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1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15화(415/497)
253. 혈(血) (5)
[해부라……. 나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기가 막힌 발상이로군.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을 괴물을 오히려 신살의 길로 인도해 줄 제물로 쓰겠다니.]알른 자비우스는 혈을 향해 걸어가는 카릴을 향해 나지막하게 웃었다.
[좋아. 아주 좋구나. 그야말로 율라의 표정을 보고 싶을 지경이야.]그는 만족스러운 듯 검은 형체로 상공을 날 듯 카릴의 주위를 훑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잘 보도록 해라. 타락은 신에 의해 탄생했지만 암흑의 힘을 가진 존재들이지. 그렇기 때문에 녀석의 독기를 막기 위해서는 신성력이 필요하다.”
카릴이 손을 한 번 휘젓자 라시스의 날개가 한 번 펄럭이더니 그 빛이 몸을 천천히 감쌌다.
‘전생에만 하더라도 교단의 힘으로 타락과 싸웠었지. 그때는 이 싸움이 신을 위한 신전(神戰)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사제들의 신성력이 없어도 라시스의 힘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짙은 광휘의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 지금의 카릴은 타락과의 전투에서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신성력을 대신할 방법을 너희는 내게 직접 보여줬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야.”
카릴의 말에 기사들을 고양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비올라가 말했듯이 모든 전장을 그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기사단의 방패 진형을 통해 무구로 타락과의 싸움의 격차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어도 역시나 신성력의 부재는 아쉬움이 남았다.
성녀라 불리던 라엘 스탈렌을 죽임과 동시에 신에 대항하려는 카릴로서는 사제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교단에 대한 카릴의 안배는 분명 존재했다.
바로, 유린 휴가르.
카릴은 그가 이 전쟁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기사들의 사기를 위해 지금은 말을 아꼈다.
스캉—!!!
있는 힘껏 카릴이 아크를 긋자 검날이 빛을 뿌리듯 날아가 정확히 혈의 심장에 정확히 꽂혔다.
부르르르르……!!
검에 박힌 심장을 움켜쥐며 녀석의 몸이 떨렸다.
“타락의 가장 악랄한 점은 절대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전력을 숨긴다는 것이다. 녀석들은 상대방을 한없이 방심하게 만들려고 한다. 녀석의 약점이 심장이긴 하지만 그 심장을 완벽하게 터뜨리기 전까지 녀석은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니까.”
혈은 뭔가를 말하려는 듯 손을 뻗어 카릴을 향했지만 그의 입에서는 비명조차 들리지 않았다.
[세엑…… 세에엑…….]쇠를 긁는 듯한 괴상한 소리와 함께 혈의 육체는 시커먼 재가 되어 점차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꽈악-
하지만 카릴은 죽어가는 녀석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얼굴을 움켜잡았다. 조금 전 날렸던 방패에 반쯤 부서진 머리가 그의 손안에 정확히 잡혔다.
“하지만 타락의 심장을 파괴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턱대고 찌르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세 번째 팽창을 했을 때 충격을 가해야 하지.”
“세 번째?”
[크륵……. 크르르륵…….]“그래. 밀리아나, 네 공격은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녀석이 뿜어낸 혈액을 피하느라 조금 늦은 타이밍에 부풀어 올랐던 심장이 다시 수축하고 말았지.”
카릴은 아직 재생되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혈의 눈과 입을 마치 가리는 것처럼 손으로 얼굴을 누른 채로 검을 찔러 넣었다.
가슴, 옆구리, 어깨 할 것 없이 계속해서 검을 쑤셔 넣는 모습은 잔혹했지만, 그 누구 하나 그 적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 따윈 없었다.
“그것을 단계라 부르며 그 이외에 충격으로는 녀석을 죽이지 못하고 자칫 잘못하면 폭사하는 결말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 파괴력은 대마법사의 마법을 뛰어넘는다. 아마 이 일대를 완전히 파괴시키고 말았겠지.”
꿀꺽-
카릴의 말에 몇몇 기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클클……. 쫄지 마라, 녀석들아. 그 폭발을 막기 위해서 이 몸이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보다 더 대단한 네 녀석들의 주군이 앞에 있는데 뭐가 문제더냐.]알른은 그런 그들을 향해 혀를 차며 말했다.
“단 한 번의 폭발로 1개 군단이 완전히 소멸해 버릴 정도의 위력이다. 수천, 아니,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갈 정도로 끔찍한 놈이지.”
푸욱-
카릴이 마지막 검을 찔러 넣는 순간 혈을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타락은 영악한 놈이야. 당장에라도 죽을 것처럼 보이지만 녀석은 빛의 힘이 담긴 검날에 수차례 찔리고도 아직도 죽지 않았지. 놈은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는 거다. 다들 기억해라. 빈틈을 노리는 이놈의 눈을.”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때였다.
카릴이 혈의 목을 베어 머리를 떼어내려 검을 그으려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혈의 몸이 폭발했다.
“크윽?!”
“무, 무슨……!!”
강렬한 모래바람이 일었고 주위에 있던 기사들을 그 충격에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튕겨 나가듯 쓰러졌다.
“…….”
요란한 와중에도 고든 파비안과 크웰 맥거번만큼은 자세를 흐트러지지 않고 카릴에게 집중했다.
“너도 같은 생각을 하는 거냐. 크웰.”
고든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물음에 크웰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비록 내가 널 데리고 왔으나 사실 네가 억지로 끌려 올 위인도 아니고 이제는 솔직해져야 할 때가 된 거겠지.”
“그건 나와 카릴의 문제다.”
“어련하시겠어. 하지만 이제는 예전에 네가 알던 이민족의 고아가 아니라는 것만 명심해라.”
두 사람은 뜻 모를 대화를 주고받았다. 밀리아나는 그 둘을 의식한 듯 힐끔 바라보며 살폈다.
“저게……. 놈의 진짜 모습인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폭풍 속에서 드러난 혈의 모습을 본 에이단의 중얼거림에 그녀를 비롯해서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앞을 바라봤다.
“……!!!”
그 순간 밀리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오금이 저리는 느낌에 몸을 가볍게 떨었다.
[크르륵!! 크륵!!]혈의 몸이 급속도로 팽창하더니 드래곤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해져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이 형태였던 녀석은 이제 두 팔로 땅을 짚고서 마치 네발짐승의 모습으로 카릴을 향해 포효를 토해냈다.
쿵……!
쿠쿵……!!
녀석이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지면이 울렸다.
거대한 발자국이 움푹 들어가며 선명하게 바닥에 찍혔고 가슴에 있던 거대한 입이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날카로운 이빨들이 돋아나 카릴을 향해 날을 세웠다.
“네피림이든 타락이든 비명은 똑같이 지른다고 했던 내 말을 기억해라. 비명을 지른다는 것은 고통을 안다는 것. 고통을 안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지.”
툭-
모두가 혈의 변이에 놀라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카릴만큼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녀석의 앞에 들고 있던 뭔가를 던졌다.
“저것이 마지막 변이다. 녀석은 먹잇감이 자신이 파놓은 함정이 실패했을 때 본 모습을 드러내지. 그리고 그것은 녀석이 겁을 먹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르릉-
카릴은 천천히 폴세티아의 검을 뽑았다.
검날이 없는 마법검임에도 불구하고 검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날붙이가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파앗-!!
그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지며 희뿌연 먼지 폭풍만이 그가 지나간 길을 보여주듯 길게 꼬리를 그리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카아아악!!]혈의 가슴이 열리며 벌어진 입안에 붉은 심장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녀석의 약점이다.
‘미끼.’
아니, 치졸한 속임수였다.
마치 공격하라고 보이는 그 빈틈을 노렸다가는 오히려 당하고 말 것이다.
녀석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인간의 방심을 유발시키려 하고 있었다.
콰직!!!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튀는 파편들을 밟으며 카릴의 몸이 혈의 앞뒤, 양옆으로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쿠우우웅!!
혈의 등 뒤로 돌아온 순간 카릴이 한쪽 무릎을 접고서 반대쪽 다리를 쭉 뻗어 원을 그리듯 속도를 줄이며 검을 그었다.
회전하는 몸을 따라 폴세티아의 검이 선명한 궤도를 그리며 혈의 허리를 베었다. 검날이 푸르게 빛나더니 검이 마치 뱀의 그것처럼 녀석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후웅!!
하지만 그 순간 혈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팔을 들어 올려 카릴을 노리며 휘저었다. 녀석의 팔에 돋아 난 날카로운 발톱은 하나하나가 매서운 검같이 카릴을 조여 왔다.
부우우웅-!!
카릴이 공중제비를 하며 뒤로 뛰어오르자 조금 전 그가 있었던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혈의 발이 지나갔다.
1번째 왕관 자세(Crown Posture).
카릴이 공격을 피하며 반격기를 펼침과 동시에 허리에 차고 있던 얼음 발톱을 꺼내었다.
무색기검(無色氣劍) 변형 1식, 2번째 외뿔 자세(Unicorn Posture).
얼음 발톱이 날카로운 검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혈은 눈으로 거대한 몸집임에도 불구하고 카릴의 검을 하나하나 막아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검격의 충돌.
파직-!!
카릴이 라크나를 찔러 넣는 순간 혈의 입안에서 붉은 혈액이 쏟아졌다.
“조심……!!”
지독한 독성임을 경험해 봤던 밀리아나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섬격(殲擊).
그때였다.
오히려 카릴은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두 자루의 검날을 있는 힘껏 부딪혔다.
콰가가가가가가강—!!!
섬뜩한 검격에 혈이 뿜어내는 핏물이 공중에서 폭파되며 흩어졌다.
그 안으로 파고들며 카릴이 혈의 가슴에 달린 거대한 입술의 위아래를 양팔로 움켜잡고서 잡아당겼다.
“타락을 상대하는 방법은 상대에 따라서 다양하다. 혈의 육체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기에 가깝지.”
꽈득……! 꽈드득……!!
혈은 잡아 당겨지는 입을 닫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점차 벌어지는 입술은 당장에라도 뜯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혈을 저렇게 쉽게…….”
[크륵! 크륵!!]녀석은 뭐라 말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닫히지 않는 입술로 들리는 소리는 그저 괴상한 신음처럼 들릴 뿐이었다.
우지끈!!!!
툴썩-
카릴이 있는 힘껏 녀석의 거대한 입을 찢어발기자 사방으로 살점들이 떨어져 나갔다.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는 카릴의 전투에 믿을 수 없다는 듯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츠으으윽……. 츠즉…….
떨어진 조각들이 지면에 닿는 순간 검은 연기를 내며 타들어 갔다.
“하지만 생명에 위기를 느끼고 이렇게 야수화가 진행되었을 때 녀석의 육체는 직접적인 물리 타격을 줄 수 있게 된다.”
쿵- 쿵- 쿵-
뛰고 있는 심장이 보였다.
그레이스의 부러진 검날이 반쯤 박혀 있었지만 어느새 녀석의 심장은 그 검날과 동화되어 상처가 치유된 지 오래였다.
참으로 질긴 생명력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부터 잘라 줄까.”
하지만 카릴은 오히려 그 모습에 입맛을 다시듯 녀석의 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주군처럼 싸울 수 있을까?”
에이단은 혈을 압도하는 카릴의 모습에 넋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힘들겠지.”
그의 혼잣말을 들은 걸까.
카릴은 혈의 왼쪽 다리를 먼저 자르고선 바닥에 떨어진 잘린 다리를 검으로 튕겨 알른에게 던지며 말했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네?”
에이단은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에게 집중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
카릴은 눈을 빛내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걸 노렸군.]알른 자비우스는 어째서 쉽게 잡을 수 있을 혈을 상대로 일부러 그가 밀리아나에게 먼저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인지 눈치챘다.
격차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방법을 제시한다.
그들이 지금 느낀 격차는 막연한 박탈감이 아니라 강해지고 싶은 욕망에 불을 지필 것이었으니까.
“그, 그게 뭔가요?”
에이단이 카릴을 향해 물었다.
“탑(塔).”
그 순간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짧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