붉은 액체가 당장에라도 밀리아나를 향해 뿜어질 듯 뭉글거리며 뭉치기 시작했다.
“흐아압!!”
그때였다.
혈을 둘러싼 기사들이 있는 힘껏 방패로 혈의 주위를 압사하듯 밀어붙였다. 동시에 그레이스가 밀리아나의 옆구리 사이로 검을 찔러 넣었다.
판피넬 가전검술–제비 나비(Papilio bianor).
그의 검이 수직으로 꺾인 후 곧장 지면과 평행하게 쇄도하며 마치 새의 날갯짓처럼 불규칙적인 궤도로 검격을 쏟아냈다.
콰아아아앙—!!
요란한 폭음과 함께 그의 검이 반쯤 부서진 타락의 심장에 정확히 꽂혔다.
[크아아아!!!]혈의 비명이 들렸고 동시에 그레이스와 밀리아나의 몸이 충격에 튕겨 나갔다.
주륵- 주르륵–
혈의 심장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검은 핏물이 쏟아져 흘렀다.
“후우, 후우, 후우…….”
그레이스는 충격도 잊은 채 벌떡 일어나서는 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단 일격에 불과했음에도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음에 그는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낸 일종의 희열감으로 입술이 떨렸다.
“발판치곤 제법 쓸 만하네.”
밀리아나는 가볍게 떨리는 그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후읍……. 훕. 별말씀을. 기사단이 빈틈을 만들어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 기사다운 모범 답안이군. 내가 만든 빈틈이긴 하지만, 네 군주와 기사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어.”
그녀는 자신의 공을 비올라에게 돌리는 그레이스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쨌든 이겼군.”
밀리아나는 홀가분한 듯 손을 털면서 말했다.
쿠그그그그…… 쿠그그…….
그때였다.
검이 박힌 심장째로 쓰러진 혈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겨울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이 아닐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그 광경에 그레이스는 조금 전 느꼈던 고양감은 사라진 듯 떨리는 눈으로 낮은 탄성을 터뜨렸다.
“타락은 불사(不死)란 말인가?”
“앞으로 저런 괴물과 싸워야 한다니…….”
아주 낮은 목소리였지만 후방에서 들려오는 말들에 비올라는 자신의 기사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직감했다.
“진정해라. 죽이지 못했단 것은 우리의 실력이 못 미친 것을 의미한 것이지 난공불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불안감은 쉽게 전염된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그 파도에 휩쓸려 자신도 어찌할 바를 몰랐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 첫 전투를 치렀을 뿐이다. 몇 번이든 부딪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먼저 타락과 싸우는 명예를 얻은 우리 연합 기사단이 해야 할 일이다.”
“넵!!”
“알겠습니다.”
“……송구하옵니다.”
다그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 기사들은 안정을 되찾았다.
신(神)과의 싸움.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었으니 첫 전투에 쉽게 승리를 얻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피어나는 불안감.
비올라는 그 위기의 순간에 여왕의 면모로 그들에게 다시 한번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옳은 말이다.”
그 순간 기사들 사이에서 천천히 카릴이 걸어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수고했다.”
카릴은 부서진 혈이 점차 회복되는 것을 바라보며 숨을 헐떡이는 밀리아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타락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심장을 부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녀석의 독기를 막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그러고서 비올라를 향해 말했다.
“독기를 뚫는 방법에 대해서 난 얘기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너희들에게 맡기려 하지 않았으니까. 사실 최초의 타락에 대하여 준비가 부족하리라 생각했거든. 하지만 내가 너무 너희를 가벼이 생각했어. 적에 대해서 알지 못한들 모든 경우에 대한 준비를 하려 노력했으니까.”
카릴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반쯤 녹아버린 거대한 방패를 들어 올렸다.
“너희는 내가 알려주는 길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방식으로 적과 싸우려 했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칭찬만은 아니었다. 자신과 달리 그들은 타락과의 싸움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정보가 없는 것도 전생과 비교한다면 똑같았다.
하지만 비올라가 말했듯이 그들은 인간의 역량으로써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모든 방법과 대비를 준비했다. 그리고 최초의 타락 사냥에 앞서 엄청난 희생을 치렀던 전생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투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독기를 뚫는 것만으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너희는 그 안에서 녀석의 심장을 찾아 정확히 검을 찔러 넣었다. 솔직히 말해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
밀리아나는 카릴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못 죽였어. 그럼 실패지.”
“아니,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지.”
카릴은 들고 있던 방패를 있는 힘껏 던졌다.
퍼억—!!
부서진 방패가 부메랑처럼 회전하며 날아가 회복하고 있던 혈의 머리에 정확히 박혔다.
녀석의 머리가 터져 나가듯 검은 연기와 함께 붉은 핏물이 주르륵 바닥에 흘렀다.
“승리의 가능성을.”
[크륵……. 크르륵…….]머리가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가슴에 있는 거대한 입으로 괴상한 신음을 내며 재생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싶었다.
“그러니 이제 내가 너희들이 보여준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꿔주마.”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천천히 혈을 향해 걸어갔다.
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최초의 타락을 향해 다가가는 그의 모습에 긴장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너희가 약해서가 아니다. 너희에게 부족한 것은 결코 실력이 아냐. 그저 약간의 정보일 뿐.”
카릴은 바닥에 꽂힌 밀리아나의 검을 뽑아 천천히 검날을 세웠다.
우우우우웅…….
그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라시스의 빛이 쌍검 중 한 자루인 아크(Ark)에 머무르자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내가 그것을 너희에게 줄 수 있으니. 지금부터 잘 지켜보도록 해라. 신이 자신 있게 내보인 최초의 타락은 신살(神殺)의 교본이 되어 하나부터 열까지 낱낱이 파헤쳐져 부족한 지식을 채워줄 것이니…….”
카릴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전투가 끝나면 감사의 의미로 조각조각 난 녀석의 시체를 저 위에 있을 율라가 가장 잘 볼 수 있도록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에 걸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