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1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19화(419/497)
257. 신살(神殺)의 10인 (1)
“기다렸다.”
황가의 무덤에서 걸어 나온 카릴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화린이었다.
“너…….”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화린은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뭔가 일이 있었던 모양이로군.”
그녀는 카릴에게서 알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
지금까지 태산같이 거대한 강(强)의 힘을 두르고 있는 그였다면 나온 후부터 은은하게 몸에서 발산되는 기운은 유(流)의 기세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얻은 게 있는 듯싶고. 참……. 당신을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로 감탄이 나오는군.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극의에 도달해 있다고 보이는데 언제나 그보다 더 위를 향하고 있으니 말이야.”
강의 기운에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화린이었기에 누구보다 그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강함에 끝은 없다. 극의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당신답군.”
“그러는 너야말로 무슨 일이지?”
카릴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풀러 그에게 건넸다.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왔지.”
화린의 손 위에 있는 라이칸스로프의 의지를 보며 카릴은 옅은 미소를 띠었다.
“알아차렸나 보군. 시작이 좋은걸. 해결해야 할 일들이 딱딱 맞춰서 일어나니 말이야.”
“이것 역시 당신다운 계획이더라.”
“흠, 어디 들어볼까?”
“그럼 일단 이것부터 받는 게 어때? 당신께 잔나비 부족의 유물을 주고자 마음먹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
카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가 건넨 목걸이를 잡았다.
“내게 이걸 주는 이유는?”
“정말 숙제를 확인하려 하는 것처럼 말하네. 이거야 원……. 목걸이를 건네는 것만으로 이미 알아차렸을 텐데 날 애처럼 대하는 게 썩 유쾌하지는 않은걸.”
화린을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 대답했다.
“넌 이 세계의 파렐이 두 개라고 했지. 그중에 하나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 그것을 이용해서 우릴 훈련시키고자 한다고.”
“그래서?”
“공략대의 구성원이 누가 봐도 이상했지. 타락을 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검과 마법 둘 다. 훈련을 시키고자 한다면 차라리 마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검술에 능통한 소드 마스터들 위주로 구성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일이었을 거야.”
“흐음.”
“다른 녀석들도 생각하고 있을 거야. 어째서 당신이 마력이 없는 우리를 파렐의 공략대에 포함 시켰는지 말이야. 게다가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들은 반대로 검술에는 문외한이지.”
화린은 카릴을 향해 말했다.
“극단적인 예시.”
그녀의 대답에 카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당신은 우리를 성장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냐. 우리를 토대로 기사단과 마법사들의 전투 양상을 확립시키고자 하는 것이지. 소드 마스터들을 투입하게 된다면 그들 본인은 강해질지 모르지만, 기사단과 마법사의 구성 자체가 강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역시.”
“나를 비롯한 이민족과 야만족이 기사단의 역할을 하고 톰슨과 미하일이 마법 병대를 대표하겠지.”
“내 예상대로야. 잘 아는군.”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는걸.”
“아니. 솔직히 여기까지 생각하고 났더니 기분이 나쁘던걸.”
“……흠?”
“좋은 말로 해서 우리는 기사단과 마법병대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그만큼 일반 기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테지. 아니, 마력이 없으니 일개 병사에 더 가까우려나? 미하일과 톰슨을 뽑은 이유 역시 그들이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서 확고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라는 말이잖아.”
화린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한마디로 당신은 다른 이들보다 우리의 실력을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야. 안 그래?”
“넌 그들보다 강한가?”
“……뭐?”
“실력을 낮게 본다는 걸 기분 나쁘게 느낀다는 말은 너는 내가 호명하지 않은 자들보다 네가 강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아냐?”
“그건…….”
카릴의 차가운 물음에 화린은 당황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지휘관의 역할이 아니라 병사의 역할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병사들이 싸워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휘관이라 할지라도 전장에서 추풍낙엽으로 쓰러지는 허약한 병사들을 가지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그는 화린의 어깨를 가볍게 툭 하고 쳤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격만큼 중요한 것이 수비다. 내가 너희들을 뽑은 이유는 단순히 병대의 축소판으로 전술을 익히고자 하는 것 이상으로 이민족과 야만족의 단합을 바라는 것도 있다.”
화린이 그를 바라봤다.
“너희들은 같은 블레이더의 피를 이어받은 후예들이지만 오랜 기간 떨어져 있어 응집력이 부족해. 그런 점은 단일 국가였던 제국인들보다 못하지.”
“하여간 한마디도 져주질 않는다니까.”
“화린. 상상 이상으로 네가 짊어져야 할 무게는 무겁다. 파렐은 결코 쉬운 곳이 아냐.”
“카릴, 넌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때였다.
카릴과 화린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무덤의 입구에 기대어 있던 밀리아나가 팔짱을 낀 채로 물었다.
“파렐 안에 가봤으니까.”
“……뭐?”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역시나 하는 듯한 표정도 함께 보였다.
“사람 놀래주는 재주가 있다니까. 네가 파렐에 갔었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 천년 빙동의 파렐을 발견한 게 너니까. 그 안도 조사를 했겠지. 그래서 타락에 대한 것도 미리 알고 있었고. 안 그래?”
카릴은 그녀의 대답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말한 파렐은 천년 빙동의 것이 아닌 진짜 파렐이었으니까.
하지만 전생의 과거를 알 리 없는 밀리아나는 나름의 추측에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넌 같은 파렐이라고 말했지만 천년 빙동에 있는 이차원의 파렐과 대륙에 생겨난 파렐은 분명 달라. 천년 빙동 속의 파렐이 똑같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면 이미 대륙은 타락의 소굴이 되었을 테니까.”
그녀는 알겠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저 안에도 타락은 있겠지. 그렇기에 너는 우리에게 더 쉬운 파렐을 맡기고, 나아가 대륙에 쏟아지는 타락들을 상대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만들려는 목적이겠지.”
“뭘 그리 심각하게 얘기하지? 그건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것이야.”
화린의 말에 밀리아나는 그녀를 향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문제는 너희를 훈련 시키는 것이 아냐. 너희들을 훈련시키게 하고 저 녀석이 무슨 일을 벌이느냐겠지.”
“……무슨 일?”
“내가 맞춰볼까? 카릴, 네가 혼자서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뭔지. 대륙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두고 나서 넌 혼자서 대륙에 생성된 진짜 파렐을 공략할 셈이로군. 안 그래?”
그녀는 카릴을 노려보듯 바라봤다.
화가 나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 눈빛 속에 진심이 담긴 걱정이 느껴졌다.
“뭘 하든 상관없지만 한 가지만 약속해. 파렐에 들어갈 때 나와 함께 간다고.”
카릴은 그녀의 말에 못 당하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밀리아나. 그럼 화린에게 했던 질문을 네게도 똑같이 해야겠군.”
“무슨 질문?”
“넌 나보다 강한가?”
“……뭐?”
“파렐 안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다. 널 돌봐줄 여력 따윈 없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너는 내게 있어서 걸림돌이 될 뿐이야.”
가감 없는 카릴의 냉정한 말에 밀리아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그를 바라봤다.
“그럼 내게도 알려줘.”
그녀는 뾰로통한 모습으로 말했다.
“파렐의 공략에 날 제외시켰잖아. 내게도 기회를 줘. 난 절대로 너와 파렐에 가야 하니까.”
“디곤의 여제는 진심이로군.”
“당연한 소리. 나는 누구보다 강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화린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다 알고 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의미가 아닐 텐데.”
“무, 무슨…….”
당황해하는 밀리아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힘내라고. 방해꾼은 이제 사라져 줄 테니까.”
“닥쳐줄래?”
“하하.”
말과 달리 얼굴을 붉히는 밀리아나를 보며 화린은 재밌다는 듯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고서 인사를 하듯 머리 위로 손을 저으며 떠났다.
“정말로 나와 함께 갈 생각인가?”
“네 입으로 분명 말했잖아. 신살(神殺)의 10인. 널 제외하고 나머지 9명에 내가 포함되지 않을 리가 없을 텐데.”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카릴은 그 당당함이 전생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면 방법을 알려주지.”
“그게 뭐야?”
“드래곤을 찾아가라.”
“……드래곤?”
“네 용족화는 디곤 일족이 황금룡 토스카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드래곤이 아닌 인간이 드래곤의 힘을 구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진짜 드래곤을 통해서 네 용족화를 단련시킬 수 있겠지.”
“그럼……. 누굴 찾아가야지?”
“누구라니.”
카릴은 밀리아나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현존하는 세 마리의 드래곤 모두를 찾아가 그들의 정수를 물려받아. 아니, 빼앗아 네 것으로 만들어.”
“…….”
그녀는 그의 말에 긴장한 듯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드래곤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도 하지 못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저희도 함께하겠습니다.”
그때였다.
에이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수안 하자르, 이스라필, 세리카 로렌, 케이 로스차일드…… 카릴이 고개를 들자 무덤 주위로 보이는 몇몇 인영들이 보였다.
[영악한 녀석. 이게 네가 계획한 진짜 목적이었군.]알른 자비우스는 그들을 보며 즐거워 죽겠다는 듯 껄껄 웃으며 카릴을 향해 말했다.
[일부러 저들을 배제한 이유가 자진해서 파렐의 공략을 위한 10명이 갖춰지도록 하기 위함이었어. 네 명령이라면 그들은 죽음도 불사하겠지만,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과 스스로 원해서 시작하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지.]그의 말에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 있나?”
“물론입니다.”
그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카릴은 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제 그를 불러들여야 할 차례인가.’
지금 이 자리에 레핀 세르가는 없었지만 카릴의 주위엔 이제 전생의 10인 중 8명이 모이게 되었다.
나머지 두 사람.
카릴은 미래를 알고 있었지만, 이들과 달리 회귀 이후에도 나머지 두 사람은 처음부터 얻으려 하지 않았다.
위에 언급된 자들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신탁과 별개로 뛰어난 천재들이었다.
하지만 남은 두 사람은 신탁이 일어난 이후, 대륙이 격변하면서 자신의 힘을 개안(開眼)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카릴은 서두르지 않았고 일부러 접점을 만들려 하지도 않았다.
또한 자신으로 인해서 신탁이 일어나지 않게 된 지금, 원래대로라면 율라가 직접 호명했어야 할 그들에 대한 정보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
카릴은 자신이 완성하려는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이제 얻고자 했다. 그들은 지금껏 얻은 남은 7인과는 다른 존재였으니까.
그렇기에 날 때부터의 재능이 아닌 격변으로 깨어난 그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천명이계(天命二計)라 불렀다.
그 중 첫 번째,
드루이드(Druid) 안챠르.